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귀환(3)
“너 뭐해?”
팬들을 적당히 상대해 주고 돌아온 이신이 물었다.
“사이즈는 비슷해 보이는데 직접 써보지 않으면 모르겠네. 한번 직원한테 뜯어봐도 되냐고 물어볼까?”
“다 사.”
“잉?”
깜짝 놀란 박영호.
이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듯한 건 일단 모조리 사. 시간이 그렇게 많아?”
“그럼 못 쓰는 건…….”
“버려.”
박영호는 존경 가득한 이신을 보았다.
“역시 은수저! 난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 생각을 못했어.”
박영호는 시키는 대로 고민하고 있던 마우스를 전부 다 사버렸다.
가까운 카페에서 17인치짜리 노트북을 꺼내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마우스를 하나씩 뜯어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이건 아냐.”
박영호는 게임 시작 후 일꾼을 나누자마자 마우스 하나를 버렸다.
“이것도 좀 아니다. 너무 커.”
버리는 마우스는 봉투에 차곡차곡 쌓였다.
카페에서 엄청난 손놀림으로 게임을 하는 박영호의 모습은 금세 눈에 띠었다.
결국 모든 마우스를 써본 박영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것들 쓸 바에는 차라리 형 게 나은 것 같아.”
“그럼 전부 버려.”
두 사람은 다른 전자제품 매장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그렇게 마우스를 찾아 배회하는 두 사람의 소식은 만난 팬들을 통해 SNS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선생님! 뉴욕 관광은 잘하고 계세요?
“관광은 무슨. 어쩐 일이야?”
-선생님 사진이 SNS에 올라와 있기에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웬 마우스 쇼핑이에요? 박영호 선수랑 카페에서 게임하면서 마우스를 이것저것 사용하고 계시던데, 혹시 장비에 문제라고 있으신…….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드는 주디.
이신은 사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아, 그것 참 곤란하게 됐네요. 어쩔 수 없으니까 이 기회에 새 마우스에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프로게이머를 위해 제작된 신제품이 굉장히 많던데.
“그러게.”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괜찮나요? 선생님이 쓰시는 마우스도 이제 단종됐던데요.
“단종?”
-네, FIRES사가 선생님 덕분에 인지도가 좀 생기니까 M90을 단종시키고 신제품을 냈는데 써보니까 별로였어요.
FIRES M90.
이신이 쓰는 한화로 32만 원짜리 명품 미니 옵티컬 마우스였다.
FIRES사는 취미삼아 커스텀 마우스를 제작하고 개조하길 즐기던 미국의 어느 마니아가 차린 작은 회사였다.
그 마니아 사장이 이신 덕에 인기를 얻자 무리수를 둔 모양이었다.
-그 사장은 자기가 무슨 예술가인줄 아는 모양이에요. 잘 팔리는 걸 계속 만들어야지 왜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확 인수해 버리고 M90만 만들게 할까요? 존과 차이도 찬성하던데요.
“…인수?”
그랬다.
이것이 은수저인 이신을 능가하는 금수저들의 스케일이었다.
제자들도 이신과 같은 기기를 쓰기 때문에 그런 발상을 한 것이다.
“됐어, 단종될 것에 대비해서 평생 쓸 만큼 쌓아놨으니까. 너희도 부족해지면 창고에서 하나씩 꺼내 써.”
-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이신은 주디와 계속 전화 통화를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박영호가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조만간 뉴욕으로 응원하러 놀러갈게요.
“어.”
통화를 마친 이신은 무척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박영호와 눈이 마주쳤다.
“뭘 꼬나봐?”
“형, 지금이 여자와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임?”
“그럼?”
“내 선수 생명이 걸려 있는 판국에 지는 팔자 좋다 이거지?!”
“오버하지 말고 넌 그냥 이참에 구하기 쉬운 새 마우스에 적응해.”
“하긴. 그래, 이 참에 가난했던 과거의 잔재를 청산해야겠어.”
박영호는 의욕 가득한 마음으로 새로운 전자제품 매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거다 싶은 마우스는 닥치는 대로 구입해서 카페에서 모두 뜯어 테스트해보았다.
하지만 박영호는 평소 성품과 다르게 의외로 예민해서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응?”
박영호는 문득 한 곳에 비치된 마우스를 발견했다.
그것은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 얼음 왕국의 캐릭터가 그려진 앙증맞은 마우스였다.
어딜 봐도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우스로, 그 인근에는 전자손목시계와 마우스패드 등 얼음 왕국의 캐릭터 상품이 많이 있었다.
“에, 엘리사?”
얼음 왕국 주인공 엘리사가 그려진 앙증맞은 마우스를 집어든 박영호.
그런 그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 장난칠 여유가 있는 모양이지?”
이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성격에 안 맞게 계속 뉴욕 시내를 누비고 통역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이신이었다.
“형, 이거 농담 아님. 이거 그립감이 꽤 훌륭해!”
“미친 거 아니냐?”
워낙에 인기가 많았던 만화 영화라, 얼음 왕국 상품 코너는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들로 붐볐다.
그 틈바구니에 껴서, 다 큰 어른에 프로게이머가 엘리사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며 감탄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 저 오빠도 엘리사 좋아하나봐.”
“그, 그래, 누가 엘리사를 싫어하겠니?”
“나도 엘리사 마우스 갖고 싶어!”
주변의 대화를 통역 반지를 통해 알아들은 이신은 박영호가 더더욱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안 가는군.’
이신이 유독 박영호에게 자주 짜증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담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엘리사 마우스를 하나 사서 가까운 카페에서 테스트해 보았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음이 요란했다.
“와, 이 살짝 저렴한 느낌!”
박영호는 신이 났다.
어린애들 손에 맞춘 작은 마우스를 핑거그립으로 완벽하게 조작.
마우스 설정에서 감도를 조절한 후에 시작된 게임은 아주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바퀴들을 컨트롤해 공격을 들어온 광신도들을 에워싸서 전멸시키는 컨트롤!
“가자 엘리사!”
박영호는 기세 좋게 밀고 들어가 신족 인공지능을 박살냈다.
굉장히 깔끔한 컨트롤이었다.
“어때?”
이신이 물었다.
“이거 딱 좋아. 원래 쓰던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
“진심이야?”
“내가 장난하는 것 봤음?”
“…….”
할 말이 많았지만, 본인이 만족스러워하니 이신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박영호는 엘리사 마우스를 12개나 구매했다.
심지어 얼음 왕국 캐릭터 상품을 갖가지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택시에서 찍은 두 사람의 손목시계 비교 사진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6천만 원 상당을 호가하는 이신의 바쉐론 콘스탄틴.
그리고 박영호의 손목에 채워진 얼음 왕국 전자 손목시계가 당당히 이에 맞서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박영호 미친 것 같아ㅋㅋ
-한눈에 보이는 가격 차이 보소ㅋㅋㅋ
-캬, 이신 클래스!
-바쉐론 콘스탄틴의 품격을 넘보는 엘리사 시계!
-연습은 안 하냐ㅋㅋ 관광만 하고 있어.
-박영호님, 개인 방송 좀 해주세요.
그렇게 호텔로 돌아왔을 때, 매니저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걸 보시죠. 고쳤습니다!”
“…예?”
매니저는 자랑스럽게 고쳐진 박영호의 마우스를 내밀었다.
“고쳤다고요?”
“예, 매니저 중에 이런 걸 잘 만지는 사람이 있어서요.”
이신은 그 사실을 박영호에게 통역해 주었다.
그러나 박영호는 손을 휘휘 저었다.
“이제 괜찮다고 전해줘. 나에게는 엘리사가 있으니까.”
이신은 그대로 통역해 주었고, 얼음 왕국 엘리사가 떡하니 그려진 앙증맞은 마우스를 본 매니저는 웃다가 아연실색했다.
평소처럼 개그인 줄 알고 웃었는데, 봉투에 든 12개의 엘리사 마우스 박스를 보자 진심임을 알아챈 것.
“자, 이제 연습이나 해야지! 형, 가자. 내가 엘리사 괴물의 파워를 보여줄게.”
“…….”
그렇게 시작된 연습게임은 완벽한 박영호의 페이스였다.
72악마군주의 축제 때문에 오랫동안 게임을 못한 이신.
감이 잘 안 돌아오는 와중에, 박영호는 엘리사 마우스를 폭풍 클릭하며 미친 듯한 난전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크하하, 가자 엘리사!”
이어폰을 꽂고 있음에도 옆에서 지껄이는 박영호의 헛소리가 고막에 들어와 박혔다.
‘저딴 마우스를 쓰는 놈에게 밀리다니.’
이신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신은 이윽고 후반 병영 체제로 난전에 맞불을 놓았다.
항공수송선을 뽑아서 여기저기 드롭 공습.
기갑정거장에서는 기동포탑 대신 고속전차를 생산해 빠르게 치고 다니며 맵 곳곳에 지뢰를 깔았다.
누가 더 빠르고 난전에 강한지 한 번 붙어보자는 태세였다.
밀리고 있어 기갑체제로 전환하기 어려운 현황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펑, 펑, 펑!
전투가 벌어지는 곳마다 흑안개가 칼 같은 타이밍으로 펼쳐졌다.
괴물주술사로 흑안개 펼치고 피의 저주를 뿌리며 박영호는 종횡무진했다.
바퀴와 촉수충이 소규모 부대로 분산된 채 사방을 기습했다.
계속되는 산발적인 교전으로 이신의 손을 바쁘게 만드는 한편, 폭탄충으로 피 같이 귀중한 전술위성을 격추시켜나간다.
난전 속에서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잃었던 감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 이신.
그러나 박영호의 기세는 걷잡을 수 없었다.
“세상에, 컨디션이 굉장히 좋군요.”
전략 연구원의 말에 함께 지켜보던 왕춘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우스 문제로 컨디션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괜한 우려였군.”
“어떻게 저런 마우스로…….”
매니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엘리사가 떡하니 그려진 마우스는 박영호의 손에 잡히자 불꽃처럼 클릭음을 토했다.
엄청난 멀티태스킹과 피지컬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도 박영호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잘 들어보니 멜로디가 얼음 왕국의 주제곡이었다.
“저렇게 싸우는데도 여유가 있다고?”
“나, 나도 저 마우스 하나만 빌려달라고 할까?”
SC스타즈 선수들마저도 박영호의 경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습게임은 결국 박영호의 승리.
오랜만에 한 게임이라 기진맥진한 이신은 쉬면서 전략 연구원과 함께 리플레이를 복기했다.
“항공수송선으로 드롭을 시도한 타이밍 자체는 좋지만, 침투 루트를 읽힌 게 문제입니다. 러너의 플레이를 보면, 한 번 침투 당했던 동선에는 반드시 폭탄충 2마리를 배치했죠.”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을 실었던 항공수송선을 기다리고 있었던 폭탄충에게 여러 번 격추당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제대로 몇 차례 더 드롭을 해 흔들었어도 승부는 어찌 될지 몰랐으리라.
“계속 다른 루트로 침투했어야 했는데 좀 안일했습니다.”
“컨트롤 자체는 좋았는데 이신 선수가 심리적으로 여유가 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혹시 오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나요?”
연구원은 정확히 지적했다.
오랜만에 게임을 해서 짧은 순간에 복잡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박영호에게 패턴을 읽혀서 계속해서 격파 당했다.
“좀 안 좋습니다.”
“큰일이군요.”
SC스타즈는 오히려 박영호는 펄펄 날아다니는데 이신이 좋아 보이지 않자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문제군.’
이신은 밤을 새워서라도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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