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6
95화 타이밍(3)
그리핀 3기에 병사 6인을 태운다.
구성은 늘 방패병 2명, 장창병 1명, 석궁병 3명.
마력석 뒤편 공간에 내린 뒤에 양쪽 끝에 방패병이 가로막고, 그 뒤에서 장창병이 보조하며, 석궁병들은 마력석을 채집하던 클로들을 사살한다.
수없이 연습을 치르면서 이신이 구성한 이 포메이션은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존욱은 빠르고 값싼 헬하운드로 본진 테러를 진압하려 했지만, 이 완벽한 포메이션을 구성한 이신의 병사들을 처치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희생이 따랐다.
하물며 이신은 계속해서 신속하게 그리핀을 쓰며 드롭을 계속했다.
전면에서 방어선을 구성한 엔트들은 이동 속도가 극히 느리고 몸집이 커서 움직이는 데 제한이 따른다.
바로 그 점을 노린 빠른 드롭 공격이었다.
독포자꽃들을 배치시켜 하늘로 넘어오는 침투에 대비했지만, 그리핀들은 열기구처럼 느리고 약하지 않았다.
그리핀들은 쉽게 독포자꽃들의 포화를 뚫고 지나가 빈 공간에 병력을 투하했다.
내린 6인은 또한 신속하게 포메이션을 갖추고 전술적으로 이존욱을 괴롭혔다.
독포자꽃의 포화에 의해 그리핀들이 격추되었지만, 이신은 계속 그리핀을 소환해서 충원시키고 있었다.
공격 본능.
견제 플레이의 달인인 이신은 거의 반사 신경에 가까운 판단력으로 허점을 찔렀다.
이존욱이 미처 방비 못 한 빈 공간에 정확히 찔러 들어가 병사들을 드롭.
아무리 방비해도 계속 그리핀들은 침투 경로를 바꿔가며 찔러 넣었다.
전면에 구축해 놓은 방어선이 의미가 없는 맹렬한 공격!
이존욱의 진영은 계속해서 드롭에 당하며 넝마가 되어갔다.
이곳저곳에서 일시에 펼쳐지는 공격에 모조리 대응하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신은 그리핀과 병력을 계속 소환해 가며 바짝 몰아쳤다.
본진과 5시 지역의 마력석 채집장에서 들어오는 마력을 남김없이 소모해 가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물량.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
이는 최영준에게서 배운 자원 최적화와 물량이었다.
계속해서 드롭을 당하면서 이존욱의 방어선이 주춤주춤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제 충분히 유리해졌으니, 공세의 끊을 늦추고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해 장기전을 바라봐도 된다.
하지만 이신은 아예 지금 끝내 버리기로 결심했다.
특수병영에서 소환된 공병이 전장에 도착했다.
‘투석기를 조립해라.’
공병이 투석기 조립을 마치자마자 포격이 시작되었다.
투석기의 등장은 이 결전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존욱은 기필코 그 투석기를 없애야 했다. 그래야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
“끼에엑!”
“키엑!”
마법진에서 마룡들이 소환되었다.
구석구석 찌르는 이신의 초고속 템포의 드롭 견제에 대항하기 위한 이존욱의 대책은 날아다니며 싸울 수 있는 마룡.
마룡들은 투석기를 향해 날렵하게 날아들었다.
‘가까이 다가오면 일제히 집중 사격.’
‘방패병은 투석기를 둘러싸고 보호.’
‘그리핀은 마룡이 공격을 시도하는 타이밍에 맞춰 병사들을 적 본진에 실어 나른다.’
‘특수병영은 기사를 소환. 첫 기사는 사도 질 드 레.’
이신의 머릿속에서 온갖 명령이 연속으로 휙휙 떨어졌다.
지휘관이 빈틈없이 철저히 대응하니, 이에 따르는 병력들도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했다.
승부처였다.
승패는 삽시간에 갈려 버렸다.
이미 예상치 못했던 드롭 공격에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타격을 입은 이존욱.
하지만 투석기만 제거한다면 다시 반격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던 그는 결국…….
“끼에에엑!”
“크엑!”
석궁병들의 집중 사격에 마룡들이 녹아버리다시피 했고, 마룡들이 뿜어낸 독액은 방패들의 방패가 가로막았고, 그리핀은 마룡들이 공격 나온 틈을 타 본진 깊숙이에 병사들을 태워다 날랐다.
잠시 후, 특수병영에서 소환된 질 드 레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흑색의 갑주와 롱 소드로 무장한 질 드 레는 엔트들에게 돌격을 시도했다.
콰지직!
일격에 크게 훼손된 엔트.
이어서 투석기가 정확히 그 엔트를 향해 바위를 날렸다. 그 짧은 틈에 이신이 내린 센스 넘치는 지시였다.
쿠아앙!
“키이이이이이익……!”
거의 반파되다시피 하며 엔트는 죽어버렸다.
질 드 레가 소리쳤다.
“이때다!”
마치 현장의 지휘관이 된 듯한 질 드 레의 호령이었다. 이신도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질 드 레의 지휘권을 인정해 주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달려!”
엔트 하나가 죽고서 생긴 틈바구니로 병력이 빠르게 돌진하였다.
다른 엔트들이 나뭇가지를 마구 뻗어대며 반격했지만, 앞장선 방패병들이 방패로 공격을 받아냈다.
틈새를 비집고 돌파한 병사들은 아예 엔트들을 무시해 버리고 이존욱의 앞마당을 짓밟았다.
독포자꽃이 독포자를 뿌려대며 사방팔방을 독포자 안개로 깔아버렸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뒤였다.
앞마당을 초토화시키자,
[악마군주 세에레 님의 계약자 이존욱 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1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18만 9천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 66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8만 1천으로 악마군주 세에레 님께서 서열 67위가 되셨습니다.]이신은 승리를 거두었다.
‘몰래 확장에 성공했으니 그때 이미 반쯤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지.’
5시에 몰래 지은 마력석 채집장.
그리고 들키지 않기 위해서 초반부터 빠르게 그리핀을 뽑아 정찰 차단.
만약 들켰다면 들킨 대로 다음 작전이 있었지만, 성공했기에 승리를 손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악마군주들이 있는 대기 장소로 돌아온 이신.
그때, 악마군주 세에레가 거대한 그리핀에서 내려 성큼성큼 이신에게 다가왔다.
이에 흠칫한 이신의 손을 그레모리가 잡아 안정시켜 주었다.
놀랍게도 세에레는 몹시도 정중하게 이신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이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 폭풍처럼 몰아치는 전술, 그 짧은 순간순간에도 빛나는 판단. 비록 패했으나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이신 공.”
“……!”
너무도 정중하고 진심 어린 태도에 하마터면 감사하다고 화답할 뻔한 이신이었다.
하지만 손을 잡아주고 있는 그레모리 덕분에 휘말리지 않고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존욱의 태도였다.
뒤에 있던 이존욱은 세에레가 정중할수록 도리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눈치였다.
“제게 큰 감명을 주신 이신 공에게 저는 오히려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 소원을 말해보십시오. 저는 악마군주 세에레.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지를 달릴 수 있어 어디든 단숨에 데려다줄 수 있고, 많은 물건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력을 요구하시거든 기꺼이 제 마력의 1%를 드리겠습니다.”
“마력을 원합니다.”
“하하, 그럴 것 같았습니다. 좋습니다.”
세에레가 자신의 마력의 일부를 모아 한 손에 뭉쳤다.
그리고 바치듯이 두 손으로 공손히 이신에게 내민다.
건네받기 위해 손을 뻗으려 했다가, 그레모리가 잡고 있던 손을 당겼기에 멈출 수 있었다. 하마터면 또 세에레에게 휘말릴 뻔한 것이다.
이신이 건네받지 않아도, 마력은 저절로 이신에게로 향했다.
작은 마력 뭉치가 안개처럼 스르륵 풀어지더니, 이신의 몸속에 스며들었다.
[1,810마력을 획득하셨습니다.] [계약자 이신 님은 현재 2,007마력을 보유하고 계십니다.]“자, 이렇게 승부는 났지만, 이대로 끝나기에는 서운한 감이 없지 않군요.”
세에레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패배하고 이신에게 소원으로 마력을 주고 난 후에 세에레의 마력량은 179,190.
18만 9천 마력을 보유한 그레모리의 9할 이상으로, 규칙상 그녀에게 지금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충족되는 상태였다.
“이존욱 공,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세에레가 물었다.
다시 도전한다면 이신을 꺾을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이존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방금 전의 패배는 속임수에 속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도전한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패배를 만회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말을 듣고서 이신은 속으로 판단했다.
‘내가 속게끔 만들었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군. 패배로 인해 냉정을 잃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얼마든지 더 꺾을 수 있지.’
그때, 세에레가 그레모리에게 말했다.
“도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겨루어서 이 승부를 더 즐겁게 만들어보지요, 악마군주 그레모리여.”
이에 그레모리는 가만히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눈길이었다.
이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블루레인, 5만.”
흠칫.
그레모리와 세에레가 동시에 동요했다.
이존욱은 경악한 눈으로 이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이존욱을 똑바로 마주보는 이신의 눈빛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존욱은 표정이 굳어 버렸다. 비로소 판단력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이신이 절대로 지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레모리가 말했다.
“들었지? 전장은 제2 전장 블루레인, 배팅할 마력은 5만으로 하겠다.”
“…….”
“왜 말이 없지? 나는 기꺼이 네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악마군주 세에레.”
“하하하!”
세에레는 웃음을 터뜨렸다.
유쾌한 웃음이었지만 과연 속내까지 그럴지는 알 수 없었다.
세에레는 이존욱에게 물었다.
“이거 큰일이군요. 이존욱 공, 자신이 있습니까? 자신 있다면 공을 믿고 도전을 해보겠습니다.”
이존욱은 나직이 신음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군주님. 지금 당장 도전하는 건 우리에게 불리한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나서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하지요.”
세에레는 그레모리와 이신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 뒤, 이존욱과 함께 전장을 떠나 버렸다.
떠나면서 세에레는 이신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참! 축하드립니다, 이신 공.”
“……?”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건가 싶었지만 말투가 영 의미심장해서 마음에 걸렸다.
“정말 잘하셨어요. 저 세에레가 굉장히 분통을 터뜨리네요.”
그레모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통을요?”
“악마는 겉으로 드러난 감정 표현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아무튼 마력을 얻었으니 잠시 사도 관리를 하겠습니다.”
“기다릴 테니 천천히 하세요.”
2007마력이 있으니, 질 드 레나 이존효에게 능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은 자신의 최측근과도 같은 질 드 레에게 능력을 부여했다.
‘질 드 레에게 능력을 부여한다.’
[능력이 임의로 부여되며 1,000마력이 소모됩니다. 부여하시겠습니까?]‘그렇다.’
이윽고, 사도 명단을 확인해보니 질 드 레의 항목에 변화가 생겼다.
[질 드 레(휴먼, 기사)무기: 롱 소드(공격 속도 +5%)
방어구: 칠흑갑주(방어력 +5%, 이동속도 +2%)
능력: 전군시야(아군 병력 및 건물이 닿는 곳을 전부 볼 수 있습니다.)]
‘전군시야?’
설명을 보니, 바로 전체를 보고 지휘를 하는 이신과 동일한 시야를 얻는다는 뜻이었다.
즉, 현장에서 싸우면서도 이신처럼 전장 전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점점 더 내가 원했던 현장 지휘관의 모습이 되어가는군.’
두 눈으로 직접 1인칭으로 보는 것과 전체적인 시야로 보는 것은 관점 자체가 달라진다. 보다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황 판단이 된다.
정말로 원했던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꿈틀꿈틀.
‘응?’
이신은 당혹감을 느꼈다.
몸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틀꿈틀!
점점 요동쳤다.
‘이게 뭐지?!’
마치 몸속에 살아 있는 괴생물체가 들어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