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865
약먹는 천재마법사 865화
운명을 보는 눈(1)
49구역에 위치한 견뢰의 마탑.
검은빛이 감도는 광활한 지하공동 아래, 각양각색의 용병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레녹에게 수호령수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달려왔던 것.
사방에 널브러진 알껍질과, 토실토실한 뱃살을 밖으로 내민 채 주저앉은 새끼 용의 모습.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앞발로 눈을 부비며 고개를 젖히는 동작에, 사람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였다.
“도, 도마뱀?!”
“아니, 미친놈아. 저건 용이잖아……!!”
“말도 안 돼. 수호령수로 용종이 태어났다고?”
딜런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천천히 수호령수를 향해 다가섰다.
“이 녀석이 우리 마탑의 수호령수란 말이지…….”
[갸오~]멍하니 주저앉아 천장을 바라보다, 다가오는 딜런을 발견하고 앞발을 들어 올리는 영수의 모습.
“빌어먹을, 너무 귀엽잖아!!”
말없이 영수를 바라보던 딜런이 새끼 용을 향해 양 팔을 활짝 펼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내 한몸 부서져라 일해다 참치를 잡아다가 먹인 보람이 있구나, 대체 언제 이렇게 커서-”
쿵!!
감격한 듯이 영수를 힘차게 안아올리려던 딜런이 전혀 예상치 못한 무게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웨에에.]딜런의 손에 잡힌 채 덩달아 드러누운 새끼 용이 불만 어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뒤에서 손을 움찔거리며 지켜보던 밀라가 그 한심한 모습에 폭소를 터트렸다.
“뭐 하는 거야, 멍청아!!”
“아, 아니…….”
딜런이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등에 업힌 새끼 용을 가리켰다.
“이 녀석.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운데……?”
[갸악!]심기가 불편한 듯이 앞발로 딜런의 마스크를 잡아당기는 수호령수.
밀라가 그런 딜런을 비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허구한 날 술만 처먹을 때부터 그럴 줄 알았지. 근세포가 알코올에 절여져서 다 뒤져버린 거 아니야?”
“너한테 들으니까 진짜 열받네. 한 대 때려도 돼?”
“꺼져. 얘는 내가 보살펴줄 테니까. 잘 봐. 이렇게 안아 들면 얼마나 쉬운…….”
새끼 용을 안아 들려던 밀라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끄응.”
슬쩍 눈치를 보던 밀라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온 순간,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번쩍 새끼 용을 안아 들었다.
[갸오~]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진 듯이 그르렁대며 울어 젖히는 수호령수의 모습.
밀라가 태연한 안색으로 당당히 수호령수를 안아 들고 돌아섰다.
“봐. 이렇게 가벼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허접 같으니.”
“…….”
[마력 강화까지 해놓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한심한 기색으로 핀잔을 주는 맨슨의 말을 무시한 밀라가 수호령수를 어르고 달래듯 흔들며 다른 용병들 사이를 거닐었다.
웨이안과 드레이, 수련을 비롯한 다른 프리랜서들이 홀린 듯이 밀라를 따라 새끼용을 한 번씩 받아들었다.
“오, 오오…… 이게 생명의 신비함…….”
“이 단단한 유리색 비늘도 그렇고, 너무 아름답구려. 손안에서 느껴지는 이 묵직함이 특히 인상적이오.”
“근데 딜런의 말대로 정말 꽤 무겁긴 한걸.”
드레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볼에 앞발을 문지르는 수호령수를 내려다보았다.
“체감상으론 거의 120㎏ 정도? 사람보다 조금 작은 덩치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무거운 셈이군.”
밀라는 술을 좋아하지만 의뢰를 게을리하지는 않는, 실전에서 뛰는 용병이다.
아무리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지만 그녀의 단련된 근력으로도 쉽게 들어 올리기 어렵다면 분명 상당한 무게.
“용종이잖아.”
뒤에서 살짝 거리를 두고 유심히 지켜보던 제니가 말했다.
“골밀도나 근육의 무게가 인간보다 훨씬 무겁고 두껍겠지. 나이를 먹으면 오히려 더 무거워질지도 몰라.”
“아니, 그런 문제보다는…… 저 뱃살이 문제가 아닐까 싶군.”
펠릭스가 떨떠름한 기색으로 웨이안이 안아든 새끼 용의 투실투실한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건 아무리 봐도 지방이잖나.”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 용가리, 가로랑 세로 몸 길이가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마주하는 수호령수의 각성에 감명을 받았던 용병들이 하나둘씩 현실로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딜런을 비롯한 사람들이 레녹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혹시 우리가 먹이를 너무 많이 줘서 문제가 생긴 건가……?”
마탑에 수호령수가 태어났다는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태어난 영수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
그것이 레녹을 대신해 수호령수의 양육을 자처했던 자신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아니야. 막상 보면 귀엽다고! 그렇게 살찌지도 않은-”
애써 부정하며 영수를 안아들려다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펠릭스나 맨슨처럼 근력이 타고난 육체가 없는 사람들은 마력 강화 없이는 들어 올리기 버거울 무게.
“지, 지금부터라도 다이어트를 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미쳤어? 갓 태어난 영수한테 무슨 운동을 시키겠다고?”
“그럼 저대로 놔둘 거야? 너희 양아치들은 술배가 이만큼 나와도 상관없지만, 얘는 반의 수호령수라고. 신경 써야지!”
“뭐? 난 술배같은 거 없어, 이 새끼야!”
발끈한 밀라와 웨이안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싸워대는 사이, 펠릭스와 수련이 고민에 빠졌다.
“딜런의 말이 틀리지 않네. 어린 수호령수에게 벌써부터 운동을 시킬수는 없어.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두고 볼 수는 없는데…….”
“수호령수는 어디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정령계통의 수의사를 찾아가야 합니까?”
수호령수의 비만도와 건강을 두고 사방에서 벌어지는 열띤 토론.
그 사이 레녹을 향해 다가온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견뢰. 수호령수의 각성을 축하해.”
무표정한 단발머리 여성. 안타레스 용병단의 부단장, 스텔라다.
술집 안에 같이 있을 때 알아보긴 했지만, 소란이 커진 김에 같이 여기까지 따라온 것인가.
스텔라는 저 멀리서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는 새끼 용을 돌아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래 알에서만 지내길래 걱정했는데, 이렇게 깨어난 걸 보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
“…….”
“이제 정말 대형 마탑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겠는걸. 앞으로도 용병단과 좋은 관계로 남았으면 해. 일이 바빠서 먼저 가지.”
레녹의 손을 억지로 쥐고 악수를 건넨 뒤 홀연 듯이 떠나는 스텔라의 모습.
그 모습을 수상쩍은 듯 바라보던 제니가 곁에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어떻게 할 거야?”
“뭐가 말이지?”
“마탑의 수호령수. 누가 봐도 살이 뒤룩뒤룩 쪄 있잖아. 당장이라도 공처럼 굴러다닐 것 같다구.”
“…….”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새끼 용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은 것은 제니도 마찬가지였던 모양.
“저렇게 살이 찐 것도 나름 귀엽긴 한데, 수호령수의 역할을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못 미더운 기색으로 제니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난 저 녀석이 마탑을 지켜줄 영수라곤 전혀 믿겨지지 않는데.”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군.”
제니의 일목요연한 질문을 들은 레녹이 수긍했다.
알에서 깨어난 수호령수가 아무런 무력이 없어보이는 것도, 또 그렇다고 마냥 건강한 상태로 보이지도 않는 것 역시 사실이었기 때문.
그 사이 공동 저편에선, 사람 너댓명을 등 위에 짊어진 새끼 용이 우렁찬 기합을 토해내고 있었다.
“우하핫, 이 녀석 힘 좀 봐!!”
“대충 기합 몇 번 넣고 바로 들어 올리는데?”
“근력만 놓고 보면 벌써 우리보다 센 거 아니야?”
딜런과 밀라를 비롯해 사람 몇명을 두툼한 앞발로 받쳐든 채 일어선 영수를 보며 제니가 입을 쩍 벌렸다.
“수, 수상할 정도로 힘이 좋긴 하네. 하지만 저건 전투력과는 관계없잖아.”
“타티아나, 어때?”
레녹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제니가 시선을 뒤로 돌렸다.
“다른 마탑의 수호령수도 처음에는 저런 모습이었어?”
“그럴 리가 있겠나?”
타티아나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펠릭스와 막 충돌한 직후 여기 끌려오긴 했지만, 그녀는 중앙전선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워메이지다.
사적인 감정은 빠르게 잊고 영수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던 타티아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봤던 영수들은 대부분 오랜시간 살아온 성체에, 상당한 지성과 신위를 가지고 있었어. 저런 어린 용종은…… 흠, 기억에 없군.”
“역시 그렇지?”
“하지만 난 저 모습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뭐?”
표정을 찌푸리는 제니를 향해 타티아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용종이야. 용종. 저게 어떤 영수인지 모르겠어?”
“…….”
“고대의 용은 끊임없이 허물을 벗고 탈태를 거듭하면서,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하늘에 가까워졌다고 하지.”
타티아나가 유심히 새끼 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세계 어디서도 용종을 찾아보기도 힘든 시대야. 그 와중에 반이 수호령수로 용을 뽑았다는 건 큰 의미가 있겠군.”
“……그렇구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제니가 손뼉을 쳤다.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새끼 용을 상대로 하는 드래곤 가이드투어!! 돈을 아주 그냥 쓸어 담겠는걸?”
“…….”
“……반쯤은 농담인 거 알지?”
“아니, 나쁜 생각은 아니군.”
반쯤? 하고 중얼거리는 타티아나를 두고 레녹이 피식 웃었다.
“수호령수는 숨기고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니야. 탑의 권역에 기거하며 지키는 존재인 만큼, 대놓고 보여주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흠흠, 내가 말하려던 게 바로 그런-”
“걱정하는 것보다는 금방 자랄 거다. 저렇게 살이 찐 모습으로 태어난 건 아마…….”
수호령수 본인의 문제라기보단, 편람의 의식체를 흡수하며 영혼의 격이 불어났기 때문이라 레녹은 짐작하고 있었다.
편람과 묶여 있던 탈태의 저주를 요르타에서 끊어내고, 부활의 술로 그 여파를 완벽하게 지워 없애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편람의 의식체가 남긴 정수를 수호령수가 흡수하게 된 결과.
그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수호령수에게 다이어트를 시킬게 아니라, 받아들인 힘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할 터.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성장기에 접어드는 시점을 확인하는 걸로 하지.”
“몸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난 그럴 거라 생각한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수련의 품에 안겨 있던 새끼 용이 두 눈을 번쩍 뜨고 품 안에서 뛰어내렸다.
기묘한 울음소리와 함께 아장아장 걸어나온 새끼 용이 레녹의 다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수호령수에게 경량화 마법을 걸어 넣은 레녹이 부드럽게 용을 안아 들었다.
양손으로 영수의 옆구리를 움켜쥔 레녹이 제니를 향해 용의 앞발을 들어 올렸다.
“자, 인사.”
[갸악.]“헉…….”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니가 살짝 숨을 들이켰다 빠르게 헛기침을 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모습도 나쁘지는 않네…… 인정할게.”
“착한 녀석이군.”
레녹의 옆에 다가온 타티아나가 용의 머리를 쓰다듬자, 콧김을 내뿜으며 도리질을 친다.
작게 웃으며 영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문지르던 타티아나가 말했다.
“권역에서 태어난 영수는 환수의 형상인 경우가 많아. 술자의 이상을 담은 권역에서 태어나 형태를 갖추기 때문이지.”
“…….”
“그럼에도 네 수호령수가 용종으로 태어났다는 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타티아나가 물었다.
“아니면 네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래는, 너 자신이 용이 되는 건가?”
“……그럴 리가.”
레녹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짐작 가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확정적인 건 아니야. 추후 확실해지면 알려주지.”
우로보로스의 권역에서 태어나, 편람의 의식체를 먹어치우고 눈을 뜬 수호령수다.
종족이나 계통이 승천에 도전하는 파충류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다만 그 근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녹이 승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인지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은 라피스의 일을 통해 그녀가 이 도시에서 무엇을 이루려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새끼 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호령수의 신체능력을 비롯해 1차 측정으로 수치화 가능한 데이터만 모아서 분류해 줘. 용병들의 도움을 받아 비교군을 꾸리면 어렵진 않을 거다.”
“뭐? 같이 하려고 우릴 부른 거 아니었어?”
술집에 돌아와 수호령수에 대해 말을 꺼낸 시점에서, 영수의 능력과 성향을 테스트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마탑의 수호령수. 그것도 꽤나 오랫동안 알껍질 안에 잠들어 있던 영수다.
당장 운동을 시킬 수는 없어도, 호흡을 비롯한 기본적인 신진대사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할 터.
외려 레녹이 그 테스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니 의아할 지경이다.
하지만 레녹은 꾸벅꾸벅 졸아대는 영수의 머리를 쓰다듬고 시선을 돌렸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너희들을 잘 따르는 것 같으니 맡겨도 될 것 같군.”
“너 없는 사이에 저 녀석이 날뛰면 어떻게 해? 우린 아직 수호령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기 모인 용병들은 수호령수가 알에 숨어 있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며 육아를 실천해 온 사람들이다.
수호령수 역시 용병들이 곁에 있다면 무작정 말썽을 피우지는 않겠지.
하지만 제니의 걱정 역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녹이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테스트가 부담이 된다면, 아까 말했던 아이디어 쪽을 부탁하지. 대충 흘려넘길 만한 발상은 아니다. 생각보다 도움이 될지도 몰라.”
“아이디어?”
“마탑의 권역에서 태어난 영수지만 시선을 잡아끌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
레녹이 조용히 웃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새끼 용을 가리켰다.
“이렇게 된 김에 수호령수에게 마탑의 사업을 돕게 만드는 건 어떻겠나?”
“사업을 돕게 만든다니…… 그게 가능하긴 해?”
제니가 다소 갸우뚱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성이나 판단능력은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새끼 용한테 서류작업을 시킬 수는 없잖아.”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다. 말하자면 마탑의 대외적인 평판을 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에 관해서지.”
“평판이라면-”
“이를테면, 아이템 결제 단말기나 카드에 수호령수의 얼굴을 박아 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
그 말을 듣자마자 제니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는데. 탑에서만 사용 가능한 단말기나 장비에 임프린팅해서 상징으로 삼자는 거야?”
“마탑에서 중개하는 아이템 시장이 독점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그 권한을 상징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두면 좋겠지.”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립적인 결제수단을 강조할 만한 포인트로는 적합하지 않을까 싶군.”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른 상징도 아니고 진짜 용종을 포인트로 삼는다면…… 먹힐 것 같아. 아니, 무조건 먹혀. 가이드투어보다 훨씬……!!”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제니의 표정을 보며 레녹이 제니의 어깨를 두들기고 돌아섰다.
“먼저 가보겠다.”
다른 용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걸어 나온 레녹이 곧바로 소매 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텔라가 반쯤 억지로 악수를 하며 레녹의 장갑 사이에 끼워 넣은 쪽지.
그것을 누가 보냈는지 짐작하는 만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계단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지하공동의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쪽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확인한다.
스텔라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레녹이 알고 있는 누군가 미리 남겨놓은 눈에 익은 글씨.
“…….”
레녹이 그것을 쪽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읽으며 생각에 잠긴 그 순간.
휴대폰 화면에 이벨린의 이름이 떠올랐다.
망설이던 레녹이 주변의 소리를 끊고 전화를 받자마자, 이벨린이 빠르게 속삭였다.
-반. 라피스가 답신했어. 중앙의회와 사전협의가 끝난 모양이야.
“예정보다 빠르군. 바로 움직이는 건가?”
-미개발지구를 경유해서 도시 외곽에 도착할 거야. 좌표를 보내줄게. 그쪽으로 와줄 수 있겠어?
곧바로 좌표를 확인한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구역 바깥쪽인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군. 도착 예정시간은?”
이벨린이 말했던 일정보다 며칠 더 빠른 것을 생각하면, 발칸까지 오가는 시간을 감안해서 일정을 확정 지은 것인가.
그렇다면 레녹 역시 남은 시간 동안 에반과 반의 신분으로 해야 할 일을 대충 마무리 지어야 할 터.
당장 급한 일들은 대부분 끝내고, 이제는 개인연구 쪽 문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아니, 지금 바로.]이벨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등대지기의 공능을 사용해서 강제소환할 거야. 앞으로 3시간 뒤면 도착 예정이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