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9
09. 방구석 무직 백수. 작가 되다? (9).
비아냥을 들은 김시우의 머릿속은 오로지 김민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저 새끼는 왜 또 나한테 지랄이지? 죽여버리고 싶네.’
그리고 그 생각은 김시우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아···. 너 연예인 아니었으면 진짜 길거리에서 처맞아 객사했겠다.”
“뭐 이 새끼야?”
술에 취한 듯 얼굴에 홍조가 올라와 있는 김민호는 김시우의 말에 흥분하며 그가 앉아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야, 너 일로 와 바!”
콧김을 뿜으며 삿대질하는 김민호를 보며 김시우는 한 번 더 그를 도발했다.
“네가 다 와놓고 뭘 자꾸 오라는 거야. 너 배우 맞냐? 그렇게 멍청해서 대사는 어떻게 외우냐?”
“야! 김민호 그만해! 시우도 그만하고.”
보다 못한 심지영이 다가온 김민호의 손목을 잡고 말리자 김민호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꺄악!”
“누나!”
결국 김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넘어지는 심지영을 붙잡았다.
“이 새끼가···.”
김시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김민호였지만, 어째서인지 김시우에게서 더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둘의 기세에서 완전히 몸싸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심지영이 김민호의 매니저를 찾았고, 주변의 사람들이 전부 그들을 말렸다.
“매니저! 김민호 매니저 어디 있어.”
“작가님···. 참으세요.”
“민호야! 그만하고 가자.”
김민호는 식당에서 끌려 나갔고, 김시우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화를 삭였다.
“하아···. 진짜 밥맛 떨어지네···.”
김시우가 집었던 고기를 다시 내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작가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사이 뒤늦게 도착한 김지현이 식당으로 들어와서 김시우에게 다가갔다.
“지현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아니다. 오히려 네가 있었으면 더 크게 싸웠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말이야···.”
심지영은 김민호가 시비를 건 날부터 있었던 일부터 조금 전 있었던 일까지 전부 설명하자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마터면 크게 싸움이 날 뻔했어.”
“그러게요···. 다행이에요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나서.”
김지현은 속으로 김시우가 싸우면 일방적으로 맞으리라 생각해 내뱉은 말이었지만 사실 김시우의 이미지가 호구 같아서 그렇지 타고난 운동신경 하나만큼은 선수급이었다.
참고로 대학교도 경호학과로 입학해 각종 무도마저 배웠기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연기밖에 없는 김민호 정도는 일방적으로 폭행할 수 있었다.
물론 졸업할 땐 경호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로 졸업했지만.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김지현은 마음에 상처가 컸을 김시우를 위로하기 위해 그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작가님. 괜찮으세요?”
“네? 아! 그럼요. 별일 아닙니다. 하하하. 여기 앉아서 고기 좀 드세요. 다 익었어요.”
조금 전까지 잔뜩 찡그린 얼굴은 어디 가고 김지현이 나타나자 웃음꽃이 활짝 핀 김시우만이 남아있었다.
“야···. 진짜 김시우 너···.”
“왜요? 누나도 얼른 앉으세요. 먹던 건 마저 먹어야죠.”
“어···. 그래.”
다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언제 싸움이 일어났냐는 듯이 어느새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이어갔다.
그렇게 다시 심지영과 김시우는 새로운 대본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죽은 딸의 복수를 하는 엄마의 이야기라고?”
“네. 연달아 복수물이라 좀 걸리긴 하지만 액션이란 누나가 말한 이미지 변신에 적합한 스토리가 딱히 생각이 잘 안 나더라고요.”
“아니야, 뭐 내일 대본을 보면 알겠지.”
그리고 둘의 이야기에 전혀 끼어들지 못하는 김지현은 그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지현이만 빼놓고 이야기했나?”
“지현 씨. 무슨 얘기인지 알고 싶어요?”
“네!”
대충 들었지만 둘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눈치챈 김지현이었다.
그녀도 엄연한 배우였기에 작품에 대한 욕심은 가지고 있었다.
“그냥, 지영 누나 부탁으로 대본을 하나 썼는데 오늘 마침 다 썼거든요. 그 얘기예요.”
“네? 잠깐만요. 그럼 언제 쓰셨다는 거죠?”
“대충 2달 정도?”
2달이라는 소리에 김지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 모습을 본 김시우는 그렇게 놀랄 건 아니라고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 제대로 확인도 못 받았는데요 뭐.”
“아니, 그래도 2달 만에 그렇게 바로···. 그래서 얼굴이 많이 야위셨구나···.”
김지현까지 벌써 3명째, 이 정도면 현재 몰골이 심하다는 것이 확실했다.
이후 김시우는 김지현과 심지영이 건네주는 술을 계속해서 마셔댔다.
***
다음 날 오후.
김시우는 오래간만에 푹 잠을 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술 때문에 기절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이어서 다시 잠을 자려는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아오···. 누구야···.”
귀찮음이 한가득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아···. 무슨 일이지.”
[아리따운 지영 누님]“네, 여보세요?”
-뭐해? 안 나와?
“아···. 맞다. 미용실 가기로 했었지?”
-뭐야? 너 이제 일어난 거야?
“네···. 죄송해요. 오랜만에 꿀잠이라.”
심지영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나오라고 했고, 김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집 아래로 내려가 심지영이 타고 있는 밴의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며 심지영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맞이해주었다.
드르륵.
“이게 아주 빠져서. 대본은 챙겼어?”
“여기요. 그런데 누가 술을 하도 주셔서···.”
김시우가 가방에서 프린트되어있는 종이 다발을 심지영에게 건네자 그녀는 김시우의 말을 무시하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럼, 언니. 출발할게요.”
“그래.”
심지영의 매니저와도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작은 헤어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헤어샵에 도착할 때까지 심지영은 한시도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너는 그냥 오늘 가만히 있으면 돼.”
“네?”
헤어샵에 들어가자 소박한 인테리어와 헤어샵 직원들이 자신들을 반겼다.
“어? 배우님. 어서 오세요.”
“어, 안녕. 예약했는데, 원장님은 계시니?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심지영은 익숙하게 인사를 받아준 뒤 원장을 찾았다.
“심 배우님. 오셨어요?”
“갑자기 무슨 심 배우야! 오그라들게. 아무튼 오늘 이 친구 잘 부탁해. 나중에 유명해질 친구니까.”
“네? 흐음···. 신인배우인가요? 그러기엔 얼굴이 많이 아파 보이는데···.”
“푸흡.”
아파 보인다는 헤어샵 원장의 말에 심지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즈기요···. 느나?”
김시우가 이를 악물고 심지영을 부르자 그녀는 서둘러 웃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얘! 아픈 건 아니고 피곤한 거니까 머리나 잘 해줘.”
“알겠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네···.”
원장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자 원장은 김시우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상태를 확인한 후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지 물었다.
“아뇨, 그냥 적당히 잘라주세요.”
“그럼 정말 제 마음대로 합니다?”
“네.”
애초에 누굴 만날 것도 아니기에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없는 김시우는 헤어샵 원장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러자 원장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타는 눈빛으로 변하더니 주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또 시작이네. 저 미용사 병.”
옆에 앉아서 대본을 보던 심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미용사들의 오기라고 해야 할까?
가끔가다 그럴 때가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끝나고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서 왁스나 에센스를 발라주기 전에 이제 어디에 가냐고 물었을 때, 고객이 집에 가서 잘 거라고 대답하면 왠지 미용사로서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잘 된 머리로 바로 자러 가는 것을 아쉽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스타일링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헤어샵 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김시우의 처음부터 관심 없는 듯한 대답을 들은 원장의 마음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뭐야···. 무서워···.’
갑자기 뭔가 무서울 정도로 벌어지는 무언가에 김시우가 겁을 먹은 사이 심지영은 대본을 읽어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이거 진짜 2달 만에 쓴 거 맞아? 리벤져 쓴 거 보고 잘 쓸 거 같긴 했는데···. 이게 더···.’
심지영은 눈앞에 잔뜩 긴장한 김시우를 보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재능을 왜 인제야 발견한 거지?’
‘아니, 그보다 왜 저렇게 긴장하는 거야?’
‘자신한테 하는 행동이나 김민호한테 하는 행동만큼만 해도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텐데.’
‘뭐, 이번에 크게 성공하고 나면 달라지겠지.’
그녀는 대본은 다 읽지도 않았지만 이미 확신이 섰다.
이번 영화도 성공하리라는 것을.
그만큼 대본은 재미가 있었고, 흡입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심지영이 바쁘게 전화를 하는 사이 2시간이 지났고 덥수룩한 머리에서 깔끔한 머리가 된 김시우는 스스로도 거울을 보면서도 놀랐다.
파마가 되었으면서도 정갈한 머리.
동네 미용실에서 5만 원을 주고 하는 파마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머리였다.
“어때요? 괜찮죠?”
“네···.”
김시우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정말로 괜찮은 걸 넘어서 마음에 들기까지 했다.
김시우가 만족하는 표정을 짓자 원장도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심지영에게 말을 건넸다.
“언니! 화장도 할까요?”
“어. 다 해줘.”
“아니, 남자가 무슨 화장이에요.”
화장까지 하라는 말에 김시우가 난감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원장은 가만히 있으라면서 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요즘은 남자들도 다 화장하거든요? 가만히 있으세요.”
“···네.”
김시우는 이 원장의 손을 빠져나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가서 바로 지우면 되니까.
하지만 어느새 김시우가 앉아 있는 곳은 집이 아닌 사진관이었다.
“저기···. 누나?”
“왜?”
“사진은 왜···.”
“너 딱 보니까 집에만 있는 거 같아서. 오늘 머리도 하고 화장도 했는데 바로 집에 가기엔 아쉽잖아. 이런 날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안 그래?”
“아···. 네.”
심지영의 말에 김시우는 반박하지 못했다.
오늘 자신의 머리와 화장 비용만 거의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기에.
이대로 집에 간다면 100만 원을 땅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왠지···. 머리에 뭘 많이 바르더라.’
어쩔 수 없이 심지영의 말대로 사진관에서 증명사진부터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물론 중간에 심지영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 파일은 제 메일로 보내주세요.”
“네. 배우님.”
사진 촬영이 끝나자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김시우는 몰랐다.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사진관을 나온 다음 그들이 향한 곳은 심지영 자신이 아는 디자이너를 찾아가 김시우의 명함을 의뢰했고, 그다음엔 백화점에 가서 명품 정장을 한 벌 사주었다.
“아니···. 이거 너무 비싸지 않나요?”
“대본값이라고 생각해.”
“네? 아니 아직 계약도 안 했는데요? 망할 수도 있고.”
“이게 망해도 네 탓 하지 않을게. 그럼 내 눈이 잘못된 거고 내가 배우로서 안목이 없는 거니까.”
너무나 단호하게 말하는 심지영의 태도에 김시우는 자신을 믿어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커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도 커졌다.
그렇게 머리와 화장, 사진, 명함, 정장까지 차려입은 김시우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심지영의 회사인 트리플액터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