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67
약먹는 천재마법사 667화
랜덤박스(2)
너른 저택 안으로 펼쳐진 광활한 정원.
길을 따라 펼쳐진 사방 위에,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기현상이 난립하는 괴이한 모습.
쩌저적……!!
머리 위로는 공간의 균열처럼 일그러진 아지랑이가 일렁거린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자 레녹이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차원함수 동위성 실험에 대한 부작용이다. 신경 쓰지 마.”
“……저걸 신경 쓰지 말라고?”
[흐흐흐……. 우리 머리를 집어삼키고 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긴 하겠지.]“X발, 그건 생각을 못 하게 된 거잖아…….”
차르륵!!
저택 한쪽 구석에서는 창백하고 기이한 광채가 새어 나와 뱀처럼 꿈틀거렸다.
곳곳에서 깃털처럼 나풀거리며 흩날리는 마력광.
“인공마력응집체의 부산물이지. 지성은 없으니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괜찮을 거다.”
“…….”
우우웅!!
은하수처럼 빛나는 알 수 없는 입자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물결처럼 부유했다.
“천체마법 모방 연구자료였던가…… 단순한 환각이니까 무시해.”
“…….”
파지지직!!
파직거리는 전류가 정원 한복판에 세로로 세워져, 마치 나무처럼 형상을 고정하고 있고.
발아래로는 얼음이 강처럼 흐르며 사방의 온도를 낮춘다.
머리 위로 공간의 균열이 깨져나가고, 별빛을 닮은 아지랑이가 회전하며.
[쿠오오오~]사방에서는 알 수 없는 영체들이 유유히 부유하는 기이한 형상.
[위대한 정령을 찬양하라~] [공물을 바쳐라 우매한 유기체들아~]귓가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알 수 없는 영성까지.
용병들의 표정이 멍하게 변하는 것을 돌아본 레녹의 입매가 순간 꿈틀거렸다.
“……잡귀에 씐 모양이군. 그리 의미 있는 소리는 아닐 거다.”
[잡귀 아니다~ 잡귀 아니야~]“…….”
“어쩐지 대화가 되고 있는 것 같소만…….”
“착각이다.”
단호하게 대답하는 레녹의 말에 수련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위이잉, 철컥!!
“까, 깜짝이야.”
사방에서 거칠게 울려 퍼지는 기계음. 꿈틀거리는 온갖 기계장비들의 형상.
저택 근방 정원 사이로 온갖 기계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물건을 실어나른다.
그러지 않아도 온갖 기현상에 긴장하고 있던 딜런이,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알 수 없는 기계 팔의 형상을 보며 물었다.
“반, 저건 대체 뭐야?”
레녹이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기계팔의 형상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
“배달시킨 물건들을 쌓아두었더니 주변이 너저분해서. 급한 대로 적당히 치우는 중이다.”
“이게 배달시킨 물건들이라고?”
일행의 눈앞에서 금속부품과 얆은 톱날 더미, 수백 장의 부적종이와 묘한 향기를 내뿜는 이파리가 줄지어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
하나같이 어딘가에서 배달을 시켰다기에는 심히 수상쩍은 물건들뿐.
“해야 할 일이 많아 신경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제야 조금씩 정리하고 있지.”
“……해야 할 일이라. 기계도시에서 아주 난리를 피운 모양이던데. 몸은 좀 괜찮냐?”
딜런이 가면 너머로 눈을 빛냈다.
“네가 장인으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는걸.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그 성질을 숨기고 기계도시에 잠입해 있던 거야?”
레녹이 그 순수한 딜런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성질이라니…….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알겠군.”
견뢰에 대한 소문이 날이 갈수록 살이 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레녹을 아는 지인들까지도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
전투에서 손속을 확실하게 두는 것과는 별개로, 악명이 퍼질 만큼 과시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인간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진짜 미치광이들을 여럿 상대해 본 레녹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소문.
그제서야 다른 일행들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레녹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야, 반. 그럼 평소에도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거야?”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편이지. 연구가 끝난 부산물만 적당히 바깥에 두고 있다.”
“그렇군, 평소에는 이 정도로 개판은 아니다?”
“어허, 밀라. 개판이라니.”
수련이 황급히 밀라의 어깨를 붙들고 헛기침을 했다.
“아니, 너무 궁금하잖아. 지금 이걸 보라고.”
밀라가 발아래를 가리킨 순간, 등 뒤로 창백한 광채가 번뜩였다.
곳곳에서 흐르는 공간의 균열과 마력의 폭발로 땅이 조금씩 흔들린다.
“이런 마경에 우리를 초대해놓고 파티를 하겠다고 하잖아. 난 지금 당장 반이 파티를 뭐 토너먼트 같은걸로 착각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진실의 파편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좋지 않소. 지금 우리의 생살여탈권은 반에게 달린 것이나 다름없…….”
두 사람이 속삭이는 말을 듣고 있던 레녹이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아까부터 자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너희를 여기서 죽이기라도 할 것 같나?”
“…….”
이어지는 침묵.
조용히 시선을 돌린 레녹이 다시 말했다.
“……물론 아예 위험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난 여기서 나가겠소.”
“반이 위험하다고 말했어. 우린 다 죽었다.”
“제니, 전화 받아. 살려줘!!”
[8레벨에 도달한 거냐?]시끄럽게 호들갑을 떨어대는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맨슨의 몫이었다.
“매, 맨슨!! 무슨 말을 그렇게!”
“씨발, 그걸 곧바로 물어보면……!!”
수련과 밀라가 기겁하며 그를 말리고 나섰지만, 육신을 남녀 한 쌍으로 가져온 맨슨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너 같은 괴물이 기계도시에서 난리를 치고 다녀야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언제부터였지? 솔직히 말해, 한참 전에 도달했다고 말해도 납득할 거야. 그런 걸로 놀라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맨슨의 두 육신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시거 뱅 갱단의 일을 처리하던 마법사가 정말 많이도 컸어. 흐흐흐…… 기계도시까지 찾아가 난리를 벌인 건 성장의 반동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나?]“맨슨.”
레녹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너무 정상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난 좀 더 맛이 가 있던 예전이 더 나아 보이는걸.”
갑작스러운 말투 지적에 맨슨이 침묵한 사이, 밀라 역시 내심 동의한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 그냥 다 연기라니까. 진짜 앞에서는 갑자기 멀쩡해지는 가짜광기라고.”
[무슨 말을 못 하겠군. 인격 프로그램 업데이트로 인해 어느 정도 언어체계가 안정화된 것뿐이다.]맨슨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밀라의 말에 반박했다.
[프로그래밍에 일천한 기계치에게 너무 어려운 설명을 했군. 생각해 보니 내 불찰이다.]“오호라, 휘발유 좀 먹고 머리가 많이 컸다 이거지?”
[원래도 네 돌대가리보다 크기는 했지.]그 잠깐을 참지 못하고 투닥거리는 밀라와 맨슨을 바라보던 레녹이 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다 왔군.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니까, 난 준비를 더 하고 있겠다.”
“준비? 아니, 이건 또 뭔…….”
딜런이 레녹의 어깨너머로 그가 손대고 있는 물건을 확인하고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들 역시 뒤늦게 그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고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쿠구구구……!!
너른 정원 한복판에서도 그 크기가 눈에 뜨일 정도로 꽤 크다.
백금빛의 금속 강판 위로 온갖 다양한 부품과 회로가 장착되어 선명한 마력광을 내뿜고 있었다.
큼지막한 상자를 만들고, 그 두께를 몇 배로 부풀린 듯한 이상한 모양.
그 안에서 유령과 같은 희끄무레한 형체와 뿌리처럼 갈라진 마력, 잿빛의 어둠과 시간이 되감기는 소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저택 사방을 차지하고 꾸물거리는 무수한 기현상과 마력광.
마경을 구축하는 기현상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저 상자 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반. 이게 대체 뭐지?”
기계장치 뒤쪽으로는 굵직한 전선 수백 가닥이 빼곡하게 꽂힌 채 저택 지하실을 향해 정돈되어 있다.
레녹이 힐끗 시선을 돌린 뒤, 기계장치 내부에 박힌 나사를 조이며 대꾸했다.
“랜덤박스를 만들고 있다.”
“……랜덤박스?”
전혀 예상치 못한 레녹의 대답에 밀라가 멍하게 입을 벌렸다.
다른 동료들도 어리둥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랜덤박스……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그 행사장에서 가끔 이벤트 할 때 쓰는 그런 거?”
“운에 기대는 요행을 반 님 같은 뛰어난 마법사가 염두에 둘 줄은 몰랐군요.”
“아니, 그것보다 랜덤박스를 마력까지 섞어서 직접 만들고 있다고?”
딜런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재차 물었다.
“마키나까지 가서 배워온 재주가 이런데 써먹기 위한 거였어?”
여기 모인 이들은 레녹이 기계도시에 장인 신분으로 잠입해 한바탕 난동을 벌였다는 정황 정도는 알고 있다.
마키나 내부에서 승천문과 얽혀 있던 구체적인 사건 자체는 전해 듣지 못했더라도.
레녹이 장인으로서 이름을 날렸다는 사실 자체는 각자의 인맥을 이용해 이것저것 전해 들은 상황.
그렇기에 레녹이 뜬금없이 이런 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달리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고위계 마법사가 장인 기술까지 배워와서 직접 제작하는 마력장치라…….”
“파티를 위한 이벤트 상품치고는 꽤 거창한걸…….”
“우리 진짜 파티를 위해서 모인 거 맞지?”
“설명은 나중에 하지. 말했던 대로 위험한 일을 시키지는 않을 거다.”
살짝 불안한 기색으로 질문을 던지는 일행들에게, 레녹이 가볍게 고갯짓하며 정원을 가리켰다.
저택 한편에 간이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대충 쌓여 있었다.
“일단 세팅 좀 도와주겠나?”
“아, 그러지. 우리도 술이랑 먹을거리 이것저것 좀 사 왔거든.”
“으음, 이런 일에는 경험이 없어서…… 힘쓰는 일이라도 도와드리면 되겠소?”
딜런과 밀라가 익숙한 기색으로 테이블을 정리하고 가져온 여러 음식과 술을 세팅한다.
수련이 근처에 놓여 있던 천막을 어설픈 손놀림으로 설치하고, 두 사람의 맨슨이 건성건성 정원을 청소했다.
[생각보다 만져도 막 아프지는 않군.]“위험하지는 않다더니, 반의 말이 사실이었구려.”
“야, 이거 봐봐. 이렇게 쿡쿡 찌르면 반응하는데?”
정원 곳곳을 청소하면서 본의 아니게 이것저것 만져보게 된 일행이 점차 긴장을 풀고 적응하는 사이,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반이 말한 주소가 여기가 맞는 것 같군. 흠, 다만 이미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데.”
“……정원 안쪽을 보니 틀림없어 보이네요. 혹시 반이 우릴 전부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벨리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마키나 공방사업 주식에 투자했다 꼬라박은 손실을 복구해야 한다고……!!”
“벨버, 네가 잃어버린 투자금 이야기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으니까 입 닥쳐.”
주식에 미친 용병 쌍둥이 벨버와 벨리타. 조든이 간단한 술과 안주를 하나씩 들고 들어온다.
정원 곳곳에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온갖 기현상을 보자, 언제나 차분한 조든조차 걸음을 잠깐 멈춰 세웠을 정도.
“회사 공휴일로 처리하고 왔어. 빨리 한잔 하고 싶은데…… 이 지옥은 또 어디지?”
“반!! 기계도시에서 한바탕했다면서, 나도 이야기 좀 들려…… 어라?”
“여기가 바로 고위 마법사가 기거하는 저택이군. 이만 집에 가봐도 될까?”
제니의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드레이와 웨이안을 비롯한 사원들이 뒤늦게 도착해 창백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까 쫄지 말고 들어와. 멍청이들아.”
“훗…… 어설픈 새끼들. 어디 가서 반이랑 일한다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모습은 까맣게 잊은 채,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핀잔을 주는 딜런과 밀라의 모습.
먼저 도착해 있던 용병들이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렵지 않게 적응했는지.
레녹이 무어라 하지 않았는데도 가져온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손에 잔을 하나씩 든 채로 레녹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기 일쑤.
그러는 사이 새머리 거인 펠릭스와 제니가 뒤늦게 저택 문을 열고 걸어들어왔다.
“사람이 많군. 벌써 시작한 건가? 호…… 이건 또 신기한 스텔라리움이군.”
“반!”
제니가 레녹을 부르자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일어난 레녹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레녹의 앞까지 걸어온 제니가 힐끗 레녹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사방에서 날뛰는 온갖 마법과 광채의 균열에도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대체 마키나에서 무슨 짓을 하다 온거야? 이 뚱뚱한 냉장고는 또 어디서 가져온 거고?”
“뚱뚱한 냉장고라니…….”
그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피식 웃은 레녹이 고개를 저었다.
“냉장고보다는 훨씬 재밌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 오늘 사람들을 모아달라 부탁한 이유기도 하고.”
“역시 구실일 뿐이었냐……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는 제니가 양 손으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자락을 들어올렸다.
“그럼 괜히 이걸 입고 왔잖아. 저택에 초대한다길래 혹시나 했는데, 그냥 편하게 입고 올 걸 그랬네.”
칠흑처럼 어둡고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
브로커다운 캐주얼한 차림새를 선호하는 제니에게는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드문 복색이다.
그녀 역시 파티라는 말을 듣고 혹시 몰라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던 모양.
초대된 이들 대부분이 제니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느낌이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넥타이와 모자를 벗어던지고 대충 퍼질러 술판을 벌이기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레녹은 그런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픽 웃었다.
“그 드레스. 한 번 본 적 있던 것 같은데.”
“뭐?”
“예전에 같이 경매장에 갔을 때 입고 왔었지.”
담담한 레녹의 말에 제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기억하고 있었어?”
대천사의 연민을 구하기 위해 테이나 경매장에 손님으로 위장해 제니와 함께 몰래 잠입했던 기억.
아라샤크 유물탐사대를 상대로 아티팩트 탈취에 나섰다가 추격에 휘말리며, 제니와 함께 도주하지 않았던가.
레녹이 아직 위계를 제대로 완성시키기도 전의 일이다.
체감상으로는 정말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추억.
“그런 일을 쉽게 잊어버리지는 않지.”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곳저곳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다른 사람들이, 레녹이 일어난 것을 보고 하나둘씩 말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저택 정원 사방이 빠르게 조용해지며 레녹을 중심으로 시선이 모여든다.
딸꾹질을 하던 딜런이 마력으로 취기를 날려보내며 물었다.
“반, 이제야 우리한테 설명해 줄 생각이 든거냐?”
“다들 알고 있겠지만, 무언가를 축하하고자 이렇게 모인 건 아니야.”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서 있던 기계장치가 정원 한복판으로 미끄러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거대한 냉장고와 같은 직육면체의 기계장치.
수백 개의 전선을 매단 채로 떠오른 그 장비에 한 손을 얹은 레녹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계도시에서 얻은 성과를 확인할겸, 그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서지.”
“그냥 우리를 상대로 연구나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실토하는 게 어때?”
“맞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도와줄 수도 있다고.”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겠지만, 거짓말이 아니다.”
밀라의 시큰둥한 대꾸에 레녹이 웃었다.
“이 [문]은 내가 기계도시에서 손에 넣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