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60
약먹는 천재마법사 560화
자문자답(2)
발전소 본관 정문 교각 앞.
마드치리 오니온이 불러낸 군령들의 행진이 한곳으로 모여드는 거대한 다리 위.
교각 위에서 번뜩이는 전투망치의 둔광이 허공을 거칠게 가른다.
쿵!!
허공을 때리고 터져나온 충격파가 펠릭스의 거체를 중심으로 몰아치며 달려드는 군령들을 튕겨내지만.
그 찰나의 간극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창극까지 받아낼 수는 없었다.
카각!!
목덜미 사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창날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받아낸다.
쇄골쪽 근육이 관통당해 피를 흩뿌리고 인대를 끊어놓지만, 펠릭스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앞으로 밀어 올렸다.
상대의 갈빗대를 무겁게 누르고 그대로 깔아뭉갠다.
“……!!”
손목을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 회전한 창대가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고.
카각!!
금속과 근육이 충돌해 비틀리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치적였다.
가벼운 충돌과 함께 펠릭스의 눈앞에서 흔들리는 흑색과 백색의 머리칼.
청년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미친듯이 터프하구려. 당신네 종족들은 다들 그러하오?”
“…….”
“아무리 강력한 전사라 해도, 보통 그쪽 근육이 끊어지면 목을 움직일수조차 없건만.”
“훌륭한 무인은 목숨을 건 싸움에서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배웠지.”
펠릭스가 무뚝뚝한 음색으로 대답했다.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군. 누가 당신에게 무인의 태세를 가르쳐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년이 창대를 한발로 걷어차 급격하게 균형을 비틀어 대치구도를 박살 내고 물러선다.
촤악!!
핏줄기를 흩뿌리며 미끄러지는 펠릭스를 보며 청년, 크로드 아즐란이 씩 웃었다.
“당신의 실력을 보면 틀림없이 훌륭한 전사였겠지.”
“…….”
펠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발칸에 자리잡은 펠릭스 마가트에게, 무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쿠우우우웅!!!
흔들리는 다리 저편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
동시에 두 사람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처절한 귀곡성.
[오오오오오!!!]입자발전소 외곽에서 번뜩이는 눈부신 백색의 광채와, 파도처럼 휘청이며 쏟아지는 막대한 유령의 군세.
괴성을 터트리며 울부짖는 해골거인의 등허리를 거대한 빛의 기둥이 관통하고, 지평선 사이로 저물어가듯 너른 반월을 그린다.
수천 미터 저편에서 격돌하고 있는데도 그 여파가 여기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격전.
8레벨의 극위능력자들이 전력을 다해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지옥의 최외곽.
하지만 펠릭스의 표정만큼이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크로드의 얼굴 역시 묘하게 변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지만…… 저건, 도대체 누구지?”
“…….”
“어째서 내게 이리도 지독한 위화감이 느껴지게 하는거요? 어째서 저 새하얀 마력광이 내 것인 양 익숙하게…….”
아직 확신하지 못했을 뿐, 과거의 크로드 역시 직감하고 있다.
수천미터 저편에서 장대하게 울려퍼지는 저 백색의 광채가, 자기 자신의 마력과도 일견 닮아 있다는 것을.
다만 미래의 자신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비틀려 어그러져 있기에.
아직 그 사실을 온전히 머리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도.
펠릭스는 그런 크로드의 의문에 굳이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해머의 손잡이를 부서져라 움켜쥐고 마력을 끌어올렸을 뿐.
콰앙!!
크로드의 발치를 타고 미끄러진 해머의 단면이 그대로 크로드의 창대와 충돌.
그 시점에서 크로드에게 남아 있던 미혹을 깔끔하게 지워버린다.
피를 줄줄 흘리며 선 새머리거인을 바라본 크로드가 그제야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지.”
“집중해라.”
“집중?”
크로드가 그렇게 반문하며 웃었다.
“마음이 급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일 텐데.”
푸욱!!
그 직후, 펠릭스의 몸이 한차례 크게 떨리면서 희미하게 경련한다.
크로드와 대치하는 찰나의 순간, 사방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던 군령의 군세가 그대로 펠릭스의 등에 칼을 꽂아 넣은 것이다.
깃털로 뒤덮인 단단한 상체를 찌르고 물어뜯으며, 베어내 살점과 근육을 헤집는다.
“이미 주변을 신경 쓰기 어려울 정도로 몰려 있구려. 한참 전부터 한계였겠지.”
크로드가 조용히 속삭였다.
“고작 이런 저급한 유령에게 등을 내주고, 온몸을 부러뜨려 가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
“…….”
연이은 전투에서 찾아온 한계. 도래의 마력을 연달아 사용한 폐해와 부작용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그의 몸을 좀먹고 있다.
크로드와 전투구도를 맞추고, 억지로 발을 붙잡아 두기 위해 끌어올린 체력과 정신력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
하지만 펠릭스는 그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달려드는 군령들에게 자신의 살점을 내주었다.
우드드득……!!
온 몸에 달라붙은 무수한 군령들의 형상을 등에 짊어지고 그대로 크로드의 창대를 밀어붙인다.
묵직한 전투망치 사이로 솟아오른 처연한 흑색의 마력이 회전하며 순식간에 망치의 단면을 검게 물들였다.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크로드의 안색이 확 달라진 그 순간.
크로드가 쥐고 있던 창대가 살짝 구부러지며, 그 사이로 빗겨나온 해머가 옆구리를 그대로 후려갈겼다.
콰아앙!!
“큭……!!!”
“이런 유령들의 이빨은 더 이상 가렵지도 않군.”
펠릭스가 그렇게 웃으며 등허리에 달라붙은 군령 한 체를 쥐어 터트렸다.
옆구리를 움켜쥐고 일어선 크로드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펠릭스의 온몸에 나 있던 상처가 실시간으로 아물기 시작하며, 거꾸로 원상태 이상으로 수복되기 시작한다.
“발전소에 오기 전에 실컷 상대하고 다쳐보며, 일시적이지만 내성을 손에 넣었다.”
도래의 마력을 손에 넣으며 펠릭스의 체질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확연하게 달라졌다.
한번 피격을 허용한 종류의 공격에 대해 지니는 일시적인 상처내성.
펠릭스는 레녹을 돕기 위해 입자발전소로 달려오는 과정에서 마주친 군령들과 싸우며, 미리 그 상처내성을 손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희대의 광전사라 불렸던 승천자 도래의 마력에 담긴 특성을 온몸으로 재현하는 그 모습.
검게 물든 채 타오르는 해머를 양손으로 움켜쥔 새머리거인의 발밑으로, 그림자가 미친 듯이 일렁이며 크기를 키워간다.
동시에 온몸에서 터져나오는 강맹한 마력의 폭발.
“아직 버틸 수 있어.”
그 충격으로 교각이 천천히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끼며 펠릭스가 중얼거렸다.
“당장은 이걸로 충분해. 계속하지.”
* * *
“좋아…….”
한참 동안 거울의 미로를 걷던 레녹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혼자 길을 찾는 건 포기해야겠군.”
올리비에라의 전언이 사라진 뒤, 레녹은 미로를 빠져나갈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을 수는 없었다.
미로의 구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길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마력감지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
‘거울이 비추는 방향과 풍경에 따라 길이 변하고 갈라지고 있어.’
레녹이 생각에 잠겼다.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미로의 방향과 구조까지 변질되며 대상을 이 공간에 가둬놓는 건가.’
올리비에라가 자신의 광요마법을 강화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던 거울장벽, 탐태소천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질적인 힘.
빛이라는 개념을 전투에 직접 응용하던 침식형 자성영역과는 달리, 그녀가 두 번째로 선택한 전개형 자성영역은 분산과 반사의 묘리에 집중하고 있다.
레녹조차 직접 보고도 쉽게 믿기 어려운 심상의 변동성.
이 정도로 심상의 변화를 유동적으로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추후 마안계통으로 본신마법을 바꿀 수 있던 것이 아닐까.
그걸 생각하면, 아마 현실의 올리비에라가 지닌 자성영역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올리비에라가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이 미로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의 문제.
길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부술 수밖에. 이미 생각할 수 있는 해답은 정해져 있었다.
품안에서 리볼버를 꺼내든 레녹이 생각에 잠겼다.
‘전력을 다하면 영역을 한번 전개할 수 있을 정도. 그다음에는 뒤가 없다.’
올리비에라의 영역을 부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레녹도 그에 맞서 영역을 전개하는 것.
영역간의 충돌을 통해 올리비에라의 위치를 가늠하고 그녀를 상대한 뒤, 카이세를 찾아나설 수 있겠지.
하지만 레녹이 그걸 알면서도 아직 영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지금 남겨놓은 한번의 여력이 카이세와의 만남을 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이세가 무엇 때문에 레녹을 다시 만나려는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남겨두기 위해서라면, 마지막까지 패 한 장은 들고 있어야 했다.
그것을 감안하면 지금 여기서는 영역을 사용하지 않고 이 거울의 미로를 돌파해야 한다.
철컥!!
리볼버를 장전한 레녹이 근처 거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이 거울에 직격한 그 순간,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역으로 튕겨져 나온 총알이 레녹의 얼굴을 노렸다.
얼굴을 맞추기도 전에 미리 전개된 실드를 타고 떨어지는 탄환의 모습.
[볼트]파직!!
전격마법을 때려 박아봤지만, 반사각을 타고 되돌아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레녹은 그 모습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단순한 거울이 아니군. 마력이나 물리력을 거울의 개념처럼 반사하고 있어…….”
올리비에라가 자신의 심상을 변형시켜 현실에 그 정경을 뒤집어씌웠다면,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지금 이 거울의 미로는 빛의 분산과 반사를 넘어서, 힘의 개념 자체를 거울에 빗대어 적용시키고 있다.
거울의 반사각을 따라 여러 가지 힘을 그대로 반사시키고 있는 것일까.
다만 거울이 탄환을 반사한다고 해서, 아예 타격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탕, 탕!!
탄환의 난반사를 감수하고 몇 차례 더 방아쇠를 당기자 그제야 거울이 박살 나고, 그 너머로 또 다른 거울이 모습을 드러낸다.
레녹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를 둘러싸듯 비춰지는 수십 명의 레녹의 모습.
집요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비추는 거울의 정경에, 레녹이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망설임 없이 리볼버를 들고 방아쇠를 당기며 앞으로 걷는다.
탕, 탕, 탕, 탕!!!
거울이 부서지고 그 안쪽에 숨겨진 공간은 더 넓어진다.
안으로 파고들수록 거울의 갯수는 더욱더 많아지고, 레녹을 비추는 거울의 숫자도 수백, 수천으로 늘어난다.
그 끝에서 도달한 거대한 반구형의 거울 돔의 형상.
고오오오……!!
수천 명의 레녹 자기 자신이, 레녹 스스로를 내려다보는 기이하고 섬뜩한 광경.
그런 레녹의 머리 위에서, 올리비에라의 육합전성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흡혈귀가 된 인간이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
파앗!!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이들은, 결국 스스로를 마주할 수 없다는 것 말이다.]거울상에 맺힌 수천 갈래 장벽 사이로 내려오는 눈부신 광원의 형상.
수천 개의 거울이 빛을 투사해 반사된 레녹의 형상을 한 자리에 중첩해서 비추었다.
거울상 수천 개가 중첩해서 한가지 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언가가 구현되듯 나타나기 시작한다.
파아아앗……!!
눈부신 빛의 광량 사이로 천천히 한발 걸어 나와 마주 서는 흑발의 청년.
레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얼굴은, 아침마다 거울 너머로 마주하는 피폐한 청년의 그것이었다.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로 웃음기 섞인 올리비에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파지직……!!
또 다른 레녹의 손끝에서 뻗어나온 막대한 전격이 그대로 레녹을 향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