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9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96화
크로니클 콘서트는 앵콜까지 포함해 장장 4시간을 달린 뒤에야 진한 희열과 그에 비례하는 탈력감을 남기고 끝났다.
세트 리스트가 발라드 곡으로 도배되어 있다든가 하며 느슨한 것도 아니고.
크로니클에는 이제 사십대에 접어든 멤버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체력이었다.
오늘 콘서트를 일종의 견학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즐기되, 배울 점은 배워 가자고 콘서트 시작 전에 서로 이야기했던 오르카도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성영 선배님은 어떻게 저 텐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시는 거죠. 나는 진짜 보는 것도 힘든데.”
“주연호 선배님이나 묵혜성 선배님이나 고음 한 번도 안 흔들리는 거 보고 소름 돋았잖아.”
“그 시작할 때, 도균 선배님 저음……. 같은 남잔데도 너무 섹시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오늘 올밴드였지? 체력 진짜 장난 아니시다…….”
“무대 장치나, VCR 같은 게 뜬금없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우러지는 느낌이라 좋았어.”
“아, 나 왜 강지우가 맨날 콘서트 하고 싶다고 한 건지 좀 알 것 같아. 장난 아니네.”
“그치? 20년을 하셔서 그런가, 서로 합 같은 게 너무 잘 맞으셔서 그런 게 느껴질 때마다 내가 다 흥분되더라. 내년에도 콘서트 하시겠지? 또 오고 싶다.”
멤버들의 시선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온라온을 향했다.
“라온이는? 우리 중에 제일 크로니클 선배님 팬이잖아. 어땠어?”
“어? 나는…….”
어딘지 얼빠진 온라온의 태도에 견성하가 말했다.
“얘 우리 얘기 하나도 안 듣고 있었나 본데.”
사실 좀 전부터 온라온의 머릿속을 온통 뒤덮은 생각은 따로 있었다.
“아니. 빨리 가서…….”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발로 뛰어다니며 노래한 크로니클만큼은 아니더라도, 긴 시간 동안 공연을 보는 것 역시 제법 피곤한 일이었을 텐데.
어쩐지 지치지도 않고 혼자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온라온의 옆 자리에 있던 강지우는 가만히 두면 이대로 숙소로든 회사로든 혼자 돌아가 버릴 것 같은 동생을 붙잡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드리고 가야지.”
“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은 온라온이 주섬주섬 자리를 정돈하고 스태프를 따라 이동했다.
그날 밤.
오르카 멤버 SNS에는 콘서트장 대기실에서 크로니클 멤버들과 함께 찍은 셀카를 첨부한 글이 올라왔다.
[ORCA]– (사진) 오늘 크로니클 콘서트 다녀왔습니당! 선배님들 다 너무너무 멋있어서 오늘 한 스무번은 더 반한 것 같아요ㅠㅠㅠㅠㅜㅠ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에어리~~! 저희도 얼른 콘서트 해요!! 꼭이요!!! 그날은 저한테 반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오르카 #ORCA
#라온 #RAON
– 와 콘서트까지 갔다왔구나ㅋㅋㅋ 라온아 이미 성덕이지만 앞으로도 성덕길만 걸어 ㅋㅋㅋㅋ !!
– (동영상) 클클 콘서트가서 츄츄츄 춘거 영상 올라옴 좋아하는 어른 고양이가 놀아줘서 넘무너무 신난 냥댕이모먼트
– 이터널인데 이제는 조카님 보면 흐뭇한 미소부터 나옴 그리고 너무 감사함 요즘 나오는 혜성오빠 새로운 모습들 덕분에 앞으로 20년은 덕질 무리 없을듯
– 오늘 개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
연호: 20년 봤으면 네 조카도 내 조카
혜성: ㄴ
이터널: 그럼 우리 조카 시켜줘
혜성: ㅇㅋ
연호: (배신감)
라온: ?????
– 트윗에서 좋아하는 선배님 콘서트 갔다와서 신난거 보이는게 너무 귀엽다가 반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에서 왠지 설렜다가 그래도 귀여워서 저항없이 웃음
* * *
그 시각 시드 사옥.
“휴우…….”
온라온은 후덥지근한 콘서트장 안에서 흘린 땀으로 눅눅해진 옷만 겨우 갈아입고 회사에 마련된 작업실에 들어왔다.
누가 쓰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주말이라 그런지 비어 있었다.
“…….”
아직도 거대한 앰프를 바로 앞에 둔 사람처럼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다.
음악방송이나 행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볼륨, 드넓은 공연장 안에서 다섯 명만을 비추는 강렬한 조명…….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감각이었다.
크로니클 팬 이터널들의 열띤 목소리는 마치 불길처럼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부럽다…….”
이제 온라온은 지난 연말 무대 때에도 자신을 자극했던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그때도 그 자리에 있던 다양한 팬들이 연말 히트곡인 ‘Present’를 함께 따라 부르지 않았던가.
‘우리랑 팬들이 다 같이 콘서트 때 정신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
남의 팬들의 목소리에도 이렇게나 가슴이 떨리는데, 자신의 팬들이 그래준다면 얼마나 끝내주는 기분이 들겠는가?
그것도 내가 만든 곡으로!
한번 만들어내고 싶은 곡에 대한 이미지와 목적이 명확하게 잡히고 나니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그동안 완성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과정들이 아예 헛된 게 아니었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느라 완성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부분들을 세심하게 이어붙이다 보니 점점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새로운 곡이 탄생하고 있었다.
처음 습득한 이후 잠잠했던 특성 ‘창성의 총아’의 효과 또한 발동해 온라온은 그야말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작업에 몰두했다.
멤버들은 식사도 여러 번 걸러 가며 평소 서문결의 차지였던 작업실에 사흘 밤낮을 틀어박히다시피 한 온라온을 걱정했지만.
이번만큼은 식사를 비롯한 건강을 챙기는 것에 있어 가장 예민한 강지우조차도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온라온을 차마 막을 수 없었다.
물을 마시거나 볼일을 보려고 어쩌다 한 번씩 작업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온라온은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닌가.
올해 들어 묘하게 회복이 빠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저질인 온라온의 체력을 아는 오르카 멤버들과 시드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회사 막내를 걱정했지만.
도시락과 같이 제대로 된 음식은 지금 먹으면 체할 것 같다며 모조리 사양하는 온라온이 그나마 받아서 작업실로 들어가는 주전부리를 챙겨주는 것 외에 그들이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 나왔다.”
작업실 문이 느리게 열리고 그 안에서 온라온이 마른세수를 하며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그냥 화장실 가려고 나온 거 아니야?”
“아니야. 다 끝낸 얼굴이야.”
어딘지 멍한 온라온의 낯에 퍼진 잔잔한 환희를 알아본 서문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능력 있는 동생을 신뢰하는 강지우가 명령했다.
“끌고 가.”
대기하던 견성하가 냉큼 온라온에게 뛰어가 그의 팔을 붙잡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곧장 이동했다.
“잘 거야?”
“응. 근데 나 배고파…….”
“응. 결이가 지금쯤 나올 것 같다고 죽 사다 놨어. 사실 내가 해주고 싶었는데 은막 촬영 때문에……. 아무튼 지금 데우고 있으니까 좀만 기다려. 먹고 자.”
“어어…….”
“잠을 자기는 잤어?”
“조금……?”
“그래서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었길래 이렇게까지 한 건지 궁금하다.”
“지금 파일 있어? 들려주면 안 돼?”
그 말에 고개를 느슨하게 떨어뜨린 채 반쯤 감긴 눈으로 고롱고롱하던 온라온이 머리를 번쩍 들더니 유난히 또렷한 목소리로 반요한의 부탁을 거절했다.
“안 들려줄 건데.”
“뭐? 왜!”
“부끄러워서. 나 처음 만든 곡이거든.”
말과는 달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낯에, 평소 비슷한 수법을 자주 써먹었던 반요한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그게 어딜 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 표정이니?”
“여길 봐서.”
“막내야 나는 되지?”
자신만만한 얼굴로 냉큼 끼어드는 강지우에 반요한이 눈살을 찡그렸다.
“야, 내가 안 되는데 왜 너는 될 것처럼 말하냐?”
“막내가 좋아하는 순위 4등인 너랑 2등인 나랑 같아? 2등은 은메달이지만 4등은 노메달이거든?”
그 옆에서 3등 견성하가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고, 알맞게 데운 죽을 들고 막 들어오던 1등 서문결도 조금 웃으며 다가왔다.
“사람들은 이게 문제야. 메달리스트만 기억하는 거. 이러니까 우리나라 예술계와 체육계 발전이 더딘 거라고.”
사람 머리 아파지게 만드는 반요한의 헛소리가 더 길어지기 전에 온라온이 끼어들었다.
“형도 안 돼. 결이 형도 안 되고 견성하도 안 돼. 다 안 돼. 아무한테도 안 들려줄 거야.”
산뜻하되 단호하게 웃으며 다다다 말하는 온라온을 향해 당장 왜냐고 더 따져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밤을 지새운 후유증으로 곳곳에 피로감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얼굴을 한 온라온을 괜한 설전으로 더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근히 벽이 높은 온라온은 혼자만의 고집이 센 편이기도 했고.
“그래…. 죽이나 얼른 먹으렴.”
“으응.”
먹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잠시 각성했던 정신이 다시 몽롱해져 멍한 표정으로 꾸벅꾸벅 조는 온라온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가이드 녹음은 또 누구한테 부탁하지. 내가 부르는 게 제일 낫기는 한데 내 음색 특이해서 다 알 것 같고. 묵쌤은 나인 거 너무 티 나니까 안 되고, 소속사 선배님…도 별로 친하질 않아서 좀 그렇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아무한테도 말 안 할 사람…….’
어쨌든, 그에게는 자신이 이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가 온라온의 눈이 아예 깜빡 감겼다.
은총으로 회복하면 된다는 생각조차 안 들 만큼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피곤해 죽겠네. 일단 좀 자고 생각하자…….’
조금이라도 먹고 자라는 강지우의 잔소리가 귓가에 언뜻 맴돌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대로 잠든 온라온을 보며 강지우는 설마 자기 그룹 막내의 첫 곡을 다른 가수에게 빼앗기는 건 아닌가, (이를테면 며칠 전 콘서트를 보고 온 크로니클이라든가) 조금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