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이범철 국장은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엔지니어라기보단 정치인에 가까운 포지션이지만 반융합로라는 개념은 듣도 보도 못했고, 돌아가는 꼴이 마치 재벌 뒤치다꺼리하는 모양새라 짜증이 난 상태였다.
“얼마나 친하길래 인연이 깊다는 거야?”
“GBL 초기부터 협력하는 사업이 많았는데 GBL SC가 선례인 듯합니다.”
“박 과장은 반융합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뭐가 말입니까?”
“사실이냐고 묻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그런 개념이 될 것 같았으면 왜 미국이나 일본이 하지 않았겠냐고.”
고위직 공무원이 이런 말을 하다니 외부 사람이 듣기라도 했으면 세금으로 받아 가는 월급이 아깝다고 했을 것이다.
“기초 과학에 뒤진 건 맞지만 한국도 앞서가는 기술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장님!”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 사기는 아니겠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습니다. 국장님!”
“군에선 누굴 추천하는 건데?”
“군이 아니라 방위사업청 미래 전략사업본부 쪽 사람은 어떨까요?”
“…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그게 그거지만 방위사업청 쪽이 아무래도 통제하기가 나을 것 같아서요.”
“좋은 생각이야.”
“그리고 연구팀 중에서도 대표로 한 명은 참여해야 할 겁니다.”
“그건 왜?”
“국책과제였다면 몰라도 자체 개발한 기술입니다. 특허를 가지고 있으니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 귀찮게…….”
이범철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참에 미국 쪽 인사들과 친해 두면 어떤 식으로든 좋은 점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군식구들이 잔뜩 불어난 느낌이다.
* ? ? * ? ? *
“과기본 박동식 과장입니다.”
“이무혁입니다.”
“연구팀 대표로 이 대표님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연구팀은 모두 바빠서요. 제가 제일 한가합니다.”
“하하하! 너무 겸손하십니다.”
“겸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과기본에서 연구팀 대표로 한 보내달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보안 문제도 있고, 팀원이 노출되었을 경우 어떤 세력에 의해 회유당할 수도 있으니 이런 자리는 내가 가장 적임자였다.
“이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박 과장님!”
“미국 쪽에서 왜 협상단을 보낸 겁니까?”
“네?”
“정확한 의도를 알고 싶어서요.”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먼저 입장을 밝히셨으니 같이 연구하는 거야 당연한데 협상하자니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당연히 협상해야죠. 연구팀 중에 미국 엔지니어가 있기는 했지만 반융합로 전체를 설계하기엔 모자라죠. 그래서 완전한 기술을 얻어내기 위해서 협상을 하자는 겁니다. 지금쯤 뭘 내주고 뭘 얻어야 하는지 계산이 서 있어야 하는데 과장님이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간파하고 지침을 저도 모자랄 판에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걸 보니 답답했다.
“예상은 했었습니다.”
“예상이라도 했으니 다행이군요.”
“비꼬시는 겁니까?”
“국익을 위해서 미리 예측하고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낼 수 있는 기회인데 너무 미온적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희는 아직 믿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미국에서 협상단마저 보낸 마당에 우리 연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까?”
“미국이야 협상단을 보냈다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쪽이 너무 조용한 것도 이상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조용한 건 미국 협상단이 생각보다 늦게 온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뭐가 됐든 한국에 양보하고 싶지 않으니 자체적으로 해보려는 거죠. 미국은 안 된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부랴부랴 협상단을 보낸 거구요.”
한시가 급한 판국에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한다니 정말이지 답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라도 나서는 거다.
내가 아니면 어영부영 미국이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 것 같아서 말이다.
“반융합로 기술이 완벽하다고 자신하십니까?”
“에너지 자립이 가능할 정도는 될 겁니다. 지속적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구요.”
“발전이라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크기를 줄여서 비행기용으로도 쓰고 자동차용으로도 써야죠.”
“꿈같은 이야기군요.”
“10년이면 가능해질 겁니다.”
“10년이요?”
“네. 10년이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거죠.”
말로는 10년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예측하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자신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추적 관찰한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발전된 기술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정말 자신 있나 보군요.”
“물론입니다.”
“미국 협상단에게 요구해야 할 것이 뭐겠습니까? 대표님 생각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간단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미국 협상단은 전략무기 개발국이 주축입니다. 군사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얻어내야죠. 이를테면 미사일 개발 제한을 철폐한다든가 종전 협상을 적극 추진한다든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종전 협상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미국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가능한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변수가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 확실하기에 지금 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해내기만 한다면 최고의 업적이 되겠군요.”
“하하하!”
“왜 웃으십니까?”
“정치인이랑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것 같아서요.”
“뭐가 말입니까?”
“좋게 말해서 사명감이 보인달까?”
“나쁘게 말하면 뭐가 되는 겁니까?”
“공명심이요.”
“아!”
“제대로 짚어낸 것 같습니까?”
“솔직히 부인하기 어렵군요.”
박동식 과장은 솔직한 사람이라 상대하는데 피곤한 느낌은 없었다.
장호원 같은 정치인에 비하면 심심하달까?
“이번 참에 얻어낼 건 다 얻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대표님이 합류하신 거군요.”
“잘해 보려구요. 그러니까 과장님도 도와주세요.”
“저야 당연히 도와야죠. 근데 굳이 도와달라고 말씀하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과장님은 방해 요소가 아닌데 이범철 국장님은 결국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저희 국장님이 말입니까?”
“네. 그분은 공명심도 사명감도 아닌 욕심이 많아서 어떤 식으로든 방해가 될 겁니다.”
대표단 단장을 맡은 이범철 국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이번 협상이 오롯이 자기 업적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욕심은 많은 것을 망가트리니까요.”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 국장님은 그렇게 섣부른 분이 아닙니다.”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박동식 과장을 만난 후에야 이범철 국장이 방해 요소란 것을 알았다.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이범철 국장은 스텔스 기술과 미국에서 도입한 전투기 정비창을 한국에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현재는 미국 허락 없이는 고장 난 전투기를 열어보지도 못하니 그것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한 말인데 내가 볼 땐 너무 지엽적인 생각에 불과했다.
아직 밝힐 수는 없어도 KAI를 인수하게 되면 자체 개발하면 되는 일이라 이범철 국장이 지적하는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문제였다.
그런데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한 탓에 멀리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3차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진전이 없자 쿡스 국장도 답답했는지 나랑 1대1 대화를 원했다.
“소모적인 협상은 이만했으면 합니다.”
“단장은 이범철 국장입니다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핵심 키 맨은 이 대표님이라는 거 말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분위기 파악 다 하셨으면 뭘 원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진심이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말씀드리죠. 대신 제가 요구하는 조건 중 하나라도 진행되지 않는다면 반융합로 설계도는 절대 넘겨드릴 일이 없을 겁니다.”
지지부진해도 이범철 국장을 통해서 들었다면 여지가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면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도 각오하고 있으니 어디 들어나 볼까요?”
“그럼 말씀드리죠. 우선 전시작전권 환수와 북한과 종전 협상을 원합니다.”
“처음부터 카운터 펀치를 날리다니 아무래도 제가 실수한 듯하군요.”
“아직 남았습니다.”
“들어보죠.”
“미사일 개발 제한 철폐와 함께 단계적 미군 철수를 원합니다. 그리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는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겁니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게 전부입니까?”
“세부적인 사항이 있긴 합니다만 그거야 뭐 협상을 진행하면서 천천히 해도 되는 문제들입니다.”
핵심은 종전 협상을 위한 양보와 한국이 어떤 전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미국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프면서도 안개가 걷히는 느낌입니다.”
“다행이군요.”
“제가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반융합로 잠수함, 가능성 있는 겁니까?”
“이미 건조하고 있다는 거 아시면서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군요.”
“내부적으로는 실패하고 말 거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라서요.”
“절 봐서 아시겠지만, 이미 그 사람들 추측이 틀렸다는 걸 아실 텐데요.”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죠. 이미 잠수향에 탑재할 반융합로는 제작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만하면 대답이 됐을까요?”
“충분합니다.”
쿡스 국장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내가 요구한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차라리 뭘 원하는지 알아서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반융합로 하나로는 종전 협상까지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반융합로만 제대로 발전시켜도 앞으로 100년은 끄떡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는 겁니까?”
“제 느낌엔 반융합로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장님 소원 하나 들어드리죠. 물론 현실적인 걸로 말입니다.”
죽은 사람 살려달라는 것과 같은 억지는 부리지 말라는 거다.
대신 소원은 개인적인 것이든 미국을 위한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소원이라…….”
“당장은 애매하겠지만 쓸모가 있을 겁니다.”
“뭐든 가능하다는 겁니까?”
“국장님이 원하는 건 가능합니다.”
“제가 뭘 원할 줄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다 아는 수가 있습니다. 단, 3년 안에는 쓰지 마세요. 원하는 것이 있더라도 참아야 할 겁니다. 그래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으니까.”
“수수께끼 같군요.”
“지금은 말씀드려도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절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게 될 거니까 한번 믿어 보세요.”
쿡스 국장과 독대하고 나서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 사이 협상단끼리 마주 앉는 자리는 없었지만, 쿡스 국장과 한국 주재 미국 대사와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해서 청와대를 다녀갔다.
그런 다음엔 청와대에서 나를 호출했다.
협상단 만들어질 때 한 번 만나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