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3화
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잘못된 인식을 가져 버린 라이는 원래 하려던 말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아리까리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우리 팀 사람들 너무 어려워……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그러지는 않아도 돼.”
“네.”
“지금은 좀 어색… 그래…… 어색해도 같이 촬영하다 보면 또 더 친해지게 마련이거든.”
아이돌 체육대회가 프로그램 특성상 지금처럼 응원전에 강제 동원되는 등 힘들고 별로인 점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한 팀이 되어 같은 편을 열심히 응원하다 보면 팀원들끼리 저절로 친해지는 친목 도모의 매력도 있다고 라이가 설명했다.
“그래서 이 촬영 좋아하는 애들도 꽤 있어.”
뛰고 부대끼는 활동을 그렇게 오래오래 하다 보면 동성끼리는 안 친해지고 싶어도 몇 년 동안 내내 서먹하기도 웬만해서는 어렵다나 뭐라나.
예전에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데 뭐 있는 스포츠인 축구까지 했다니 말 다 했지.
그러는 사이에 간질간질한 이성 관계도 자연스럽게 싹트고….
직관하는 팬들 속은 뒤집어지고…….
“그렇군요.”
“그래. 진짜 응원하다 보면 학교 운동회 같은 느낌이 진짜 있기는 있어. 한공예면 알지 않나? 한 반이 쭈욱 가는 그 느낌.”
“네. 알 것 같아요.”
사실 잘 모르겠다만.
확실히 팀원들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는 올해가 첫 출전인 우리나 베리블라썸 주위에서나 두드러졌다.
이미 두세 번 출전해 본 사람들끼리는 대부분 서로 만났을 때 반가워하고 자기들끼리 일정한 정도 이상으로는 친한 게 보였다.
아니, 그런데 이 인간 설마 지금 내가 고경윤처럼 사람이 가진 가치 계산하면서 재고 따지느라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런 거 아니라고, 나는 정말로 내향적인 사람인데 오해 받고 있을 뿐이라고 정식으로 해명하기도 전에 라이는 연습 힘내자면서 가까이 온 제나를 피해 앞쪽으로 부리나케 가버렸다.
그 뒤.
다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개인 연습을 그럭저럭 통과 수준으로 잘 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단체 응원전 연습은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났다.
다음 날 반요한이나 서문결이 틈틈이 나가던 농구팀 훈련도 얼추 끝을 맞이해 컴백 전후로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면 웬만하면 싫은 내색 안 하는 서문결이 스케줄을 가기 전에 긴 한숨까지 푹 내쉬겠는가.
“형, 농구 싫어해?”
설마 우리가 서문결의 의향을 미처 읽지 못하고 싫은데 억지로 농구 훈련으로 보내 버렸나.
그런 걱정이 뒤늦게 덜컥 들었는데 다행히도 서문결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데 왜 한숨 쉬어?”
“앨범 활동에 방해되니까,”
“아.”
“그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은 내키지 않아.”
지극히 서문결다운 이유였다.
“가서 안 다치게 조심해. 촬영 가서 시합할 때도.”
“……응.”
지금 대답 좀 늦지 않았냐.
[서문결이 그런데 지금 그게 당신이 할 말인가 고민합니다. 서문결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76]아니, 왜?
[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의지 –1]나 잘했는데.
[래리가 인정합니다. 의지 +1]그나저나 그걸 인정하는 놈이 이 새끼면 몹시 곤란하지 말이다…….
* * *
아이돌 체육대회 녹화 전날.
제작진이 뿌린 홍보 자료를 발 빠르게 낚아채 키보드를 두드린 기자들에 의해 올해 아이돌 체육대회의 1차 예고 영상이 공개되었다.
1차 예고 영상에서는 먼저 올해 각 팀 주장과 부주장이 된 아이돌들을 소개했다.
[청팀 주장 아이릭 라이!] [청팀 부주장 소네티 멜라!] [흑팀 주장 플루토 주안!]…….
주장과 부주장은 각 팀에서 인지도와 연차, 그리고 운동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아이돌이다.
주장이 남자 아이돌이면 부주장은 여자 아이돌을 뽑는 식으로 성비 균형을 맞춘다.
성별이 다른 주장과 부주장이 해외 팬들 사이에서 커플로 엮이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안 그렇게 해도 엮일 사람은 다 엮이므로 별 의미 없다.
하는 일에 비해 분량과 편집이 괜찮게 보장되고 그룹 활동과 상관없이 아이돌 체육대회 주장·부주장들의 고정 팬층도 국내외에 있기 때문에 꽤 인기 있는 자리였다.
‘……고 올해 흑팀 주장인 주안이 자랑했지.’
그리고 이어지는 영상은 바로 그 주장과 부주장이 오르카처럼 올해가 아이돌 체육대회 첫 출전인 아이돌들을 간단히 평가하고 지명해 자기 팀으로 쏙쏙 뽑아가는 내용이었다.
평가는 미리 촬영한 체력 측정 영상이나 몸을 쓰는 기타 예능 방송분이 바탕이 되었다.
뭔가 싶어서 작년 영상을 미리 봐 봤는데.
대충 누가 어떤 활약을 해 줄지 기대된다고 촬영 전에 아이돌 팬 위주의 시청자들에게 간단히 소개식으로 알려주는 수준이다.
여기서 신인이 어떤 이유로든 얼굴이 길게 비치면 인지도, 실력, 소속사 등의 요인으로 방송 분량을 그나마 기대해 볼 만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영 감감무소식이면.
본 녹화에서 반전의 대활약을 보여주지 않는 한 올해는 방송에서 자기 얼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출연 경험 있는 같은 팀 선배들이 말해 주었다.
사실 신인 아이돌들을 팀에 배정되는 과정에는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각 팀의 주장과 부주장이 “나 얘를 우리 팀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 이전에 했던 체력 검사를 바탕으로 제작진이 네 팀의 특색과 전력을 고려해 심혈을 기울여 신인들을 이리저리 나누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소한 진실은 방송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하나의 컨텐츠일 뿐이고, 모로 가든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게 아이돌 체육대회 PD의 좌우명이었다.
“피디님이 라온이는 엄청 예뻐하시니까 그래도 우리 분량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맞아. 음방 엠씨기도 하고.”
“아, 이제 청팀 나온다.”
청팀은 상의는 청량감이 절로 드는 새파란 후드티로, 하의는 깨끗한 흰색 조거 팬츠로 통일하기로 위쪽에서 결정했다.
홍보 영상 속 청팀의 주장과 부주장도 그런 옷을 입고 있었다.
“옷 나쁘지 않아.”
“근데 파래도 너무 파란 거 아니니. 쨍해서 계속 보고 있으니까 눈이 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기묘한 ‘홍게’가 컨셉인 홍팀에 비하자면 몹시 무난하면서도 예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팀은 작년에도 홍학 같은 걸 해서 팬들한테 꼭 그래야만 했냐는 원망을 들어놓고 올해도 줏대 있게 홍게를 했다는 점이 진짜 존경스럽고 어이없단 말이지…….’
홍팀에서 올해는 무슨 해괴망측한 옷을 입고 나올까 기대하는 사람도 있으니 저렇게 꿋꿋이 밀고 나가는 게 완전히 틀린 선택만은 아니었다.
단지 신인 아이돌들 팬들이 제발 우리 애들이 홍팀만은 아니길 매년 가을만 되면 두손 모아 빌 뿐이지…….
홍팀 소속인 체리스틴은 올해야말로 체리를 팀 의상으로 밀겠다고 난리던데 앞선 홍팀 영상을 보니 장렬히 실패했나 보다.
“이야아, 견성하.”
“견성하! 견성하!”
“하지 마요!”
무조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피지컬과 과거 수영 선수를 하며 여러 대회에서 상까지 탄 경력 때문인지 제작진은 견성하를 제법 크게 주목하고 있었다.
오르카에서는 견성하와 함께 내가 소개되었다.
지난 설 특집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내가 단독 레이스를 뛰는 장면이 재생되며 라이가 민첩성이나 순발력이 뛰어나 보인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운동을 엄청 잘하고 기대돼서 이랬다기보다는 예의상 넣어주신 것 같다.’
내가 운동을 썩 잘한다는 틀림없는 사실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운동치에 준하는 허약체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베리블라썸은 유감스럽게도 통째로 생략된 채 다른 팀 소개로 넘어갔다.
농구 팀 멤버인 반요한과 서문결 중 한 사람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온 게 좀 의외였다.
뒤이어 나온 흑팀 신인 중에서 두드러진 사람은 우리 팀의 견성하만큼은 아니지만 피지컬이 꽤 좋은 징샤오와 고경윤이었다.
“와, 샤오 운동 진짜 잘하는데.”
“근데 우리 성하가 훨씬 더 잘해서 형은 걱정 없다.”
“이 사람이지?”
가만히 영상을 보던 서문결이 안경잡이 고경윤의 낯을 손으로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뭐가?”
“어게인 가이드 녹음 한 사람.”
고경윤이 어게인 가이드 녹음을 해 주었다는 것까지는 굳이 멤버나 회사에게 말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서문결의 통찰력에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와, 어떻게 알았어?”
서문결이 들었던 건 전체적인 톤을 크게 흐트러트릴 정도는 아니지만, 부르는 사람이 고경윤인 것을 알아볼 수는 없도록 살짝 음성 변조가 들어갔던 버전이었다.
“들었을 때 억양이 비슷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는 한데 그거 눈치챈 게 진짜 대단하다.”
저 정도 수준의 청감을 보아하니 부탁 안 하고 내가 불렀으면 그 자리에서 들켰겠군…….
물론 서문결 같은 사기캐 정도나 가이드 녹음을 한 목소리가 고경윤이라는 것을 알아챘지, 나머지 사람들은 아예 몰랐던 일인 듯 조금 전의 나보다도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었다.
“와, 그거 가이드 따 준 게 리프틴 지오였어?”
“아니…. 막내야, 왜……. 내가 있는데 저런 분한테…….”
“너는 어쩌려고 그 좋은 곡을 상대한테 보여주냐?”
특히 견성하가 유출이라도 되면 어쩌냐고 한껏 틱틱댔다.
“그렇게 멍청한 짓 할 정도로 머리 나쁜 애는 아니라.”
“친해?”
“그냥 조금 아는 사이. 안 친해.”
* * *
얼마 뒤 아이돌 체육대회 녹화 당일.
“안녕하세요, 선배.”
오늘도 자기 속을 의도적으로 훤히 드러내며 여우 짓을 시전한 고경윤은 단정한 미소를 지으며 나나 다른 멤버, 안에 있던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서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면서 어느 정도 인사를 마치고 나자 나는 내게 의도적으로 시선을 넌지시 보내던 고경윤과 따로 이야기할 틈이 났다.
“왜 너 혼자 와?”
뭐, 내가 오르카보다 몇 달 늦게 데뷔한 리프틴한테 꼭 인사를 받아야겠다고 설치는 꼰대는 아니다만, 굳이 저 자식 혼자 온 게 마땅히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그 얘기는 말고, 부탁이 있는데.”
“뭔데?”
“오늘 하루만 저랑 친한 척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나 너랑 안 친하다고 멤버들한테 말한 지 하루도 안 지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