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9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97화
밤샘 작업의 후폭풍으로 거의 하루를 꼬박 자고 겨우 일어났더니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기실 육체적인 소모는 은총으로 진작에 말끔히 회복했을 테니.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 두통의 원인은 분명 저 징글맞은 인간들일 것이다.
“야, 진짜 조금만 들려 주면 안 돼? 딱 30초만. 싫어? 그러면 20초, 아니 10초도 괜찮은데.”
“응. 1초도 안 돼.”
며칠 동안 계속 안 된다고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게 분명한데 저 새끼는 똑똑한 머리 가지고 미련하게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
“막내야, 형이 너 좋아하는 반찬 앞으로 많이 해 줄게. 싫어하는 거 몸에 좋다고 억지로 안 먹일게. 그러니까 조금만. 어차피 우리 부르라고 만든 노래잖아. 그렇지? 그치? 그렇다고 해줘!”
“그런 걸로 되겠냐? 당신은 대체 날 몇 살로 보고 있는 거야?”
맨날 막내라고 부르더니 진짜 날 강해림 또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날 대하는 강지우의 평소 행실을 고려해 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솔직히 고작 3살 차이인 동생을 대하는 것치고 강지우의 태도는 명백히 과하다.
당장 강지우와 동갑인 반요한이나, 한 살이 더 많은 김준우도 나를 저렇게까지 어린애 취급하지는 않는데.
……둘과 비교해 봤을 때 역시 강지우가 유별난 것 같았다.
그때, 가만히 있던 서문결이 나를 불렀다.
“라온아.”
서문결에게는 그동안 작곡과 관련된 일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저렇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거절하기가 가장 어렵다.
“미안……. 그래도 안 돼.”
참고로 견성하는 내가 끝끝내 곡을 안 들려주고, 왜 이러는지 이유도 알려주려 하지 않자 혼자 삐져서 어제부터 내 얼굴도 안 보려 하고 있다.
‘그걸 풀어줘야 해 말아야 해?’
그런 걸 보면 소위 말하는 막내미라는 건 견성하 쪽이 훨씬 두드러지는 것 같았다.
아무튼 견성하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스케줄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나서야 특히 달라붙는 두 사람에게서 가까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따 돌아오면 또 달라붙겠지만, 이게 어디냐.
‘그래도 생각보다 끈질기네…….’
그야. 나라도 같은 상황이면 대체 왜 이렇게까지 안 보여주는지 궁금했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이게 다 쟤네를 위한 건데.
‘음, 아닌가? 사실 그건 핑계고 그냥 날 위해서인가?’
안 그래도 아까 밥 먹으면서 SNS를 둘러볼 때,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중심적이라는 글을 봤다.
특별히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사고 체계는 어디까지나 본인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남을 위한다는 말은 들을 때도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당연한 말이지.’
그러나 나는 생각이 그 이상으로 깊어지려고 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끊어 버렸다.
이영민이 내 뒤에서 기척 없이 나타나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차 대기시켜 놓을 테니 10분 정도 뒤에 나오세요.”
“네.”
그러고 보니 이영민과 단둘이서 스케줄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연습실에 있던 반요한이 내게 온 것은 내가 로비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였다.
반복되는 대화에 약간 피곤해진 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안 들려줄 거라니까.”
“그게 아니라.”
“그럼?”
“조심해.”
“뭐를.”
“영민 형.”
뜻 모를 경고와 함께 나온 예상치 못한 이름으로 인해 내 머릿속이 그대로 얼어붙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반요한이 여상하게 말을 이었다.
“저번에 어디 한 군데 고장난 사람처럼 갑자기 한 자리에 한동안 멈춰 있더라고. 말 걸어도 듣지도 못하고, 건드려도 아무 반응 없고. 어디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음, 사실 늘 아파 보이는 사람이기는 해.”
“…….”
“아무튼 그 뒤로 비슷한 일이 있던 적도 없고 본인 말로도 또 그러는 일은 없을 거라곤 했지만, 혹시라도 운전할 때 갑자기 멍 때리면 큰일이잖아. 또 그러지는 않나 가면서 자지 말고 잘 보고 있으라고.”
“……아.”
“너 표정이 왜 그래?”
그제서야 나는 뻣뻣하게 굳었던 안면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대꾸했다.
“아니. 진짜로 사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될까 상상했더니.”
“내가 괜한 말 했나?”
“아니. 고마워.”
“그래? 그럼 네 곡 조금 들려줘.”
“그건 괜한 말이야. 나 간다.”
“잘 갔다 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에 나는 밖으로 나와 차에 올랐다.
“벨트 매셨나요.”
“네.”
이영민이 우리 매니저가 된 이후로 시간이 얼마 정도 흘렀지만.
나와는 다른 의미로 인상적인 그의 외모와 분위기 때문에, 그는 아직도 멤버들이나 회사 사람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은 그다지 그런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곽상현의 눈치를 봐서 이영민의 일솜씨는 나쁘지 않은 듯했고.
“샵부터 가겠습니다.”
“네, 형. 근데 나 갑자기 어디 벽에 들이받아서 골로 갈 걱정 안 해도 되죠?”
갑작스러울 수 있는 물음에도 이영민은 당황하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물론입니다. 제 23년 무사고 경력을 믿어 보세요.”
“……형 23살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23년 무사고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죠.”
약 팔고 있네.
“하하.”
“재밌어요?”
대답 대신 앞쪽에 달린 룸미러를 통해 이영민의 가늘게 웃는 눈이 보였다.
여전히 그에게서는 그을린 냄새가 난다.
* * *
“도착했습니다.”
요사이 뮤직팡팡 MC 출근길에는 샵에 들러 더욱 완벽하게 세팅된 상태로 가는 등, 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SNS를 둘러보니 ‘#토요일의_라온’이라는 태그를 달고 내 뮤직팡팡 MC 출퇴근길 사진을 올리는 게 일종의 유행 같은 게 된 모양이었다.
특이한 것은 에어리들만 그런 태그가 달린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 활동기를 맞이해 음악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다른 가수들의 팬까지 내 사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일 같았다.
아니. 이례적인 일이 확실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른 가수, 배우, 운동선수,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것들의 사진까지 다채롭게 올리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 만우절이 아닌 한.
특정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홈마 계정에 난데없이 다른 아이돌의 사진이 올라오는 건 팬덤 내부에서도 상당히 지탄받는 일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나라도 헬스 관련 사진이 꼬박꼬박 올라오던 계정에 갑자기 기름진 음식 사진이 올라오면 이게 뭐냐고 질색할 테니까.
물론 자기 자식 올리기만도 바쁜 계정에 아무리 예뻐 보인다고는 해도 남의 자식 사진을 매주 꼬박꼬박 올릴 만큼 한가로운 사람은 없고.
어쩌다 우연히 한 번이라는 식으로 올릴 뿐이라 다들 속내야 어떻든 표면적으로는 좋게 좋게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 같았다.
홈마들이 사진을 올릴 때 덧붙이는 ‘내 얼굴을 보니 찍을 수밖에 없었다’ 혹은 ‘찍고 나니 이 사진을 혼자 보는 건 인륜을 저버리는 짓 같았다’ 따위의 우스갯소리에 다들 온라온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수긍하는 모습들이 퍽 재밌어 보였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라도 다른 아이돌 팬들의 관심을 조금 더 끌 수 있다면 여러모로 좋은 일이었다.
연예인에게 관심은 곧 생명 아닌가.
그러다가 나한테, 정확히는 내 얼굴에 스며들어서 우리 팬까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고.
* * *
온라온은 단순히 외모 상태에 신경 쓰는 것뿐만이 아니라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소소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하루는 이왕 찍히는 사진 더 예쁘게 찍히라며 스타일리스트의 추천으로 소품으로 꽃다발을 들고 출근했는데.
그날 찍힌 사진을 본 에어리들의 반응이 유난히 좋았던 것을 기억한 온라온이 앞으로 매주 다른 꽃을 들고 가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부터 온라온은 스타일리스트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말로 꽃을 들고 출근길에 올랐다.
꽃은 회사 근처에 있는 작은 꽃집에서 본인이 스타일리스트와 동행해 그날 코디와 어울릴 만한 것으로 직접 사오는 편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매니저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꽃은 간단하게 한 송이일 때도 있었고, 풍성한 다발일 때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어떤 꽃이든 그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꽃을 들고나온 사람처럼 더없이 잘 어울렸다.
운이 좋다면 싱그러운 꽃은 출근길에 있던 에어리의 손에 선물로서 넘어가기도 했다.
에어리가 오르카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크게 상관없었다.
“고마워요.”
“헉….”
“꽃가루 알레르기 없으시죠?”
“있어도 고쳐야지!”
안타깝게도 온라온에게 꽃을 받고자 하는 팬들로 인해 출근길이 과열되어 질서가 무너질 것을 염려한 방송국 측의 권고로 매주 줄 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팬에게 꽃 한 송이를 수줍게 건넨 이후로 출근길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별 유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소수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팬들을 대하는 온라온의 성의만큼은 에어리, 그리고 다른 팬들에게 잘 전달된 듯싶었다.
* * *
“안녕.”
“안녕.”
그때그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대화하던 견하람과는 이제 완전히 말을 놓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적으로 친해졌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색하지 않게 말할 수 있게 된 덕분인가 서로 주고받는 멘트의 호흡을 전보다 맞추기 쉬워진 건 확실했다.
‘그래서 요즘 나랑 견하람이랑 주고받는 멘트가 늘어났나…….’
갈수록 연인들끼리나 할 법한, 그래서 서로의 팬들 기분만 상하게 될 것 같은 멘트가 늘어나는 것 같아서 작가님께 은근슬쩍 말해 보기도 했는데, 별 소용은 없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
이세준의 등장에 나는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했다.
비슷하게 인사한 견하람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가 볼게. 이따 봐.”
아직 하던 얘기 안 끝났는데?
“하람아, 혹시 잠깐 시간 있어?”
“죄송해요. 매니저 오빠가 불러서요.”
“그래? 어쩔 수 없지. 이따 보자.”
견하람은 별 대답 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자기 갈 길을 갔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자리에 남은 이세준의 얼굴을 봤는데.
‘이 인간 귀가…… 왜 빨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