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사자심왕(4)
‘전 대결보다 더 완벽하다.’
리처드 1세는 자신감을 가졌다.
지난 대결은 시작부터 적에게 정찰을 당해서 출발이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끝내 이겼기에 자신감을 얻은 리처드 1세였다.
이번에는 훨씬 더 순조로우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역시나 휴먼은 약해서 못 쓰지.’
리처드 1세 역시 처음에 관심을 가졌던 종족은 휴먼이었다.
같은 인간에 더 호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휴먼의 나약함에 실망을 느끼고 오크로 종족을 정하게 되었다.
강력함.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과 공격성.
강인한 오크야말로 리처드 1세의 성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종족이었다.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휴먼의 타고난 약점은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상대가 나라면 말이지.’
휴먼이 가장 약하고, 오크가 가장 강할 때가 맞물리는 타이밍을 리처드 1세는 발견한 것이었다.
‘좋다. 이 전략이라면 설령 나폴레옹이 상대라도 자신 있다.’
리처드 1세는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의 계약자가 된 후로 오랫동안 20위권의 중간 지점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각오는 했었다.
수없이 많은 시대의 영웅들이 경쟁자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했던 리처드 1세로서는 쇼크이기도 했다.
20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다가 바로 위인 23위에 안착한 악마군주 그레모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녀의 계약자 이신은 72악마군주에서 엄청난 실력을 떨쳤다고 했다.
그 알렉산드로스를 격파하는 데도 큰 공을 세웠으며, 나폴레옹조차 장차 자신의 적수가 될 거라고 인정했다.
리처드 1세는 결코 이신을 우습게보아서 도전을 결정한 게 아니었다.
‘너를 꺾는다면, 내가 한계를 뛰어넘고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결은 바로 리처드 1세의 도전정신과 향상심에 의한 것이었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신을 꺾고 다시 상승세를 타겠다는 의지였다.
전황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이신이 본진 출입구를 건물로 틀어막은 것을 확인하고는, 즉각 앞마당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했다.
‘마력 확보보다는 기술 발전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겠지.’
전 판과 동일했다.
이신이 최우선으로 확보하려는 건 투석기일 터였다.
‘그렇다면 나도 이번에는 좀 더 고급 병과로 상대해주지.’
리처드 1세는 오크 전사의 숫자를 조절하고 기술 발전에 더 투자했다.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일정 타이밍이 지났음에도 이신은 본진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크 전사 몇을 보내 이신의 앞마당에서 얼씬거려 보았다.
그럼에도 본진 안으로부터 투석기가 쏘는 바위가 날아오지 않았다.
‘투석기를 마련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투석기의 존재를 숨기고 내 공격을 유도하는 건가?’
적어도 투석기가 3기 이상은 있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럼에도 본진 안에만 틀어박힌 채 잠잠한 이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 공격을 유도해서 함정에 빠뜨리려는 행동은 전 대결에서 많이 보았다.’
역전을 위해 끊임없이 미끼를 던졌던 이신의 행동이 리처드 1세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리처드 1세는 신중하게 나가기로 했다.
‘본진에 틀어박혀 있겠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라. 나는 확장을 더 할 테니까.’
리처드 1세는 본진과 앞마당에 이어 다른 지역에 추가로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의 본진 위치는 1시.
이신은 대각선 방향인 7시였다.
리처드 1세는 가까운 3시 지역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위해 오크 노예를 보냈다.
그런데…….
슈슈슉―!
하늘에서 떨어진 볼트 6발이 모조리 오크 노예의 가슴에 적중했다.
오크 노예는 즉사.
오크 노예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죽었지만, 리처드 1세는 비로소 이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깨달았다.
‘그리핀이군!’
적어도 3마리 이상의 그리핀을 소환했다.
거기에 석궁병 6명을 태워서 급습한 것.
‘공중에서 교란을 시키겠다는 뜻이냐? 간지러울 뿐이다!’
리처드 1세는 오크궁기병을 집중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신이 그리핀 편대로 기습 전법을 쓰려 하니, 그 대항마로 오크궁기병만 한 병과가 없었다.
리처드 1세는 그리핀 편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봤자 직접 공격하는 것은 그리핀에 올라탄 석궁병.
공격력 자체는 별것 아니므로, 귀찮기만 할 뿐, 자신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이었으나, 리처드 1세는 이신이 어떤 상대인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슈슈슉―!
그리핀 편대는 과감하게 오크궁기병들에게도 기습을 시도했다.
U턴 샷!
“취이익!”
오크궁기병이나 석궁병이나 사거리는 비슷했다.
사거리가 같으면 공중에서 공격하는 쪽이 유리했다.
뿐만 아니라 아슬아슬한 사거리에서 일제히 6발의 볼트를 쏘고 동시에 U턴하며 물러나 버리는 그리핀 편대의 스킬은 리처드 1세로서는 생소했다.
신들린 로흐샨의 활솜씨가 크게 한 몫 했다.
[로흐샨(휴먼, 궁병)능력: 유도 사격(가까운 아군 궁병·석궁병 5인과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 5초에 1회씩 사용 가능합니다.)]
로흐샨이 명중시킨 지점에 다른 석궁병이 쏜 5발도 같이 적중된다.
즉, 로흐샨이 빗 맞추면 다른 5발도 빗나간다는 뜻.
그럼에도 로흐샨은 한 번도 목표물을 명중시키지 못하는 법이 없었다.
거기다가 그리핀 편대를 운용하는 이신의 지휘력도 탁월했다.
리처드 1세의 오크궁기병들이 조를 짜서 커다란 그물을 치듯이 지역 방어를 했다.
그런데도 그리핀 편대는 이신의 지휘에 의하여 그 방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허점을 공략했다.
사실 블루레인은 여러 가지 복잡한 지형지물이 있어 비행 전력이 활약하기 유리한 면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신은 이 전장에서 그리핀 편대가 활약할 수 있는 견제 포인트를 수없이 많이 파악해 두었다.
그리핀 편대의 U턴 샷은 최상위 서열로 올라가기 위한 이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
이곳을 전장으로 고른 것은 리처드 1세의 명백한 실수였다.
곳곳에서 그리핀 편대가 활약했다.
“취이익!”
마력석 채집장을 추가로 건설하려던 오크 노예가 번번이 그리핀 편대에 의해 추살됐다.
리처드 1세는 귀신 같이 활약하는 그리핀 편대 때문에 추가로 확장을 하려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리핀 편대는 곳곳에서 나타나 오크궁기병마저 야금야금 사살했다.
본진과 앞마당에서 마력을 채집하고 있는 리처드 1세.
본진에 틀어박혀 있는 이신보다 분명 마력 채집량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리핀 편대가 야금야금 갉아먹는 피해에 의하여, 양측의 전력은 서로 비등한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이런 수법이 있었다니!’
리처드 1세는 그리핀 편대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일방적으로 수비하게 된 입장은 사자심왕이라 불린 리처드 1세의 성미가 안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1기씩 전력이 불어나는 그리핀 편대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었다.
그리핀 편대의 후방 교란에 의해 리처드 1세는 쉽사리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고 병력이 묶여버렸다.
그 틈을 타서, 마침내 이신이 본진에서 나왔다.
본진 출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자기 건물을 스스로 부숴버리고 앞마당으로 나온 것이다.
‘이제야 나왔느냐!’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리처드 1세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이신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저걸 취소시켜 버리면 다시 내가 승기를 잡는다.’
그리핀 편대의 활약이 골치 아프긴 했지만, 한곳에 모여서 한바탕 겨루는 회전(會戰)에서 유리한 쪽은 여전히 리처드 1세였다.
그리핀 편대의 강점은 기습과 교란이지 정면 승부가 아니니까.
‘간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리처드 1세는 돌연 전 병력을 일으켜 이신의 진영을 향해 번개처럼 진군했다.
한 번에 들이쳐서 이신의 앞마당을 부수고 승기를 거머쥔다!
시종일관 자신이 준비한 전략 콘셉트를 유지하고 뚜렷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리처드 1세의 지휘관적 역량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가 자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 공격이 이신이 끈질긴 견제로 약 올린 결과라는 것.
승부를 보기로 한 리처드 1세의 이 결단이, e스포츠 용어로 ‘발끈 러시’라 불린다는 것.
전쟁의 주도권을 쥔 쪽은 여전히 리처드 1세였다.
그리핀 편대의 활약이 대단했어도, 결국 이를 침착하게 방어하며 확장과 대군 확보를 위주로 천천히 운영했어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말리게 만든 이신의 집요함이 리처드 1세로 하여금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를 참혹했다.
“쳐라!”
“놈들은 독 안에 든 쥐다!”
“죽여!”
“취이익!”
리처드 1세의 병력이 앞마당에 들이닥쳤을 때, 삼면에서 이신의 병력이 에워쌌다.
앞마당을 지키는 방패병·장창병·석궁병 부대.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돌아온 그리핀 편대가 집요하게 U턴 샷을 펼치며 오크궁기병의 숫자를 야금야금 1기씩 줄여나갔다.
무엇보다도 다른 한 방향에서는 열기구 1척이 유유히 다가왔다.
열기구에서 마법사들이 내렸고, 이신 특유의 컨트롤에 의해 삽시간에 앞마당이 불바다를 이루었다.
화르르르르륵!
화르르륵!
가상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종하여 파이어 스톰을 난사시키는 이신의 컨트롤!
“취이이익!”
“취이익!”
오크 대군이 처참하게 몰살당했다.
리처드 1세가 어떻게 활약해 볼 틈도 없는 대패였다.
‘이, 이럴 수가?!’
망연자실한 리처드 1세.
이신은 여세를 몰아 질풍처럼 진격했다.
삽시간에 리처드 1세의 앞마당까지 접근하여서 공격을 퍼부었다.
‘투석기가 없다니. 그리핀과 마법사만 준비했구나.’
약한 휴먼이 부족한 지상전 전력을 보완하는 병기가 바로 투석기였다.
그런데 이신은 투석기를 포기하고, 오직 그리핀 편대와 마법사만 준비했다.
‘그리핀 편대로 괴롭히고, 공격해 오면 마법사로 한 번에 몰살시키는 계략이었구나.’
마법사가 한 치의 실수라도 했다가는 이신이 리처드 1세의 맹공에 맥없이 꺾이는 그림이었다.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이 빗나가는 바람에 대패한 휴먼을 한두 번 본 리처드 1세가 아니었다.
이신은 그런 극단적인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싸움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런 아슬아슬한 싸움에 자신이 있었구나.’
리처드 1세는 앞마당에 이어 본진까지 타격 받자 그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저 모략에 능한 자라 여겼는데, 그런 용기까지 있었나.’
리처드 1세는 자신이 이신이라는 인물을 너무 몰랐음을 인정했다.
그는 군인이었다.
아주 뛰어난 명장이었다.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의 계약자 리처드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46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23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37만 8천으로 악마군주 글라샬라볼라스님께서 서열 24위가 되셨습니다.]1승 1패.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패배의 리스크를 승리로 단번에 만회해 버린 이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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