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9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95화
“엣취!”
“저런. Bless you.”
“블레스 유.”
“너네 진짜 짜증 나아아…….”
심하지는 않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 아까부터 자꾸 조금씩 코를 훌쩍이며 기침을 해대는 반요한이 따뜻한 유자차를 홀짝였다.
“넌 괜찮아?”
“그러게. 원래 이럴 때 제일 먼저 제일 심하게 아파야 하는 거 온라온인데. 넘어지기도 했고.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뭐래. 나 건강 체질이거든.”
은총 스킬 덕분에 슬금슬금 올라오는 감기 기운과 넘어질 때 박았던 엉덩이 부근의 통증을 진작 수습한 나는 여유롭게 대꾸할 수 있었다.
“쟤가 허약한데 의외로 강골이란 말이야…….”
그런 나를 보며 강지우가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기본적으로 허약한 건 사실이었기에 강지우나 눈치 빠른 반요한이 괜히 답하기 곤란한 부분을 더 파고들기 전에,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견성하 뭐 봐?”
“우리 행사 직캠 올라온 거.”
견성하가 나도 볼 수 있도록 태블릿 화면 각도를 조절했다.
1805×× 오르카(ORCA) – 해방(Winter) + 환상정원 + Holiday + Dream @고성 새하늘 페스티벌 4K 60P 직캠
– 마이크돌리기ㅋㅋㅋㅋㅋㅋ 무슨 수건 돌리기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진짜 웃겨ㅋㅋㅋㅋㅋㅋ
– 잘 보면 애들도 웃긴지 진지하게 무대하다가 슬쩍슬쩍 웃고 있음ㅋㅋㅋㅋㅋ
– 아니근데 요한이 무대에 진심인거 너무 잘보임.. 평소에 너무 사근사근 웃고 있어서 저렇게 찐으로 예민한 표정 보기 쉽지 않은데.. 뒤 돌아보면서 자기 마이크 톡톡 치는거에 치였음 다시 앞에 볼 때는 무대연기하고 우리 애가 이러케 프로다
┗ 222 라오니한테 마이크 받았을 때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 파트 하는 거 치인다….
– 타팬이지만 짱르카 마이크돌리기 보러왔습니다
┗ 2222
– 심지어 이날이 데뷔후 첫 행사였는데 비오고 마이크 안나오고 무대 미끄러지는 열악한 상황에도 하나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에서 평소 연습량 너무 잘 보인다
– 진짜 저런 거 잘못하면 더 꼬이고 더큰 실수나올 법한데 보면 다들 알아서 척척 최선의 선택을 해서 줌ㅋㅋㅋㅋㅋㅋ
– 온라온 이제 자기가 한국인인거 숨길 생각도 없음.. 자연스러운 쌍화탕 권유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 2:41 여기 지우 마이크가 성하 거쳐서 라온이한테 간 거 갠적으로 킬포 ㅠㅠㅠㅠㅠ 자기는 멀쩡한 헤드셋 마이크 쓰고 있어서 딴 멤버들까지 신경 안 써도 됐을 텐데 자기도 다 신경쓰고 있었다는게 ㅠㅠ
그때는 첫 행사를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반요한에게 내 마이크를 건네고 봤던 게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반요한 파트 끝나면 바로 돌려받으면 되지, 하고 준 거였는데 생각해 보니까 동선상 그게 안 되더라고.
안 된다기보다는, 타이밍이 어렵더고 해야 하나.
다행히 서문결이 눈치 빠르게 자기 마이크를 준 덕분에 어찌어찌 무대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 멤버들이 연습을 열심히 해서 참 다행이야.’
같은 내용으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데뷔 후 첫 행사인 신인 아이돌이 폭우+불량 마이크에 대처하는 방법.wtb’라는 제목의 글도 조회 수가 높은 편이었고.
누가 누구에게 마이크를 주었고 또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일일히 표시해 놓은 동영상을 첨부한 글도 SNS에서 몇천 단위로 공유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난리였구나.”
“그러게.”
“근데 진짜. 불러놨으면 적어도 음향 설비 같은 건 제대로 해둬야 할 거 아니야.”
“나는 사실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 갑자기 문제 생기는 건 좀 그렇기는 하지만, 흔한 일이니까. 진짜 싫은 건 그래놓고 우리 은근히 무시했다는 거야.”
“아, 맞아. 그게 진짜 기분 나빴어.”
행사 후반에 반요한도 마이크를 새로 받고, 비도 좀 잦아들어서 먼곳까지 와준 에어리들 응원 받으며 무대는 나름 즐겁게 마무리했는데.
그렇게 기껏 열심히 하고 났더니 행사 관계자들 태도가 영, 아니었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비 때문에 현장 상황이 엉망이 돼서 책임자로서 예민해져 있었던 걸 테지만, 그런 대접을 받고 있자니 씁쓸했다.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던데.”
– (사진) 1805××
첫 행사에 비도 오고 힘들었을 텐데 우리 걱정을 더 많이 해주던 우리 물타입 라온이
#라온 #온라온 #RAON
#오르카 #ORCA
고스란히 맞은 비는 정말이지 싸늘하니 춥고, 축축하고, 미끄러워서 싫었지만.
직업 정신 투철한 홈마들에 의해 문제의 비와 함께 찍힌 사진은 의외로 분위기 있게 잘 나온 것 같았다.
그거 하나는 좋았다.
그거 하나만.
* * *
며칠 뒤, 우리는 체조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번에 초대 받은 크로니클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체조 경기장 근처에는 크로니클의 상징색인 빨간색 옷을 입은 크로니클 팬, 이터널들이 가득했다.
어쩐지 지난번 텐 투 텐 이후로 이터널들과도 내적 친밀감이 부쩍 생긴 기분이다.
“나 콘서트는 처음 와봐.”
“나도. 사실 트루 있을 때 갔을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기억에서 지운 것 같아.”
“그럴 수 있지. 나도 SS 있을 때 선배들 콘서트 몇 번 견학 갔었어. 결이랑 성하는?”
“나랑 성하는 권겨울 선배님이랑 세일 형 콘서트는 가봤는데, 아이돌 선배님 콘서트는 안 가봤어.”
“어쩐지, 라온이랑 반요한만 콘서트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잘 안 하더라.”
평소 하루빨리 우리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오던 강지우가 이해한다는 듯 콘서트 경험이 없는 나와 반요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현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건 처음이지만.
크로니클 콘서트 세트리스트에 자주 올라오는 곡들의 응원법을 외워두고 응원봉까지 갖춤으로써 콘서트를 즐길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우리가 스태프에게 안내 받아 초대석에 주르륵 앉을 때는 이미 다른 팬들의 입장이 대부분 끝나 있었다.
“체조 경기장 수용 인원이 어떻게 되지?”
“정확히는 모르는데, 아마 2만 명 넘을걸?”
“와…….”
2만 명이라니.
까마득한 숫자다.
“왜 내가 떨리냐…….”
잠시 뒤 재생되던 VCR이 끝나고 조명이 탁 꺼지자.
이터널들이 한목소리로 ‘이터널’과 ‘크로니클’을 반복해서 외치기 시작했다.
– 이터널!
– 크로니클!
– 이터널!
크로니클도 무대 아래에서 저 소리를 듣고 있겠지?
괜히 나까지 가슴이 떨렸다.
이윽고 크로니클의 1집 후속곡 ‘영원불멸’의 전주와 함께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 * *
초장부터 에너지를 쏟아붓겠다는 듯 강렬하게 시작된 콘서트는 20년 경력의 멤버들에 의해 노련하게 이어졌다.
한바탕 무대가 이어지다가 찾아온 토크 타임.
땀을 닦던 주연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조카들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당신들 조카 아니라니까요.”
“20년쯤 봤으면 적당히 넘어가 줄 법도 한데, 우리 혜성 씨가 참 쉽지 않아요.”
몇 년이냐만 달라졌지, 매년 듣고 또 듣는 말에 이터널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우리 잘생기고 귀여운 조카는 어디 있죠?”
묵혜성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주연호가 과장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타이밍 맞게 카메라 한 대가 오르카 멤버들이 있는 초대석을 찾아 전광판에 온라온을 비롯한 오르카 멤버들의 모습이 나오자 이터널들로부터 크로니클을 봤을 때 못지않은 함성이 나왔다.
오르카 멤버들은 주위 시선을 피해 마스크와 모자 등을 제각각 쓰고 있었지만.
크로니클 멤버들의 ‘조카’라는 애정 어린 호칭이나 조금 드러난 얼굴 등을 통해 그들이 오르카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오르카 멤버들은 갑자기 약 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카메라가 있을 방향을 바라보며 꾸벅꾸벅 인사했다.
“얘들아, 형들 어떻니? 아직 봐 줄 만하지?”
김성영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와, 지금 많아 봤자 스물한두 살일 애들한테 형이래.”
“양심이 없다.”
“조용히 해. 잘생기면 다 형이야.”
“우리 잘생긴 혜성이도 형 소리 듣는 걸 참았는데…….”
“하하하, 성영 씨가 나잇값 못 하는 걸 보니 형 소리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몰라.”
“그래. 내가 미안하다. 얘들아, 아저씨들 콘서트 어때? 재밌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난처하게 웃다가 엄지를 척 드는 멤버도 있고, 입모양으로 ‘최고’라고 하는 멤버도 있고,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려 보이는 멤버도 있었다.
주연호의 용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우리 혜성 씨가 저기 라온이랑 같이 방송에서 멋있고 귀엽고 깜찍한 춤을 췄잖아요. 사실 그중에서 제 마음에 쏙 든 게 있는데, 하나 보여 줄 수 있어요?”
뭐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주연호가 마음에 들어 한 게 어떤 춤인지 쉬이 짐작했다.
“츄츄츄.”
– 꺄아아아악!
“저희가 혜성 씨한테 솔로 무대 그걸로 하는 거 어떠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절대 안 들어주더라고요.”
“맞아요. 밥까지 사 줬는데 참 너무하죠.”
“그래서 대신 우리 귀여운 조카 춤이라도 보려고요!”
“라온아, 해줄 수 있니?”
온라온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못 할 건 없는데.’
– 같이, 같이.
입모양으로 온라온의 말을 제일 먼저 알아들은 묵혜성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고, 그런 묵혜성의 표정을 보고 나머지 크로니클 멤버들이 뒤이어 온라온의 말을 짐작했다.
웃음을 꾹 참은 주연호가 스태프를 향해 말했다.
“저희 그 음악 있죠? 후렴 부분 한번 틀어주세요.”
“저는 분명히 안 한다고 했는데 그 음악이 왜 준비돼 있는 거죠?”
“살아보니까 준비를 일단 해 두면 다 쓸 데가 있더라고요.”
결국 주연호의 계략에 꼼짝없이 넘어간 묵혜성이 당질과 함께 ‘츄츄츄’ 안무를 해 보이자 이터널들로부터 역대급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