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5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54화
뉴욕 케이팝 팬들을 행복하게 한 코리아 콘서트가 끝난 뒤.
이사벨라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즐겨 가는 야외 카페에서 같은 케이팝 팬인 친구 매켄지와 함께 오늘 본 아이돌들의 무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오늘 너무 좋았어.]”
“[나도.]”
서로의 만족감이 비슷하다는 것을 가볍게 확인한 뒤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콘서트 끝 무렵에 여러 그룹의 외국인 멤버가 모여 만든 유명 팝송 커버 무대였다.
“[나는 ‘Savana’ 무대가 인상적이었어.]”
“[동의해. 좋은 콜라보였어.]”
“…….”
매켄지가 휴대폰으로 찍은 온라온의 ‘Savana’ 직캠을 보느라 잠시 아무 말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본격적인 안무는 없었지만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이따금 간들간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맛 나는 직캠이었다.
잠시 뒤 3분 남짓한 영상이 끝난 뒤 이사벨라가 입을 열었다.
“[후우! 사실 라온이 첫 소절을 부를 때 깜짝 놀랐어. 그는 메인 댄서 아니야?]”
이사벨라의 물음에 매켄지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뭐? 아니야!]”
이사벨라는 여러 그룹을 두루두루 좋아했기에 오르카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반면 매켄지는 오르카를 거의 데뷔 때부터 좋아해 온 팬이었다.
“[오르카는 정해진 포지션이 없는 그룹이야. 다들 뭐든지 잘해.]”
사실이면서 약간의 과장이 섞인 말에도 이사벨라는 순순히 웃었다.
“[그렇구나. 내 눈에는 그가 오르카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걸로 보여서 틀림없이 메인 댄서인 줄 알았어.]”
어떻게 보면 오르카의 다른 멤버들을 낮추는 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온라온이 최애인 매켄지는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그래?]”
오히려 입꼬리를 당겨 작게 웃는 표정을 짓는 게 자신이 자리에 없는 당사자를 대신해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응. 춤뿐만 아니라 노래도 정말 잘하더라.]”
이사벨라는 얼른 친구에게 맞장구쳐주었다.
사실 콜라보 무대에서 온라온이 눈에 띄었다는 말이 이사벨라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서 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춤 실력을 회복하기 전부터 정하늘 작곡가나 강지우 등에게 보컬이 좋다는 평을 자주 들었던 온라온은 오늘 기본적인 실력에 정성스러운 연습까지 더해 완전히 날아다녔다.
온라온은 특색 있는 음색을 200% 활용해 노래의 맛을 극적으로 살릴 줄 알았다.
이야기는 서문결과 온라온의 특별 MC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온라온은 음악방송 MC 경력자답게 뻔뻔하게, 초심자 서문결은 약간 부끄러워하면서 현장 팬들을 위해 보여주었던 가벼운 애교에 대해 흥미롭게 대화한 이사벨라와 매켄지는 눈을 반짝이며 아껴놓았던 주제로 옮겨갔다.
“[오늘 ‘From’ 무대 정말 죽여줬지.]”
다른 곡도 좋았지만,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르카의 노래를 꼽으라면 역시 가장 최신곡인 ‘From’이었다.
오늘 오르카의 순서는 꽤 초반에 배치되어 있었는데도 여전히 그 ‘From’ 무대가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너는 누가 제일 좋아졌어?]”
그동안 매켄지 자신이 아무리 오르카를 영업해도 왠지 어린 티가 난다면서 물러나던 이사벨라였지만, 오늘은 찌르면 그대로 넘어올 것 같이 보였다.
“[음, 한 명만 고르는 건 불가능한데.]”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화색이 된 매켄지는 이김에 이사벨라를 더 찔러봐다.
“[그럼… 라온은 어때?]”
“[멋있었어. 사실 나도 라온이 제일 좋아.]”
“[그렇지? 그는 굉장히 귀여워!]”
하지만 이사벨라는 영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 ‘애교’는 무척 귀여웠지만…….]”
역시 ‘From’에서의 섹시함이 자신의 취향이었던 것 같다고 말을 끝맺었다.
좋은 덕질메이트가 생겼다고 기뻐하려던 이사벨라는 큰 충격을 받아 테이블을 탕, 쳤다.
“[아냐! 라온은 가장 귀여운 ‘막내’라고!]”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따옴표 제스처까지 해 보이며 ‘막내’라는 말을 강조하는 매켄지였지만, 이사벨라는 이번에는 확실하고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예전부터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굉장히 섹시하다고 생각했어.]”
웬만한 일은 친구에게 맞춰주는 이사벨라도 이것만큼은 타협할 수 없었다.
오늘 무대로 오르카에 입덕한 이사벨라의 내면에 생긴 온라온의 이미지는 마냥 어리고 귀엽기만 한 막내가 아니었다.
“[오, 신이시여….]”
두 사람의 캐해석이 정면충돌했다.
“[맥, 그러지 말고 네가 평소에 봤던 오르카의 영상을 보여줘. 난 라온이 오르카의 ‘막내’인 걸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
매켄지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이사벨라의 화제 전환에 순순히 넘어가 주었다.
“[이건 ‘친해져요 오르카’라는 건데…….]”
* * *
“끝났다~”
땀에 젖은 무대의상을 벗고 편안한 사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첫 해외 공연을 잘 마쳤다는 성취감에 가볍게 들뜬 채 올 때도 탔던 차에 올랐다.
다만 평소라면 운전자가 머리 아파할 만큼 떠들었을 멤버들이 오늘은 하나같이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것을 나타내듯 차 안은 한동안 조용했다.
“너희 이제 뭐 할 거야?”
우리의 예정을 미리 파악하고 싶었는지 곽상현이 물었다.
“음…….”
다들 몇 주 전부터 들떠서 온갖 관광 계획을 세워놓던 것과는 달리 대답을 한참 망설였다.
“일단 잘래요.”
나를 제외한 멤버들의 초췌한 면면을 차례로 살핀 강지우가 대표로 말했다.
수면은 우리 앞에 놓인 것 중 가장 밋밋한 선택지였음에도 다들 별다른 불만 없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피곤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나야 어젯밤에 수면 설정을 강제 수면 모드로 돌려서 나름 잘 잤지만.
다른 멤버들은 격렬한 베개 싸움으로 힘을 뺄 대로 뺐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푹 자는 데 실패했다고 들었다.
“지금 자면 밤에 또 못 잘 텐데.”
그렇게 말하는 곽상현도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그동안 발로 뛰며 고생했던 저 사람을 이번 기회에 호텔에서 좀 쉬게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절로 샘솟을 정도로.
“어차피 다음 주에 한국 돌아가니까 굳이 애써서 시차에 적응하는 건 괜한 일이고, 지금 자버리는 게 나아요.”
웃기지 마. 너 그냥 지금 자고 싶은 것뿐이잖아. 논리적인 척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확실히 반요한은 옳은 사실과 그릇된 의견이 절묘한 비율로 섞인 헛소리를 완벽하게 괜찮은 소리로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불행이라면, 상태가 괜찮았다면 뭐라고 지적했을 멤버들이 반요한의 헛소리를 너 참 똑똑하다고 편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야 정상이 되다니…….”
내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기민하게 들은 반요한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게 무슨 소리니.”
“형은 아무래도 미국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
내 실없는 말이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반요한은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 * *
해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 숙소에 도착한 멤버들은 저녁도 먹지 않고 강지우의 말대로 진짜 잤다.
몇몇은 코까지 고는 걸 보니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잠드는 대신 침대에 편안히 누워 눈만 감은 채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잉. 맞춰둔 알람이 짧게 울렸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미리 정리해둔 캐리어를 끌고 방을 나서려는데, 반요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
“미안. 깼어?”
반요한은 내가 끄는 캐리어에 시선을 잠깐 주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잘 갔다 와.”
“응.”
조용히 우리 방을 나선 나는 맞은편 방에 있을 곽상현을 찾아가 내 외출을 알렸다.
다행히 곽상현은 깨어 있었다.
이미 내 용건을 알고 있던 곽상현은 집에 다녀오겠다는 내 말에 놀라지는 않았다.
“혼자 가려고?”
“어차피 택시 타면 금방이고, 뉴욕에서는 제 얼굴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요.”
“네 얼굴쯤 되면 알아보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지. 택시 타도 혹시 모르니까 그냥 영민 씨랑 같이 가.”
이제 곽상현은 내가 단독행동을 하려 할 때 이영민을 알아서 붙여주고는 했다.
나야 편했으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았다.
* * *
뉴욕의 밤은 화려하다고들 하는데, 창밖으로 휙휙 현란히 지나가는 것들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멍한 상태로 택시에 타고 있다 보니 나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어. 고마워.”
“별일도 아닌데요.”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이영민은 택시에서 내리지 않고 나를 배웅했다.
캐리어까지 내리고 문을 닫자, 이영민을 태운 택시가 출발했다.
“…….”
온라온이 미국에서 살던 집은 고급스러운 주택이었다.
청소나 관리 같은 것은 힘들겠지만 이런 집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이 누군가의 로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로망이고 뭐고 몸을 돌려 즉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것을 보니 내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정말로 크게 겁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아…….”
부러 소리 내 한숨을 내쉬며 근심을 조금이라도 떨쳐낸 뒤, 마침내 캐리어를 끌고 마당에 나 있는 길을 걸어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나와 피가 통한다는 것을 어렵게 않게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잘생긴 중년의 남자가 친히 문을 열어주었다.
‘아버지를 그렇게 표현하는 건 별로 예의 있는 일 같지 않지만…….’
그런 별스러운 잡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 나는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 보이며 마침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