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9
부아아아앙!!
고작 1분도 지나지 않은 뒤.
레녹은 커플이 타고 있었던 낡은 지프를 타고 그대로 아까의 남녀 프리랜서 일행을 뒤쫓고 있었다.
그에게 총을 겨눈 남녀 커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는 여자의 혈액에 [블러디체이스]를 걸고 그대로 방향을 쫒아 골목길을 달린다.
마운트라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에게는 레녹의 마법을 눈치챌 정도의 술식역량은 있는 듯 했지만, 지금 이렇게 추적당하는 동안 그것을 파훼할 여유는 없는 모양.
차의 앞유리에 붉게 물든 실을 달아놓고 머리가 흔들리는 대로 방향을 바꾼다.
평범한 차량을 추격하는 거였다면 힘들었겠지만, 뒷바퀴가 하나 없는 자동차를 상대로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레녹의 거친 운전솜씨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닳아빠진 골목길을 위아래로 넘나들면서 비좁은 길을 뚫고 달리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틀거리며 달리는 차 한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대로 엑셀을 밟아 들이받았다.
콰아앙!!
차체와 함께 레녹의 몸도 같이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몸에 두른 실드가 레녹의 마력제어에 따라 기묘하게 짓눌리며 타박상을 막아준다.
아예 그대로 운전대를 확 틀어서 승용차를 길목 옆쪽으로 처박고 문대버렸다.
우지지지지직!!
낡은 돌담이 쭈욱 긁혀나가며 순식간에 승용차의 보조석 차문이 너덜거린다.
안에 들려오는 정체모를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레녹이 씩 웃었다.
차 옆면이 완전히 박살날 때까지 몰아붙이고 싶었지만, 곧장 좁은 골목이 끝나고 탁 트인 공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버려진 낡은 5층짜리 폐건물의 앞마당.
옆으로는 똑같이 폐쇄된 철로가 길게 이어진, 녹이 잔뜩 슨 예전의 흔적들.
승용차는 공간이 생기자마자 재빠르게 옆으로 쭉 빠져 지프의 몸통박치기에서 벗어났다.
자동차가 저 멀리 달아나는것이 보이지만, 레녹은 한번 더 엑셀을 밟는 대신 느긋하게 그들을 구경했다.
‘도망칠 곳은 없어.’
공터로 들어오기 전부터 진작 마력감지로 확인을 끝냈다.
골목으로 돌아가는 길과 활짝 열린 철도쪽은 레녹이 틀어막고 있다.
두 사람이 폐건물을 기어올라 도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서야 한다.
설령 그럴 생각이라고 해도, 눈앞에 뻔히 레녹을 두고 등을 보이고 싶지는 않겠지.
그리고 지금쯤이면….. 수적 우위라는 이점에 취해 한번쯤 이빨을 들이밀 때도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비틀거리면서도 잘만 달리던 자동차가 우뚝 멈춰서고 안에서 차문이 벌컥 열렸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도망치는 대신, 천천히 레녹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운트가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면서 이를 갈았다.
“운전하다가 치여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야. 오랜만에 옛날 생각 나더라고. 아주 고맙다, 이새끼야.”
“마운트.”
“트리샤. 말리지 마. 여기까지 한번도 빗나가지 않고 쫓아온걸 보면 감이 꽤 좋은 놈이야. 여기서 깔끔하게 털어내고 가야한다고.”
“……틀린말은 아니네.”
트리샤라고 불린 여자는 그제서야 레녹이 그녀에게 사용한 [블러디체이스]를 눈치채고 마력을 끌어올려 털어버렸다.
그녀도 레녹을 향해 눈을 치뜨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봐. 그쪽도 프리랜서지? 매디슨 그놈이 급하니까 아무데나 손을 벌린 모양인데, 회사 기밀을 팔아먹으려던 병신이 이제와서 발악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왜 다 끝난 일에 끼어들어서 지랄인건데?”
“진짜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매디슨을 살려두지도 않았겠지.”
레녹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뭐?”
“설계도를 살 손님이 이미 구해졌다면 매디슨을 멀쩡히 살려서 돌려보낼 이유가 없어. 설계도를 다른 곳에 팔아먹을 동안 덤터기를 씌울 누군가가 필요했던게 아닌가?”
유감스럽지만, 이 바닥에서 뒤통수를 때린다는 건 그런 의미다.
이익과 손해에 목숨을 걸고 한번 뒤집힌 신의가 휴지조각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배신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마운트와 트리샤가 매디슨을 배신하고 보여준 행보는 지극히 어색하기 그지없다.
딱 봐도 이 바닥에서 적당히 구른 경력자들 같은데, 어리숙하기 짝이없는 매디슨을 입술에 피멍만 들려서 살려보낸 것은 그들에게 갑자기 동정심이 장착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는것이 타당하겠지.
그리고, 그 말은 여전히 설계도가 그들의 수중에 존재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전투를 대비하며 품에서 새로운 연초를 꺼내든 레녹이 손을 가볍게 까딱였다.
“내놔. 지금 내놓고 꺼지면 목숨은 살려주지.”
그래도 같은 프리랜서를 상대로 레녹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다.
하지만 두 사람은 레녹의 말이 상당히 고깝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아니, 씨발 진짜….. 좋게 해결하려는 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말귀를 못알아처먹으면, 우리도 굳이 손을 쓸수밖에 없어.”
수적우위에 서 있는 그들 입장에서는 레녹의 이런 고압적인 태도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 생각하는것이 판이하게 다른데 멀쩡하게 말이 오가는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세사람 모두, 그런 대화에 일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트리샤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중얼거렸다.
“목숨은 살려준다고? 난 그냥 죽여버릴테니까 알아서 빌어봐!!”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양 손에서 뻗어나온 길쭉한 마력의 실 열가닥이 순식간에 승용차에 달라붙더니, 마치 시동이 걸린 야생마처럼 그대로 레녹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레녹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트리샤가 어떤 술사인지 대번에 눈치챘다.
‘조작계열 고유마법. 그것도 상당히 세련된 타입이군. 저 거리에서 차량을 조작해서 그대로 꼬라박을 정도라면….’
아까는 연막탄을 비롯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 두 사람의 기척을 파악하는데 집중해서 잡아내지 못했지만, 트리샤가 조작계열 마법사라면 아까부터 있었던 모든 일들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있지 않았던 승용차가 느닷없이 출발했던 일이나, 뒷바퀴 하나가 아작이 나고도 그럭저럭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녀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조작계열 마법은 여러 술식들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정밀한 기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높지만, 그만큼 능력이 된다는 전제하에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 유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태생적인 마법의 난이도가 높은데다, 조작계열의 기본이 되는 ‘마력사’의 적용범위와 사거리를 늘리는 일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관련 재능을 타고나지 않는다면 대성하기는 어려웠다.
아니면, 아예 레녹처럼 마법 자체를 즉석으로 뜯어고칠 수 있을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거나.
[마리오네트]검지로 뻗어낸 마력사를 뒤쪽에 서 있던 지프에 연결한다.
공용마법의 한계로 사거리가 늘어나지 않는 마력사에 마력을 때려부어 사거리를 늘리고, 적용범주를 넓힌다.
꺼져있던 헤드라이트에 불이 번쩍 들어오고, 순식간에 시동이 걸린 지프가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간다.
우우우웅!!
충돌.
콰아아앙!!
비스듬히 격돌한 차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날아간다.
흩날리는 범퍼와 차체의 부품들.
아슬아슬하게 레녹을 스쳐지나가는 승용차와, 저 멀리까지 튀어나가 낡은 폐건물에 머리를 들이박는 지프의 모습이 교차한다.
양쪽 차체에서 피어오른 새카만 연기 너머로, 트리샤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것이 보였다.
“자, 잠깐…. 너 어떻게 조작계열 마법을…..”
“멍청아, 집중해!!”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오히려 저 허술해보이던 남자쪽인가.
마운트의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레녹이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우웅!!
허공에서 흩뿌려진 자줏빛의 채찍이 빠르게 쏘아져나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노렸다.
마운트와 트리샤 둘 모두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피해냈지만, 정작 채찍은 두 사람을 아득히 지나쳐 쭉쭉 뻗어나가ㅡ
곧바로 그들의 뒤에 서 있던 폐건물의 철근을 붙잡았다.
끼이이이…!!
레녹이 갖다박은 지프와의 충돌로 흔들리던 폐건물의 지지대에 [그래비티 바인드]가 섞이면서 어긋난 균형을 강력한 중력이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제서야 레녹의 노림수를 알아차린 트리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지만, 이미 늦었다.
팔을 뒤로 쭈욱 당기면서 그대로 잡아챈다.
낡고 녹이 슨 폐건물의 철근들은 그 이끌림에 저항하지 못하고 단 한순간에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져내리며 그대로 공터를 덮쳤다.
실드
콰아아아아앙!!
벽면을 지탱하던 콘크리트가 부서져내리며 안애서 수십 수백개의 철근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린다.
녹이 슨 철근들이 그대로 추락하는 충격에 박살나며 사방으로 쇳덩이가 튀어올랐다.
원하는 대로 판을 만든 레녹이 곧바로 한번 더 마력을 크게 후려갈겼다.
후우웅…!!
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크게 내뻗는다.
손가락 사이에서 줄기줄기 흘러나온 마력이 강렬한 의념과 심상의 길을 타고 구체적인 형상으로 화한다.
그러모아 남은 마력을 빠르게 재조합하여 허공에서 새롭게 새파란 전격의 뭉치를 그려냈다.
[라이트닝 바운드]파지지지지직!!!
볼트 마법 수십개를 응축해놓은 듯이 강렬하게 번뜩이는 구체가 내리찍힌다.
어두워지는 하늘이 일순 새파랗게 물들만큼 강렬한 광량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터져나왔다.
파아아아아!!
녹이 슨 철근들이 그 강렬한 전격에 크게 호응하면서, 새파란 빛의 전류가 파도처럼 흐르며 지상을 밝혔다.
어지간히 솜씨가 좋지 않은 이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광역기.
아까 낡은 지프를 타고 있던 커플에게는 과하게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 놈들은 다르다.
레녹의 일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목표이자, 시작부터 차체를 꼬라박는 강수를 둔 이들을 상대로 손속에 여유를 둘 생각은 없었다.
“………”
틀림없이 명중했을텐데, 모래먼지 너머로는 쥐죽은듯한 침묵만이 가득하다.
레녹은 연초를 물고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가만히 기다렸다.
고작 이 정도로 죽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실제로 죽어서도 곤란하다.
만약 설계도가 저들의 수중에 없다면 저들의 입을 빌려서 마담이라는 브로커를 찾아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레녹의 감각권에 걸리는 생명반응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콰아아앙!!
마치 모래속을 헤집고 들이닥치는 두더지처럼 철근 사이를 헤집고 레녹의 발밑에서 튀어나온 마운트가 그대로 팔을 크게 후렸다.
손에 쥐고 있는건 날카로운 송곳을 닮은 직검 한자루.
칼날에서 피어나오는 새파란 마력광이 줄줄이 흐르며 그대로 레녹의 실드와 격돌한다.
우지지지직!!
격렬한 기세를 담아 파내린 일수가 그대로 레녹의 실드 두겹을 잡아찢고 그대로 파들어간다.
관통력이 겉으로 보는 그 이상이다.
격돌한 순간 그것을 직감한 레녹이 빠르게 두발 뒤로 물러나면서 충격마법을 때려박았다.
터터텅!!
동시에 리볼버를 꺼내들고 마운트의 양쪽 어깨를 노리고 한방씩.
타탕!!
하지만 마운트는 충격마법은 적당히 맞고 흘려낸 뒤 레녹이 쏘아낸 총탄을 몸을 옆으로 흔들어서 피해내면서 곧바로 앞으로 더 달라붙어온다.
“………”
간결한 움직임이었지만, 그 한번의 대응으로 마운트의 수준을 알아본 레녹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충격마법을 맞는 순간 흘려냈다는 것부터 이미 보통 실력자는 아닌 셈.
리볼버의 탄알을 피해낸 것도 총알 자체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레녹이 무슨 술수를 부려놓았을까봐 걱정해서였겠지.
세번째 실드가 뚫리고, 곧바로 네번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운트가 저 송곳같은 검을 들고 내지르는 연격의 위력이, 항만에서 만난 산적같은 남자의 근력과 비등하다는 증거.
단순하게 실드를 다섯겹 겹쳐서 받아낼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랐다.
점점 수준이 높은 상대를 적으로 만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콰지지지직!!
네번째 실드 돌파. 다섯번째 실드가 뚫린다면 레녹이 맨몸으로 노출되는건 시간문제다.
게다가 트리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항.
가볍게 받은 의뢰에서 맞은 위기치고는 심상치 않았지만, 레녹의 얼굴은 여전히 얼음처럼 싸늘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상대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레녹의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 마음먹었던 그대로 피하지 않고, 오롯이 정면으로 나아갈 뿐.
그토록 오랫동안 매진했던 마법의 연구 역시 이런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었던가.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필사적으로 마운트의 공격에 저항하던 실드가 움찔거리고.
위이이이잉!!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기점을 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가가각!!
처음에는 단순히 떨리는 것처럼 보이던 실드가 엔진이 달린것마냥 미친듯이 돌면서 단 한순간에 마운트를 튕겨낸다.
한곳에 집중되었던 타점이 어긋나면서 그대로 마운트의 칼날이 관통력을 잃고 힘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