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각성(1)
최종 승리한 인류 팀의 저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보통 역할 분담을 하면 가장 유리한 건 신족이었을 텐데?”
“신족 맞지. 구성원의 실력이 연습생 이상이면 신족이 가장 유리해.”
코치들은 결과에 놀라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전에 실험한 결과, 그들은 신족의 우세를 예상했다.
신족은 병력 물량을 모아 크게 전투를 벌이는 플레이를 한다.
그 큰 전투에서 구성원이 모든 유닛을 분담해서 컨트롤하니, 자리 잡고 싸우는 인류나 물량 회전으로 소모전을 벌이는 괴물보다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게다가 마법 유닛도 멀티태스킹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게 되니 역할 분담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것이다.
신족 팀이 이길 테니 팀 내에서 가장 노력하는 지우펑에게 휴식이나 주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코치들은 당혹해하며 인류 팀을 바라보았다.
경이가 담긴 그들의 시선은 이신을 향하고 있었다.
“오더의 승리군.”
왕춘 감독이 평했다.
“지시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해. 이 정도로 상세한 지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렸어.”
게임 내내 이신의 입은 쉬지 않았다.
손은 여덟 개였으되, 플레이는 이신 한 사람이 했다.
중국어 어휘력에 놀랄 정도.
중국인도 그렇게는 못 할 정도로 대단히 상세한 지시를 속사포로 내렸으니 말이다.
“1초도 놓치지 않고 구술(口述)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플레이를 논리정연하게 이해했다는 뜻이다.”
“그걸 두고 통달(通達)했다고 하는 거겠죠.”
이신이 이끄는 인류 팀은 총 4번을 싸워서 전승을 기록했다. 오더를 내린 이신을 경외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대가(大家)라 불러야 할 듯 싶었다.
어쨌든 이신을 비롯한 팀의 모든 인류 선수들은 1박 2일의 휴가를 떠났고, 꼴찌인 괴물 팀은 장장 60시간의 연습실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신은 팀원들과 함께 북경 관광을 다니며 어울렸다.
세계 최고의 스타인 이신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도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이것저것 질문에 대해 쾌히 답해주면서 이신 또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선수 생활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나 똑같군.’
젊은 나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선수 생활 후 진로에 대한 고민.
한국보다 더 훌륭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나이 어린 선수들의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이신은 자신의 선수 생활 경험을 많이 들려주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중국 쪽 사정을 듣기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 괴물 팀은 지옥의 60시간 훈련이 시작되었다.
프로리그 시즌이 이제 시작되었고 경기에 앞서 컨디션 조절도 필요하므로 말만 60시간이지 조금은 봐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런 건 없었다.
왕춘 감독은 오히려 본인까지 남아서 선수들과 함께 60시간을 채우기로 하여서 선수들은 더욱 경악스럽게 만들었다.
특히나 리우는 왕춘 감독까지 함께 연습실에 남기로 하자 완전히 울상이 되었다.
감독이 보고 있으니 다른 게임을 하며 딴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프로리그가 시작된 마당에 60시간 벌칙과 1박 2일 휴가는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왕춘 감독으로서는 아직 시작일 때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팀의 숙제가 있었다.
한국에서 데려온 두 외국인 선수와 팀의 화합.
그리고 첫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리우.
특히나 후자!
게으르고 뺀질거리는 리우에게 60시간 특훈을 시킬 기회는 많지 않았다.
약속은 약속이었으므로 리우도 달아날 궁리를 할 수 없었고, 왕춘 감독은 함께 남아 리우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이틀 뒤, 프로리그 두 번째 경기가 있었다.
40시간 가까이 연습실에 죽치고 있던 괴물 선수들은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 상태!
왕춘 감독이 제안했다.
“괴물을 한 명 2세트에 투입할 생각인데, 이기면 나머지 시간을 면제해 주지.”
누가 경기에 출전할지 선수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었다.
그 제안에 괴물 선수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리우냐 박영호냐를 의논했는데, 결국 박영호가 나섰다.
“누가 나와도 기필코 때려잡는다. 나만 믿고 있어!”
2년 연속 은메달에 빛나는 박영호가 큰소리를 뻥뻥 쳤다.
스마트폰 번역기 어플을 들고 말도 안 되는 중국어를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선수들도 웃었다.
“제발 이겨줘!”
“천하의 러너인데 이기겠지.”
“인간적으로 60시간은 미친 짓이다.”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출전을 예고한 박영호는 확실히 팀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한편, 왕춘 감독은 리우 대신 1군 인류 선수를 더 출전시켜 보기로 했다.
역할 분담 게임의 뜻밖의 효과로, 이신의 오더를 받아본 인류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된 것이다.
한 번 이신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 본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다들 이신의 영향을 받은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만약 공식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SC스타즈로서는 필승카드 4장뿐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라인업에 변화를 더 줄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두 번째 공식 경기에서 SC스타즈는 또다시 크게 흥행했다.
3-0 완승.
1세트에서 이신 효과를 톡톡히 받은 1군 인류 선수가 상대팀 괴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2세트는 약속대로 박영호가 출전하여서 상대팀 인류를 압도했다.
박영호는 쐐기충 편대로 인류의 진영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는데, 일반 괴물과 궤를 달리 하는 엄청난 쐐기충 컨트롤에 인류의 진영이 쑥대밭이 되었다.
상대팀 인류는 병력이 진출 한 번 못해보고 쐐기충 편대에 휘둘려 본진 수비만 하다가 GG를 선언했다.
3세트는 이신의 차례였다.
3세트에서는 상대팀이 이신을 저격한 감이 없지 않았다.
단단한 디펜스로 이름 난 인류 선수가 상대팀에서 나온 것.
분명히 이신이라면 2기갑이든 1기갑 1항공이든 공격적인 빌드 오더를 들고 나와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설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견제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유리한 국면을 유지하며 장기전.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신이 가장 싫어하는 패턴을 준비한 듯했다.
초반에는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정말로 이신은 1기갑 1항공 빌드로 출발했다.
고속전차와 항공수송선을 활용해 상대 진영에 견제로 큰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였다.
상대 인류는 이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기계보병을 먼저 뽑는 강수를 보였다.
고속전차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기계보병은 지대공 공격력도 좋으므로, 항공수송선도 침투해오지 못하게 잘 방어했다.
수가 막혀 버린 이신은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가난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신의 스타일이 180도 돌변했다.
본래 견제가 막히면,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서 없는 빈틈을 만들어내는 게 이신의 주특기.
상대도 그 점에 주목해서 다 막아내고야 말겠다고 의욕을 다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신은 운영에 집중하면서 장기전을 택했다.
그때부터는 서로 역할이 바뀐 듯한 양상이 펼쳐졌다.
자원적으로 유리한 상대측은 어떻게든 이 유리함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공세를 펼쳤다.
이신은 유리한 지점에 자리를 잡고 버티며 계속 막아냈다.
이신이 너무 잘 버티니, 상대도 생각을 바꿔서 장기전을 택했다.
병력에서 앞서는 점을 최대한 활용, 맵의 6할을 점유한 방어선을 구축.
장기전이 되더라도 더 많은 자원 지역을 점유한 까닭에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상황이 영 안 좋게 흘러가는데요.”
“좋은 페이스로 상황을 끌고 가는군.”
왕춘 감독은 코치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번 고착된 전선(戰線)을 깨부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는 맵의 6할을 점유한 채, 대공포까지 두르며 방어를 점점 탄탄하게 하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결국 이신이 먼저 어떤 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그걸 기다렸다가 막아내고 더 유리해지겠다는 의도였다.
인류 대 인류전에서는 먼저 나서는 쪽이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게 마련이니까.
교과서 같은 공식대로 탄탄하게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운영.
상대팀이 대 이신 전략을 잘 준비해 왔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카이저가 평소와 다른데요. 이럴 때일수록 더 활발하게 공세를 펼쳤어야 정상인데요.”
“카이저치고는 너무 잠잠하긴 하군.”
왕춘 감독도 그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이신의 운영에 의아함을 느꼈다.
수세에 몰린 탓에 압도되어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노리는 게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기 중에서 레이더를 뿌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는데, 이신이 수시로 상대 진영을 훑어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마침 옵서버가 이신의 진영 상황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이신은 전술위성을 3기가 뽑아두었고, 통제사령부 건물 역시 2채나 지어놓았다.
이건 전술위성의 디펜시브 실드를 활용해 돌파를 시도하고, 확장기지 2곳을 한 번에 가져갈 준비였다.
마침내 이신이 움직였다.
잠잠히 있다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 스케일이 엄청났다.
전 지역에서 적과 대치를 하고 있던 이신의 모든 병력이 전선을 포기하고 한 지점에 모여든 것이다.
병력이 총집결함과 동시에 일제히 중앙 돌파에 나섰다.
-파앗! 파앗! 팟! 팟!
선두에 선 기동포탑들이 디펜시브 실드에 걸려 보호되었다.
병력을 집결시키고 중앙 돌파에 나서기까지의 이신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라 상대는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디펜시브 실드를 적절하게 걸어주어서 상대의 포격을 무마시킨 전술위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중앙 돌파 성공!
놀란 상대는 황급히 병력을 일시적으로 뒤로 물리며 재정비한 뒤 다시 반격할 채비를 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에 펼쳐진 이신의 움직임도 너무나 빨랐다.
중앙 돌파 직후, 모여 있던 이신의 병력이 다시 뿔뿔이 나뉘어져서 맵을 크게 가로지르는 전선을 다시 만들어버렸다.
상대가 병력을 물린 틈에 맵의 7할을 점유해 버리는 엄청난 방어선 구축!
게다가 동시에 확장기지 2개를 가져가 버렸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니 맵만 봐도 7할 가량이 이신의 세력이었다.
지금껏 불리했던 이신인데, 단 한 번의 움직임에 갑자기 승부가 뒤집혀버렸다.
필살의 승부수도 아니었고, 그냥 자연스럽게 역전을 만들어 버린 이신.
그를 제외한 모두가 귀신에 홀린 듯한 반응이었다.
‘카이저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움직였다.’
수시로 벌어지는 전투에서 누가 더 이득을 봤네 하는 득실 계산이 아니라, 전쟁의 흐름 자체를 보고 수를 두었다.
평소같은 화려한 컨트롤이나 난전이 아니었는데도, 신의 한 수처럼 그냥 상대의 전선을 붕괴시키고 승리를 가져와 버렸다.
결국 이신은 승리했다.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한 이신의 그날 플레이에 왕춘 감독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날 역할 분담 게임을 통해 성장한 게 어린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던 건가?’
어쩐지 이신이 한 번 더 각성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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