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157
제157화
새닌은 경악했다.
크리스는 재차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앙!!
흑강기를 받을 때마다 새닌의 내부가 진탕했다.
뒤로 정신없이 밀려났다.
새닌도 같은 흑강기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크리스의 흑강기에 밀리고 있는 거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새닌 대장님의 흑강기가 밀리는 거지?”
6성은 의지의 벽을 뛰어넘은 이들.
따라서 같은 흑강기라도 5성이 펼치는 것과 6성이 펼치는 건 수준이 다르다.
5성이 최고 수준의 의지를 가지고 펼친 흑강기라도 6성의 흑강기에는 미칠 수 없다.
그런데 그 상식이 눈앞에서 깨지고 있었다.
‘무슨!’
새닌은 이를 악물고 손을 펼쳤다.
파앗!
환술이 펼쳐졌다.
그저 상대를 혼란하게 하는 수준이 아닌, 실체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환술.
흑강기에 준하는 흑마법사들의 경지인 ‘진강(眞强)’ 주문이었다.
‘새닌은 마검사 중에서도 밸런스형이지.’
암흑 마가는 마검사의 가문.
주력 타입이 나뉜다.
흑마법을 보조로만 활용하는 마투(魔鬪) 타입.
반대로 흑마법을 위주로 쓰는 주술형 타입.
양측을 균형 있게 다루는 밸런스 타입까지.
새닌은 그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형이었다.
‘하지만 난 만능형이라고.’
크리스의 검은 마투가를 뛰어넘으며, 주술의 수준은 전문 흑마법사를 상회한다.
파앗!
흑강기가 새닌의 환영을 그대로 찢어발겨 버렸다.
새닌의 흑마법도 5성의 경지인 진강 주문이었지만, 허무하게 소멸해 버렸다.
크리스의 흑강기가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
하지만 환영에 맞서느라 미세한 틈이 생겼고, 새닌은 6성의 고위 마인답게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각오해라!”
순간.
새닌이 변하였다.
정확히는 새닌의 의지가 새닌의 행동에 깃들었다.
윌(Will).
6성의 또 다른 권능.
의지를 통해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보이는 것.
이전과 전혀 다른 쾌속의 검이 크리스에게 쇄도했다.
마치 검을 휘두른 순간, 목적지에 도착하는 듯한 검이었다.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크리스는 놀랍게도 그 공격을 피했다.
윌이 펼쳐지기 직전에 새닌의 공격 경로를 예측해 미리 움직인 덕이다.
새닌의 눈에 핏발이 섰다.
“요행은 한 번뿐이다!”
파앗!
재차 윌이 펼쳐졌다.
빛이 번뜩한 순간 크리스의 몸을 벨 듯 다가온 검.
서걱.
다시 아슬아슬하게 검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옷깃이 기다랗게 잘려나갔다.
“요리조리 쥐새끼처럼! 언제까지고 운이 좋을 거란 생각 따위 하지 말아라!”
새닌은 약이 올라 더욱 흥분하여 거듭해 윌을 펼쳤다.
잔상조차 제대로 남지 않는 연속 공격.
결투를 지켜보던 암흑 마군의 마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거? 위험한 것 아니야?”
“잘못하면 죽겠어.”
당장에라도 크리스티앙의 몸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쪽이 항복하지 않는 한, 마인 간의 결투에 끼어드는 건 금기 중의 금기였다.
‘왜 크리스티앙 공자는 무모하게 버티고 있는 거지?’
‘지금에라도 항복해야!’
크리스티앙이 정말 죽기라도 하면, 암흑 마군의 입장도 곤란해진다.
그렇게 다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하나하나,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이들이 생겼다.
‘…언제 쓰러지는 거지?’
‘…계속 피하고 있어? 어떻게?’
그 순간.
콰아아앙!!
폭연이 터졌다.
크리스티앙이 펼친 파괴 흑마법이 새닌의 앞에서 터진 거다.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빈틈을 찔러 터진 마법.
당황한 새닌에게 떨어지는 흑강기.
“!!”
새닌은 간신히 막기는 했지만, 허겁지겁 뒤로 밀려났다.
잠시 결투가 소강상태가 되었고, 연무장이 쥐 죽은 듯한 침묵에 빠졌다.
‘새닌 대장이 밀렸어? 윌까지 사용했는데?’
새닌이 주먹을 콱 움켜쥐며 으르렁거렸다.
자존심이 크게 상한 눈치.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별것 없는데?”
크리스티앙은 어깨를 으쓱했다.
“빠르면 뭐해. 공격이 훤히 보이는데.”
“!!”
“그리고 솔직히 윌을 쓴 것치고는 별로 빠르지도 않아. 너 약해. 제대로 된 6성 맞아?”
그래.
의외로 새닌은 강하지 않았다.
‘같은 경지였던 셰라드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로.’
셰라드도 같은 6성 하(下)였다.
하지만 셰라드가 훨씬 위협적이었다.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6성쯤 되면 같은 성취 내에서도 실력이 갈린다고 해도 이건 조금 심한데. 제대로 된 6성이 아닌 건가?’
크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룬 성취는 분명히 6성이 맞는데? 왜지?’
금세 답을 깨달았다.
‘저놈 심마(心魔)에 빠졌구나.’
마음의 번뇌로 성취에 악영향이 가는 것을 뜻한다.
높은 경지일수록 이런 심마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초기에 제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본인은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크리스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약점이 보이면 아프게 후벼 파주는 게 마인의 인지상정.’
무슨 종류의 심마인지는 빤히 보였다.
“네가 6성이면서 왜 날 이기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아?”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네가 병신이기 때문이야. 별 대단할 것도 없는 성취를 얻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오만하기만 한.”
“!!”
크리스가 비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살짝 목소리를 낮추어 새닌에게만 들리게 말을 이었다.
“고작 6성에 올랐다고 잘난 줄 알고 있는데, 넌 그래 봤자 본가를 지키는 개일 뿐이야.”
새닌의 얼굴이 거칠게 달아올랐다.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새닌의 심마.
그건 방계로서의 ‘열등감’이었다.
“…인정할 수 없다. 나보다 약한 본가의 적통 따위.”
“그래? 그러면 증명해봐.”
크리스가 손가락을 까닥했다.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해 보라고.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새닌의 기운이 낮게 가라앉았다.
섬뜩한 기운이 주변에 퍼졌다.
의념기를 펼치려는 거다.
“…후회하지 말아라.”
그 순간.
파앗!
크리스 주위의 세상이 암전하였다.
잉크에 물든 도화지처럼 검게 물든 시야.
소용돌이치는 칼날의 향현.
새닌의 독자 의념기, 흑화분쇄(黑畵分碎)였다.
상대를 환영에 가두어 환영째로 찢어발겨 버리는 의념기.
일단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회피는 불가하다.
파훼 방법은 더욱 강력한 힘으로 받아치는 것뿐.
‘환영이 결합하여 다른 의념기에 비해 힘의 집중도는 비교적 떨어지겠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의념기에 비해 떨어지는 거지, 강기와 비교할 위력은 아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너와 내 차이가 뭔 줄 알아?”
“갑자기 무슨 말이냐?”
“사실 나도 너랑 같은 방계의 처지였잖아. 솔직히 너보다 내가 상황은 훨씬 열악했지. 그럼에도 난 공자의 자리에 도전했어.”
슈펜 후작가와 카자르 백작가의 입지와 위세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미 6성에 올라 있는 새닌과 다르게 크리스가 공자 자리에 도전했을 때 성취는 고작 2성에 불과했다.
“하지만 난 공자가 되었고, 지금은 대공자가 되기 직전이지. 왜일까?”
“…….”
“내가 너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크리스는 다른 검을 꺼내 들었다.
안드릴이었다.
일반적인 검으로는 지금 크리스가 하려는 일을 감당하지 못해 꺼낸 거다.
안드릴에 흑강기가 피어올랐다.
“…허튼짓은 하지 말아라. 네 흑강기가 대단해도 의념기를 감당할 수는 없어.”
“글쎄? 내 흑강기는 특별해서 말이야.”
크리스의 눈빛이 번뜩였다.
“네가 병신처럼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을 동안, 난 가로막는 모든 걸 박살 내며 이 자리까지 왔어.”
“!!”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무엇이 가로막든 난 멈출 생각이 없어.”
그 선언과 함께.
파아아아아앗!!!
크리스의 ‘의지’가 흑강기에 깃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그저 강기의 그릇을 통해 의지를 발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직접 의지를 흑강기에 새겼다.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수고 말겠다는 의지를.
“무, 무슨 짓을? 흑강기에 어떻게 그런 의지를?!”
당황한 외침처럼 지금 크리스가 펼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흑강기가 아니었다.
흑강기는 의지의 발현일 뿐이다.
저렇게 추가적인 의지를 새겨 넣는 건 흑강기의 개념을 넘어서는 행위였다.
차라리 ‘의념’과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이게 의념인 건 아니지만. 뭐 상관은 없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크리스는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 이번에 그가 얻은 ‘절대의 강기’였다.
강기임에도 강기의 한계를 넘은 힘.
‘원체 강한 힘이라 쉽게 쓸 수는 없지만.’
5성 중(中), 아니, 상(上)에는 올라야 흔들림 없이 이 힘을 발현할 수 있을 거다.
“이익…!! 고작 강기 따위로…!!”
새닌이 의념기를 전력으로 펼쳤다.
칼날이 크리스를 둘러싼 환영을 찢어발겼다.
이대로라면, 크리스의 몸도 환영과 함께 찢겨나갈 거다.
하지만.
크리스는 비릿하게 웃음을 지으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가볍지만, 그 어떤 선보다 무거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일직선이었다.
지금껏 크리스가 삶으로 보여온 궤적처럼.
그와 동시에.
검은 환영이 산산이 깨져 나갔다.
“커어억!!”
새닌이 무릎을 꿇으며 왈칵 피를 토했다.
의념이 파괴되며 연결된 심령에 타격을 입은 거다.
그리고.
터억.
크리스의 검이 새닌의 목을 겨누었다.
“!!”
장내가 고요해졌다.
암흑 마군의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거다.
“이전에 오대장직 넘기기로 했던 내기, 기억하고 있지?”
크리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인수인계 잘 부탁해.”
그렇게.
크리스티앙은 암흑 마군의 모두에게 자신의 자격을 증명해 내었다.
* * *
한편, 첨탑 위.
결투 결과를 목격한 슈펜 후작은 침음을 삼켰다.
‘혹시나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크리스티앙이 새닌을 이길 거로 생각했던 건 아니다.
기껏해야 막상막하의 분투를 벌이는 정도이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그냥 이긴 게 아니라, 새닌을 완전히 압도했어.’
물론, 새닌은 이제 막 6성의 벽을 넘어 같은 6성 하 중에서도 비교적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심마를 앓고 있기도 했고.
새닌의 의념기 ‘흑화분쇄’도 힘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크리스티앙이 방금 보인 비상식적이게 강한 강기와 상성이 좋지 않았다.
만약, 다른 6성 하의 마인이었다면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새닌이 부족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같은 6성 하(下)에 비해 부족했다는 거지, 5성에 비할 수준은 절대 아니었는데.
‘믿을 수 없군.’
슈펜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긴 하군요.”
[크흠, 누구의 제자인데, 당연히 대단해야지.]“…별로 가주님께 배운 것은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듣기로 다 혼자 깨쳤다는 것 같던데.”
사승 관계이지만, 처음 암흑 마공을 익히게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가르침을 내린 적은 거의 없긴 했다.
[어쨌든 어땠냐?]노르디언이 은근한 음성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