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81
우우우웅…!!
그리고 그 안쪽에 마력을 불어넣자마자 레녹은 이상을 깨달았다.
‘잠깐, 이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안쪽으로 마력을 쭉 뻗어내는 순간, 레녹은 보안장치 내부의 회로의 구조가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직감하고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회로를 타고 흐르는 마력이 어떤 구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속하고 회전하는지, 또 왜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특별한 목적성을 가지는지.
그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서 순식간에 레녹의 이성을 타고 쏟아져들어온다.
일전의 개안으로 한결 높아진 안목과 시야를 통해서 순식간에 마도공학의 원리를 파고들었다.
마력 자체의 원리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해석해서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물.
그렇기 때문에 마법과는 별개로 또 다른 규칙성을 가지며, 사용자의 재능이나 의지보다는 철저한 원리원칙에 기반해서 작동한다.
위이이이잉!!
“잠깐만, 반.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뒤에서 들려오는 떨떠름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해석에 집중한다.
논리적 사고와 일목요연한 프로세스에 입각한 작동방식. 마법과는 비슷하면서도 확실하게 다르다.
마력을 입자단위로 정확하게 컨트롤해서 조정할 수 없다면 제대로 간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그 흐름을 내부에서 조금만 건드려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움직인다.
입자단위로 붙잡은 마력을 정확하게 특정 회로에 가져다 대고 자극하자, 거짓말처럼 키패드에 녹색 빛이 들어오더니 보안장치가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구우우웅…!!
그와 함께, 굳건하게 닫혀있던 금고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본 다른 팀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레녹의 뒷모습을 쫓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을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만연하다.
잠시나마 40번대 구역의 무기사업을 독차지하고 있던 갱단의 금고다.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잘하면 인센티브까지 짭짤하게 챙겨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알 수 없는 열망이 담긴 시선이 일제히 활짝 열린 금고 문 안쪽으로 향하고.
금고 안쪽에서 뭔가를 뒤지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음? 뭐냐?”
뒤에서 금고가 열리는 소리를 들은 남자가 고개를 돌리고, 역으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위화감이 느껴질만큼 당당한 태도. 좌중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든 일이 끝났어야 할 이 장소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등장.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꽃은 채로 터벅터벅 금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금고가 열리려면 한참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잖아.”
“………”
“그쪽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 하나 있었나보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는 일행을 쭉 둘러보고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됐고. 살려줄테니까 그냥 꺼져. 오늘은 내가 넓은 아량으로 보내줄테니까.”
“……당신은 누구지?”
“니들이 말하면 알 것 같나?”
“이봐, 자꾸 삐딱하게 나오는데 이런식이면 우리도 좀 거칠게 물어볼 수밖에 없어.”
킬리안이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으르렁거렸다.
분명 갱단의 잔당을 싸그리 청소했다고 믿었는데 웬 불청객이 전리품을 대신 노획하고 있다면 화가 나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의 몸에서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 혼란을 틈타 한 몫 챙기러 온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레녹은 같은 사람을 보면서도 킬리안과는 전혀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냐, 이건…..’
마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너무 그 수준이 높아서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쉽사리 그 한계를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레녹은 품 안에 있는 네번째 연필 자루에 손을 얹으면서 빠르게 말했다.
“킬리안. 죽고 싶지 않으면 뒤로 물러나라.”
“……뭐?”
“마법사다. 그것도 엄청난 수준의….!!”
레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가 느닷없이 새카만 마력을 일으켜 그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아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쏘아지는 무형의 마력. 단순한 마력의 이동이 아니라, 흑색의 포격에 가까운 충격량.
그 속도만으로 강렬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텅 빈 공동에 공허한 소음이 터져나왔다.
주위에 서 있던 이들의 안색이 핼쑥해질만큼 살벌한 위력.
킬리안과 딜런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움직였다.
치지직..!!
순식간에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킬리안이 으르렁거리며 땅을 박차고, 딜런이 발을 쭉 뻗으며 자세를 낮춘다.
쐐애애액!!
허공을 빗겨 질주하는 단창. 섬광이 되어 쏘아진 길쭉한 직선을 어깨너머로 비틀어내며 킬리안이 남자의 사각을 파고들었다.
덥수룩한 회색 털로 뒤덮인 발톱이 기이한 은빛의 마력을 빛나면서 발광하고, 너른 곡선을 그리면서 쏘아진다.
카아아악!!
허공을 긁어내리는듯한 요란한 소음. 그에 찢겨나가는 충격의 파동이 순식간에 남자를 향해 쇄도하고 폭발했다.
콰아앙!!
양방향에서 쏘아진 킬리안과 딜런의 합공.
공동을 가득 메우는 굉음에 다른 이들도 정신을 차린 것처럼 일제히 공격을 쏟아붓는다.
방금 남자가 쏘아낸 흑색의 파동. 그 죽음의 기운을 본 순간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남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 모든 예감과 소망은 폭발의 중심에서 피어오른 검은 물방울을 본 순간 무너져내린다.
남자가 가볍게 내뻗은 손끝에서 맺혀나온 물방울이 대기와 접촉한 순간 공간이 통채로 접착되면서 그를 향해 날아오던 모든 투사체와 마력을 멈춰세운 것이다.
저 간단해보이는 마법에 얼마나 강력한 심상과 복잡한 술식의 묘리가 내재되어있을까.
이 자리에서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레녹 한명 뿐.
그리고, 얼어붙은 팀원들을 뚫고 뒤에서 레녹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비켜…!”
아직 에덴과의 전투로 얻은 깨달음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순서를 가리고 있을때가 아니다.
보다 구체화된 심상을 바닥까지 긁어내 한계까지 끌어모은 마력과 함께 쌓아올린다.
레녹의 오른손바닥 위에 작은 항성과 같은 새파란 나선형의 구체가 떠올랐다.
[항뢰(沆雷)]파지지지지지지직!!!
허공을 부유하는 강렬한 전격의 파동. 회전하다 폭발하며 단번에 전방에 있던 모든것을 휩쓸어 삼킨다.
그 이상의 화력을 버티지 못하고 대기중에 흩어져 날아가는 검은 물방울.
그러고도 힘이 남아서 질주하는 섬광이 정확하게 남자의 머리통을 향하고.
“알고 있는 마법이군, 재밌어.”
번뜩이는 청광의 끝에서 남자가 비죽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럼 이것도 한번 받아보라고.”
[명혼(冥混)]그 순간.
공동에 있던 모두의 시야가 일제히 빛을 잃었다.
사아아아악…!!
오직 귓가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어둠이 기어오는 소리만이 느릿하게 두뇌를 자극할 뿐.
이성을 잃고 패닉에 빠지기에 충분한 그 혼돈속에서, 레녹 혼자만이 차분하게 마력을 가다듬었다.
상대방의 감각을 빼앗는 이 압도적인 역량의 차이.
그럼에도 머릿속은 무력감 이외의 다른 감정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에덴과의 전투로 달아오른 지성과, 일순간이지만 극한까지 치달은 오성이 반응하면서 한순간 불가능한 경지와 범주의 실력을 탐한다.
무엇을 막고, 또 방어해야 하는가?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않는 상대의 어둠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대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쌓아올린 마력이 레녹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떨림을 타고 기적을 낳는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마주댄 양쪽 검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허공에 녹아들면서, 이번에는 레녹의 앞에서 퍼져나가 공간을 붙잡고 막아세운다.
카가가가가각!!!
귀청이 떨어질 것처럼 울려퍼지는, 기이한 갉히는 소리.
한참이 지나서야 힘을 잃고 사그라든 뒤, 아주 느릿하게 걷히는 어둠.
“뭐야.”
그 너머에서 남자가 레녹을 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병신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쓸만한 후배가 하나 있었군.”
끼이이이….
그 말과 함께, 갑자기 공동 전체를 타고 소름끼치는 소음이 울려퍼진다.
구구구구!!!
지하실이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다른 일행들이 이상을 눈치채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음에 들어.”
콰아아아아아!!!
마치 뚜껑이 열리듯이 공동의 천장이 활짝 열리면서 어둠이 걷힌다.
활짝 열린 하늘 너머로, 전장 십미터를 가뿐히 뛰어넘는 검은 거인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악귀의 형상처럼 온 몸에 수천갈래의 가시가 비죽이 튀어나와 있고, 두꺼운 양 손가락 역시 날카로운 칼날과 치렁치렁한 사슬에 둘러싸여 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얼어버릴 것처럼, 싸늘하고 질척거리는 마력의 압박에 모두가 숨도 쉬지 못하고 눈을 부릅 떴다.
단서
오직 레녹만이 땅 아래에 위치한 이 장소에서 하늘이 보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방금 이 남자는, 불러낸 거인을 이용해서 발전소의 건물을 옆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 만큼 말도 안되는 이적.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광대한 스케일에 레녹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남자의 머리 위에 수호신처럼 떠오른 저 거인의 모습을 보고도 전투를 이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에낙필의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서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 뿐.
첫번째 손가락에 담긴 장거리 이동마법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몇명은 목숨을 건질 수 있겠지만….
남자가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까? 레녹은 확신할 수 없었다.
전투가 이어진다면 결국 시간을 끌어서 어떻게든 아티팩트를 발동할 틈을 만들어야한다.
레녹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남자의 손짓에 따라 거인이 한쪽 손아귀를 번쩍 들어올리고.
후웅…!!
ㅡ처음 등장과는 완전히 다른 부드러운 손짓으로 남자의 몸을 감싸안았다.
“운이 좋은 줄 알라고.”
거인의 손바닥 위에 올라선 남자가 레녹만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만약 에덴이라는 마법사놈이 살아있었다면, 너희들은 모두 내 연구실 실험체 행이었으니까.”
어딘가 불량스럽고 가벼운 말투. 무게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목소리.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애매한 외모와, 거침없는 언행.
하지만 그 압도적인 힘 앞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흑마법사. 그것도 7레벨 이상의 초월적인 실력자가 분명했다.
이만한 실력자가, 하필 에덴을 도우기 위해 찾아왔었다면 정체는 무엇일까.
벡 클린턴의 휴대전화에서 추적해낸 어드레스를 떠올린 레녹이 작게 신음했다.
“판데모니엄…. 주스마스터 쪽인가?”
“호.”
남자가 입매를 비틀었다.
“눈치가 빠른데. 맞아. 놈의 부탁을 받고 대신 거래를 하러왔지.”
“…..우릴 죽이지 않는 이유가 뭐지.”
레녹의 차분한 대답에 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에덴이 살아있었다면 그놈의 부탁을 들어주고 거래를 해야겠지만, 이미 뒤졌는데 뭔 상관이야? 원하는 물건만 챙겨가면 되지.”
금고를 뒤지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나.
남자는 가만히 레녹을 내려다보다가 씩 웃었다.
“그리고, 재능있는 후배를 죽이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다. 내가 이래뵈도 후학양성에 관심이 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