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0화
“그럼 메인 보컬만 정하면 되겠네.”
“그렇네.”
메인 보컬 말고는 겹치는 포지션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으니, 일단은 그렇다.
“그럼 여기 고음 한 명씩 불러보고 정할까요? 들어보고 다른 사람들끼리 투표하는 식으로.”
“좋아요.”
이런 식으로 한 명씩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는 것은 픽하트를 촬영하며 자주 써먹은 방식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 질문 있습니다.”
반요한이 손을 들며 말했다.
녀석이 무언가 말을 꺼내거나 의사를 표명할 때 손을 드는 것은 거의 습관으로 보였다.
반요한은 왠지 학교에서도 저런 식으로 교사의 주의를 끌었을 것 같다.
“네. 말씀하시죠.”
내가 답했다.
“메인 보컬이 되지 못한 사람은 자동으로 서브2로 가는 거야, 아니면 다시 다른 파트에 지원이 가능한 거야? 이건 하기 전에 미리 정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메인 보컬에서 밀리고 갈 만한 파트라면 메인 보컬 다음으로 보컬 비중이 높은 서브 보컬1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내 파트 말이다.
사람의 호감을 사기 좋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반요한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선뜻 말했다.
“이건 그냥 두 사람이 정하면 될 것 같은데?”
“그래?”
[당신을 떠먹여 줘도 못 먹는 애라고 여기는 반요한이 당신의 탈락을 바랍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56]고맙다고 생각할 틈 길게 안 줘서 정말 고맙다.
물론 내가 반요한이나 서문결처럼 다른 연습생들과의 경쟁에서 너그럽게 물러날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둘 중 한 사람과 붙더라도 밀리지 않을 나름의 자신이 내게 있었다.
작곡가가 내가 그 파트에 어울린다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게도 이런 상황에서 빼지 않는 멋이 있고 가오가 있다, 이 말이다.
어쨌거나 다른 조원들도 메인 보컬 지원자들끼리 결정하라는 내 의견에 찬성했다.
“그럼 두 사람은 노래 끝날 때까지 정해주세요.”
나는 짧은 틈을 타 ‘Rewind’를 재생시켰다. 사실 아까부터 다시 듣고 싶었다. 좋은 노래였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김준우와 카시마 소라는 자기들끼리 신중하게 이야기를 했다.
카메라 감독이 그 모습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게 보였다.
노래가 끝나고 내가 다시 한번 안무와 노래 숙지에 실패했을 때, 김준우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메인 보컬이 안 된 사람은 비어 있는 서브 보컬2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멋과 가오가 있는 나였지만 저 결정에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었다.
“오케이. 그럼 한 사람씩 싸비 불러보자.”
긴장의 빛이 역력한 김준우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표정의 카시마 소라가 차례로 후렴구를 불렀다.
김준우든 카시마 소라든 노래 참 잘했다. 개인적으로는 서문결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들지만.
후보들을 잠시 옆방으로 보낸 우리는 과연 누가 메인 보컬에 더 적합한지 의논했다.
“지금 종이 없으니까, 자기 핸드폰에 이름 적어서 하나 둘 셋 하면 보여주자.”
반요한이 투표 방식을 제안했다.
그에 따라 우리는 각자 핸드폰 메모장을 켜 이름을 적었다.
나는 [소라]라고 적었다.
두 사람 다 각자 스타일대로 잘해서 누가 낫고 말고 할 건 따로 없었다.
둘 중 카시마 소라를 투표한 이유는 단순했다. 김준우는 한 번 메인 보컬을 해봤지만, 카시마 소라는 아직 해본 적 없으니까.
조원들이 대강 다 결정한 것처럼 보이자, 일찌감치 핸드폰을 덮어뒀던 반요한이 대표로 말했다.
“공개할게요. 하나 둘 셋.”
김준우 두 표, 카시마 소라 두 표로 동표가 나왔다. 사람이 짝수 명이라 생긴 문제였다.
카메라 감독이 핸드폰 화면을 카메라에 잘 보이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내가 제안했다.
“그러면 여기에 아까 작곡가님 의견도 한 표로 하면 되지 않을까?”
“어, 좋다.”
“그러면 되겠네.”
“사실 두 사람 다 잘해서 누가 해도 괜찮다고 생각은 하는데.”
내 말에 옥도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의미심장한 편집이 들어갈 여지를 줄 만큼 일이 복잡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반요한과 서문결도 흔쾌히 동의했다. 흔쾌해도 너무 흔쾌했다.
‘저 인간들 보니까 나까지 긴장감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언제는 긴장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대충 넘어가자.
“회의 끝났습니다! 들어오세요!”
메인 보컬 후보자 두 명이 돌아왔다.
늘 겁이 많은 김준우는 물론이고 카시마 소라도 이번에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메인 보컬은….”
옥도윤이 제 무릎을 타닥타닥 치며 분위기를 유도했다.
다른 연습생들도 눈치 있게 호응했다.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분량이 된다.
여섯 명 중 둘은 분량에 아무 생각이 없다는 사실도 넘어가자.
“준우 형이 하게 되었습니다!”
희비가 교차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준우가 넙죽넙죽 절하는 시늉을 했다. 카시마 소라는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다른 조원들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진짜 치열했어.”
“맞아. 두 사람 다 잘해서.”
기분을 풀어주려는 우리의 말에 카시마 소라는 미미하게 웃었다.
[나가세 리츠의 절친 카시마 소라가 말로만 듣던 당신에게 친근함을 느낍니다. 카시마 소라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15]이런 말을 한다고 카시마 소라가 메인 보컬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위로가 조금이라도 됐다면 다행이었다.
“그러면 우리 이제 파트도 다 정했는데, 연습 들어가면 되나?”
하지만 정하늘의 작업실은 노래는 몰라도 안무를 연습하기에 적절한 공간 같지는 않았다.
“저희가 여기서 할 일이 더 있나요?”
반요한의 물음에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없다는 뜻이다.
고작 이거 하려고 지하철 타고 1시간 반 걸려서 서울까지 왔나. 자괴감이 든다.
“이제 촬영 협조받아 둔 루이젠 쪽으로 이동해서 연습 장면 촬영할 거예요.”
때마침 자리를 비켜줬던 정하늘이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까 들고 있던 건 다 마셨는지, 얼음이 녹지 않은 새 커피를 들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파트 분배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정하늘에게 어쩌다 보니 그녀가 원했던 대로 정해졌다고 말해주었다.
입매가 기분 좋게 올라간 정하늘이 말했다.
“서브 보컬이라고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서브 보컬1, 2, 3에도 자기가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파트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걸 고려해서 파트를 추천했던 거고요.”
정하늘은 자신 또한 연습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매주 방송을 챙겨 보며 투표까지 하는 대표라고 가볍게 덧붙였다.
“센터는 아직 안 정한 거죠?”
우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곡에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뽑아줄 거라 믿어요.”
“네!”
“그럼 다음에 볼게요. 기대 많이 하고 있으니까 모쪼록 열심히 해주시고.”
깜짝이야. 호감도가 뭐 저렇게 높아?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번에 하트 어택 녹음할 때보다 한참은 올라 있었다.
방송을 챙겨 봤다는 건 정말인 듯싶었다.
‘혹시 내가 원픽….’
아니다. 그건 너무 설레발 같았다. 아무래도 정하늘은 연습생들을 두루두루 품는 타입이 아닐까.
시스템은 나보고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라면 옥도윤이나 서문결 같은 애들이 옆에 있는데 나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 원래 얼굴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덜생긴 게 덜해졌다 해도 원래 얼굴 수준으로 매력이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
정하늘의 작업실을 나선 우리는 루이젠 직원이 끌고 온 밴을 타고 루이젠 사옥으로 향했다.
“연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센터를 마저 정하겠습니다. 센터 하고 싶은 사람?”
아마 비어 있는 후렴구의 안무를 센터로 뽑힌 연습생이 돋보이도록 짜게 될 것이다.
나는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 경연 때 반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센터까지 하려고 하면, 조원들에게나 대표들에게나 견제당할 가능성이 컸다.
이미 리더와 메인 보컬을 꿰찬 김준우도 비슷한 이유로 나서지 않았고, 서문결이나 반요한은 이제 언급할 가치도 없다.
손을 든 옥도윤이든 카시마 소라든 실력은 보장된 연습생이었기 때문에 누가 센터가 되든 무대 퀄리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만 옥도윤은 다정하면서도 활기찬 이미지가 강해서 애상적인 곡 분위기에는 카시마 소라가 조금 더 어울렸다.
물론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내 기준 서문결이었지만.
사실 저 형이라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컨셉을 제외한 모든 걸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에 기반한 신뢰에 가깝다.
어쩌면 귀여운 것도 시키면 잘하지 않을까?
센터가 되기 위한 옥도윤과 카시마 소라의 어필을 각각 보고 종이에 이름을 적는데, 옆에 앉아 있던 반요한이 몸을 기울이더니 목소리를 바짝 낮추어 물었다.
“왜 지원 안 했어?”
“너무 욕심내는 것 같아서.”
내 얼굴을 얼마간 멀뚱히 보던 반요한은 엉성하게 찢어진 종이를 반듯하게 두 번 접었다.
“작곡가님이 아쉬워하시겠네.”
무슨 뜻이지. 정하늘이 내가 센터가 되기를 바랐다는 뜻인가. 아니면 얘 눈에는 내가 센터에 제일 어울려 보인다는 뜻인가.
‘지원할 걸 그랬나?’
하지만 이미 타이밍은 놓쳤고, 투표 결과에 따라 임시 센터는 카시마 소라가 되었다.
아무래도 아까 카시마 소라가 메인 보컬 경쟁에서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표심이 그에게 향한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내가 지원했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무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차 경연을 참관했다는 안무가가 와서 레슨을 봐줬다.
3차 경연은 열흘 정도 뒤였고, 주어진 시간이 상당히 촉박하다 보니 다들 날카로운 집중력을 보이며 열심히 했다.
그동안 경연 준비에 대한 경험치도 쌓여서 여전히 춤을 다소 어려워하는 김준우를 제외하면 진도도 빨랐다.
문제 아닌 문제는, 다른 조들도 이러면 피디가 원하는 방송 분량은 하나도 안 나오겠다 싶을 만큼 평화로웠다는 것이다.
‘저번에도 깜짝카메라 말고는 그랬던 것 같고. 혹시 이래서 내가 연습 과정 분량이 없나?’
……아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다 고통을 사랑하는 조인수 피디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다.
“이 조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 나 이렇게 마음 편한 거 처음이야….”
방송 카메라가 모두 회수된 이후에 가진 쉬는 시간에 김준우가 지친 표정으로 이런 말을 꺼낼 정도였다.
“다른 조들도 이런 분위기려나?”
“아니요.”
“절대 아닐걸.”
“…….”
그냥 던진 말에 생각보다 단호한 반응이 돌아왔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진성 내향인에게 친절히 알려주실 분 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