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12
109. 짓궂어. 아주.
“네?”
잘 못 들었습니다?
“농담이에요.”
아니, 이 사람이.
“재밌는 사람 같아요. 광익 씨.”
“네, 저도 압니다.”
“풉.”
뭐지, 이 찬란하게 빛나는 녹색 불은.
잘록한 허리와 큰 가슴, 운동을 쉬지 않는지 건강미가 느껴진다.
적당히 섹시하고 귀여우며 청순미도 섞여 있다.
이게 한 사람에게 느낄 수 있는 매력일까.
요염함도 은근히 보인다. 내 직감이 그리 말했다.
내 육감과 직감은 정체를 숨긴 테러범을 잡는 날카로운 맛이 있지.
입술이 형광등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립스틱? 립글로스? 틴트?
뭘 발랐을까. 향기랑 맛이 궁금했다.
아니, 맛은 아니고 향기만 궁금했다.
예쁘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심하게 예쁘다.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고, 풉 하고, 웃는 걸 보니 확실히 알겠다.
이 여자는 내 이상형에 가깝다.
“요리 잘해요?”
“음,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자격증은 땄는데 자주는 못 해요. 요새 일이 너무 많아서.”
말하며 적당히 미간을 찌푸렸는데.
나도 모르게 귀엽다고 중얼거렸다.
“네?”
“아닙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휴게실에서 같이 놀아요. 얘기도 하고 뭐, 서로 취미가 맞으면 좋겠다.”
쿵쿵쿵.
심장이 나댄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사랑해요.”
“네?”
“농담이에요.”
그냥 던져 봤다.
“진짜 재밌어.”
근데 이걸 좋아해.
재밌다고 말하며, 미남 대리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손이 참 하얗네.
녹색불이 켜지다 못해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
녹색 폭죽이 사방에서 터진다.
펑, 펑, 펑.
귀에 달콤한 음악이 절로 들렸다.
허니, 스윗 뭐 이런 가사 섞인 노래들이다.
내가 물었다.
“우리 애는 셋만 낳을까?”
“아니, 힘닿는 데까지, 자기가 원할 때까지 낳자.”
우리 아기가 말했다.
미남이, 우리 아기.
“또 봐요.”
우리 아기가 탕비실 문을 열고 나갔다.
“너 뭐 하냐?”
날 향한 물음이다.
내가 도망가면 팀장은 굳이 쫓지 않는다. 어차피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러니 팀장은 아니었다.
김요한과 우미호였다.
“세상은 밝고 아름답지.”
내가 말했다.
“정상이 아니야.”
우미호는 말하고 날 지나치고 요한은 내 앞에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몇 개?”
한 개, 두 개, 세 개를 동시에 섞어서 흔들었다.
“둘둘 셋 하나.”
타이밍 맞춰서 정확히 셌다.
“정상이네. 미남 대리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
탕비실은 방음이 뛰어나다.
“허리케인을 속삭였지.”
비틀.
그 말에 우미호가 반응했다.
“내 앞에서 그 허리케인 꺼내지 마.”
“왜?”
“듣기 싫어. 그거 때문에 내 기분이 불쾌하면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효율이 떨어져.”
제 감정까지 효율성으로 치부하는 여자, 그 이름 우미호다.
귀태 형도 대단한걸.
드디어 저 철벽이 반응하게 하다니.
“으흠. 그래서 물어봤나.”
요한이 옆에서 중얼거리기에 물었다.
“뭘 물어?”
“아니, 며칠 전부터 미남 대리님이 계속 묻더라고.”
설마.
“내 취미나 그런 거?”
“응.”
쿵쿵.
심장이 또 나댄다.
아버지, 어머니, 며느리를 찾은 것 같은데요.
애는 셋이면 되나요?
손주 하나에 손녀 둘.
전 딸이 좋습니다.
“야, 정신 차려. 최미남 대리님 보통 아니다.”
요한이 말했다.
“뭐가 보통이 아닌데.”
뒷말은 우미호가 이었다.
“냉정하고 세밀한 성격, 미모를 앞세워 능력을 보지 못하게 하는 능구렁이, 필요하다면 남자 몇 명쯤 홀리게 하는 능력자.”
“홀려? 야, 말이 심하네.”
“……머저리.”
우미호는 차갑게 말하며 커피를 들고 나갔다. 얌전히 비켰다.
그 눈에 담긴 차가움이 매섭다.
“질투인가.”
이래서 인기 있는 남자는 서럽다.
“점점 미쳐 가는구나.”
요한이 말하고, 그 뒤에 귀태가 나타났다.
“사랑은 허리케인. 우리 미호 못 봤냐?”
방금 나갔는데?
“응?”
요한이 귀태 형 옆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저었다.
나가면서 귀태를 보자마자 기척이라도 죽이고 간 거냐?
아니, 근데 우미호가 기척 죽이기를 쓸 수 있었나.
그거 꽤 어려운 기예 아니었나.
“못 봤는데.”
“쳇, 오늘 못 봤는데.”
“여긴 왜 왔는데?”
내가 물었다.
“미호 보러.”
이 단순명쾌한 사람 봐라.
“간다.”
귀태 형은 그대로 떠났다.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우미호만 찾아다니는 거냐?
월급 루팡 같으니라고.
“요새 정신없지 않냐?”
요한이 물었다.
“말해 뭐 해. 분석팀도 난리야?”
“보름째 야근이다.”
요한 형 눈 밑이 검다. 잠을 푹 자지 못하나 보다.
“엄청 불길하단 말이지.”
요한이 말하며 어깨를 툭 치고 나갔다.
나만 남았다.
난 미남 대리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내가 잊었던 행동의 결과를 맞이했다.
우득.
자리에 오자마자 누가 옆에서 팔을 잡아 꺾었다.
반사적으로 힘을 주려는데, 기가 막힌 각도로 손목을 밀어 넣고 팔을 꺾는다.
프로 그 이상, 그러니까 고수다.
몸을 팽이처럼 돌리자, 발목을 걷어찬다. 그냥 걷어차는 것도 아니고 아킬레스건을 찬다.
수법이 아주 엿 같다.
피하지 못했다. 균형을 잃자, 상대가 내 목덜미를 뒤에서 잡고 말했다.
“이 새끼야, 컵을 던져?”
“아, 팀장님이구나.”
그제야 내가 왜 6층 탕비실까지 튀었나 생각났다.
“놓친 거라니까요.”
“나도 방금 주먹과 발을 놓쳤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뭐, 시발, 뭐.”
우겨도 이건 아니지.
“야.”
그런 우리 둘을 향해 2팀장이 입을 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다.
“니들은 여기가 대련장이냐? 좀 나가서 싸워. 새끼들아. 정신 사나우니까.”
“새끼. 날카롭네.”
시발 팀장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팀장 동기니까, 뭐.
“어, 팀장님, 광익이.”
팬더 대리가 말을 하다 만다.
“저 뭐요?”
팀장이 그제야 날 풀어줬다.
자리에 앉은 팬더 대리가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1급 사원
포상금 수여]
“음?”
이건 뭐야.
어떤 전조도 없이 갑자기 진급을 시켜 줘?
“지랄 났네.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이놈의 회사는.”
팀장이 말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사수는 어깨를 두드려 줬다.
“축하해.”
“이러다가 대리도 내일모레 달겠다?”
팬더 대리는 농담을 던졌고.
다른 팀 사람들은 눈으로만 인사했다.
요즘 바빠서 그런지 다들 기운이 없다.
난 급히 몸을 움직였다.
기남이가 보고 싶었다.
우리 3급 사원 기남이가.
* * *
“뒤처지지 마라.”
“순혈의 피를 타고났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라.”
어릴 때부터 기남이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삶, 그게 기남의 삶이었다.
문제라면.
자신의 동기가 실적과 능력 모든 면에서 자신을 찍어 눌렀다는 거다.
혼혈, 최단기간 2급 사원으로 진급한 불멸자.
처음에는 머저리인 줄 알았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 놈이 친한 척을 하기에 무시했더니 방귀를 뀌고.
그 뒤에는 갑자기 손날치기로 동기를 재우더니 자신을 놀린다.
머저리가 아니라 미친놈으로 규정했다.
걸리면 반쯤 죽여 놓을 생각도 있었다.
기회는 있었다.
신입 사원 능력평가 때, 대련 상대로 머저리 미친놈이 자신을 택했으니까.
그런데 졌다.
반항도 제대로 못 했다.
룸메이트가 된 뒤에는 더했다.
이 미친 머저리는 손을 아끼지 않았다.
때리고 눕히고 목을 조른다.
미친 새끼가 싸움을 잘했다.
그것도 아주 잘.
기남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까드득.
절로 어금니가 갈렸다.
‘그 새끼.’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머니&세이브 사건 때의 호랑이 가면이 유광익이라는 건.
덕분에 놈은 특수종 세계에서 유명해졌고.
자신이 그 호랑이 가면한테 반쯤 죽은 건 아무도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반드시 복수한다.’
그 미친 새끼를 때려눕히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어릴 때부터도 재능은 있었다.
감각도 그렇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자신은 고귀한 혈통을 이은 몸이다.
그런데도 쉽게 꺾을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주먹질만 보면 유광익은 자신보다 한참 윗줄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괜찮아. 아직은.’
기남은 마음을 다잡았다.
동대문 구원자? 우습다.
2급 사원 진급? 자신도 기회만 있으면 금방이다.
기남은 그런 기회를 노렸다.
광익보다 자신이 돋보이는 그런 자리를.
“야, 기남아, 너희 기남아.”
그런 생각을 하며 복귀하는데, 미친 스컹크 새끼가 다가와서 자신을 불렀다.
집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위경련이 일어나는 기분이어서, 적어도 회사에서만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스컹크와 자신은 같은 층을 쓰고 같은 일을 하니, 마주치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 남은 건 무시뿐이다.
외면하고 지나쳤다.
“어허, 3급 사원 정기남. 사내 계급 제도를 무시할 셈인가. 카스트 제도를 무시할 셈이냐고.”
미친놈이, 여기서 카스트 제도가 왜 나와.
무시다. 그렇게 지나치려 했다.
“3급 사원 정기남, 나 1급이다. 진급했다.”
우뚝.
방심했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발이 멈췄다.
“1급?”
되물었다.
3급에서 1급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2년.
자신이라면 반년은 앞당길 수 있었다. 최근 진급 얘기도 심심찮게 오갔고.
그런데 1급?
1년도 안 된 놈이?
물론 능력은 된다. 기남도 내심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우히히히.”
앞에서 저렇게 웃는 걸 보면 배알이 꼴리는 법이다. 기남은 자신에게 솔직했다.
광익을 잘게 썰어서 땅에 묻어 버리고 싶었다.
입과 코를 틀어막고 관에 가둬서 태평양 한복판에 던지고 싶었다.
“오늘 저녁에 축하 파티하자. 집에서.”
말하며 찡긋.
한쪽 눈을 감는 순간, 기남은 초인적인 인내를 보여야 했다.
품에 넣어 둔 쓰로잉 나이프를 던질 뻔했다.
“곧 형수님도 생길 것 같고.”
“미친 새끼.”
더 들을 가치가 없었다. 기남은 몸을 돌렸다.
잊자. 저 새끼 일은 잊는 게 맞다.
“마침 같이 있군. 미리 들은 거라도 있나?”
뒤를 돌아봤다.
흰머리의 파견 본부장이 보였다.
그 옆에 형, 정호남도.
“너희 파견 좀 나가자.”
본부장이 말했다.
그 말에 기남이 고개를 들었다.
“저 말입니까?”
“쟤도.”
본부장이 손가락을 들었다.
그 손가락 끝의 주인은 광익이었다.
“네. 1급 사원 유광익.”
“진급 축하하고.”
본부장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셋 전부 준비해.”
* * *
“어디로 갑니까?”
떠나기 전, 본부장에게 물었다.
“화림 지하.”
대답은 호남이 했다.
무슨 파견을 지하로 가.
무기고 청소라도 하러 가나?
나와 기남이 눈으로 의문을 표했다.
“정보 권한은 아직입니까?”
호남이 물었고, 본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긴급 처리 중이니까 기다려.”
“설명 불가다. 일단 대기.”
호남의 말에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미리 말하지만, 이건 전부 팀장 탓이다.
하도 그 작자랑 대거리하다 보니 붙은 버릇이다.
“에이, 슨배님, 힌트라도 좀 주시죠. 무기고 청소를 하는지, 바퀴벌레를 잡는지 정도는 알아야…….”
“권한 밖이다.”
매몰찬 말투다.
정기남의 싸가지는 혈통 탓인가.
그 형도 만만치 않았다.
놈이 말하고 내 옆을 훅하고 지나쳤다.
“기남이 넌 아냐?”
“몰라.”
정기남은 제 형의 등만 빤히 바라봤다.
“정기남, 한가한가? 작전의 목적을 몰라도 할 일은 많을 텐데?”
툭툭 걸으며 정호남 과장이 말했다.
“네, 지금 갑니다.”
기남이 반사적으로 답했다.
얘 형한테 아주 잡혀 사는구나.
집에서는 형한테, 밖에서는 나한테.
갑자기 기남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기남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두드리려 했는데, 놈이 피했다.
그래서 심심한 위로만 건넸다.
“너도 고생이 많다. 형 성격이 장난 아니네. 짓궂어. 아주.”
“……그게 네 입에서 나올 말이냐?”
기남은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왜? 내가 뭘?
“3급 사원 정기남 군. 같이 가자.”
난 그 뒤를 따라갔다.
권한이고 뭐고, 임무가 떨어졌으면 브리핑은 들어야 할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