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파흐드는 종잡을 수 없는 내용 때문에 머리만 복잡해졌다.
지금 들은 내용을 그대로 아르만 왕자에게 전달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저는 그대로 통역해드리는 거라 저도 잘…….”
“일단 알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뭡니까?”
“인맥이 장난 아니라네요.”
“인맥이요?”
“한국은 뭘 하더라도 인맥이 중요한데 이무혁 대표는 재계 10위 안에 드는 여러 회장과 친분이 두텁고, 검찰에도 상당한 인맥이 있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파흐드는 하는 수 없이 들은 대로 보고했다.
애초에 자신이 정보를 가공하면 안 되는 거였다.
판단은 주인이 하는 거니까.
“점술사?”
“네. 회원제로 운영되는 모임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당이라고 하는데 서양으로 치면 샤먼이나 주술사 같은 그런 거랍니다.”
“그럼 10년 뒤에 내가 왕세자가 된다는 것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점술사로서 하는 예언이라는 건가?”
“그렇긴 한데 솔직히 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전고체 배터리 공장 짓고 있다고 했나?”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시대를 앞선 기술이라 상용화에 성공만 한다면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 탄생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재생 에너지에 대한 특허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서 전망이 밝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이제 알겠어. 루인이 내게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아르만은 처음엔 오해했었다.
돈 많은 왕자에게 사업자금을 뜯어내려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제 보니 돈은 자기만큼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제외하고 나니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따져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접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루인이 보여준 연구소와 이미 개발된 특허에 대한 정보를 합쳐 보니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루인에 의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원유를 빼면 뭐 하나 뜯어볼 것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하니 루인이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게 뭡니까? 암만 생각해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루인은 내게… 아니 우리나라에 기회를 주려는 거야.”
“기회요?”
“원유가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아!”
“이제 알겠어?”
“하지만 루인 입장에서 보면 굳이 왕자님께 접근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선택받았다면 말이 다르지.”
“선택이요?”
“루인이 날 선택한 거야. 우리나라와 같은 산유국이 발악하면 문제가 되니까 미리 나 같은 파트너를 만들어서 훗날 생길지도 모를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거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루인을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 ? ? * ? ? *
내가 연락하기 전에 아르만 왕자에게서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아르만 왕자는 나를 보고 웃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하겠습니다. 그 OTT 사업.”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었는데 갑자기 하겠다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루인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제가요?”
“네. 10년 뒤에 제가 왕세자가 되는지 궁금해졌거든요.”
“그러니까 10년 동안 절 알아가시겠다는 겁니까?”
“제가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친해지려면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일리는 있네요.”
“그리고 제가 그 축구팀 구단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경쟁자가 될 UAE 만수르 왕자보다 돈을 더 쓰면 됩니다. 아깝다 싶을 정도로.”
“그런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돈 더 써서 경쟁자를 이겨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실망한 것 같은데 이게 또 말을 만들기 나름이라 적당히 살을 보태기 시작했다.
“당장의 가치만을 생각하면 미래 가치가 잘 보이지 않는 법이죠. 보고서에 적힌 숫자만 보일 테니까.”
“몇 년 앞을 내다보고 돈을 쓰란 말입니까?”
“10년 정도 앞을 내다보면 만수르 왕세자를 이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지 말고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면 안 되는 겁니까?”
“뭐, 그러죠.”
“정말입니까?”
“당연하죠. 그런 일로 괜한 소리 할 필요 없으니까.”
“얼마를 쓰면 되는 겁니까?”
“넉넉하게 4억 달러면 될 겁니다. 이후에 돈을 아끼지 말고 투자하면 프리미어 리그를 씹어먹는 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씹어먹어요?”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할 때 한국에서는 그런 표현을 씁니다.”
“아! 그렇군요.”
왕세자가 되기 전이고 이제 스물둘인데 가진 돈이 얼마나 많기에 프로축구팀도 사고 OTT 사업에도 투자하려는 걸까?
의구심을 가질만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다.
그가 얼마 안 되는 시드 머니를 가지고 투자에 성공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 OTT 사업이라는 거 말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인터넷망이 불안정한 나라가 많은데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당장 시작하면 그렇겠죠.”
“당장은 아니라는 거군요.”
“사업 준비하고 서비스할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3년입니다. 그때쯤이면 OTT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이 생길 겁니다.”
“루인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거 아십니까?”
“…음! 제가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버릇 같은 거죠.”
하마터면 미래가 보인다고 말할뻔했다.
친해지려고 마음먹었어도 아직은 선을 지켜야 할 때다.
아르만 왕자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 ? ? * ? ? *
“OTT 사업?”
“네.”
“그게 뭔데?”
“인터넷망을 이용해서 VOD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그게 돼?”
“지금은 힘들죠. 하지만 몇 년 후면 가능해질 겁니다. 전용 플랫폼에서만 서비스할 작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준비하면 타이밍이 맞아떨어질 겁니다.”
“괜히 돈만 퍼붓는 거 아닐까?”
자꾸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는 사람은 나랑 가깝게 지내는 현권 삼촌이다.
현재 고블린 무비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어서 감독이나 배우 쪽은 삼촌이 꽉 잡고 있었다.
“삼촌! 저 못 믿으세요?”
“믿지. 당연히 믿는데 영화관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데 배우들이 출연하려고 할까?”
“다른 영화나 드라마보다 조금 더 주면 출연하지 않을까요?”
“좋아. 그렇다고 쳐. 그런 건 흥행 여부를 어떻게 따져야 하는 거냐?”
“가입자가 늘어나거나 광고가 밀려들겠죠.”
“…음!”
“그것도 좋아. 그래서 1년에 얼마나 투자할 건데?”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 들어와야만 시청할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이 많아야 하니까 연간 5천억 이상 투자할 생각입니다.”
“저, 정말이야?”
“당연하죠. 제가 삼촌한테 헛소리하는 거 보셨어요?”
“그건 아닌데… 너무 과한 것 같아서 말이야.”
현권은 말리고 싶었다.
불확실한 사업에 연간 5천억을 투자하겠다니 선뜻 찬성하기가 힘들어서다.
매월 받는 구독료도 많이 받기는 힘들 텐데 제작비로 5천억을 쓰겠다니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한류가 인기를 더해가는 건 아시죠?”
“그야 뭐! K―POP이 날로 인기니까.”
“K―POP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도 날로 인기를 더해 갈 테니까 절 믿어 보세요.”
“그 정도면 자체 스튜디오에 제작팀도 여러 팀 필요할 텐데… 미치겠네. 한동안 술 마실 시간도 없겠어.”
“바쁘면 좋잖아요.”
“바빠도 적당히 바빠야지. 술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쁜 건 싫다고.”
“제가 도와드릴게요.”
“정말이지?”
“그럼요. 이번 사업은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보고서만 만들어 놓고 서득영 회장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일해 왔는데 이번 일은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랐다.
“정말이지?”
“그럼요. 투자도 개인 투자방식으로 할 생각입니다.”
“오너로서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투자하시겠다?”
“네. 삼촌처럼 실패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호오! 그렇단 말이지?”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확인한 현권 삼촌은 여기서 돈 냄새를 맡은 듯했다.
지금까지 내가 손댄 사업치고 실패한 것이 없었으니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잖아. 연간 수천억씩 투자해서 판을 바꿔보겠다는 건데 내가 빠지면 섭섭하잖아.”
“삼촌도 투자하시게요?”
“당연하지. 이런 일이 빠지면 섭섭하잖아. 그래서 말인데 내가 투자자 좀 끌어와도 될까?”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아니 왜?”
“지분을 내줘야 하잖아요.”
“상장도 안 할 거면서 지분 장사도 안 하겠다는 거야?”
“이번엔 상장할 겁니다. 상장하고 나서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가치가 커지죠. 안 그래요?”
“정말이야?”
“이번 사업은 대중을 상대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 상장 문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죠.”
내 머릿속에는 청사진이 그려져 있지만 말로 설명하자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뭐, 남는 건 시간밖에 없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더니 삼촌 눈빛이 사랑스럽게 바뀌었다.
“당연하죠. 전용 스튜디오 만들고 제작팀에서부터 전속 작가까지 영입하려면 할 일이 태산인데 저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죠.”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연간 수십 편씩 제작하려면 전용 스튜디오가 있어야 편하죠. 스텝 영입은 삼촌에게 맡길게요. 업계 최고 조건으로 영입하세요.”
“그렇게 퍼주고 남는 게 있을까?”
“제가 언제 손해 보는 일 하는 거 보셨어요?”
“재계에 소문난 거 몰라?”
“무슨 소문이요?”
“GBL그룹 호구라고 소문났잖아. 직원들한테 월급 그렇게 퍼주고 뭐가 남느냐는 거야. 실제로 일부 계열사는 적자가 나는 중이고.”
“그거야 지금까지는 연구 개발에 힘써 왔으니까 그런 거죠.”
우리 GBL그룹으로 말하자면 다른 대기업보다 급여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고 복지도 좋아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태라 GBL 그룹을 시기하고 질투가 심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남들 시선을 무시할 것만은 아니야.”
“냅두세요.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Cash Cow는 따로 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젠 성과를 보일 때야.”
“특허 기술이 쏟아지고 전고체 배터리 공장도 짓기 시작했으니 기다려 보세요.”
“그건 나도 아는데 남들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는 거야. 안 그래?”
“당연히 그래야죠.”
“정말 상장하는 거지?”
“그렇다니까요.”
“좋아. 뭐부터 하면 될까?”
“인천 저희 프로젝트 지구에 남는 땅 아직 많잖아요.”
“오호라! 거기에 우리 스튜디오를 짓자는 거지?”
“네. 그것도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해서 테마파크 형태로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스튜디오로 지어야 합니다.”
“테마파크?”
“네. 드라마나 영화가 히트 칠 경우 국내 관광객은 물론이고 해외 한류 팬들 유치도 가능하게 해봐야죠.”
한국에 대형 놀이공원은 있어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은 테마파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대하 사극을 찍은 장소를 관광 명소로 남기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사극 세트로 재활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나 마찬가지였다.
관광객이라도 유치해야 세트 관리가 되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테마파크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이미 미국에 존재하니까 창의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라면 충분히 사업 아이템이 될 만했다.
“무슨 소린지는 알겠는데 이런 거 저런 거 고려해야 짓자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
“단계별로 나눠서 만들면 됩니다. 일단 촬영 가능한 스튜디오부터 짓고 관광이 가능한 테마파크는 천천히 해도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 히트가 선행돼야 하니까.”
“그건 또 그러네.”
“삼촌은 스튜디오 건설하고 제작진 모집하는 데 집중하세요. 전 작가진 섭외하고 시놉시스 개발할게요.”
“알았어.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