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1
60화 이블 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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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군주 플라우로스의 영토로 돌아가면서, 사나다 마사유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조아생 뮈라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 이거지.’
천하 3군략(軍略)의 1인이라 불렸던 무장 사나다 마사유키도 꺼려하는 상대가 바로 조아생 뮈라였다.
사나다 마사유키(?田昌幸).
풍림화산(風林火山)의 깃발을 걸고 다닌 전국시대 최고의 다이묘 다케다 신겐을 섬기며 그의 전략·전술을 곁에서 보고 익힌 최고의 군략가.
도쿠가와가의 군대를 몇 번이고 격퇴하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두려움을 샀던 그도 조아생 뮈라처럼 상식이 안 통하는 상대는 도리가 없었다.
누가 봐도 불리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귀신같이 승리의 냄새를 맡고 돌격해 오는 조아생 뮈라의 변칙 타이밍은 무서웠다.
하물며 기병대를 지휘하는 그의 실력은 삼국지 시대의 여포를 방불케 하는 명인의 솜씨였다.
‘그런 조아생 뮈라를 꼼짝 못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하게 제압하다니. 보통 군략가가 아니구나.’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조아생 뮈라의 기병 전술처럼, 사나다 마사유키 또한 마물 종족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을 즐기는 타입이었다.
상대의 기동성을 통제·압살하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상대는 좋지 않았다.
찌를 만한 빈틈이 없으면 그의 역습 전술 또한 먹히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일전에 겨뤄본 마키아벨리라는 녀석과는 하늘과 땅 차이구나. 악마군주 그레모리가 심상치 않은 계약자를 얻었어.’
100마력을 지불하고 조아생 뮈라에게 이신과 서열전을 치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나다 마사유키는 그만 감탄해 버렸다. 그야말로 예술이라 칭할 만한 국지전이었다.
일찌감치 진출해 중앙 지역 점거.
양옆 샛길도 건물로 차단.
조아생 뮈라가 샛길을 통해 공격에 나설 때마다, 중앙 지역에 배치된 병력으로 상대 본진을 역습해 되돌아오게 만드는 시간 벌기 전략.
그렇게 번 시간으로 풍부한 마력을 얻고 대규모 병력을 마련.
그리고는 서서히 숨통을 조여 가며 안정적인 마무리!
‘내가 한 수 배웠을 정도였다.’
100마력이 아깝지 않았다.
역시나 역습 전술을 즐겨 쓰는 입장에서 사나다 마사유키는 이신의 물 흐르는 듯한 전략 흐름에 감명이 깊었다.
조아생 뮈라와 1승 1패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신이란 자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사나다 마사유키는 도리어 웃었다. 곧 있을 한판 승부에 설렘을 느꼈다.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제5전장 이블 홀에서 과연 휴먼으로 내 마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 기대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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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이신은 그레모리의 궁전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혹독하게 연습을 했기 때문에 심신을 충분히 회복시킨 뒤에 서열전에 나설 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레모리의 궁전으로 뜻밖의 손님이 방문했다.
“그레모리 님을 뵙습니다!”
조아생 뮈라는 궁전의 주인, 그레모리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가 섬기는 악마군주인 벨리알은 보이지 않았다. 혼자 찾아온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냐? 아직 벨리알은 내게 도전할 만큼의 마력을 갖추지 못했을 터인데.”
“하핫, 그레모리 님의 계약자에게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말입니다.”
“내게?”
이신이 물었다.
“함께 바람이나 쐬어 볼까 해서 말이지. 얼마 안 된 신참이니 아마 아직 궁전이나 전장에만 틀어박혀 있을 것 아냐. 이제 슬슬 밖에도 좀 나다니고 해야지?”
‘바깥을?’
이곳은 마계였다.
그레모리가 있는 이 궁전은 안전하지만 바깥은 그렇지 않을 터.
그래서 외출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았었다.
이신은 그레모리를 바라보았다.
그레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네요.”
“괜찮겠습니까?”
“제 영토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큰 위험은 없을 거예요.”
“위험이 있긴 있다는 뜻이군요?”
이에 그레모리는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카이저라면 문제없어요.”
“예? 그게 무슨…….”
“아무튼 다녀오세요. 계약자들 간에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하핫! 좋아, 가자고! 말은 탈 줄 아나?”
“모른다.”
“어허, 남자가 되어서 그것도 모르나? 그럼 내가 가르쳐 줘야지!”
조아생 뮈라는 이신의 뒷덜미를 덥석 붙잡고는 질질 끌고 나갔다.
이신은 당황해서 그레모리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조아생 뮈라가 그를 해칠 거라고 생각지 않았는지 그저 잘 다녀오라고 손만 흔들고 있었다.
조아생 뮈라는 궁전을 나서면서 시녀 한 명에게 손가락을 딱 튕겨 보이며 말했다.
“어이, 말 한 필 가져와!”
“…….”
그레모리 권속의 마족인 시녀는 조아생 뮈라를 그저 뚱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네가 뭔데 명령이냐는 표정이었다.
“어이어이, 이 친구가 탈 말이야.”
그제야 시녀의 표정이 변했다.
“계약자님, 말을 한 필 가져다드릴까요?”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기 쉬운 말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공손히 인사하고는 쉭 하니 빠르게 움직이는 시녀였다.
조아생 뮈라는 입이 댓 자나 튀어나왔다.
“헹, 그레모리 쪽은 좋겠군. 궁전에서 일하는 권속들이 하나같이 예뻐. 여어, 재미 좀 많이 보겠어?”
팔꿈치로 툭툭 치는 조아생 뮈라의 행동에 이신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시녀가 칠흑같이 검은 털로 뒤덮인 흑마 한 필을 가져왔다.
붉게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씩씩 뿜어져 나오는 콧김은 척 봐도 흉포한 말로 보였다.
“……이게 타기 쉬운 말입니까?”
이신의 물음에 시녀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는 저벅저벅 이신에게 다가와 몸 쪽을 내밀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타라는 뜻으로 보였다.
이신은 편자를 밟고 올라탔다.
조아생 뮈라 또한 자신이 타고 온 말에 올라타 달리기 시작했다.
흑마는 이신을 배려하여 천천히 달리며 뒤를 쫓았다.
‘정말 타기 쉽군.’
난생처음 타본 승마는 제법 재미있었다.
조아생 뮈라를 쫓아가기 위해 점점 속도를 높여서 열심히 달리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익숙해지나 마나 할 것도 없군.”
사실상 흑마가 알아서 달려주었기 때문에 이신은 승마 기술에 대해 배우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으르릉.”
“크르릉!”
멀리서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큼지막한 덩치의 들개들이 있었다.
마계에 서식하는 들개들이니 보통 개가 아님은 틀림없었는데, 이신이 익히 봤던 것들이었다.
“헬하운드?”
“뭘 그렇게 놀래? 전장에서 소환되는 마물들은 다 마계에 서식하던 놈들인데.”
10마리나 되는 헬하운드는 어슬렁거리며 두 사람의 주위를 배회했다.
이신은 바짝 긴장했다.
서열전에서 궁병과 노예를 거침없이 물어뜯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과 직접 마주하니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힐끔힐끔 보던 헬하운드 무리는 이내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다.
“쳇, 간만에 몸 좀 푸나 했는데. 싱거운 놈들이군.”
조아생 뮈라가 몹시 아쉬워했다,
“어째서 그냥 가지?”
“우리가 더 강해 보였으니까.”
“우리가?”
서열전에서 헬하운드 10마리면 포위만 잘 하면 기사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마력을 지니고 있지?”
“그런데?”
“마계에서 강함의 척도란 그런 것이지. 재밌는 걸 보여줄까?”
조아생 뮈라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스르릉!
하얀 검신이 빛에 반사되어 광채를 떨쳤다.
조아생 뮈라는 이신을 보고 씨익 웃어 보이더니, 말을 타고 달렸다. 가까이 있는 나무를 향해 있는 힘껏 휘검을 휘둘렀다.
스걱!
일순간 검은 안개 같은 마력이 검신을 물들이더니, 큰 나무가 두부처럼 썰려 버렸다.
“……!”
이신은 깜짝 놀랐다.
조아생 뮈라는 놀란 이신의 얼굴을 보며 크게 웃었다.
“놀라긴. 너도 마력이 있을 것 아냐? 연습만 한다면 할 수 있다고. 물론 무기에 실어 휘두르려면 이 몸처럼 능숙한 검술 솜씨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지!”
“마력을 가지면 그런 게 가능하다고?”
“마력을 지닌 존재가 뭘 것 같아?”
“……마족?”
“그래, 마족이다. 너도 나도 마족이라고.”
조아생 뮈라는 검을 붕붕 휘둘렀다.
“이 힘에 익숙해지면 헤어날 수가 없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을 땐 나약해서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이신은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 또한 마력으로 저런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그건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자자, 아무튼 슬슬 용건을 말하지. 얼마 전에 나한테 사나다가 찾아왔었어.”
“사나다 마사유키가?”
이신이 놀란 얼굴을 했다.
“100마력을 주는 대가로 너와 치른 서열전의 경위를 상세하게 들려주었지.”
“그런 것도 가능했군.”
“당연하지. 보통 그런 식으로 상대를 사전에 탐색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요한 승부를 치르는 건 불안하니까.”
그렇다면 사나다 마사유키는 조아생 뮈라에게서 이신이 구사한 전략에 대해 들었다는 뜻이다.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싸웠다가는 낭패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똑같은 방식을 쓰지 않는다.”
이신은 별달리 심각한 기색이 없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전략·전술·빌드가 있고 그중 하나를 상대가 들었다고 해서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니었다.
“그럼 다행이군. 승부는 공평해야 하니 너에게도 내가 아는 사나다에 대해 알려주지.”
“어째서 내게 도움을 주려는 거지?”
“그야 간단하지. 난 너보다 그놈이 더 상대하기 편하거든. 네가 어서 높은 서열로 사라져 버려야 나도 편하단 말씀이야.”
그러면서 조아생 뮈라는 설명을 시작했다.
“사나다 마사유키는 내가 이긴 상대 중에서 가장 힘든 상대였지.”
“이기긴 이겼다는 뜻이군.”
“이긴 것 같다 싶었는데 끝이 없었거든.”
“끝이 없었다?”
“마치 도망치는 상대와 전쟁을 벌인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해하는지 모르겠군.”
“이해했다.”
“응?”
“이해했다고 했다.”
이신은 풍부한 프로게이머 경력을 통해 그 말뜻을 곧장 알아들었다.
“어, 이해했다면 됐고…… 근데 정말 이해했다고?”
“이해했다.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 서로 바꿔가는 식으로 계속 물고 늘어졌겠지. 그런 상대와 싸워봤다.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도 알지.”
“그, 그럼 다행이군.”
조아생 뮈라는 괴물 보듯이 이신을 쳐다보았다.
“아무튼 이렇게 알려줬으니 너도 때때로 도와달라고.”
“정보 교환을 하자는 뜻이군.”
“바로 그거지.”
비로소 조아생 뮈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은 이신이었다.
그는 이신이 높은 서열로 올라갈 것이라 확신하고 협력 관계를 제안한 것이었다. 정보 교환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전략적인 부분까지 조언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리라.
이신으로서도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조아생 뮈라도 한땐 높은 서열까지 상승했던 인물이니 아는 게 많은 터였다.
“좋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겠군.”
“잘 생각했다.”
함께 말을 타며 산책을 더 하다가 이신은 조아생 뮈라와 헤어져 궁전으로 돌아왔다.
서열전 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은 따로 있었다.
‘마력을 지닌 존재가 뭘 것 같아?’
‘……마족?’
‘그래, 마족이다. 너도 나도 마족이라고.’
‘이 힘에 익숙해지면 헤어날 수가 없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을 땐 나약해서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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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마족이 된 것처럼 나무를 단칼에 자르는 괴력을 발휘한 조아생 뮈라. 그는 그것을 매우 당연시 여겼다.
서열전은 마계의 힘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서열전을 치르는 것은 악마군주들이 아닌 계약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게 뜻하는 바는 무엇이란 말인가?
‘방심하지 말아야겠군.’
마계에 있는 동안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다시금 결심한 이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