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5
74화 블랙 프린스(2)
?
?
“그 뭐더라? 그래, 크레시 전투랑 하나는 푸아그라? 아니, 푸아티에다, 푸아티에 전투! 그 두 가지 전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
조아생 뮈라는 여관 주인 아들로 태어나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한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며 더듬더듬 설명했다.
“그게 우리 프랑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쪽팔린 일이었거든. 다신 그러지 말라고 기병대에 입대했을 때 배웠더랬지.”
크레시 전투와 푸아티에 전투.
흑태자 에드워드가 맹활약을 떨친 대표적인 두 전투였다.
“문제는 장궁(長弓)병이지, 장궁병. 당시 프랑스군의 석궁병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화살을 연사했거든. 게다가 앞에 장애물을 설치해서 기병대의 돌격을 차단하면서. 결국 계속 수차례 돌격을 감행하다가 멍청하게 군대랑 나라를 말아먹었지.”
“서열전은?”
“서열전에서도 스타일은 비슷해. 방어에 용이한 지형에서 활 잘 쏘는 엘프들을 배치해서 방어하는 스타일이거든. 그러다가 병력이 쌓이면 크게 한 판 승부를 걸어오지.”
조아생 뮈라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우쭐거렸다.
“다만 그 양반은 나를 옛날의 그 멍청한 프랑스 기사들과 똑같이 취급한 게 패인이었지.”
“어떻게 이겼지?”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계속 밀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크게 싸울 때 이 몸이 맹활약을 했지. 아참, 그 양반도 나처럼 빙의를 쓰니까 조심하라고.”
“빙의를?”
“사도 중에 엘프 가드를 데리고 있어. 그 엘프 가드가 엘프 어쌔신으로 승급되면 빙의를 사용해 직접 싸우더라고.”
“잘 싸우나?”
“오, 제법이던데. 하지만 나한텐 안 되지! 그 양반은 그래 봤자 왕세자고 이 몸은 주먹 하나로 왕까지 된 싸움의 천재거든! 크하하하!”
더는 들을 게 없다고 판단한 이신은 조아생 뮈라와 작별을 고했다.
그런데 헤어지기 전에 조아생 뮈라가 말했다.
“잠깐! 그런데 혹시 악마군주 데카라비아가 누구랑 싸워서 추락한 거라고 했지?”
“안드로말리우스라고 했다.”
“안드로말리우스라……. 더 높은 서열에 있어야 할 악마군주가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조아생 뮈라의 표정이 어쩐지 불편해 보였다.
조아생 뮈라는 이신에게 말했다.
“내가 조언 하나 해줄까?”
“뭐지?”
“이번 서열전에서 마력 5만 걸어.”
“뭐?”
마력 5만이라면 서열전에서 배팅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조아생 뮈라가 말했다.
“데카라비아를 꺾고 마력 5만 챙겨서 서열을 몇 계단 건너뛰어 버리라고. 안드로말리우스 측과는 서열전을 치르지 않고 그냥 건너뛰어 버리는 게 최선이야.”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감에 넘치고 오만한 조아생 뮈라가 저런 말을 하다니 말이다.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는 오운(伍員)이라는 놈인데, 그놈은 정말 보통이 아니더군. 이길 수가 없었어.”
“싸워봤나?”
“우리가 그놈들이랑 서열전을 치렀다가 마력 5만을 털리고 여기에 주저앉았지. 벌써 40위권 정도에는 가 있어야 할 놈들이 하위권에 나타나다니, 그쪽도 뭔가 운수가 더럽게 안 풀렸나 본데.”
‘오운? 못 들어봤는데.’
그렇게 그와 작별하고 궁전으로 돌아오면서도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아생 뮈라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꽤나 거물이었을 텐데, 도무지 기억에 없었다.
‘역사 상식을 좀 더 키워야겠군.’
아무튼 나름대로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는 얻었지만 아직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
조아생 뮈라는 지식이 짧고 전략적 시야도 넓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질 드 레도 백년전쟁 당시의 사람이었지.’
이신은 자신의 사도 중 한 명인 질 드 레를 떠올렸다.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전쟁을 프랑스의 승리로 이끌었던 질 드 레였다.
동시대 사람이든 아니든 조아생 뮈라보다는 흑태자 에드워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듯했다.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이신은 그레모리에게 돌아가 말했다.
“알겠어요. 전장으로 보내드릴게요. 전장은 어디가 좋으신가요?”
“제1전장 아스테이아가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레모리는 텔레포트로 이신을 전장으로 보내주었다.
제1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한 이신은 일단 사도 질 드 레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계약자님.”
질 드 레가 공손하게 인사를 해왔다.
이신은 인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질문부터 했다.
“흑태자 에드워드에 대해 아나?”
“흑태자?”
잠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질 드 레가 이내 되물었다.
“혹시 에드워드 3세의 왕세자였던 우드스톡의 에드워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그자가 지금은 흑태자라 불리는군요. 늘 검은 빛깔의 갑옷을 입고 다녔다고 듣긴 했습니다.”
왕세자 에드워드에게 흑태자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16세경부터였다. 15세기 사람인 질 드 레가 그 별명을 알 리 없었다.
“프랑스의 원수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자를 모를 수가 없지요. 이번 상대가 그 자로군요.”
“그렇다.”
이신은 우드스톡의 에드워드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질 드 레가 입을 열었다.
“크레시 전투와 푸아티에 전투는 단순히 장궁의 위력에 패했다고만 말할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엘리트 무관이었던 질 드 레는 과연 조아생 뮈라보다 훨씬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두 전투 모두 지형적으로 방어에 용이한 장소였습니다. 경사진 구릉 위에 자리 잡고 포진했으므로 프랑스군은 오르막을 오르느라 기운이 빠져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었지요.”
이어지는 질 드 레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흑태자 에드워드는 병력을 역 V자 진형으로 만들었다. 중앙에 보병과 기병대, 그리고 양익(兩翼)에 장궁병을 배치한 포진이었다.
또한 양익 장궁병의 앞에는 말뚝과 구덩이 등의 장애물을 설치해 적 기병대가 돌격하지 못하게 해놓았다.
결국 돌격한 프랑스 중기병대는 장애물 뒤에 숨은 장궁병을 포기하고, 대신 타깃을 중앙의 보병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V자 진형 안으로 제 발로 기어 들어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장궁병의 사격에 난타당한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먹히지도 않는 돌격을 몇 차례고 계속 반복하면서 프랑스군은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지휘체계도 총체적인 난국이었습니다. 석궁으로 장궁병에 대항했던 제노바 용병들이 화살을 막을 방패를 가지러 일시적으로 후퇴했는데, 기병대는 그들이 도망치는 줄 알고 공격해 처형했습니다.”
“…….”
“각 부대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고, 병과 간의 연계도 전혀 없으니 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왕세자 에드워드는 장궁병과 보병·기사가 훌륭하게 연계하는 지휘능력을 보였습니다.”
“연계라…….”
지난번 상대였던 사나다 마사유키는 병력 운용이 뛰어났지만 유닛의 ‘조합’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
매우 뛰어난 전술과 병력 운용을 보였던 사나다 마사유키였지만, 보다 다양한 병과를 조합시켜서 위력을 내는 솜씨는 아직 부족했었다.
하지만 흑태자 에드워드는 적어도 조합에는 능한 것 같았다.
“그의 약점이라면 무엇이 있겠나?”
“정치와 물자 관리에 취약합니다. 돈을 물 쓰듯 낭비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금 부과로 백성들에게 이어졌고, 불필요한 학살 행위로 프랑스 전역에 반감을 불러 일으켜 저항을 촉발시켰습니다.”
그밖에도 수없이 전쟁을 치르느라 들어간 비용도 큰 문제로 작용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마 필사적으로 싸울 테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필사적이라고?”
“저와 동일하게 지옥에 있다가 계약자로 선택된 케이스입니다. 그런 경우는 계약이 악마군주에게 일방적이고 계약자는 어떠한 보호 조항도 없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대로 버림받는 겁니다.”
바로 질 드 레가 그런 사례였다.
그렇게 지옥으로 다시 쫓겨났다가 이신으로부터 사도로 암명된 것이다.
‘이미 한 번 패배해서 서열이 몇 계단 추락한 탓에 심리적으로도 궁지에 몰렸겠군.’
또다시 패배하면 계약자로서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흑태자 에드워드는 필사의 각오로 덤벼올 터였다.
그의 스타일은 아마도 방어적인 전술 위주의 운영.
방어에 용이한 지역을 선점해 방어선을 구축한 뒤에 다수 병력을 모아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예상을 한 이신은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네가 엘프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모의전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주 종족이 마물이었던 질 드 레는 엘프 지휘에 많이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천재 소리를 들었던 엘리트 지휘관답게 금방 엘프의 특성에 적응했다.
질 드 레는 몇 차례 모의전을 더 치르다가 의견을 새로 냈다.
“초반에 방어 위주로 하는 것은 휴먼을 상대로는 효율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전술은 방어적이어도 기본적으로 그는 매우 호전적인 군주였습니다.”
“옳은 말이다.”
이신도 동의를 했다.
방어 위주로 시간을 끌다가 다수병력으로 결판을 지은 전략을 펼친 것은 상대가 조아생 뮈라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아생 뮈라의 오크와 달리 휴먼은 초반에 매우 약했다.
방어만 하면서 휴먼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는 것은 비효율적.
흑태자 에드워드가 그 정도도 모를 리 없었다.
이신은 곰곰이 생각다가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있군.”
그는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 인류의 강력한 조이기 전략을 떠올렸다.
막강한 화력의 기동포탑과 지뢰를 매설하는 고속전차.
방어에 특화된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인류는 이를 무기 삼아 초중반부터 상대의 앞마당 앞에서 방어선을 구축해 나오지 못하게 틀어막아버리는 강력한 압박이 가능했다.
어쩌면 흑태자 에드워드도 그러한 전략을 펼칠 지도 몰랐다.
“예, 한번 해보겠습니다.”
질 드 레는 이신의 말대로 빠른 압박 전술을 펼쳐 보였다.
몇 번을 겪어보고 나니, 그것처럼 인류를 상대로 할 때 엘프가 취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엘프들은 이동속도가 빨라 초반부터 빠르게 진출하기 좋았고, 체력이 약한 대신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앞에 장애물만 만들어 놓으면 방어에 매우 유리한 종족이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휴먼 또한 사정거리가 매우 긴 투석기가 나온다.
투석기로 멀리서 공격하면 상대의 방어선을 능리 분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석기가 나오기 전까지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의 압박을 받는다면 휴먼으로서는 매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형세가 어려워진다.
흑태자 에드워드가 어떤 전략을 해올지 대강 그려지기 시작했다.
예상이 틀릴 수도 있었지만, 이신이 생각하기에 휴먼으로 엘프를 상대할 때 가장 어려운 전략은 바로 초반 압박이었다.
그게 아니면 어떤 전략을 써오든 임기응변으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연습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도전을 받는 쪽이라 전장을 이신이 선택할 수 있었기에 연습이 더욱 용이했다.
그렇게 만반의 태세가 다 이루어졌을 즈음, 마침내 그레모리의 궁전으로 두 손님이 방문했다.
서열 69위의 악마군주 데카라비아.
그리고 그의 계약자 우드스톡의 에드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