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from Rural America RAW novel - Chapter (330)
컨벤션장 중앙에 마련된 작은 무대 위.
흉물스러운 비니와 뿔테 안경을 벗은, 누가 봐도 훈훈한 청년을 보며 메인 스탭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근사하고도 훌륭한 행사를 준비해 주신 주최 측과 스탭분들, 또 이 자리를 빛내주신 팬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세상에, 유진 작가님이 지금 저 무대에 서 계시다니.
그저 감탄하는 사이, ‘팬덤 내 규칙’의 존재를 문득 떠올렸다.
유진 작가님이야 워낙 팬덤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호오옥시나 그럴 상황을 대비해, 만일의 경우 작가님이 이곳에 오더라도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척을 해야 한다- 라는 팬덤 차원의 규칙을 정해놓은 터였는데.
‘그거 누가 낸 거였지? 아 맞다, 트레버··· 트레버한테 나중에 칭찬이라도 해줘야겠네.’
그때만 해도 무슨 설레발을 그렇게 치냐고 했지만, 그 친구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은 이렇게 빛을 보게 되었다.
‘덕분에 작가님도 아주 편안하게 여러 구역을 다 둘러보신 것 같고 말이야.’
특히, 유진 작가가 직접 방문해 전시품을 살펴보거나 굿즈를 구매한 부스의 경우.
스탭들은 내적 비명을 간신히 삼키며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앨리스_193: 다들 방금 봤어? 유진 작가님 우리 부스에 들르셨어!!!!!!아룬_831: 내 굿즈도 사 가심
아룬_831: 이제 난 죽어도 좋아···]
눈앞에서는 어찌어찌 티를 안 내는 데 성공했지만, 유진과 네드가 부스를 뜨자마자 저희끼리 비명을 질렀고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다들 계 탔다며 좋아했지만···.
‘설마, 작가님이 직접 주최 쪽에 와주실 줄은 몰랐네.’
물론 유진이 처음부터 무대에 올라가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수고해 준 행사 스탭들에게 원작자로서 감사 인사만 하러 왔다가, 이런 요청을 받게 된 것.
‘그, 그럼 작가님! 이런 귀한 인사를 저희만 받는 것도 그러니까··· 여기 온 팬들을 위해 깜짝 인사만 해주심 안 될까요?’
‘어, 그래도··· 될까요? 괜히 다들 즐기시는 데 분위기를 깨뜨리진 않을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작가님이 여기 깜짝 등장해 주시면 그거야말로 팬들에겐 몇 년 동안 추억으로 삼을 수 있는 크나큰 선물인데요!’
그런 열정적인 주장에, 사양하던 유진도 뜻을 굽히고 잠깐 인사하겠다 나선 것.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떠한 작품, 특히 픽션의 경우,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팬덤의 진정한 의의가 아닐지···.
이어지는 유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아, 진짜··· 너무나 완벽하다.’
심지어 일주일만 기다리면 3부가 정식 출간되는 날.
출간 전날의 릴리스 파티는 물론, 그 외의 [성자들> 관련 다양한 이벤트들로 일정이 꽉 차 있는 것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미소짓던 그때.
“···어?”
일 때문에 한발 늦게 무대 아래에 도착한 10대 초반의 어린 스탭, 로잘린이 멍하니 소리를 냈다.
“왜 그래 로즈.”
“저기, 무대 위의··· 아까는 분명, 비니에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응 그랬지.”
안경 낀 것도 잘 어울리지만, 아무래도 벗는 게 훨씬 근사하시단 말야- 생각하는데, 로잘린의 혼잣말이 이어졌다.
“근데 아무래도 저분이··· 유진 작가님인 것 같은데···.”
“어 설마 몰랐어?”
“유제프, 유제프라고 했는데···.”
소녀 스탭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가던 그때.
-아 그리고···.
무대 위, 유진의 시선이 소녀 스탭 쪽으로 향했다.
-아까 저기 C-31 부스에서 제게 이 [성자들> 시리즈의 매력을 열심히 영업해 주신 스탭 로잘린 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센스 있게 웃는 모습에-
“흐어.”
방금 전만 해도 기함하던 로잘린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소녀의 머리 위에서 영혼 같은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에, 메인 스탭은 문득 어느 동아시아권 소설에서 읽었던 표현 하나를 떠올렸다.
‘저런 걸 분명··· 불교 문화권에서는 성불, 이라고 한다던데.’
*
이처럼 로잘린이 성불하고, 수많은 독자들이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행복해했던 ‘세인츠월드 컨벤션’이 성황리에 끝난 후.
3부 [진실을 위한 전투>의 출간을 앞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
이는[잊혀진 성자들> 시리즈가 미국 전역, 아니 전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이 광풍이나 다름없는 분위기 속, 스타트를 끊은 것은 [성자들> 시리즈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의 공식 홍보행사였다.
랜덤하우스는 인스타그램 전용 ‘잊혀진 성자들 AR 필터’를 내놓았는데.
인스타 사용자들은 이 필터를 사용해 드라마 속의 ‘케일럽’ 캐릭터와 함께 셀피를 찍거나, ‘수련생 코스튬’ 을 착용한 채로, 혹은 [성자들> 3부 표지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드라마 [성자들>에서 엔지니어 배역을 맡은 배우 테오 몰트메이스의 게시물 역시 큰 화제가 되었다.
[@_theo_moltmais]25.8M 팔로워
레오와 함께 수련생으로 변신.
필터 쓴 거 티 나나?
#잊혀진성자들 #에곤K #유진권 #3부 진실을 위한 전투 #출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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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_moltmais
헐리우드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배우들이 수도원 상툼의 수련생으로 변신한 모습은 그 자체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오 은근 잘 어울리네요
└ㅋㅋㅋㅋ 아 세상 발랄한 테오···
└싫다는 레오 배우님을 억지로 데리고 찍은 게 티 납니다 ㅋㅋㅋㅋ
└둘의 케미 좋아요
└아 진짜 성자들 3부 출간 분위기 장난 아니네···
···
덕분에 이 AR 필터를 쓴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유행하고, 성자들 시리즈 관련 해시태그가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곧잘 등장하는 분위기 속.
펭귄랜덤하우스는 전국 각지의 대형 공공도서관에 ‘성자들’ 세계관을 생생하게 구현한 VR 체험부스를 설치해 그 이상의 화제성을 노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복합적인 차원의 캠페인 역시 진행했는데.
전국 수십 개 중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 ‘진실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하는 학생 전용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성자들’의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 [성자들> 관련 토론 및 에세이 콘테스트 진행한다···]중세 문명의 역사적, 문화적 측면을 탐구하는 일종의 교육 이벤트인 이 행사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학부모 커뮤니티 등지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포럼 토픽| 자녀가 잊혀진 성자들 콘테스트 참여하는 집 있나요]···
└여기요!
└저희 큰애가 웬일로 알아서 신청을 다 하고 왔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이번 콘테스트가 화제가 되는 분위기인가 봐요
└그 덕분인지 저희 집 애들이 역사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번 주만 해도 중세사 책을 사달라고···
└저희 집도요!
└이런 이벤트 너무 좋지 않나요
···
이 같은 출판사 공식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에곤 K의 팬들이 즐길 거리는 차고 넘쳤다.
미국 전역의 수많은 서점과 도서관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자체적인 자정 릴리스파티가 진행될 예정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열린 3부 [진실을 위한 전투> 출간 축하 파티의 사진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각 대륙별 3부 축하파티 분위기를 알아보자]└크으 이런 열기 너무 좋다
└오 유럽은 역시 좀 프리한 느낌인데
└퀴즈 게임도 재밌겠다
└한국은 다들 수련생 코스튬을 하고 있음
└일본에선 코스튬 콘테스트 했나 본데 퀄리티 장난 아니다
└한정판 굿즈들도 다 갖고 싶다
└ㅇㅇ 국가별 버전으로 모으고 싶음···
···
이처럼 뜨거운 분위기 속.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테마파크 세인츠월드의 운영사에서 내놓은 ‘세인츠월드 버스투어’였다.
이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세인츠월드 테마파크’의 축소판으로, 테마파크에 들어갈 일부 컨텐츠를 대형 버스 안에서 체험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기회였지만, 테마파크 관련 특별 굿즈를 준다는 말에 참가 신청이 더더욱 쇄도한 상황.
[139.8K 세인츠월드 버스투어 당첨자 명단 떴다!!!!!!]http://saintworld.themepark.com/bustour/list···
여기서 확인해 봐라.
참고로 난 안 됐음 크흑.
———————
└나도 안 됐음···
└애초에 경쟁률이 너무 높았어 ;(
└흑흑 넘 가고 싶은데
└나도 아쉽긴 하지만 이거 몇 달 뒤부턴 상설 유료 프로그램으로 바뀐다며
└ㅇㅇ 돈 내고 참가해도 상관없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됨
└근데 그 전에 운 좋게 당첨된 누군가가 후기 같은 거 올려주면 좋겠네
···
그로부터 며칠 뒤.
여기 댓글에서 잠깐 언급된 ‘운 좋게 당첨된 누군가’ 중의 한 명이자.
얼마 전 성자들 컨벤션에서 유진을 안내한 바 있는 에곤 K의 진성 팬, 로잘린은 이제 막 버스투어를 마친 참이었다.
“으으으으, 버스투어까지 당첨되다니···.”
컨벤션에서 유진 작가님과 -저도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저세상으로 승천해 버릴 듯이 행복했는데.
여기까지 당첨되니 너무 운이 좋아 무서울 지경이었다.
‘근데 진짜 재밌었어.’
물론 그건 그거고, 버스투어는 제시간에 참가해 모든 요소를 온전히 즐겼지만 말이다.
비록 어트랙션 같은 건 없었지만, 버스 안에 설치된 다양한 AR 체험기기-내가 상툼의 수련생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등-, 중세풍 롤러코스터의 VR 플레이 따위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성자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엔 충분했다.
“자, 참가자분들 여기 한정판 굿즈 받아 가세요.”
“···!”
다른 무엇보다도, 테마파크 측에서 마련한 당첨자 한정 굿즈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데우스 교단의 문양이 새겨진 중세풍 금속 애뮬릿.
향후 조성될 세인츠월드 테마파크의 한정판 두루마리 지도.
케일럽과 시커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아크릴 키링, 거기에···.
“어? 여기선 뭐 주는 거예요, 콜라?”
“와아아.”
“안 그래도 목말랐는데 잘됐다.”
그저 음료수를 주는 줄 알고 좋아하던 참가자들은 사이에서 이내 술렁임이 일었다.
“···!”
“이, 이건···.”
“미쳤다, 진짜.”
익숙한 로고의 빨간색 캔.
하지만 거기에는 ‘THE FORGOTTEN SAINTS’라는 문구와 함께, 중세풍 교회에 등장할 법한 성인의 그림이 인쇄돼 있었으니.
“와 이거 ‘잊혀진 성자’ 그림 아니야?”
“일러스트 대박이다···.”
그 디자인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충분했지만,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의 눈이 커졌다.
‘캔에 인쇄된 QR 코드로 전용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미국의 초대형 브랜드, 코카콜라와 협업으로 탄생한 ‘세인츠월드’ 한정판 캔에는 인스타그램 AR 전용 필터를 비롯, 그 외의 다양한 ‘성자들’ 전용 컨텐츠가 담겨 있었던 것.
“오오, 이거 진짜 한정판 필터잖아.”
“당장 인스타에 올려야지!”
“크억, 유진 작가님의 인사 영상이라니···.”
“3부 발췌문도 있어!”
“너무 좋다아···.”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자랑하는 팬들이 모인 만큼, 어마어마한 반응이 나온 것은 너무도 당연했으며.
‘이건··· 이건 당장 커뮤에 올려야 해!’
나이는 어리지만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로잘린은-
[제목 : 세인츠월드 버스투어 후기 + 한정판 굿즈 공개!!!!!]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자신의 단골 커뮤니티에 올릴 게시물 초안을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처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잊혀진 성자들> 신간에 관련된 새 소식들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져 나오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화제 속-
마침내 출간일 바로 전날이 되었다.
[성자들>의 팬은 대체로 몇 가지 부류로 나뉘었는데.첫째는 이날 저녁부터 시작하는 에곤 K 신간 출시 기념 라이브 방송을 보고자 대기 중인 부류.
둘째는 전 세계 곳곳의 서점 및 도서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성자들’ 릴리스파티에 참석하는 부류.
세 번째가 바로-
“오늘 밤 자정에 카운트다운 이벤트합니다!”
“[성자들> 3부 위해서 오신 분들은 이쪽에서···.”
“자, 번호표 발급받아 가세요!”
저녁 6~7시부터 전국 각지의 대형서점 앞에 줄을 서면서 ‘오픈런’을 하는 부류였다.
···아직 영어판만 출시되는 상황인데도 이런 오픈런이 월드와이드 규모로 펼쳐지는-
그야말로 전 세계 독자들이 숨죽이며 오로지 한 작품만을 기다리는 경험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스트랜드서점.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서점 중 하나인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인 채 카운트다운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10! 9! 8! 7!”
숫자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잊혀진 성자들 3부 [진실을 위한 전투> 전격 출간!]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려한 대형 포스터가 사방에 붙어 있고.방문객 대부분은 드라마 티저에 뜬 수련생 복장이나 엔지니어 복장을 하고 온 터.
“4! 3! 2! 1—!”
드디어 카운트다운을 마친 그 순간,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For the Forgotten Saints!(잊혀진 성자들을 위해!)”
···잊혀진 성자들 3부 [진실을 위한 전투>가 정식 출간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