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장영민은 방배동으로 움직였다.
“이수영 씨가 보낸 모양이군요. 그래 뭐라 전하라고 하든가요?”
“모든 지분을 넘길 테니 매입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자격은 되구요?”
“법적으로 처리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한 명은 실종이고 한 명은 금치산자라 할 수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겠네요.”
“엉망인데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이수영 대표는 그 돈을 챙겨서 이민 갈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얄밉긴 한데 나름 현명한 판단을 내렸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처음엔 아진그룹을 인수해서 이동진 회장의 흔적조차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지금은 굳이 엉망이 된 아진그룹 계열사를 사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장영민 과장조차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모른 척하시면 이두영 사장이랑 이수영 사장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될 겁니다.”
“굳이 살길을 열어 줄 필요 없다는 거군요.”
“짧은 소견일 뿐입니다.”
실수한 것도 아닌데 고개를 살짝 숙여서 예의를 표했다.
아마도 방숙자 때문에 생긴 버릇인 듯했다.
“며칠 생각해보고 연락드리죠. 장 과장님은 이두영을 찾아가서 이수영이 뭘 하고 있는지 알리세요.”
“알겠습니다.”
장영민 과장을 보내고 나서 창 너머로 서울시 광경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일단 아진그룹을 인수해서 되살릴 마음은 없다.
복수도 거의 완성된 마당에 쓰레기를 인수해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이두영과 이수영이 진흙탕 싸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돈이 문제는 아니었다.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아진그룹을 인수해서 되살려 봐야 새로 만드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딸깍!
“나 들어가도 돼요?”
“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점심시간도 아닌데 에밀리가 빼꼼 문을 열고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들어오라고 손짓하니 와다다 달려와서는 내 품에 쏙 안겼다.
“아빠랑 삼촌이 오신대요.”
“언제?”
“이번 주말에요.”
“그럼 준비 좀 해야겠네?”
“호텔에서 지내면 되는데 무슨 준비를 해요?”
“선물도 좀 사고 어차피 백화점에도 들려야 해.”
“백화점은 왜요?”
“시계가 도착했다나 봐.”
“그래요?”
100세트가 다 도착한 건 아니고 내가 그린 도안대로 제작된 시제품이 나왔다는 뜻이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백화점에 들르겠다고 했었는데 마침 노박과 빌리가 온다고 하니 핑계 삼아 백화점에 다녀오면 될 것 같았다.
“나간 김에 점심도 먹고 데이트도 할까?”
“3시까지는 들어와야 해요. 미팅 있거든요.”
“오케이! 그럼 지금 나가자.”
에밀리와 함께 삼성동으로 이동해서 백화점으로 들어가니 어떻게 알았는지 이경준 부장이 후다닥 달려 나왔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셨어요?”
“저야 뭐. 늘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영업팀 이경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에밀리 현주 에치슨이에요. 그냥 에밀리라고 불러주세요.”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경준 부장이 마중을 나왔으니 시계 문제부터 해결하고 쇼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안내된 회의실에서 잠깐 기다리니 이경준 부장이 시계 시제품을 가지고 들어왔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포장 케이스를 여는 건 에밀리에게 맡겼다.
“와! 너무 이뻐요.”
“그러게. 멋있게 잘 나왔네.”
“마음에 드십니까?”
“네. 의도한 대로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휴~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하셨나 보죠?”
“물론입니다. 오랜만에 맡은 프로젝트라 맘고생이 제법 심했거든요.”
매출 천억이 달린 프로젝트다 보니 하는 거 없이 맘고생만 심했던 모양이다.
도안은 내가 만들었고, 제작은 스위스에서 하는 터라 이경준 부장이 할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맘고생을 한 이유는 혹시라도 일이 틀어져서 백화점 매출로 잡히지 않을까 봐 걱정한 거였다.
“다 좋은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흠이군요.”
“처음 만들어지는 디자인이라 시간이 걸렸을 뿐, 100세트 제작에는 한 달이면 충분할 겁니다.”
“다행이군요. 이 시제품은 저희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계산은 이 카드로 해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제품이라도 고가의 시계라 그냥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도 없는 카드로 계산해달라고 했다.
이어서 쇼핑하는데 이경준 부장이 직원을 붙여주겠다는 걸 사양했고, 우리끼리 데이트를 즐겼다.
* ? ? * ? ? *
“수영이가 다 팔아치우려 한다는 거야?”
장영민의 나이가 한참 많은데도 이두영은 거침이 없었다.
그것도 오늘이 고작 두 번째 보는 거였다.
“네. 모두 매각하고 이민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런 미친년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찾아뵌 겁니다.”
“잘했어.”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시간 좀 끌어봐.”
“이무혁 대표가 거절한 이상 매수자를 쉽게 찾기는 힘들 겁니다.”
“내가 생각 좀 해볼 테니까 3일 뒤에 다시 와줘.”
“알겠습니다.”
몇 달 있으면 나갈 수 있는데 마음이 너무 급했다.
먼저 풀려난 이수영이 호로록 말아 먹어 버린다면 자신에겐 남는 것도 없을 거다.
따로 챙겨둔 돈이 수십억 정도 되는데 그걸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었다.
이두영은 장영민을 면회한 이후에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교도소를 장악하고 있는 박승철을 찾아갔다.
“부탁이 있습니다.”
“별일이군. 뭔지 말해봐.”
“제 여동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서 제가 출소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게 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옵션이 다양한데 어떤 것을 원하는지 말해봐.”
“죽이지는 않고 한 1년 정도만 발을 묶어두면 됩니다.”
“어디 섬으로 팔아버릴까?”
“팔아요?”
“묻을 거 아니면 그보다 확실한 방법도 드물어. 알면서 뭘 그래.”
이두영에게는 대가만 지급한다면 뭐든 해주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도 여동생인데 섬으로 팔려 가서 창녀가 되는 건 일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디 정신병원 같은 데서 한 1년만 꼼짝 못 하게 합시다. 그래도 핏줄인데 너무 심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좋아. 그렇게 하지.”
“조금 급한데 얼마면 되겠습니까?”
“급행료까지 5천!”
“좋습니다.”
단박에 수락하는 이두영을 보고 박승철은 살짝 후회했다.
더 불렀어도 충분히 내놓았을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인데 체면 때문에 더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킥킥! 빨대 좀 꽂아야겠군.’
이두영에게서 돈 냄새를 맡은 박승철은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맛을 다셨다.
박승철은 밖에서보다 교도소 안에서 더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15년 형을 받았고, 그전까지는 3류 건달이었다.
그러나 살인을 한 뒤로 각성했는지 같은 방 재소자들을 휘어잡은 뒤 교도소를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뒤에는 교도소가 자기 수중에 떨어졌고, 소장과도 커넥션을 만들어낸 다음 담배를 파는 것과 같은 이권 사업도 모두 장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출소한 똘마니들을 이용해 바깥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었고, 이두영처럼 청탁을 해오면 돈을 받고 처리해주었다.
장영민이 다시 면회를 왔고, 이두영은 자기 계획을 밝혔다.
“수영이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내가 나갈 때까지 임원들 관리나 잘해.”
“이미 통제 불능입니다.”
“어떤 놈이 제일 심하지?”
“건설 쪽이 제일 심합니다.”
“양 사장?”
“네. 대표님!”
“버릇을 고쳐놓아야겠군.”
“어쩌시려고?”
“됐고, 장 과장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알겠습니다.”
이두영은 다시 박승철과 면담을 가졌고, 건설사 사장을 적당히 혼내주라고 청부했다.
하지만 이두영은 몰랐을 것이다.
자기 뜻을 이루기 위해 이용하던 박승철이가 자기 발목을 잡게 되리란 것을…….
가족과 불청객
“이두영이가 그런 지시를 내렸어요?”
“네. 어젯밤에 장 과장이 알려준 사실입니다.”
“제가 뭘 어쩌고 할 것도 없이 지들끼리 끝장을 볼 모양이군요.”
“남은 것이 얼마 없다고 생각해서일 겁니다. 계열사 임원들 비리도 심하구요.”
“망해간다고 생각하니 자기 앞가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겠죠.”
“이대로라면 무슨 짓을 시킬지 모른다면서 장 과장도 발을 빼고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직은 남아 있을 필요가 있어요. 마음에 걸리는 일을 지시하면 적당히 하는 척만 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두영과 이수영이 버둥거릴수록 아진그룹은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정도라 당분간은 지켜보기만 해도 될 것 같았다.
뭐 어차피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침내 노박과 빌리가 한국에 들어왔다.
“아빠! 삼촌!”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에밀리는 노박과 빌리를 번갈아 안으면서 환하게 웃었고, 나는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 싸우고 잘 지내고 있는 거야?”
“그럼요. 한 번도 안 싸웠습니다.”
“아빠! 얼른 가요.”
“에밀리! 이 자식이 잘해주고 있는 거야?”
“최고로 잘해주니까 삼촌 걱정이나 해.”
귀엽게 면박을 준 에밀리는 노박과 빌리 사이에 끼어들어 팔짱을 끼더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캐리어 두 개는 내 몫이 되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부탁할게요.”
비서를 겸한 경호원이 있는데 내가 하는 것도 이상해서 정 이사에게 맡기고 나도 에밀리 뒤를 따랐다.
“난 아는 척도 안 하나?”
뒤돌아 가려는데 뒤늦게 나온 한 사람이 나를 아는 척했다.
“당신은?”
“그래. 나야. 빅토르 최!”
“당신이 왜? 설마, 같이 온 겁니까?”
빅토르 최는 와타나베 구역까지 흡수하고 영역을 넓혔다.
한국에 왜 왔는지 모르겠는데 그가 빌런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굳이 따지자면 우연이야.”
“관광차 온 겁니까?”
“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빅토르 최가 한국까지 나를 만나러 왔다는데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한국에 온 건 환영합니다. 숙소는 예약했습니까?”
“같은 호텔이야.”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노박과 빌리는 에밀리 가족이라 어떤 과거를 가졌든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빅토르는 달랐다.
내 입장에선 빅토르 최는 어디까지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갱단 보스니까.
그런 그가 한국까지 나를 만나러 왔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였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괜찮다고는 하는 데 오랜 비행과 시차 때문에 자꾸 하품해서 룸에 밀어 넣었다.
“어이! 나랑 얘기 좀 할까?”
빅토르 최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에밀리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은데 중요한 일입니까?”
“같이 차나 한 잔 하지 그래.”
“그래요. 오빠!”
“괜찮겠어?”
“무슨 소리 하는지 나도 궁금해요.”
“알았어.”
호텔 로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그쪽에 자리를 잡았고, 앉자마자 용건부터 물었다.
“자! 이제 말해봐요. 무슨 일입니까?”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을까?”
“무슨 사업을 하고 싶은 겁니까?”
“한 식당!”
“네?”
갱단 보스 인생을 읽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한 식당을 하겠다니 부쩍 궁금해졌다.
“식당을 해보겠다고.”
“한국에 널린 게 한 식당입니다. 그 사업을 굳이 저하고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프랜차이즈 식당을 할 생각이야. 서울에 본사를 차리고 자리를 잡는 대로 뉴욕으로 진출하는 거지.”
20년 뒤엔 한식이 대유행하는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남다른 감각을 지닌 것 같기는 했다.
“갱단은 포기한 겁니까?”
“그럴 리가.”
“그럼 갑자기 한 식당을 하겠다는 이유가 뭡니까?”
“합법적인 사업도 해야 하는데 될 수 있으면 한국적인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다면 적당한 분을 소개해 드리죠. 제 지인 중에 식당을 하시는 분이 계시니까요.”
“하하하! 그럴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