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사자심왕(3)
양측의 병력이 빠르게 줄었다.
지독한 난전.
그 진흙탕 싸움 속에서 리처드 1세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끝내 이신은 화살탑 건설을 취소시켜야 했고, 그 마력으로 병력을 더 뽑았다.
‘한 타임만 막으면 수월해진다.’
학살을 부추기는 리처드 1세의 능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였다.
일단 한 번 막아내고 전투가 소강되면, 능력도 끝나는 것.
능력의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리처드 1세는 끊임없이 맹공을 펼치는 것이었다.
리처드 1세는 그야말로 모든 역량을 이번 한 번의 공격에 퍼부었다.
투석기가 2기로 늘어나면서 피해도 늘었지만, 굴하지 않고 밀어붙인 리처드 1세는 기어코 이신의 앞마당에 지어지고 있던 사령부 건물까지 부수는 데 성공했다.
‘이러면 내가 지겠군.’
이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리처드 1세 또한 투석기에 계속 얻어맞는 바람에 병력 피해가 컸다.
그래서 목적을 완수하자마자 썰물처럼 퇴각했다.
다소 무리하긴 했으나, 어쨌건 이신의 앞마당 마력석 채집장 구축을 한 번 저지시켰다.
리처드 1세는 마력석 채집장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으니, 이제 자원 격차가 벌어질 터였다.
‘일단은 최대한 쫓아가봐야지.’
물론 끝까지 최선을 다할 테지만, 이신은 사실 이번 대결은 미련을 버렸다.
초반부터 이만큼 격차가 벌어졌으면 가망이 없었다.
서열 24위에서 노는 리처드 1세는 항우처럼 어설프지 않다.
다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생각이었다.
그동안 리처드 1세에 대해 더 살펴보고, 다음 대결에서 쓸 전략도 구상할 계획이다.
* * *
일단 포기를 하니 이신은 도리어 느긋해졌다.
늦었지만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 심시티로 방비를 했다.
투석기와 기사단으로 체제를 전환하고, 철저한 수성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리처드 1세가 수차례 더 공격을 시도했지만 능히 막아냈다.
‘역시 무리하지는 않는군.’
리처드 1세도 여의치 않다 싶으니 더 싸우지 않고 병력을 물리는 모습이었다.
만약에 무리하게 계속 싸웠다가 병력을 모조리 잃으면 괜히 역전을 빌미를 주게 되니 말이다.
사실 이신도 은근히 그런 기회를 노렸는데, 아쉽게도 리처드 1세는 어리석지 않았다.
‘용맹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그렇지, 판단력도 나쁘지 않군.’
언제 싸워야 하고 싸우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본능처럼 정확했다.
‘준비해 온 전략도 좋았고.’
휴먼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온 전략이었다.
시작부터 공세를 펼쳐 휴먼이 본진에 틀어박혀 방어하게 만든다.
그 틈을 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빨리 구축해 마력 우위를 확보.
그리고 휴먼이 본진에서 나올 때 일거에 들이쳐서 마력석 채집장 구축에 실패하게 만든다.
이신은 그 전략을 짐작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다.
불운도 따랐다.
화살탑 2채가 완성되었더라면 계산상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산에서 벗어나게 만든 것 또한 리처드 1세의 실력이라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타이밍에 공격을 시도했고, 검을 투척하는 기막힌 묘기로 화살탑을 짓는 노예를 잇달아 죽였다.
심지어 이신이 빙의한 콜럼버스까지도 죽이는 데 성공해서 치유 능력을 봉쇄했다.
운이 나빴다면 나쁜 거지만, 그만큼 리처드 1세가 실력자라는 뜻도 된다.
‘거기다가 오크 전사 사도가 셋이나 되었군.’
그랬다.
리처드 1세는 사도 5인 중 3인이 오크 전사였다.
덕분에 빙의한 오크 전사 사도가 죽을 때마다 다른 사도의 육체로 옮겨가며 계속 싸웠다.
‘오크 전사 사도가 셋이나 된다니, 확실히 초반의 전투에 최적화됐다.’
이신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면 중후반에도 그만큼 잘 싸우는지 한번 볼까?’
그 뒤로 이신은 끈질기게 리처드 1세의 공세를 견뎌내며 싸움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살펴보고 싶은 건 리처드 1세가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잘 유지하나였다.
열기구를 동원해서 쓸모없어진 석궁병, 장창병, 방패병으로 드롭 작전을 수시로 시도했다.
그렇게 리처드 1세의 후방을 끊임없이 교란시키면서 투석기와 기사단을 꾸준히 확보해 한 방 싸움을 위한 전력을 축적했다.
만약에 리처드 1세가 운영에 미숙함을 보인다면, 이신은 삽시간에 파고들어서 역전을 이뤄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처드 1세는 그러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열기구를 쓴 드롭 작전도 그럭저럭 잘 막아낸다.
병력이 모일 때마다 수시로 공격을 퍼부어서 소모전을 해주었다.
소모전이 빈번할수록 마력 채집량이 적은 이신이 힘들어진다는 걸 잘 아는 판단이었다.
물론 이신은 끊임없이 함정을 파서 리처드 1세를 유혹했다.
싸우기 유리한 지형에 병력을 포진시키고 리처드 1세에게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한 번 크게 잘못 싸워서 병력을 탕진시키게끔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제대로 걸리면 역전을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 걸리는군.’
이신은 대략 리처드 1세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싸움에 굉장히 강한 타입이다.
유리한 싸움과 불리한 싸움을 잘 분별하며, 잘잘한 디테일에 약하지만 굵직한 공격으로 성과를 얻어내는 지휘관이었다.
약점은 디펜스.
원숭환이나 발터 모델 같은 방어에 능한 지휘관과 비교해볼 때, 디펜스가 촘촘하지 못하다.
공격 받으면 곧장 대응하긴 하는데, 일단 찌를 곳은 많았던 것이다.
‘대략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지 알겠다.’
전황은 불리해져갔지만, 이신은 침착하게 다음 대결의 전략을 수립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께서 마력 3만을 획득하셨습니다.]이로서 마계에서 2패를 기록하게 된 이신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지난 전적을 통틀어보면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승률이었다.
이신은 그레모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그레모리는 리처드 1세에게 말했다.
“소원을 말하라.”
자신을 이긴 인간에게 한차례 소원을 들어준다.
규칙에 따라 그녀는 리처드 1세의 소원을 들어줄 의무가 있었다.
이신에게는 시간이 없으니 후딱 절차를 마치고 다음 서열전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마력이오.”
리처드 1세는 당당히 요구했다.
그레모리는 자신의 마력 총량의 1%를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14,290마력이 리처드 1세에게 전이되었다.
그러자 서열의 변동이 이루어졌다.
[마력 총량 1,41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24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42만 8천으로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께서 서열 23위가 되셨습니다.]의기양양해진 리처드 1세는 이신에게 다가가 말했다.
“실력이 제법이더군.”
“……?”
“불리한 상황에서 날 상대로 그 정도까지 싸웠으니 칭찬해야지.”
그 말에 이신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치 하수를 칭찬하는 듯한 태도였다.
리처드 1세가 자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칭찬 감사하지만,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습니다.”
“오? 그래서 이제 보여주겠다는 건가?”
리처드 1세가 다시 붙어보겠냐고 도발을 해왔다.
이신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핫, 나야 환영이지.”
리처드 1세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레모리가 글라샬라볼라스에게 도전의 의사를 밝혔다.
근소한 차이로 서열이 더 높은 입장이 된 글라샬라볼라스는 도전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었다.
-도전을 피할 수 없지. 잠시 내 계약자와 상의하겠다.
글라샬라볼라스는 리처드 1세와 뭐라고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차단되어 있어 대화는 안 들렸지만, 표정만 봐도 리처드 1세는 자신감이 대단한 듯이 보였다.
그레모리가 이신에게 다가와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계약자 리처드는 어땠나요?”
“제법이었습니다. 운영이 서툰 모습도 없었고, 무엇보다 전투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맞아요. 관전하는 입장에서 봐도 위험한 전투는 피하는 모습이었어요. 카이저가 여러 번 미끼를 던져 유인했었죠?”
“그렇습니다.”
그레모리도 이신의 서열전을 하도 많아 봐서 형세를 잘 알아보았다.
이신이 일부러 허점을 보여주면서 유혹했지만, 리처드 1세는 이신이 이미 유리한 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서 들어가면 병력을 송두리째 잃는다는 걸 잘 판단했다.
용맹 하나만 가지고 서열 20위권에서 노는 게 아니라는 증거였다.
“패배의 리스크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서 도전하는 건 어떨까요?”
그레모리가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전 그것 때문에 조급해하는 게 아닙니다. 이길 방책이 없었더라면 설령 제가 급한 상황이더라도 무리하지 않았을 겁니다.”
“알겠어요. 카이저를 믿어야죠. 하지만 이번에도 진다면 준비해서 재도전을 노리기로 해요.”
“알겠습니다.”
이신도 2연패나 당하면 또 싸우겠다고 떼를 쓸 생각이 없었다.
준비 안 된 상황에서 당한 1패는 용납하지만, 또다시 패배를 당하면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현실세계에서 그는 무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가 생생히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졌을 게 아닌가.
‘빨리 승리해야 수습이 되겠군.’
금방 일어나면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이윽고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가 입을 열었다.
-제 2 전장 블루레인에서 도전을 받도록 하겠다. 마력은 5만 어떠한가?
그레모리가 흠칫했다.
최대치인 5만.
확실히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 담긴 배팅이었다.
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레모리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승낙했다.
“받아들이겠다.”
-후후, 재미있는 서열전이 되겠군.
글라샬라볼라스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제2 전장 블루레인을 고른 까닭은 단순했다.
시작 지점이 두 곳밖에 없었다.
즉, 정찰을 하지 않아도 상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
건물을 숨겨 지을 수 있는 으슥한 지역도 많다.
방금 서열전에서 시도했던 초반 올인 전략을 시도하기 더없이 적합한 것이다.
‘예상했다.’
이신은 이미 리처드 1세가 제2 전장 블루레인을 고를 거라고 짐작했다.
블루레인에서 쓸 전략까지 다 구상해 놓은 뒤니 더없이 좋았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계약자 리처드님께서 참전합니다.]2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이신은 본진 출입구를 식량창고와 병영으로 틀어막아 버렸다.
리처드 1세의 초반 기습 전략을 사전에 봉쇄해 버린 것.
물론 리처드 1세는 이제 이신이 본진에서 나오지 못하게 봉쇄하는 전략을 펼칠 터.
이에 대응하는 이신의 타개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로흐샨.”
“예, 주군!”
“실력은 녹슬지 않았겠지?”
로흐샨은 씨익 웃었다.
“곧 확인시켜드리겠습니다.”
지상이 막혀 있으면 하늘로 뻗어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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