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5
435화 대승(2)
3번째 대결은 피로스가 패닉에 빠진 채로 시작되었다.
그래도 피로스는 아직 남아 있는 이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엘프 어쌔신을 통한 기습 작전을 시도했다.
평범한 정면 승부로 이길 수 없다는 게 2연패로 증명되었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신에게 간파당했다.
이미 한 번 읽히기 시작한 피로스의 심리는 이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엘프 어쌔신 기습 작전이 허망하게 막혀 버리자 피로스는 패배를 선언했다.
[악마군주 비네님의 계약자 피로스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1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64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19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637,061로 악마군주 비네님께서 서열 20위가 되셨습니다.]그나마 악마군주 비네는 마지막 배팅으로 최소치인 1만 마력만 걸었기 때문에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계약자가 정신적으로 자신감에 큰 타격을 입은 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손해였다.
“병력을 일일이 조종한 거냐?”
피로스가 나직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훈련.”
단순 경쾌한 해답이었다.
“그래, 훈련을 하면 되긴 되는 건가.”
피로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신으로서는 아쉽게도, 그는 더 싸워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피로스가 오기가 치밀어 싸우려 들어도 악마군주 비네가 통제했을 터였다.
악마군주 비네는 비교적 냉정하게 자기 계약자를 상태를 보며 배팅했으니까.
-우리는 이만.
비네는 피로스를 데리고 먼저 사라져 버렸다.
그레모리는 무척 밝은 얼굴로 이신에게 다가왔다.
“대단해요. 10위권이라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의외로 싸움이 쉽게 풀렸습니다.”
“의외인가요? 카이저는 늘 서열전에서 승리하고서는 어렵지 않았다고 하셨잖아요.”
“첫 번째 대결에서 승부가 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뒤로 피로스는 제게 말려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지요.”
“어머, 그런가요?”
“피로스는 두 번째 대결에서 즉각 다른 패턴의 전략을 시도해서 반격했어야 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이나 시도했기 때문에 쉽게 제 의도대로 말려들었죠.”
세 번째 대결에서 부랴부랴 꺼내든 전략이 엘프 어쌔신 기습 작전.
차라리 그걸 두 번째 대결에서 썼어야 했다.
궁지에 몰렸을 때 방도가 없어 부랴부랴 꺼내들면 다전제의 황제인 이신이 못 알아챌 리가 없다.
‘너무 안일했다는 게 크지.’
피로스는 자신의 탁월한 전투 능력 탓에 다양한 패턴의 전략을 갈고 닦지 않았다.
이신이라면 엘프의 특성을 활용하여서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 골고루 구사했을 터였다.
‘엘프 가드를 먼저 소환하는 빌드 오더도 나쁘지 않았겠군.’
원거리 병과의 컨트롤 싸움에서 밀렸다면, 차라리 그런 식의 변칙 패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엘프 가드를 엘프 어쌔신으로 업그레이드시켜서 전략 승부를 걸거나, 테크 트리를 더 올려서 정령을 소환하는 체제로 갈 수도…….’
이신은 직업병처럼 한동안 엘프에 대한 고찰에 빠졌다.
“호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방해되면 저 먼저 떠날까요?”
그레모리의 말에 그제야 이신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닙니다. 저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일단 목적대로 19위로 진입했으니 이만 현실 세계로 돌아가 봐야 할 듯했다.
‘슬슬 1위가 보이기 시작하는군.’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적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마주치는 계약자들 중에는 비스마르크, 원숭환, 발터 모델, 한신 등 축제에서 봤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을 이기고 올라가면 마침내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 등 별들이 대결을 벌이는 전장에 도달한다.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야겠군.’
마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다시 게임 생각이 나는 이신.
현실과 마계를 반복하는 일상이 이신에게는 여러 가지로 기분 전환이 되고 있었다.
* * *
이른 아침, 이신은 SC스타즈의 연습실에 출근했다.
한동안 게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일찌감치 출근했는데, 의외로 이른 시간임에도 이신보다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지우펑인가?’
누구보다도 먼저 와서 훈련에 매진하는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지우펑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신보다 먼저 출근한 장본인은 리우였다.
‘그 리우가?’
2군과 연습생까지 통틀어서 가장 게으른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리우가 지목된다.
그런 리우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곧 프로리그가 시작되는군. 그래서 그런가?’
아무리 불성실해도 역시 지난해 신인왕답게 나름대로 자기관리는 철저한 모양이었다.
-탕! 타앙!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나는 사운드가 퍽 이질적이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 나는 효과음 중 이신이 못 들어본 게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리우는 FPS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일찍 왔네?”
리우는 게임에 열중하면서 쾌활하게 인사했다.
“연습 안 할 거면 뭐 하러 일찍 와?”
“당연히 다른 게임하려고 일찍 왔지. 훈련 시간 때는 못하잖아.”
대신 정규 훈련 시간 때는 뻔질나게 휴게실을 드나들며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리우였다.
“복잡한 게임은 딱 질색이거든.”
이신은 혀를 차고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연습을 준비하는데, 계속해서 들리는 총성이 거슬렸다.
“이어폰 끼고 하지?”
“아 미안.”
그제야 리우는 이어폰을 꺼내 세팅했다.
“이어폰은 귀 아파서 질색이거든.”
‘잘도 프로게이머가 됐군.’
복잡한 게임도 싫어하고 이어폰도 질색인데 프로게이머가 된 게 용했다.
저런 모습을 본다면 아직 빛을 못 본 2군 선수나 연습생, 그리고 주전경쟁에서 밀린 1군 선수는 복장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결국 선수에게 필요한 건 8할이 재능.
심지어 노력도 재능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마당에, 이 업계는 타고난 자질에 의해 너무 크게 좌우되는 세계였다.
리우는 피지컬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의외로 리우는 축구 선수 출신이었다고 한다.
부상으로 관두기 전까지 골키퍼를 했다고 하는데, 그 덕인지 장기전이 되어도 후반에도 APM이 떨어지지 않고 반응 속도가 좋았다.
물론 본인이 멋대로 지껄인 말이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건장한 체격을 보면 아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평생치의 노력을 축구에 다 썼다느니 하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놈인데, 그렇게 뺀질거리면서도 플레이 하나는 탁월했다.
이신은 온라인 모드로 접속했다.
‘오늘도 있군.’
언제나처럼 S등급 랭킹 1위에 빛나는 아이디가 있었다.
[Kaiser2018]Kaiser2018은 이미 살아 있는 괴담이 되었다.
세계 각국 서버를 골고루 순회하며 프로들이 즐비한 최고 랭킹을 정복해버리고 있었다.
SC코퍼레이션에서 인공지능을 만든 거라는 가설도 있지만, 가장 유력한 추측은 이신이 서브 계정으로 연습을 하는 거라는 이야기였다.
워낙에 플레이가 과거의 이신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똑같을 수는 없다고 정밀 분석한 전문가도 말할 정도였다.
이런 추측에 편승한 건지, SC코퍼레이션에서는 아예 Kaiser2018의 출현 시각을 중국에 있는 이신에게 맞췄다.
이신이 잠자고 식사하는 시간에는 Kaiser2018도 나타나지 않았다.
진상을 아는 이신으로서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마이클 코렛 사장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Kaiser2018: 2/3?
인공지능이 먼저 말을 건넸다.
마침 손 풀기 상대가 필요했던 이신은 쾌히 승낙했다.
이신은 신족과 괴물을 고루 골라서 Kaiser2018의 인류를 상대로 대전을 펼쳤다.
이신이 괴물을 골랐을 때는 그야말로 Kaiser2018의 쇼 타임이었다.
기가 막힌 전성기 시절 이신의 보병 컨트롤을 펼치면서 괴물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다.
촉수충들이 연탄구멍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곳에 냅다 덤벼드는 보병들을 보면 기차 찰 정도였다.
디펜시브 실드에 걸린 보병이 단독 돌격해서 촉수충들의 공격을 홀로 받아내고, 그 틈에 뒤따르는 보병들이 돌격해 난사를 했다.
“아 젠장! 그러면 안 되지!”
이신이 한 말이 아니었다.
어느새 리우가 등 뒤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촉수충도 컨트롤 안 해주면 그렇게 당해 버린다고!”
상대가 Kaiser2018이라는 걸 아니 흥미가 생겼는지 뒤에서 응원하는 리우였다.
이신은 부지런히 괴물주술사를 컨트롤해 흑안개를 펼치며 디펜스를 했지만, 계속 여기저기 들쑤셔오는 공세를 막지 못하고 GG를 쳤다.
그러나 이신이 신족을 골랐을 때는 양상이 달라졌다.
의외로 전성기 시절 이신의 천적은 바로 현재 이신의 신족이었다.
거신병기로 무빙을 당기며 지뢰를 제거하고 고속전차의 침투를 블로킹했다.
‘생각보다 감이 안 죽었군.’
컨트롤이 원하던 대로 정밀하게 되는 기분이라 이신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다고 여겨졌다.
마계를 다녀온 후유증이 생각보다 없었다.
끝내 신족으로 승리를 거두자, Kaiser2018은 계속 한 번 더 하자고 요청했다.
자기가 졌을 때는 끊임없이 다시 하자고 요구하는 게, 승부욕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판을 하고 나니 금세 정규 훈련 시간이 되었다.
웬일인지 박영호는 오늘따라 지각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 몰라. 나 지금 컨디션 안 좋아.”
“왜?”
“손목이 좀 지끈거려.”
박영호는 표정이 정말로 안 좋아 보였다. 오른쪽 손목을 연신 매만지고 있는 게 정말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신도 표정이 변했다.
‘부상인가?’
그럴 만도 했다.
박영호는 워낙에 손이 빨랐다. 손이 많이 가는 플레이도 즐긴다. 거기다가 연습량도 엄청나다.
생각해 보면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였다.
“어디 봐봐.”
“보면 뭘 알아? 형 명의임?”
“시끄럽고 봐보라고.”
이신은 박영호의 오른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아아!!”
“이러면 아파?”
“존나 아파! 아아! 좀 놓고… 잉?”
기겁을 하며 엄살을 부리던 박영호는 문득 표정이 애매해졌다.
“얼레?”
“엄살 피우지 말고 연습이나 해.”
“어어?”
박영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갑자기 손목이 안 아팠다.
“갑자기 이게 왜 안 아프지? 나 이것 때문에 파스 붙이고 뭐 하느라 지각한 거란 말이야.”
“꾀병이겠지.”
“아 진짜라니까!”
박영호는 결국 팀 코칭스텝과 손짓발짓으로 얘기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정밀 검사를 해도 멀쩡할 거라고 이신은 100%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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