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4화
이제까지 고경윤이 추구하던 나와의 관계는 우리가 이만큼 친하다는 걸 외부에 드러내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암묵적인 비즈니스 관계였다.
서로가 필요할 때만 찾는, 서먹하고 퍼석한 관계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대놓고 친한 척을 하자니?
‘뭐 잘못 먹었나.’
내 표정을 본 고경윤이 서운하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렇게까지 싫어하시니까 조금 섭섭한데요.”
“아니, 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냐? 갑자기 뭔데?”
누가 들어도 떨떠름할 내 목소리에 약간 웃다가 다시 정돈된 낯이 된 고경윤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 달 전, 트루 건으로 사방이 난리 났을 때 고경윤 본인이 그 일과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어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리프틴 안티들이 고경윤 또한 나와 비슷한 시기에 트루 엔터에서 연습생으로 생활했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다시금 걸고넘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고경윤을 오현진 같은 왕따 가해자 중 하나로 다시 슬금슬금 몰아가고 있다는 듯했다.
“아직 심각하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지만, 저로서도 길게 끌고 가기 달가운 오해는 아니고 마침 괜찮다 싶어서요.”
온하제로서의 삶을 23년 동안 살아 본 바에 따르면.
아무리 자신의 평판이나 부차적인 이득을 챙겨갔다고는 해도 고경윤처럼 도리에 안 맞는다고 ‘온라온’에게 오는 피해를 차단하고 나서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녀석을 자기 방식대로 도와준 것만은 사실인 고경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
내가 망설이는 기색이자 고경윤이 물었다.
“선배, 하지도 않은 일로 저를 매도당하게 두시려고요?”
“하지 않은 일로 과대평가 받는 건 좋고?”
내 반문에 불쌍한 척하던 고경윤이 내가 언제든 벗겨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던 얄팍한 가면을 벗고 갸름하게 웃었다.
만약 내가 단순히 트루 연습생 시절에 고경윤과 아무 문제가 없었음을 증언하는 것을 넘어 상당히 친하기까지 함을 오늘 대놓고 증명해 준다고 치자.
그러면 일은 예의 루머를 무마시켜주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반사 작용으로.
사실은 고경윤이 그곳에서 온라온을 도와준 선한 연습생이었다는 식으로 추어 올려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내가 그 상황에서 그거 아니라고 다시 정정하는 것도 상당히 이상한 상황 아닌가.
이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사람들한테 사기 치는 거잖아? 넌 그 정도로 좋은 놈이 아닌데 말이야. 나는 그 사기에 동조하게 되는 거고.”
고경윤은 내 말에 반박하는 대신 입의 혀처럼 굴었다.
“안 그래도 그때 선배한테 더 잘해줄 걸 그랬다고 깊이 후회하고 있어요.”
내 말에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한결같이 영업사원처럼 사근사근한 언행을 구사하는 고경윤이 감탄스러웠다.
“안 피곤해?”
앞뒤 잘라먹은 내 말을 고경윤은 잘 알아들었다.
“저라고 늘 이 정도로 굽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선배는 누가 함부로 참견하는 거 대단히 불편해하잖아요.”
“내가?”
“네. 그래서 대할 때는 목적이 다소 불순하더라도 달리 숨기거나 감추는 거 없이 대놓고 솔직하게 구는 걸 좋아하고.”
“말이 좀 이상하다. 숨기는 걸 누가 좋아해? 죽고 못 살던 커플끼리도 뭐 하나 숨기고 걸리면 그날로 헤어지는 거거든?”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 봤으면서 아는 척은……. 래리가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을 측은해합니다. ???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야, 나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거든?
인간의 마음이 없어 누구보다 사랑의 멋짐을 모를 새끼가 뭐라고 대꾸해서 내 혈압을 높이기 전에 고경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 말이 맞아요.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라.”
분명한 발음으로 흘러나온 문장이 하나하나 귀에 꽂혔다.
“무엇보다도 선배 스스로가 외부로부터 숨고 속내를 감출 여유나 겨를이 하나도 없으니까. 차라리 상대도 자기처럼 속을 훤히 다 보여줬으면 하는 거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말이에요.”
“뭔…….”
“그리고 선을 어기더라도 미리 눈치껏 양해를 구해놓은 사항에 대해서는 꽤 관대해지지 않나요?”
고경윤이 미소했다.
“바로 지금처럼요.”
[수준급의 인간 관찰을 당했습니다. 연기력 +2]……스텟은 됐고.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냐?’
찡그려진 내 표정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고경윤이 호감도 알림창을 띄웠다.
[아이돌이 아니라면 로비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었을 고경윤이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하고 만족합니다. 고경윤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41]내가 이 시점에서 고경윤에게 얼마나 높이 평가되고 있는지는 둘째 치고.
이 녀석은 언제 봤다고 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나,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도.
‘맞는 말이라서 할 말이 없다…….’
솔직한 걸 좋아한다든지, 관대하다든지, 하는 그럴듯한 소리는 고경윤의 번지르르한 언어로 포장된 것일 테지만.
소름 돋게 잘 맞는 심리테스트라도 본 기분이었다.
“안 피곤하냐고요? 글쎄요. 옛날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진 선배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러는 수밖에 없던걸요.”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걸 판단하는 건 제 몫이니 신경 쓰지 말아요.”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너한테 내가 그럴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주 잠시, 한 방 맞은 듯한 얼굴을 했던 고경윤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참고로 선배한테 남들보다 더 정성을 들이는 건 맞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니까 혹시나 내가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죽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정 걱정되면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서 예쁘게나 봐주시고.”
끝에 가서는 말이 미묘하게 매서워진 봐서 내가 계속 긁다 보니 본래 성격이 좀 튀어나온 것 같기는 했다.
“…….”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유독 내가 예민하고 피곤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요즈음 새롭게 깨닫고 있었다.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뭘 바라고, 무엇을 목적으로, 나를 어떻게 보는지 등을 낱낱이 파헤치려 하기 때문일까,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냥 내향형 인간답게 그런 일에 소질이 없어서일까.
원인이 뭐든 그럴 필요 없는 일까지 하나하나 따지고 드니까 정신적인 소모가 꽤 됐다.
차라리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퀘스트로 방향이라도 제시된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문제니까 문제인 거지…….’
그떄, 고경윤이 말없는 나를 불렀다.
“선배?”
“아, 뭐 좀 생각하느라.”
시간을 확인하니 슬슬 대기실로 돌아가야 했다.
“부탁은 들어줄 건가요?”
“그래. 잠깐 정도면.”
지금 하는 걸 봐서는 뭐로든 크게 될 새끼였다.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참에 다 내려놓고 진짜로 친해지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싫어.”
“저런. 그럼 그건 지금은 생각하지 말아요.”
“앞으로도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다.”
“참, 당분간 그룹끼리 친한 모습 보이는 건 자제하는 게 어때요?”
이 시점에 이 얘기를 꺼내자고 처음부터 벼른 게 분명하면서 “참.” 같은 소리나 하는 모습이 다소 가증스러웠다.
“우리 멤버들이 너희 멤버들이랑 친하고 말고를 너랑 내가 왜 정하냐”
“선배 쪽 분들 의사랑은 상관없이, 일단 우리 쪽에서는 멤버들이 오르카 쪽에는 못 가게 막을 생각이라서요.”
“왜?”
“우리랑 선배네랑 한창 경쟁 붙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에 정작 두 그룹이 격 없이 친해 보이면 팬들 의욕이 도리어 식어버리지 않겠냐는 우려가 우리 회사 내부에 있어서.”
그룹끼리 경쟁이 붙을 때 어떤 투표율이나, 뮤직비디오 조회수 같은 게 더더욱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별걸 다…….”
“시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이쪽은 어디까지나 기간제라 회사 분위기가 좀 빡빡하거든요.”
“아하…….”
저번부터 좀 엄격해 보이기는 했지.
“그리고 나중에 친해지더라도 팬들이 어색해하거나 이질감 느껴지지 않게 한두 명끼리는 지금부터 가볍게 친분 있는 모습을 보여 두는 게 좋잖아요. 그게 저희 멤버 중에서는 저고, 오르카에서는 선배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랑 이미 친한 샤오나 준우 형이나 리츠는 어디 두고.”
“그건 알지만, 오늘 드렸던 부탁이랑 겸사겸사 같이 가는 거죠.”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
그때, 고경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고경윤이 아쉬운 척 운을 띄웠다.
“그럼 매니저님이 불러서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래.”
“방금 얘기한 건 오르카 멤버분들께도 전해 주시고, 나중에 봐요. 시합에서 무리하다가 괜히 다치지 말고요.”
* * *
팀별로 모여 앉은 팬들을 향한 여러 가지 안내 방송과 제작진이나 출연진을 향한 지시 사항들로 어수선한 장내.
각 팀의 캐치프레이즈나 로고 등이 수 놓인 응원기가 뒤편에 걸린 응원석에 앉은 팬들은 입장하면서 받은 안내문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안내문에는 오늘 온종일 외칠,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속한 팀의 응원 구호를 비롯해 각종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아이돌들의 입장과 함께 촬영이 개시돼 체육대회 개회사, 단체 준비 체조 등의 의례적인 순서가 지나가고.
올해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가 팬들의 환호성 속에서 남녀 단거리 달리기 예선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단 단거리 달리기뿐만이 아니라, 오전 일정은 단체 응원전을 제외하면 남자 농구, 여자 피구, 전략 줄다리기 등 온갖 종목의 예선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오전 경기 결과에 따라 오후에 열심히 뛰어다닐 팀과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하는 팀이 가려진다.
“다치지 말고 다녀와.”
“청팀 파이팅!”
“라온아, 넘어지지만 마!”
그리고 그 첫 번째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온라온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