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슬럼프(1)
이신은 박영호와 SC스타즈의 에이스인 지우펑과 함께 맹렬히 연습을 했다.
워낙에 오래 게임을 손 놓고 있었던 탓에 승률은 5할을 넘지 못했다.
박영호나 지우펑이나 톱클래스였기 때문에 오래 쉬었다가 바로 복귀해서 꺾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
종종 주디를 온라인상에서 불러놓고 인류 대 인류전도 연습했다.
그 짧은 사이에 주디의 발전도 놀라웠다.
주디는 로켓 프리깃 컨트롤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연습을 꽤 많이 했는지, 깜짝 스텔스 전투기로 변수를 주려 했던 이신을 로켓 프리깃으로 맞서 제공권을 지켰다.
아슬아슬한 사정거리에 걸쳐 터닝 샷을 펼치는 컨트롤이 예사롭지 않아서, 이신의 스텔스 전투기가 활약할 여지가 제한됐다.
그렇게 주디에게 충격의 1패를 당한 이신에게 주디가 신이 나서 채팅을 쳤다.
-iLoveSin: 저 잘했죠?
-iLoveSin: ^^
-Player_SIN: 어. 로켓 프리깃 잘 쓰네?
-iLoveSin: 괴물 전에 대비해서 연습했는데, 인류 대 인류전에서도 쓰기 좋더라고요.
-Player_SIN: 좋네.
-iLoveSin: 선생님 이겼으니까 이제 저도 SC스타즈가 탐낼 만하죠?^^
-Player_SIN: 다음 판 가자.
-iLoveSin: 네ㅎㅎ
계속된 연습게임.
주디는 계속 탄탄한 디펜스를 보이며 이신의 견제 플레이를 모두 막았다.
오히려 이신이 견제를 시도하기를 기다렸다가, 침투한 병력을 잡아 이득을 챙기는 모습도 여러 번 연출했다.
전혀 통하지 않는 견제.
‘이거 큰일이군.’
축제 기간이 워낙 길어 생각보다 감각이 잘 돌아오지 않았다.
멀티태스킹도 컨트롤도 그대로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문제.
‘경험에 의존한 습관적인 플레이만 했다’
이신은 스스로의 문제를 자각했다.
상대의 심리를 예측하고 허를 찌르는 평소의 견제 플레이를 못했다.
예전처럼 2중 3중으로 덫을 친 견제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게임을 하는 내내 복잡한 설계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던 까닭.
‘생각보다 감을 되찾기까지 오래 걸리겠는데.’
-iLoveSin: 선생님, 컨디션 안 좋으세요?
주디도 알아챘는지 그렇게 물었다.
-Player_SIN: 그런 것 같아.
-iLoveSin: 그럼 무리하지 마시고 좀 쉬시는 건 어때요?
‘너무 쉬어서 문제다.’
하지만 주디의 말도 맞는 것이, 이대로라면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안 될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지.’
이신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Player_SIN: 더 하자.
-iLoveSin: 똑같은 맵에서요?
-Player_SIN: 어. 난 신족으로 할게.
-iLoveSin: 신족으로요?
-Player_SIN: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
멀티태스킹과 컨트롤 센스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
그러면 차라리 신족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 이신이었다.
신족은 컨트롤의 난이도가 높지만, 그것만 잘 되면 차라리 인류보다 낫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연습 게임에서 이신은 주디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정면 승부.
이신은 지상군 병력과 함께 수송기 2기를 운용하며 전투를 펼쳤다.
한 수송기는 철갑충차를 내렸다가 태웠다가를 반복하며 충격탄을 쐈고, 다른 수송기는 광신도들을 기동포탑 머리 위에 1명씩 투하했다.
현란한 컨트롤에 주디의 디펜스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이신은 수송기를 1기 더 운용해서 주디의 본진까지 견제하는 멀티태스킹을 펼쳤다.
수송기를 3기나 각기 따로 운용하는 엄청난 개인기!
-iLoveSin: 와…….
주디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신도 본인의 플레이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당분간은 이걸로 급한 불을 꺼야겠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미봉책.
하지만 미봉책치고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갑자기 웬 신족임?”
밥 먹고 돌아온 박영호가 물었다.
“당분간은 이걸로 하려고.”
“슬럼프라며?”
“그래서 신족하는 거야.”
“슬럼프라서 서브 종족을 한다고?”
박영호는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됐고, 왔으면 연습이나 해. 5판 3선.”
“오키.”
박영호는 자리에 앉아 게임에 접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연습에서 이신은 마찬가지로 신족을 골랐다.
“괴물을 상대로 신족을 쓰겠다니, 슬럼프도 참 희한하게 오네. 가자, 엘리사!”
박영호는 또다시 얼음 왕국 주제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얼거림은 곧 멎어버렸다.
초반부터 광신도 하나가 기습적으로 들어왔다.
광신도가 사정거리 2칸을 활용한 정교한 무빙으로 바퀴를 4마리나 잡은 것이다.
2번째 확장 기지에도 광신도가 1명이 나타나 덮쳤다.
끝내기보다는 박영호에게 자원적 손해를 입히기 위한 견제 플레이였다.
박영호는 이를 막기 위해 바퀴를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이신이 놀라운 컨트롤로 생각보다 더 많은 바퀴를 죽이자, 또다시 자원을 소모해서 추가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부유할수록 강해지는 괴물.
그런 괴물을 지속적인 견제로 가난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는 신족.
이신은 이 명제를 아주 잘 지키고 있었다.
광신도를 컨트롤해 주면서도 본진에서는 계속 테크 트리가 안정적으로 올라가며 깔끔한 운영을 해내는 멀티태스킹.
광신도 다음은 사략기.
신족의 비행 유닛 사략기가 견제 플레이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하늘군주를 1마리 사냥.
그러면서 본진과 확장 기지를 정찰하며 상대 체제 파악.
폭탄충 2마리가 나타나 쫓아오자 도주.
끊임없이 정찰과 견제를 해야 하면서도, 사략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런 고난도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괴물을 상대하는 신족의 비애였다.
하지만 이신은 바짝 쫓아오는 폭탄충 2마리에게 자폭당하지 않기 위해 사략기를 현란하게 운전했다.
반대편에서도 폭탄충이 나타나자 직각으로 방향을 꺾으며 따돌리는 컨트롤!
그러면서도 해야 할 운영은 태연하게 해내는 멀티태스킹.
사략기가 점점 쌓여갔다.
박영호는 폭탄충을 다수 동원해 사략기의 활약을 막았지만, 이신의 사략기 편대는 얄밉게 비행하며 여기저기서 나타나 신경에 거슬리게 만들었다.
“잘도 귀찮게 해주는군요.”
“허, 저렇게 보면 또 컨디션이 좋은 것 같은데?”
연구원과 왕춘 감독이 희한하다는 듯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왕춘 감독은 저렇게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이 탁월한 신족 플레이어를 본 일이 드물었다.
그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게 슬럼프라고?’
‘미친 거 아닌가?’
‘보통 슬럼프에 빠지면 메인 종족보다 서브 종족을 더 잘하게 되나?’
거의 곡예 수준을 펼치면서 이신은 마침내 목적을 달성했다.
사략기와 함께 광신도를 모은 것이다.
공격력 1 업그레이드도 되었고, 스피드 업그레이드도 완료됐다.
이신은 사략기와 광신도의 조합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수송기까지 1기 뽑아서 광신도 4명을 태웠다.
이신의 군대가 박영호의 앞마당을 덮쳤다.
박영호의 앞마당은 심시티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광신도가 통과하기 어려웠다.
철벽괴물다운 심시티.
하지만 그럴 줄 알고 준비한 게 바로 수송기였다.
광신도들은 방향을 돌려 다른 확장 기지를 치게 하고, 이신은 수송기와 사략기를 함께 움직여 견제를 펼쳤다.
수송기에서 내린 광신도 4명이 앞마당에서 일하던 일벌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일점사격으로 일일이 컨트롤해 주어서 일벌레를 차곡차곡 잡는 이신.
그러면서 사략기 또한 주변의 하늘군주를 잡고, 우르르 몰려드는 폭탄충들과 공중전을 펼쳤다.
타깃이 된 일부 사략기들은 빙글빙글 돌며, 다른 사략기들은 이를 쫓아다니는 폭탄충들을 사살.
-키에에엑!
-키엑! 켁!
폭탄충들이 몰살당했다.
사략기의 피해는 2기로 그쳤다.
하지만 독침충이 몰려오자 이신은 사략기 편대를 후퇴시켰다.
드롭했던 광신도 4명은 이미 제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렇게 산발적인 교전은 계속되었다.
이신은 정면 공격보다는 여러 곳을 동시에 견제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박영호가 몸집을 불리는 것을 억제했다.
그러면서 이신의 병력 구성은 점점 완벽한 조합이 이루어졌다.
철갑충차와 광신도와 거신병기와 사략기!
완성된 조합 병력으로 이신은 총공세를 펼쳤다.
-Runner: GG.
-Runner: 다음 판 빨리ㄱㄱㄱ
약이 오른 박영호는 다음 판을 채근했다.
그렇게 시작된 다음 판에서는 대사제를 활용했다.
엄청난 물량으로 덤벼 오는 박영호를 상대로 대사제의 전격 마법을 계속 펼쳐 병력을 녹여 버렸다.
끈질기게 막고 또 막으며 이신은 병력 조합과 확장기지 건설을 속행했다.
이번에는 40분이 넘어가는 장기전.
맵의 자원을 거의 다 파먹도록 혈전이 계속되었다.
끝내 자원이 남아 있는 유일한 지역을 이신이 차지했다.
박영호는 마지막 병력을 끌어 모아 그 지역을 탈환하고자 했지만, 이번에도 이신은 대사제와 철갑충차를 무섭게 컨트롤해 막아냈다.
이신의 승리였다.
세 번째 게임마저도 이신의 승리로 돌아갔다.
바로 캐논포 러시!
상대방의 앞마당 광산 뒤편의 공간에 생명석 2개를 지어서 못 들어오게 심시티.
그리고 그 안에 캐논포를 지어버렸다.
앞마당에 떡하니 지어진 캐논포는 박영호로서는 굴욕이었다.
짓지 못하게 저지했지만, 생산유닛을 컨트롤하는 싸움에서 이신이 압도한 게 컸다.
결국 앞마당에 지었던 부화실이 캐논포의 공격을 받아 부서지자 박영호는 GG를 선언했다.
“아 씨, 젠장!”
박영호는 이어폰을 뽑아 내동댕이치며 화를 냈다.
“한 판 더?”
이신이 물었다.
박영호는 씨근덕거리더니, 고개를 휘휘 저었다.
“좀 있다가!”
그리고는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미리 사온 과자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박영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갑자기 웬 신족이지?”
지우펑이 물어왔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신족을 했다고?”
“신족은 인류보다 더 쉽거든.”
이신의 태연자약한 대꾸에 모두들 황당함을 느꼈다.
“신족이 인류보다 쉽다고?”
지우펑을 울컥했다.
신족 플레이어인 그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신족을 현란하게 플레이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멀티태스킹이 얼마나 괴물이어야 신족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는 거지?’
‘저게 어떻게 슬럼프야?’
피지컬 측면에서는 완벽함을 보이는 이신.
그의 기이한 슬럼프는 모두를 의문스럽게 했다.
“어디 나와도 한 판 붙어보지.”
신족이 쉽단 소리를 들은 지우펑이 약이 올라서 제안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습게임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신은 괴물을 골라서 지우펑을 3승 2패로 때려눕혔다.
이번에도 쐐기충 컨트롤과 괴물주술사의 마법 컨트롤이 현란했던 고난이도의 플레이였다.
“왜 신족으로 안 하는 거냐!”
“신족은 괴물로 상대해야 편하니까.”
“신족 쉽다며!”
“괴물도 쉬워.”
이신은 이번에는 괴물 플레이어들의 어그로를 끌었다.
격노한 박영호가 다시 재도전했고, 그렇게 이신은 원 없이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신족과 괴물을 플레이할 땐 변함없이 이신. 유독 인류를 플레이할 때만 부진했다.
일단, 슬럼프는 슬럼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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