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새로운 전략(2)
11시 통로와 12시 사이의 지점.
이신의 병력은 그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투석기 4기가 재조립되었고, 기사 8기가 투석기들을 호위했다.
질 드 레의 마룡 부대도 합류하여서 참여.
그만한 규모의 병력이 그 위치에 모여들자 발터 모델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발터 모델은 이신의 열기구가 비스마르크의 진영을 포기하고 자신의 진영 쪽으로 날아오자 병력 일부를 회군시켜서 본진 수비를 시킨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신은 열기구에 태웠던 병력을 엉뚱한 곳에 내렸고, 절묘한 위치에서 자리를 잡아버렸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봉쇄당하는 바람에 본진 수비를 위해 복귀시킨 병력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린 기막힌 상황!
그야말로 ‘알 박기’가 제대로 들어간 셈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이신이 그런 발터 모델의 곤란한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발터 모델의 병력 일부가 본진에 발이 묶였다.
이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 병력 모아. 9시를 장악한다.
-예!
질 드 레의 진영에서 새로운 마물들이 출현했다.
마정을 먹어 헬하운드에서 진화한 켈베로스였다.
물론 켈베로스는 소수였고 다수는 헬하운드였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이신도 전선을 유지할 최소 병력만 남겨놓고, 나머지 가용 병력을 전부 동원했다.
-공격.
-예!
두 사람의 군세가 일제히 9시로 달렸다.
9시 부근에도 대포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퍼퍼펑-!!
“키엑!!”
“케엑!”
대포가 불을 뿜자 헬하운드들이 몰살당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헬하운드들이 대포에 맞아 죽는 동안, 가까이 접근한 기사들과 켈베로스가 대포들을 하나둘 부수기 시작했다.
이신의 투석기들도 그 틈에 9시 지역에 이르러 다시 재조립을 시작했다.
비스마르크가 추가로 소환된 대포를 계속 보내 맞섰지만, 발터 모델은 출입로가 봉쇄되어 있어서 지원을 보내줄 수 없었다.
‘강행 돌파하는 게 나았을 텐데, 실수를 했군.’
이신은 발터 모델의 실책을 바로 알아보았다.
발터 모델도 계속 추가 병력을 소환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었다.
이신이 열기구로 침투시킨 투석기 4기가 밖으로 나가는 출입로를 향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투석기뿐만이 아니었다.
기사단과 마룡 부대가 투석기를 보좌하고 있는 절묘한 병력 구성.
이걸 강행돌파하려면 더 큰 피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이 돌격하고 투석기 4기가 바위를 쏘고 마룡들이 하늘에서 덮치는 3연타가 펼쳐질 텐데 당연했다.
하지만 손실을 보더라도 차라리 강행돌파를 택하는 게 나았다.
저렇게 눈엣가시처럼 알 박기를 하고 있는 적을 놔두면 더 큰 화근이 되기 때문이다.
-발터 모델은 아직 움직임이 없군요. 혹시 폭격기를 모으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질 드 레가 추측했다.
이신은 그런 질 드 레의 성장한 판단력에 만족감을 느꼈다.
-맞아. 손실 없이 12시의 병력을 걷어내고 싶었겠지. 빼앗긴 9시는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
하지만 이신이 노리는 건 9시가 아니었다.
‘끝내주마.’
화근을 미리 제거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 참이었다.
질 드 레가 계속 헬하운드를 대량으로 투입하며 9시를 놓고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재조립을 마친 투석기들도 바위를 쏘며 대포와 정면으로 화력전을 벌였다.
결국 9시 지역은 이신의 손에 떨어졌다.
투석기들이 이미 적이 접근 못하게 9시를 지키는 형태로 전선이 새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질 드 레, 너는 전선을 지키고 있어라.
-주군께서는?
-12시로 간다.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난 전장을 종(縱)으로 나눌 것이다.
그 말에 질 드 레가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
-12시까지 전선을 연결할 생각이십니까?
-잘 아는군.
-정말 탁월하십니다. 이런 전략을 언제부터 계획하신 겁니까?
-아까 비스마르크의 본진 침투에 실패했을 때.
비스마르크의 본진이 너무 수비가 잘 되어 있어서 열기구들은 병력을 내리지 못하고 12시로 갔다.
그때 텅 빈 12시를 보고서 섬광처럼 머리를 스친 전략적 그림이었다.
12시 드롭, 이어서 9시 돌파.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선을 12시까지 연결하여서 전장을 동서로 나눠버린다.
발터 모델 측은 남북으로 전장을 나누려고 전선을 구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위에 세로로 선을 쭉 그러버린 셈이었다.
이신이 투석기를 이끌고 12시에 당도하자 그제야 발터 모델은 일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신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투석기가 균일하게 배치되어서 재조립되었다.
12시에 알 박기를 하고 있던 병력과 합류하여서 발터 모델을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적을 분단시켜서 발터 모델과 비스마르크를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9시에 이어 12시까지 점령당한 상황.
남북으로 전장을 양분하려 했던 발터 모델 측의 전선은 무의미해졌다.
발터 모델도 어떤 판단을 내린 것인지, 3시를 경계하는 대포만 남겨놓고 모두 12시로 방향을 돌렸다.
전력을 집중하여서 발터 모델을 밀봉시키고 있는 봉쇄부터 뚫어내겠다는 의도였다.
그대로 놔두면 12시와 9시에 이신 측이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서 막대한 마력을 얻을 게 뻔했기 때문에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런 빠른 결단이 진즉에 나왔어야 했다.’
이신도 다시 새로운 행동에 나섰다.
-헬하운드를 계속 투입해서 전선을 지켜라. 그리고 발터 모델이 폭격기를 다수 동원해서 짜여 있는 판을 다시 흔들려 들 거다.
-화염진을 설치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라.
이미 클로들이 출발하고 있었다. 질 드 레는 이신의 의중을 미리 읽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줄 알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클로들이 12시와 11시 출입로 등 전선의 핵심 지역에 화염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대지, 지대공 공격이 모두 가능한 화염진으로 발터 모델이 준비하는 폭격기에 대항하는 것.
그러는 동안 비스마르크를 노렸다.
바로 열기구 4척!
상대측의 시선이 다른 곳에 쏠려 있을 때, 다시 한 번 열기구를 사용한 드롭 작전을 펼치는 것.
-이번에는 봉쇄를 뚫는 데 정신없어서 본진 수비까지 챙길 여력이 없을 거다.
이신은 열기구에 병력을 잔뜩 태웠다.
대부분이 기사였고, 마법사도 2명 포함되어 있었다.
이윽고 열기구들이 1시를 향해 출발했다.
이것은 마지막 일격이 될 터였다.
열기구가 비스마르크의 앞마당에 출현했다.
일단 열기구 1척에서 기사 4기가 내렸다.
“짓밟아라!”
서영이 포효하며 기사들을 이끌고 드워프 광부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으악!”
“달아나!”
허둥대며 달아나려는 드워프 광부들. 하지만 기사들은 2기씩 나뉘어 양쪽에서 덮쳐 드워프 광부들을 한곳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뒤이어 내린 마법사 1명.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르르륵!!
“끄아아악!”
“인간 놈들!”
“아악! 뜨거워!”
드워프 광부들은 그야말로 효율적으로 학살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다.
앞마당에 이어 본진에도 더 많은 병력이 내린 것이다.
기사들은 주요 건물을 파괴하고 일부는 드워프 광부들을 사냥했다.
아직 마법을 쓰지 않은 마법사 1명은 좌측 절벽 쪽에서 가만히 대기했다.
그곳에 대기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주군, 폭격기가 출현했습니다. 그쪽으로 갈 겁니다.
그랬다.
봉쇄당한 것보다 훨씬 다급한 상황이 닥치자, 발터 모델은 폭격기를 총동원해 비스마르크 구원에 나선 것.
질 드 레가 건설해 놓은 화염진에 얻어맞으면서도 무시하고 지나쳐 1시로 온 폭격기 편대.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그 방면의 절벽 아래에 숨어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였다.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륵!!
폭격기 편대의 한복판에 파이어 스톰이 작렬했다.
격추된 폭격기는 없었지만, 화염에 불타 하나같이 크게 손상이 되었다.
-질 드 레!
-예, 알고 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에 마룡들이 나타나 폭격기들을 덮쳤다.
마법사가 파이어 스톰으로 일격을 먹인 뒤에 바로 마룡들이 나타나 제2격!
이신과 질 드 레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한때 계약자와 사도의 관계였던 두 사람이었다.
질 드 레는 이신이 머릿속으로 전달하는 언어화되지 않은 개념의 명령도 수없이 수행해 왔다. 그래서 이신의 이 순간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마룡들이 폭격기들과 뒤엉켜 처절한 공중전을 펼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비스마르크의 본진은 기사들에 의해 초토화되고 있었다.
이제 비스마르크는 마력을 채집할 드워프 광부도 없었고, 그나마 병력을 소환하는 건물도 파괴되고 있었다.
회생 불능의 타격이었다.
결국…….
[악마군주 보티스님의 계약자 오토 폰 비스마르크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10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2,03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14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781,000으로 악마군주 보티스님께서 서열 17위가 되셨습니다.]명암이 엇갈렸다.
지원자가 참가한 2배 배팅에 최대치 10만!
10만이라는 막대한 마력이 오가자 그레모리는 서열이 한 계단 상승했고, 반대로 보티스는 16위에서 17위로 강등 당했다.
“역시 강하구먼.”
비스마르크는 허탈한 표정이었다.
발터 모델도 똥 씹은 표정으로 질 드 레를 바라보았다.
계약자도 아닌 일개 권속 질 드 레.
이신의 명령대로만 하는 꼭두각시쯤으로 보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늘 서열전에서 보였던 마물의 신속한 움직임을 보면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신의 빠른 판단.
그리고 그 판단을 쫓아올 줄 아는 질 드 레의 기민한 수행력.
질 드 레의 실력이 보잘 것 없었더라면 이렇게 신속한 연계를 펼칠 수 없었을 터였다.
“제법이더군.”
“고맙소.”
질 드 레는 간단히 화답했다.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사실 질 드 레는 승리의 희열에 차올라 있었다.
서열 15위에서 펼쳐진 서열전.
옛날 계약자였던 시절에는 이 15위에서 시작해 끝없이 추락했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지금 대승을 거둔 것.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이게 다 주군 덕분이다.’
이신이라는 위대한 전략가가 부족함을 깨우쳐주고 성장시켜주었다.
이신에 대한 충성을 더더욱 굳건히 맹세하는 질 드 레였다.
이신은 발터 모델을 보며 웃었다.
“곧 다시 보겠군요.”
발터 모델은 쓴웃음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축제 이후, 다시 확인한 이신의 실력은 역시나 무서웠다.
그런 강적이 이제 14위.
12위에 있는 자신의 턱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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