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7)
017화
“믿지. 믿는데 걱정은 되잖아.”
“틀림없어요. 단, 슈크라 이상으로 팬덤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겁니다. 멤버들 간의 화합에도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하구요.”
“그건 무혁이 자네가 해줄 거잖아.”
“그럼요. 제가 도와야죠. 근데 합의는 하셨어요?”
“대충 하기는 했는데 자네가 말하는 그 아이들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잖아.”
“저한테 알려준 이름이 본명이면 맞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그래야지.”
말은 그리해도 만에 하나를 모르니 가보는 거다.
그리고 인수 합병하더라도 당분간 회사 이름을 바꾸지 말라고 했다.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골드 엔터는 이미 체질 개선에 나서서 어느 정도 적응해 가는 중인데 인수 합병했다고 해서 준비 기간도 없이 합쳐 버리면 슈퍼스타 엔터 직원들이나 연습생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어서다.
다만 골드 엔터에 관한 소문이 워낙 좋게 나는 중이어서 슈퍼스타 엔터 직원들은 골드 엔터에 합병되는 걸 반기는 분위기였다.
“얼마에 인수하기로 하신 거예요?”
“10억이야.”
“10억이요?”
“많다는 뜻이야?”
“아니요. 그 정도면 헐값이죠.”
“그래?”
“대표님! 운 좋으셨네요. 내년엔 슈크라 2집이랑 신인 그룹이 1집 내면 떼돈을 버실 겁니다.”
“정말이야?”
“제 말 틀린 거 보셨어요?”
“하하하! 절대 아니지.”
슈퍼스타 엔터에 도착해서 연습생을 확인하고 살짝 감동 받았다.
데뷔하기 전 풋풋한 멤버들을 보니 감개무량해서다.
슈크라와는 다른 느낌인데 크리스탈은 나에게도 기억이 새록새록한 걸그룹이기 때문이다.
“어때?”
“맞네요.”
“그럼 인수작업 마무리하면 되겠구나.”
“서두르세요. 내년 초에 데뷔하려면 할 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인수 마무리되면 저기 서인주부터 저한테 보내세요.”
“그 아이가 요주의 인물이냐?”
“여기선 그런 셈이에요.”
“알았다.”
걸그룹 중에선 가장 먼저 인성 문제를 터트렸던 서인주였다.
하지만 데뷔 초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멤버도 그녀라서 각별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여기 대표님이 여간하신 분은 아니라서요.”
“흐흐흐! 그런 건 날 당할 사람 없으니까 걱정 마.”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시로 연락하마.”
강 대표와 막 헤어지려는데 사무실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아! 민 실장! 오랜만이야.”
“여긴 어쩐 일이세요?”
“민 실장이야말로 어쩐 일이야.”
“저희 기획사 걸그룹 준비 중인데 멤버 한 명이 모자라서 투어 중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십니까?”
“아! 인사해. 우리 회사 사외 이사야.”
민성주라면서 손을 내밀길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악수하는데 이 자식, 아주 몹쓸 인간이었다.
‘그게 이맘때쯤이었나?’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과거로 회귀하기 전 내가 제일 좋아했던 가수는 배가영이었다.
라틴 댄스곡으로 데뷔한 이래 댄스와 노래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솔로 가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전 연예인을 통해 가장 좋아하던 연예인이 바로 배가영이었다.
‘내가 왜 잊고 있었지?’
과거로 회귀한다는 일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내가 잊어버렸던 거다.
“안녕하세요. 민성주라고 합니다.”
“이무혁입니다.”
“그럼. 일 보고 가세요. 전 여기 실장님이랑 볼 일이 있어서요.”
“그래. 수고해.”
민성주가 매니저 사무실로 쏙 들어가고 나서도 내 시선은 계속 그를 주시했다.
그랬더니 강 대표도 그걸 이상하게 본 듯했다.
“왜 그래?”
“네?”
“민 실장을 왜 그런 눈으로 보냐고?”
“아주 나쁜 놈이거든요.”
“무슨 소리야?”
“저 사람, 배가영 씨 매니저죠?”
“맞아.”
이 당시 배가영은 여자 가수 선호도 1위를 달리는 그야말로 톱스타였다.
그런데 민성주 저 인간이 일으킨 스캔들로 인해 한동안 방송국에서 퇴출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스캔들 지우기
약간의 인성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배가영은 내 원 픽이었다.
그래서인지 외면할 수가 없다.
내가 과거로 회귀한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면 노력파인 그녀의 인생도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재능만큼은 어떤 가수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논란과는 별개로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스캔들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왜?”
“배가영 씨 좀 만나야겠는데 가능할까요?”
“내가 나서면 못 할 것도 없긴 한데 갑자기 왜 그래?”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추락은 막아야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요. 그리고 조금 급한데…….”
“알았어.”
강홍철 대표는 슈크라가 성공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오케이다.
그래서 강 대표에게 부탁했다.
단지 배가영이 바빠도 너무 바쁘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인지 약속을 잡기는 했는데 방송과 방송 사이에 약간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얻은 시간이 30분이다.
“강 대표님께 얘기는 들었어요. 근데 왜 절 보자고 하신 건지?”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민성주가 배가영 옆에 같이 앉아 있어서다.
“죄송합니다만 배가영 씨와 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주 중요한 일인데.”
“중요한 일이니까 매니저가 알아야죠.”
민성주가 나가주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
오늘 배가영을 만난 건 민성주를 떼어 놓기 위함인데 이렇게 감시가 심하면 곤란했다.
“오빠! 좀 나가 있어.”
“가영아!”
“이분이 둘만 말하고 싶어 하시잖아.”
“너 정말 이럴 거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잖아.”
“강 대표님이 소개한 분이잖아. 괜찮지 않겠어?”
끄응!
“좋아. 마음대로 해봐.”
민성주가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자신이 쥐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배가영이 인기를 끌수록 그게 잘 안되다 보니 짜증이 났던 참에 오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보셨죠. 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예요.”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배가영 씨 운명이 달린 일이니까요.”
“제 운명이요?”
“말로 백 번 설명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민성주 씨 집으로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네?”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알아듣게 말씀하세요. 시간도 없지만, 갑자기 성주 오빠네 집엔 왜 가자고 하시는 건데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반응인데 너무나 당연한 거다.
당장 방송도 있는데 매니저 집에 가자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배가영 씨 운명이 달린 일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그럴 만한 일이 아니라면 절 고소하셔도 좋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 가죠.”
“강 대표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무슨 말을 하든 그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집이 여기서 가까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도 시작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무난하게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생방송도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제 운명이 걸린 일이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좋아요.”
“민성주 씨는 몰라야 하니까 적당히 따돌리세요.”
정말 매섭게 노려본다.
눈빛으로 내 얼굴을 베어 버릴 정도로 날카로워서 따갑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따라오세요.”
“제 차로 가시죠. 그편이 나을 겁니다.”
“설마 절 납치하시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제가 웬만하면 이러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서는 거니까 제 소원 하나쯤은 들어주셔야 할 겁니다.”
“닥치… 아니! 지금은 어이없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하마터면 배가영에게 닥치란 말을 들을 뻔했다.
방송에서는 화끈하고 시원한 성격인데 이렇게 까칠한 면도 나름 매력이 있었다.
경호원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민성주가 사는 주거형 오피스텔에 도착한 우리는 배가영의 안내로 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요.”
문을 열어주더니 아까처럼 또 나를 노려보았다.
“따라오시죠. 정 과장님은 누가 오거든 들어오지 못하게 하세요.”
“그러죠.”
신발도 벗지 않고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서는 민성주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침대 맞은편 장식장에 있는 캠코더와 장식장 아랫부분에 있는 장을 열어서 캠코더용 6mm 테이프를 찾아냈다.
‘더러운 놈!’
케이스에 여러 연예인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민성주가 얼마나 더러운 놈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전 거실에 있을 테니 이거 보고 나오시죠.”
캠코더에 테이프를 꽂아서 배가영에게 건네고 나는 거실로 나와서 그녀가 확인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아아아악!’ 분노한 그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거 어떻게 아신 거죠?”
“저한테 얄팍한 재주가 있습니다. 민성주에게서 아주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무당이세요?”
“뭐, 편하실 대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왜 다들 고맙다는 말보다 먼저 무당이냐고 물어보는 걸까?
나를 알기 전이라 그런 거겠지만 이럴 때마다 무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민성주 씨와 사이가 별로였을 겁니다. 배가영 씨는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다른 기획사와 계약하려고 하셨겠죠.”
“그럼?”
“아마 생각하시는 바가 맞을 겁니다. 민성주는 그런 식으로 자기랑 계약한 연예인을 잡아뒀으니까요.”
“그럼 다른 테이프가 다…….”
“맞습니다.”
“다른 테이프가 더 있으면 어쩌죠?”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 못한 탓에 다른 테이프는 없을 겁니다.”
“확신하세요?”
“네. 확신합니다. 그래도 의연하시네요. 많이 놀라서 무너지면 어쩌나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강단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당한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저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에요.”
“그래도 대화할 사람이 필요할 겁니다. 명함 드릴 거니까 언제든 연락하고 오세요.”
“그냥 가시려구요?”
“방송국엔 모셔다드리죠.”
* ? ? * ? ? *
“야! 어디 갔다 왔어. 다들 기다리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
“뭐?”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뭐가?”
“…….”
“알아듣게 말해.”
“나중에 봐.”
예능 프로그램 녹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배가영은 입을 다물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로 다투고 소원하기는 했어도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더러운 테이프가 있다는 걸 알고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그래서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왜 말이 없어.”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러니까 조용히 가자.”
“오피스텔로 갈까?”
“됐으니까 조용히 해줘.”
생각이 많은 탓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걸까?’
화도 나고 민성주 없이 방송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위에 있는 감정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거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이렇게 조용하지 않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쏟아내면서 악다구니를 썼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멘탈이 정상이 아니었다.
배가영은 그 뒤로도 잡혀 있는 방송을 소화하느라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텼다.
그리고 일주일간 방송 스케줄을 비운 짬을 이용해 방배동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