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72
269. 저거 인베이더인가?
화림의 책임자를 아버지로 둔 아들은 최선을 다했다.
다가오는 적을 분쇄하고 제 능력을 보였다.
이름은 박대기, 아버지의 이름은 박영돈.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 했으며,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도 했다.
“좀 치네.”
그 덕분이었다.
주변에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몇 생겼다.
“화랑인데, 불특대죠?”
“박대기, 세최특보다 유명해질 이름이니 기억해 두세요.”
아들은 아버지를 닮긴 마련이기에.
그 아들도 오만한 면이 있었다.
그는 실제로 그리 믿기도 했다.
그의 허리춤에 달린 두 개의 광학병기라면 능력을 증명하기 충분했으니.
기회만 주어진다면 세최특만큼 이름을 떨칠 자신이 있었다.
“박 과장님, 전면에 또 옵니다.”
부하가 말한다. 박대기는 제 인생에 기다림은 더 없다고 되뇌며 총을 들었다.
겨누고 쏜다.
웅.
화약을 터트리는 총성과는 전혀 다른 소음이 총신에서 울린다.
총구에서 쏘아져 나간 광선 한 줄기가 상대를 꿰뚫었다.
머리통에 휑한 구멍이 뚫린 휠 나이트가 다가오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막으려면 막아 보라지.
탄창을 대신하는 카트리지만 백 개를 챙겨 왔다.
이 한 번의 전투를 위해서 집안 재산의 반을 꼬라박았다.
그에 걸맞은 전과, 그가 원하는 건 그거였다.
아버지도 그걸 원했고.
그리 싸우는 와중, 주변에서 자신을 향해 짧은 환호가 오가는 시점이었다.
전황이 변하는 건 금방이었다.
다 때려잡았다 싶은 타이밍.
박대기는 자신이 유니크 인베이더를 잡아야 했었다고 생각하며 내심 불만을 표하는 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상황이 급변한다.
갑자기였다. 눈 몇 번 깜빡할 사이는 아니지만, 총 몇 번 쏘고 칼 몇 번 휘두르고.
터지는 폭격 범위를 피하고 고개를 드니,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놈들이 균열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줄을 서서 나오네?’
각 잡힌 군대를 보는 듯한 인베이더 무리의 출현이었다.
전황이 순식간에 뒤엎어졌다.
“염병, 저건 어쩌란 거야.”
옆에 있던 특수대원이 중얼거렸다.
그 말 그대로다.
트라이앵글 필드를 앞세운 리빙 아머가 날아온다. 그리 빠르진 않지만, 제지할 수단이 없었다.
꽝.
수류탄 몇 개가 폭발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광학 카트리지를 아끼지 않고 쐈다.
그렇게 다섯 놈쯤 잡자, 카트리지가 다 떨어졌다.
전신을 보라색 문자로 타투한 리빙 아머 한 마리도 다섯 발은 맞아야 바닥에 쓰러졌다.
근접 병기인 광선검의 구동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22분 남았다.
“막아, 전선 유지해, 퇴각 명령 없다.”
부대 지휘관이 말했다.
도망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휠 나이트가 속도를 조절하며 압박한다.
“시발, 여기서 개죽음이나 당하라고?”
초능 특수종 하나가 그리 말하며 뒤로 돌아섰다. 비행 능력자였다.
발이 공중에 뜬다. 몸이 부유하고 하늘에 뜨기 직전이다.
훙, 뒤에서 가속해서 달려온 바퀴 세 개 달린 휠 나이트의 창이 날기 시작한 초능 특수종의 머리를 깨부쉈다.
압도적인 속도와 타이밍.
그 한 마리의 돌격에 맞춰, 십수 마리가 바퀴를 끌고 그 옆을 막는다.
‘나 죽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찔했다.
박대기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한평생 훈련에 힘썼다. 아버지 밑에서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지구에 위기가 찾아오면 나설 날을.
그리 기다린 나날들이 떠오른다.
주변 지인이 반쯤 장난삼아 ‘웨이팅 박’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음에도 참았다.
모두 이런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꼴이 왜 이 모양이지?
개판이 됐다.
죽는다.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박 대기의 눈에 공포가 머문다.
동공이 흔들린다.
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력 짧은 몇 명의 특수종이 패닉에 빠졌다.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고 지휘부도 유연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아찔한 순간이 그들을 덮친다.
휠 나이트의 창이, 총탄이나 수류탄 폭격을 무시하는 리빙 아머의 칼이 방검방탄복 위를 때렸다.
수십 놈이 휘두른 칼날이 결국 방검방탄복을 찢어발긴다.
뱃가죽이 찢어지고, 피와 내장이 허공에 튀고 흩날렸다.
“끄아아아!”
비명이 전장을 울린다.
“살려 줘!”
결국, 목숨을 구걸한다. 하지만 상대는 인베이더다. 목숨 구걸 따윈 먹히지 않았다.
박대기는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
“뭐 해요? 광선검이라도 휘둘러 봐요.”
부하 놈인가? 아니다. 경찰 소속으로 보였다. 전선 앞으로 나와 자신의 곁에서 공과를 쌓으며 좋아하던 놈.
반쯤 자포자기 상태로 보였다.
마약을 때려 넣었는지 눈에 핏발이 섰다.
헬멧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머리를 보호하는 장구가 없다.
헬멧 어디에다 뒀냐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맑다.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동이 터, 밝은 빛이 사방을 비춘다.
더럽게 안 어울리는 구도였다.
이리 맑은 햇볕이 비추는 날, 땅에서는 생지옥이 펼쳐지니.
햇살과 지옥.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 그 어색함이 이게 진짜임을 자각하게 했다.
‘아버지.’
박대기는 울컥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광선검을 뽑았다. 남은 구동 시간은 4분 22초.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가리라.
“웨이팅 박, 여기 간다.”
입으로 읊조린 박대기가 달려나갔다.
광선검을 휘두른다. 그는 용맹했다. 전과를 올렸다.
전장 전체를 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겠지만, 그는 세 마리의 리빙 아머를 죽였다.
방향 전환이 자유로운 휠 나이트는 못 잡았지만, 4분 22초 동안 리빙 아머 셋을 잡은 거다.
한계를 넘은 활약이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다.
찡.
짧은 레이저 스틱이 빛을 잃으며 압도적인 절삭력을 발휘하던 레이저 블레이드가 사라진다.
“시이.”
욕도 안 나온다. 약 기운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감정 따윈 없는 인베이더의 칼날이 날아온다.
보랏빛 문자로 몸을 감싼 리빙 아머의 칼날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먼저 갑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우애 좋은 부자지간이었다.
박대기는 아버지에게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순간을 되새기려 했다.
그리 생각하며 눈을 부릅뜬 순간.
비상식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훙.
뭔가가 날아오고, 리빙 아머가 옆으로 휙 하고 튕겨 나갔다.
“……음?”
눈을 끔뻑.
펑! 쾅! 우직!
“하하하하하하!”
압도적인 폭력에 뒤이은 웃음소리가 눈과 귀를 찔렀다.
“으으으음?”
놀란 박대기의 몸이 굳었다.
모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웬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주변에 있던 인베이더를 쓸어버렸다.
뭐지? 이건 꿈인가?
박대기는 거듭 눈을 깜빡였다. 아니, 아예 눈을 비비다가 손에 묻은 먼지 때문에 눈물이 났다.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그림자로 생각했던 건 검은 동체였다.
‘이건 뭔데?’
검은 털에 푸른 줄무늬, 주둥이 사이로 튀어나온 송곳니가 눈에 띈다.
이걸 호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호랑이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 변신체가 주먹을 휘두른다. 맞은 리빙 아머의 몸이 찌그러진다. 손톱을 휘두른다.
휠 나이트의 몸이 신문지마냥 찢긴다.
휘릭 몸을 돌리더니 돌려차기를 하니.
꽝!
전차가 대포라도 쏜 줄 알았다.
돌려찬 자리에 남은 인베이더가 없다.
거기에 더 놀라운 건, 날아오는 공격을 다 피한다는 거다.
고개를 까딱하고 허리를 뒤틀고.
덩치는 변신체답게 살벌하게 큰데, 그 큰 몸이 유연하긴 더럽게 유연하다.
‘시발 저거 인베이더인가?’
생각이 그리 이어진다.
이런 변신체는 처음 본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아니, 어떤 특수종이 이런 인베이더 무리 사이에서 무쌍을 찍겠나.
꽝, 펑, 우직.
“하하하!”
그 와중에 웃는다. 미친놈처럼 웃어젖힌다.
“……뭔데.”
“웬 괴물이.”
주변에 자기와 비슷한 상태가 된 이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인베이더…… 좋아!”
웃다 말고 뭐라고 외친다. 중간에 다가오는 인베이더 때려잡다가 목소리가 끊겼다.
다시 유심히 들어 보니.
“인베이더 죽이는 거 좋아!”
라고 외친다.
미친놈이었다. 완전히 미친놈.
하지만 자신을 구한 미친놈이기도 했다.
그 미친 변신체가 전장을 질주한다. 가로막는 인베이더는 장난감이었다.
그는 잡히는 대로 찢고 때리고 부쉈다.
그제야 박대기는 그 이름이 떠올랐다.
“세최특?”
의심은 사실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곧 뒤에서 환호성이 울린다. 그건 기합이자, 환호였다.
아군, 뒤에서 대규모 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한 명이 연 승리의 포문을 잡는 진격이었다.
물론 박대기는 그딴 건 몰랐다.
그저 살아남았고, 자기가 목숨을 구함받았다는 사실을 되뇌며.
털썩 무릎을 꿇었을 뿐.
‘살았다.’
이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평생 모를 일이었다.
죽다 살아난 경험.
사람 하나가 변하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다.
“하하, 인베이더 죽이는 거 개좋아!”
미친 변신체, 검치흑호가 내달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살았다.’
생존을 되새긴다. 박대기는 그 뒷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환호를 내질렀다.
“씹, 살았다아아!”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기합이자, 외침이었고.
그건 전염병처럼 주변에 퍼졌다.
“검치흑호오오오!”
“세최트으으윽!”
“흑호 잘한다아아아!”
갖가지 환성이 그를 향한 환호가 되어 메아리친다.
“끼얏호! 다 죽어!”
그 사이에, 인베이더 학살에 눈깔이 돌아 버린 유광익이 있었다.
* * *
정예 인베이더의 출현.
퇴각 명령.
모든 판단은 정확했고 명확했다.
유일부대장은 그리 판단했다.
그런 순간, 전장의 판도가 또 변했다.
“……수십 년 만에 내가 이런 말을 또 할 줄은 몰랐네. 블랙홀을 맨 처음 봤을 때나 했던 말인데.”
유일부대장, 전장의 총사령관이 중얼거린다.
박영돈의 귀가 쫑긋 섰다.
그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 사이, 사령관 곁에 선 부관의 한쪽 눈이 하얗게 물든다.
“대장님, 퇴각 명령을 보류해 주십시오. 상황이 변한…….”
“눈 떠라.”
“네?”
“눈 뜨라고.”
대장과 부관의 대화다.
곧 부관이 눈을 떠 앞을 바라봤다.
“어?”
부관이 당황했다.
사령관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물었다.
“이거 꿈 아니지?”
꿈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지는 중이다.
검은 털에 푸른 줄무늬.
검은 호랑이 한 마리가 전장을 가로지르더니, 사납게 울부짖는다.
변신체 하나의 발악이 아니다.
날뛴다. 부수고 깬다. 바퀴 맞춰 달려오던 휠 나이트 정예가 레고 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해된다.
이게 뭔가.
이런 일을 현실에서 볼 줄은 몰랐다.
모든 특수종 단체는 강력한 단일 개체를 육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인베이더는 그리하니까.
네임드와 특이종이 그걸 증명한다.
그래서 만든 장비가 기어다.
강력한 단일 개체가 되려면 장비의 도움이 필수적이므로.
그런데 지금 저건 뭔가.
뭘 들고 휘두르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몸 자체가 무기였다.
휘두르고 때리고 찬다.
그것만으로 정예로 이뤄진 인베이더 군대가 휘청였다.
고작 하나의 변신체가 한 일이다.
“……어떻게 예언보다 빠를 수 있죠?”
부관이 묻는다. 그녀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지만, 열 수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졌다.
미래는 가변성이므로 예언은 의미가 없으나, 단기 예언만으로 꽤 유리한 전황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부관은 예언의 눈으로 그걸 봤다.
검은 그림자가 인베이더 사이를 누비는걸.
그런데 그 예언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져 당황했다.
“머리 굴릴 시간 지났다.”
1세대의 영웅, 총사령관이 말했다.
“전군 진격, 이대로 전선을 둥글게 펼쳐 덮친다. 한 마리의 인베이더도 놓치지 않는다.”
“전군 진격.”
“전선 확보한다. 불멸특수대, 화랑, 협회, 경찰 기동, 가리지 않고 제 구역 확보하라고 해!”
부관의 외침이 여기저기 울린다.
“불특대 책임자 아닙니까? 구경만 하실 겁니까?”
누군가 묻는다. 군 관계자였다. 그 말에 박영돈이 정신을 차렸다.
머릿속에 번개가 친 기분이었다.
‘아들.’
전선을 유지한다면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아들도 아직 괜찮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저 변신체가 날뛰는 덕분에, 모든 인베이더의 시선이 저 검은 호랑이에게 끌리지 않았나.
박영돈의 눈에도 보였다.
전선의 변화, 호랑이 한 마리를 중심으로 모든 시선이 모인다.
청기사가 나오며 생긴 재밍만 아니었다면, 최전방에 멍하니 서서 호랑이의 활약을 구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보였다고 해도 박영돈은 한가하게 그걸 구경할 틈은 없었다.
“불멸특수대 휘하, 전원 진격. 저격수 자리 잡고 근접 부대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불멸자이기에 외치진 않았으나, 간절한 바람을 담았기에 말이 빨라졌다.
아들만 살려 준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