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9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94화
드디어 새 매니저가 왔다.
비활동기에 더 늘어난 개인 스케줄에 생명력을 말 그대로 쪽쪽 빨리던 곽상현이 행복해 하며 새 매니저와 우리를 대면시켰다.
“와…….”
새 매니저를 본 견성하가 조금 놀란 감탄사를 내뱉었다.
새 매니저의 비범한 외모 때문이었다.
우리 새 매니저는 일단 길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어깨랑 허리 펴면 거의 2m 될 것 같은데? 고작 우리 매니저나 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농구 선수나 배구 선수를 해서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해야 할 것 같은데?’
빈말로도 새 매니저의 덩치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뼈만 있는 사람처럼 삐쩍 말랐지만.
살면서 누굴 올려다 봤을 일이 없었을 것 같은 특출난 기럭지만으로도 웬만한 사람한테는 적잖은 위압감을 줄 정도였다.
게다가 새 매니저는 팔다리 비율도 조금 독특했다.
사지가, 그중에서도 특히 팔이, 남달리 큰 키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길어서 CG처럼 보였다.
거기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음울하고 우중충한 인상까지 합쳐져 새 매니저는 제법 잘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마치 귀신 같았다.
‘저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숙소 앞에 죽치고 있는 사생들도 가까이 못 올 것 같기는 하다.’
체중 관리를 하는 우리보다 더 마른 게 좀 걸리기는 했지만.
멤버들도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서 저런 사람을 뽑아왔는지 궁금하다.
“이쪽은 앞으로 너네 로드 맡아 주실 이영민 씨. 나이는 스물셋. 이래봬도 건실하고 성격 좋은 친구니까 앞으로 말 잘 들어야 한다.”
의외로 새 매니저의 이름은 평범했고 나이는 보기보다 어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근데 키 엄청 크시다.”
“형이라고 해도 돼요?”
“네. 마음대로 부르세요.”
“네, 형.”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
담배 냄새, 는 아닌 것 같은데…….
겨울 냄새? 연기 냄새? 나무 그을린 냄새 같기도 하고.
눈살을 얕게 찡그리며 잡힐 듯 말 듯한 냄새를 쫓아 후각에 조금 더 집중할 때.
“무슨 문제라도……?”
이영민이 나를 향해 물었다.
“향수 뭐 쓰세요?”
“안 쓰는데요.”
“아 그러시구나.”
나만 맡은 냄새인가 싶어서 서로 인사를 마치고 헤어진 다음, 새 매니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멤버들에게도 물어봤다.
“아까 영민 형한테 무슨 냄새 안 났어?”
“냄새? 무슨 냄새?”
“음…… 뭐 탔을 때 나는 냄새? 겨울 냄새 같기도 하고. 향수 냄새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 하시고.”
“난 잘 모르겠던데?”
“너 안 씻어서 나는 냄새 아냐?”
“견성하 죽을래? 내가 너보다 자주 씻거든?”
“너네 진짜 유치하게 논다…….”
“아까 그분은 담배 안 피는 분 같아서 좋더라. 상현이 형은 다 좋은데 가끔 담배 냄새 나는 건 별로야.”
평소에도 담배 냄새를 유난히 싫어해 우리에게도 담배 피면 그날로 숙소에서 내쫓을 거라고 진심으로 엄포를 놓던 반요한의 말이었다.
“근데 되게 특이한 분인 것 같아.”
“솔직히 난 좀 무서워. 그 분위기가…….”
“사실 나도. 좀 어두운 날에 길에서 그냥 마주쳤으면 놀랐을 것 같긴 해.”
“얘들아, 외모로 사람 함부로 판단하는 거 아니다.”
강지우의 엄한 말에 반요한이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외모로 가장 먼저 판단당하는 직업 갖고 있으면서 그런 말 하는 것도 모순 같은데.”
“야, 반요한.”
“알아, 알아. 너 무슨 말 하는 건지.”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반요한이 꼭 “그런데 사실이잖아.”라고 한마디를 덧붙이는 바람에 둘은 대판 싸우다가 잘 때가 되어서야 내 주선으로 극적인 화해에 성공했다.
* * *
다음 날. 지역에서 주관하는 페스티벌 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는 행사가 열리는 강원도로 출발했다.
음악방송이 아닌 행사 무대에 서는 것은 데뷔하고 나서 처음이라 우리는 다들 조금씩 설레고 약간은 긴장한 상태였다.
곽상현도 함께였지만, 운전은 이영민이 맡았다.
앞자리에서 핸드폰을 보던 반요한이 약간 찡그린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따가 비 온대.”
그말에 강지우가 창밖을 내다 보았다.
“그래? 날씨가 좀 꾸물거리기는 하다.”
“비 오면 안 되는데…….”
제발 첫 행사부터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행사장에 도착한 우리는 리허설을 위해 사복 차림에 이름표를 매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형, 저기 우리 팬들 같은데.”
“어? 진짜네.”
우리는 낯익은 팬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주 봐서 눈에 익은 팬들을 과하게 아는 척하는 것도 안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얼마 전에 뮤직팡팡 MC 출근길에서 본 사람을 이 먼 곳에서 보니 반가운 것도 사실이었다.
‘호응이 아예 없지는 않겠다.’
한편으로는 주중인데 학교나 직장은 어쩌고 어떻게 저기서 우리를 찍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리허설을 큰 문제 없이 마치고 본 공연을 시작할 때쯤에는 하늘이 완연히 어두워져 있었다.
비가 오기 직전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행사 관계자들도 무대 장치에 비닐 커버를 씌워 두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안 좋은데…….”
* * *
많은 이들의 걱정 속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무명에 가까운 한 솔로 가수의 무대 바로 다음이 오르카의 차례였다.
오르카 다음으로는 걸그룹 한 팀이 더 공연할 예정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오르카의 무대가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비가 제법 쏟아지고 있었다.
덕분에 지역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객석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대부분 공연하는 아이돌의 팬들이었다.
“이어서, 오르카의 무대입니다. 해방!”
궂은 날씨 속에서도 행사용 톤과 밝은 미소를 잃지 않은 MC가 오르카를 소개했다.
조명이 밝아지며 무대 의상을 입은 오르카의 모습이 보였고, 이내 ‘해방’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오르카의 첫 행사 직캠을 찍기 위해 비싼 카메라를 앞에 세팅해 놓은 한 에어리는 혹시라도 멤버들이 격한 안무를 소화하다 미끄러져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러분, 오늘 집에 가서 쌍화탕 꼭 마시세요!”
“감기약도요!”
그러다가 빗소리를 뚫고 나오는 온라온과 반요한의 햇살처럼 발랄한 외침에 배 안쪽을 단단하게 조이던 긴장은 갑자기 확 풀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일당백 팬들의 응원 소리와 함께 서문결에 의해 첫 소절이 시작됐다.
어제와 같은 곳
있는 그대로
널 바라보는 순간
첫 번째 문제는 반요한의 파트에서 발생했다.
제 파트를 시작하자마자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힌 반요한이 입만 벙긋거리다가 동선을 이동할 때 스태프가 있는 뒤를 돌아보며 제 헤드셋 마이크를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마이크 안 나와요.’
마이크 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아 그의 파트 때 MR 소리만 휑하게 들린 것이다.
무대에 있던 다른 멤버들도 그 사실을 눈치챘다.
그리고 반요한의 파트가 다시 돌아오기 전.
안무를 하며 반요한과 가까워진 온라온이 자기 파트 전에 눈치껏 돌려달라는 눈짓을 하며 제 핸드 마이크를 건넸다.
무대 여건상 반요한과 견성하는 헤드셋 마이크를, 강지우와 서문결, 온라온은 핸드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라온은 반요한에게 마이크를 돌려받지 못했다.
반요한이 돌려주는 것보다 자기가 주는 게 파트와 동선상 더 낫다고 판단한 서문결이 제 마이크를 온라온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빈손이 된 서문결은 다시 강지우에게 그의 마이크를 받았고, 온라온의 마이크는 강지우의 손에 들어갔다.
그렇게 네 사람의 기묘한 마이크 돌리기가 시작됐다.
서로 이 상황이 웃긴지 때때로 피식거리며 마이크를 전해 주는 게 자칫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멤버에게 마이크를 전해 주면서도 안무와 자기 파트 노래는 악착같이 챙긴 덕분에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무대를 한껏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오르카 멤버들의 속은 일 분 일 초마다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보고 있으니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 무대를 소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동작을 크게 해도 몸이 휘청 넘어가려는 게 느껴졌다.
매 순간이 위기 상황이었다.
결국 무대 후반부에 온라온의 발이 물기에 쭉 미끄러졌고,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멤버를 잡아주려던 견성하도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위태로운 상황에 객석에서 앓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넘어질 때 충격이 남아 미미하게 인상을 쓴 두 사람이 곧 물기를 털고 일어나 무대를 마저 이어갔다.
‘해방’ 무대를 끝내고 정식 인사와 함께 찾아온 토크 시간.
견성하와 온라온은 웃으며 저들의 무사를 알렸다.
“저희 괜찮아요!”
“비야 그만 와!”
“그만 와!”
멤버들의 장난스러우면서도 간절한 부르짖음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다행히 두 번째 무대를 시작할 때쯤에는 얼굴에 맞으면 아플 정도로 거세게 내리던 비가 조금 약해졌다.
‘Dream’ 무대 중간에 반요한의 마이크팩이 빠져 온라온이 다시 쑥 집어넣어 주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넘어지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였다.
“이 형 참 손이 많이 가네요.”
“일단 제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짧은 토크와 공연까지 힘겹게 마친 오르카 멤버들은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녹초가 되어 무대에서 내려왔다.
밑에서 대기하던 스태프들이 달려와 비에 체온을 뺏겨 덜덜 떨리는 멤버들의 몸을 타올로 감싸주었다.
“고생했어.”
“다친 사람 없지? 일단 옷 갈아입고 감기약부터 빨리 먹고.”
원래는 회사에 가서 다음 앨범에 대해 간단한 회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곽상현이 멤버들의 컨디션을 배려해 바로 숙소로 가 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밤이 다 되어 돌아온 숙소 앞에는 어김없이 사생이 있었다.
“진짜 싫다.”
“차라리 아까 행사 왔으면 더 오래 볼 수 있을 텐데.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진짜.”
최근 주민 항의까지 여러 번 들어와 사생에 대한 멤버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점에 달해 있었다.
“제가 말해볼게요.”
그때, 곽상현 대신 이영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평소에는 곽상현이 뭐라고 말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무시하던 무리는 이영민이 다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가만 내려다보기만 했는데도 주춤 물러났다.
온라온은 왠지 꺼림칙하던 새 매니저가 조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