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67
164. 경호 이틀째 밤
평범한 경호 업무였다.
대상은 배우, 최근에 조금씩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는 중이란다.
말투는 투박하지만, 딱히 성격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숙소는 작은 투룸이었다.
매니저가 방 하나를 썼고, 나도 그 맞은편 방에 머물렀다.
경호 대상은 우리 옆 호실을 사용했다.
어쨌든 사흘 동안은 밀착 경호하기로 약속했다.
여자니까 한 방에 있을 수는 없으니, 선택지가 없었다.
팬더 형 말에 따르면 딱히 위협도 협박도 없단다.
날 고용한 이유는 요새 이쪽 업계에 험악한 소문이 돌기도 하고.
숙소로 이상한 편지가 와서라고 했다.
편지는 오는데 CCTV를 아무리 돌려봐도 찾을 수가 없단다.
그럼 답이 뭐겠나.
특수종의 개입이지.
덕분에 날 고용했다. 정확히는 사람을 구하는 데 에이전트 김중고 씨가 힘을 쓴 거다.
우리 중고 형 발이 참 넓기도 하지.
그때 보니까 돈 되는 일이면 다 하는 것 같은데, 마약 단속반이 됐든 PWAT가 됐든, 그쪽 일 계속하다 보면 위태위태할 건데 말이야.
뭐, 알아서 하겠지.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는 말이 없는 편이었고.
경호 대상인 배우 이유나는 더 말이 없는 편이었다.
“그 애가 과묵한 편이라, 저도 그렇고.”
“아, 네, 뭐.”
방에 들어온 뒤다.
매니저가 말하기에 적당히 받아 줬다.
“대표님이 걱정이 많으셔서요.”
연예인 매니저면 여기저기 자기 배우 써 달라고 커피도 돌리고 그러지 않나?
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 많이 봤는데.
이쪽은 내가 알던 이미지랑은 좀 안 맞는다.
대표도 마찬가지고.
이쪽 사람들에 관해서야, 팬더 형 조사가 끝난 상태다.
대표는 중견 배우 출신.
연기자 풀 하나만 믿고 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고 한다.
그중에서 제일 가능성 보이는 게 현재 이 친구, 이유나 배우님 되시겠다.
매니저는 대표의 친동생이라고 하니, 족벌 기업이지만,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까 자꾸 가내 수공업이란 단어가 떠오른단 말이지.
이런 상황에서 사흘에 칠백오십의 지출이라.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말이야.
지금 내 경호 대상이 사는 곳에는 이유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가 집을 구해 줄 형편이 안 돼서 둘이 함께 사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날 고용했다.
거기에 단군 그룹 산하 경호팀도 배치 예정이고.
안전을 위해서라면 지출을 감수한다는 거다.
나쁘지 않다. 나 이런 사람 정말 싫지 않다.
“그, 경호원님.”
“유광익입니다.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아, 네, 광익 씨.”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말은 없지만, 인성은 깨끗한 타입이다.
배우도 그렇고 매니저도 그렇고, 대표도 그런 듯하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매일 하는 인사다.
“네, 매니저님도.”
부르르.
매니저는 폰이 두 개였다. 그중 하나가 울었다.
“폰이 두 개네요?”
“아, 줄리아한테 자꾸 연락하는 개, 음, 사람이 있어서요.”
내가 대화 상대가 아니었다면 개새끼가 나왔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인데요?”
“별건 아닙니다. 자꾸 나오라고 연락을 하네요.”
꾹꾹 메신저에 답장하는 매니저를 두고, 씻고 누웠다.
할 일이 없으면 보통 이미지 트레이닝을 좀 하다가 잔다.
지금의 나라면 한 나흘은 안 자도 대강 컨디션 유지가 되긴 할 거다.
쉬이 얻은 체력이 아니다.
변신족 훈련은 진짜 진짜 진짜 개 뭣 같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삼촌이 ‘유광익 특별 클래스’라고 이름 붙인 훈련 과정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건 아니었다.
삼촌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머니 동생분, 다들 이렇게 훈련합니까?”
인듀어 5단계를 견디며 원숭이처럼 훈련장 곳곳에 걸어 둔 그물과 철봉을 타 넘다가 내려와 물었다.
“다들?”
“다른 변신족이요.”
좀 과하다 싶어서 물었다.
“이렇게 시키면 애들 다 죽어. 미쳤어?”
그러자 삼촌이 되려 이리 되물었다.
“그럼 난 왜?”
“되니까.”
그 심플한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되긴 다 됐으니까. 뭐.
불멸자나 변신족이나 훈련의 기본은 같다.
체력이다.
다만, 그 체력을 기르는 스케일이 다를 뿐.
불멸자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체력 단련을 한다. 변신족은 시작부터 달랐다.
나한테는 더했고.
불멸과 변신의 혼혈이라는 걸 이미 아는 사람들이다.
줄기차게 굴렀다.
체력, 후각, 육체 단련 등.
몸에 새길 수 있는 건 몽땅 새겼다.
괜히 전투력 최강 변신족이란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아오, 진짜 지랄 맞았지.
그래도 얻은 게 많다.
얻을 게 없었으면 그 지옥 같은 훈련을 왜 견디겠나.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하려고 눈을 감은 참이었다.
“연락하지 말아 주십시오.”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내가 뭘 어떻게 한대? 시발 그냥 밥 한번 먹자고, 죄송하다며? 니들은 사과를 그따위로 하냐?”
통화 중이었다.
청각에 집중하니, 수화기 너머의 말소리까지 들렸다.
흥분한 남자다. 술이라도 마셨나,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목소리였다.
변신족 훈련하면서 느낀 건데, 어떻게 된 건지 하면 할수록 불멸자의 감각도 덩달아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단 말이지.
“후.”
매니저가 한숨을 내뱉었다.
“너, 지금 한숨 쉬었냐? 이 개새끼가 진짜.”
뚝.
매니저가 전화를 끊었다.
아예 꺼 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 이게 맞지.
그런 거 하나하나 받아 주다 보면 버릇 나빠진다고.
해프닝이었다.
그렇게 경호 이틀째의 밤이 되었다.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불멸자의 직감이 반응했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발걸음 소리도 들렸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매니저의 방문을 두드렸다.
“……네?”
막 잠에서 깬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약속 잡고 올 사람은 없겠죠?”
“네?”
당황하는 것 같으니, 선약은 아니고.
그래도 경호라고 옷을 차려입을까 고민했지만, 결국은 후드티에다 청바지였다.
물론 일반 소재의 옷은 아니다.
다 신소재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드 거다.
잘 안 찢어지고 튼튼하다는 거지.
즉, 옷 입는 데는 5초면 충분했다.
띠리릭.
도어락을 풀고 문을 벌컥 열었다.
“흐으?”
이건 또 뭐냐.
침을 질질 흘리며 고개를 모로 꺾은 놈이 보였다.
내 감각이 말해 준다.
상대는 특수종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니다.
훙.
거침없는 손길이었다. 날 보자마자 놈이 손에 든 걸 휘둘렀다.
중식도였다.
사선으로 내리치는데, 맞으면 아야 하고 끝날 수준이 아니었다.
왼손을 들어 중식도를 쥔 손목을 낚아채고 오른 주먹을 뻗어 짧게 끊어쳤다.
턱에 한 방이다.
툭, 쩡.
주먹 한 방에 상대의 눈깔이 돌아가 흰자위만 남았다.
기절한 놈을 한 손으로 들고 대충 벽에 기대 뒀다.
“뭡니까?”
뒤에서 매니저가 놀란 얼굴로 나왔다.
“경찰 부르실래요? 특수종은 아니고요.”
특수종은 아니다. 그런데 힘은 잘 단련한 일반인 수준은 넘어서는 듯했다.
“어?”
“아는 얼굴이에요?”
“장필호 회사 대표인데요.”
회사 대표가 야밤에 식칼을 들고 다른 회사 배우의 집을 방문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으음.”
난 가만히 그 대표라는 놈을 보며 냄새를 맡았다.
변신족 훈련에는 후각 단련도 있다.
그 후각 단련에는 맡을 수 없는 걸 맡는 훈련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초능 특수종은 오라라는 에너지를 쓰는데, 그 오라에도 냄새가 난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 이 양반, 야밤의 칼잡이에게서도 오라의 냄새가 났다.
즉, 초능이 개입한 일이다.
“유나야, 줄리아.”
매니저가 옆집 문을 두드렸다.
이유나가 박스티에 수면 바지를 입은 채로 문을 열었다.
“네?”
이쪽도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이다.
근데 왜 혼자이실까.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집에 사는 건 둘인데.
“줄리아는?”
배우 이유나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포커페이스 장인 같더니만.
“오빠, 그게…….”
“뭐야? 집에 없어?”
“없네요.”
답은 내가 해 줬다.
“오늘 그 줄리아가 친구 만나서 치킨 먹는 날이라고…….”
“이게 미쳤어! 이쪽에 실종자 발생하고 난리인데, 야밤에 치킨?”
그건 나도 들었지.
실종, 한 건.
다만 그 실종자란 양반이 워낙에 제멋대로인 인간이라 이번에도 어디서 잠수 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진짜 잠수인지 실종인지는, 아무리 우리 동훈이 형이 대단해도 앉은 자리에서 알 수는 없고.
다만, 이전에도 이런 전적이 몇 번 있었다는 추가 정보는 있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경향도 있다.
불멸특수대가 조사한다는 루머는 진짜였다.
요즘 할 일이 없어서 인력을 어디든 파견해야 한다고 했던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흉흉한 소문이 도니, 먼저 대원 파견을 제안했다고 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요원 하루 파견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기본 오백부터라고 했던가.
더럽게 비싸요. 하여간.
난 그에 비하면 진짜 몹시 저렴한 몸값으로 일을 하는 셈이다.
가끔은 단군 그룹 산하 경호팀보다 몸값을 더 부르는 게 불멸특수대 경호다.
불멸자니 수틀리면 제 몸으로 모든 공격을 대신 받아 주니까, 뭐, 돈값은 한다나.
“어디로요?”
내가 물었다.
이유나가 답했다.
“그, 루지트 숙소로 간다고 했는데.”
루지트는 또 뭐야?
매니저를 바라봤다.
“저기 쓰러진 대표님 회사입니다.”
연예 매니지먼트 루지트란 거네.
불길함 예감이 마구잡이로 치솟는다.
그런데 줄리아는 내 경호 대상이 아니란 말이지.
“구해 주십시오.”
“구해 주세요.”
매니저와 이유나가 동시에 말했다.
둘의 눈에 간절함이 보였다.
예상외의 일이다. 보통 경호원이라면 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경호 대상자를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떨어뜨리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요원 생활 중에 배운 거다.
내가 말이 없자, 이유나가 내 팔을 붙들었다.
“제 동생이에요.”
친동생이 아닌 건 안다. 하지만 그만큼 가까운 사이란 거겠지.
“일단 내가 먼저 가 볼 테니까. 유나는 여기에…….”
내가 매니저의 말을 끊었다.
“특수종이 끼어 있는 일입니다.”
일반인이 가서 어찌할 수 없을 거다.
당장 내가 기절시킨 저 사람도, 내가 아니었다면 매니저가 막을 수준이 아니었고.
“저 혼자는 못 갑니다.”
“네?”
경호 대상자를 눈에 떨어뜨려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일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럼 답이 있나.
“같이 갑시다.”
내가 손 쓸 수 있는 곳에 두는 게 낫다.
경찰이 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그게 더 안전하다.
“신고하시고요.”
매니저한테 말하고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네.”
매니저가 경찰에 신고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이유나가 손을 떨었다.
“나간 지 얼마나 됐어요?”
“오늘 안 들어왔어요.”
“아예?”
매니저가 더 놀라 되물었다.
왜 나가는 기척을 못 느꼈나 했더니.
있는 척 사기를 친 거였어?
“지금은 그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이유나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운전대는 매니저가 잡았다.
차로 십 분 거리.
멀지는 않았다.
* * *
우적.
장필호는 피자 두 판을 앉은 자리에서 해치웠다.
“끅.”
‘난 초능력자다.’
염동력 따위는 발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금세 자신의 능력을 깨달았다.
초능력 중에서도 드문 형태의 능력.
버퍼였다.
타인의 힘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버프’ 능력을 개화했다.
일반적인 능력과는 궤가 다르긴 했다.
그는 몰랐지만, 그의 뇌를 파먹은 벌레와 섞이면서 생긴 일이었다.
본래라면 근력 강화가 전부인 능력에, 정신 조종 능력이 섞였다.
상대를 지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 거다.
장필호는 능력을 깨닫고 실험을 시작했다.
어디까지 상대를 지배할 수 있을까?
실험 대상이 필요했다.
평소 자신만큼이나 개차반으로 소문난 놈에게 능력을 썼다.
근력 강화와 정신 조종에 성공한 장필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만, 한줄기 남은 이성이 이 능력을 함부로 보여 주면 안 된다고 그를 붙잡았다.
그는 자신의 기술에 이름을 붙였다.
‘사역의 손길.’
누구라도 제 손에 닿기만 하면 이 능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했다.
40대 초반, 중견 배우, 이제는 제 노예가 된 이를 대동하고 제 회사에 쳐들어갔다.
“장필호? 이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약속도 없이 막 온다고 만나 주고 그럴 것 같아? 뒤에는 누구? 음? 조형우?”
대표는 삼류 양아치다.
아직도 조폭과 커넥션이 있었다.
그 앞을 소위 말하는 동생이란 놈이 지키고 있었다.
‘얼마나 강할까?’
제 손길의 힘, 그 위력을 알고 싶었다.
“죽여.”
장필호가 말했고, 그걸 들은 동생이란 놈이 인상을 썼다.
“이 새끼가 돌았나.”
사역의 손길에 닿은 노예가 나섰다.
우직.
한 손으로 목뼈를 잡고 꺾는다. 상대가 주먹도 뻗고 발도 뻗었지만, 반항 축에도 낄 수 없었다.
동생 놈이 죽었다.
“끅끅끅.”
신이 선물을 줬다.
장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욕망충이 그를 부추겼다.
‘내 왕국을 만들자.’
여기가 시작이었다.
이곳이 자신의 첫 번째 성이었다.
죄다 사역의 손길로 자신의 성을 지키게 할 것이다.
루지트.
그는 대표실에 들어가 놀란 대표를 제 능력으로 길들였다.
건물 내에 노닥거리는 양아치들도 그리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성이다.
일을 끝내고 대표의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비싼 돈 주고 샀다고 자랑하던 그 의자다.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 세상의 자신의 것이었다.
만족감이 차오른 것과 동시에 갈망도 함께 피어올랐다.
폭력 욕구가 해결되자, 다른 욕구가 머리를 들었다.
욕망충에 당한 이들의 특징이었다.
장필호는 욕정이 들끓었다.
‘그년.’
줄리아가 떠올랐다.
자신을 쓰레기 보듯 바라보는 눈빛.
어깨에 손 한 번 올렸다고 오물이라도 묻은 듯한 그 태도.
그년을 눕히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찌릿찌릿했다.
할짝.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갈증이 났다.
전화를 들었다.
몇 번 연락했더니, 이제는 매니저가 전화를 받았다.
화가 들끓었다. 참을 수 없었다.
“잡아 와.”
그는 사역해 둔 노예를 썼다.
대표 놈이 제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오는 동안 뭘 할까.’
갈증은 여전하다.
사옥 바로 옆에 7층짜리 오피스텔이 있었다.
신인들의 숙소였다.
장필호의 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 뒤를 노예 무리가 뒤따랐다.
쉰이 넘는 숫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