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56)
056화
‘가만, 이건 고블린 스튜디오 전속 감독으로 영입할 기회야.’
잘만 하면 호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아는 척하기가 좀 애매했다.
“무슨 생각 해요?”
“제인! 데이트하러 와서 이런 얘기 하기 뭐하지만 제가 안목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죠?”
“그건 아는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윌리엄스 선수와 같이 온 사람 말이에요.”
“그런데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될 사람이에요.”
“네?”
“고블린 스튜디오에 영입하면 딱이예요. 그것도 지금 전속 계약을 맺을 수만 있다면 헐값으로 계약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명색이 데이트인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긴 했다.
그러나 잭 스마이더 감독을 영입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나 마찬가지였다.
“날 처음 만났을 때 샤먼이라고 했던 말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 능력이 발휘된 건가요?”
“그런 셈입니다.”
“이름을 알아요?”
“네. 잭 스마이더예요.”
우리는 속삭이고 있었는데 내가 잭 스마이더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지 그가 고개를 돌려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절 아십니까?”
“이런.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인사하고 싶진 않았는데…….”
“아닙니다. 근데 절 어떻게 아십니까?”
“제인이 맡는 게 낫겠어요.”
“그럴게요. 안녕하세요. 제인 토마스예요.”
“잭 스마이더입니다.”
“제 명함이에요. 신생이긴 하지만 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있어요. LA 고블린 스튜디오라고.”
“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영화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고블린 스튜디오도 포함돼 있으니까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제인이 CEO라 인사한 김에 그녀에게 맡겨두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냈다는 말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죄송한데 그 시나리오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새벽의 악몽이라고 좀비물이죠. 근데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새벽의 악몽은 백 스마이더 감독이 만들어서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해서 좀비 영화의 역사가 된 작품인데 놀랍게도 그 영화를 독차지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제인은 당황했다.
그가 세계적인 감독이 될 거라고 했는데 좀비 영화라고 하니 B급 감성의 영화인 줄 아는 거다.
“제인! 새벽의 악몽은 크게 성공할 겁니다. 최고 레벨은 아니어도 매우 성공적인 영화가 될 테니 잭 스마이더 감독을 영입하세요.”
“영입이라면 전속 계약을 하란 말이에요?”
“네. 모든 걸 지원해 주세요.”
“그건 그렇게 할게요.”
잠깐 우리끼리 대화하자 스마이더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눈만 껌뻑거렸다.
그리고 유명세 때문에 사람이 몰릴까 봐 대화를 외면하고 있던 윌리엄스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잭이랑 계약할 생각입니까?”
“그가 원한다면요.”
“하하하하! 잭! 축하해.”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기는… 당연히 계약해야지. 뭐든 지원한다잖아.”
“물론입니다. 영화 제작을 위한 거라면 감독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겁니다. 물론 합리적인 대화가 우선돼야 하겠지만요.”
“정말 새벽의 악몽을 제작하겠다는 겁니까?”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새벽의 악몽이 제작되는 건 분명하다.
2004년에 크게 흥행했으니 말이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사무실에서 뵙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인에겐 미안했다. 데이트랍시고 왔는데 갑자기 인재 영입이 돼 버렸으니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서다. 하지만 제인은 웃고 있었다.
“저희가 데이트 중이라 남은 얘기는 내일 할까요?”
“하하하! 그러시죠.”
잭 스마이더 감독을 발견한 덕분에 데이트에 일이 끼어들기는 했어도 제인과의 데이트는 흡족했다.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제인이 스포츠 상식에 해박하다는 거다.
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까지 흔히 4대 스포츠라 불리는 종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제인과의 야구장 데이트는 저녁 식사 자리로 이어졌고, 마지막은 격정적인 잠자리로 이어졌다.
이미 밤을 보낸 사이라 그런지 나도 그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인은 그만큼 뜨거운 여자였고, 저돌적이라 여자를 잘 모르는 나를 리드해 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연인이라 할 수 없었다.
제인도 딱히 구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였고, 나는 아직 결정 내리기 힘들었다.
다음날 고블린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스마이더 감독을 만나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그가 생각하는 영화 철학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만든 영화가 전부 흥행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적자를 낸 영화는 없었다.
다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만 나와 조율해 나간다면 훨씬 성공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계약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열린 사고방식으로 의논하기로 합의했다.
“스마이더 감독님! 어제 만났던 윌리엄스와는 얼마나 친하죠?”
“오래된 친구 사이라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풋볼은 현재 시즌 중이다.
하루 쉬는 날 같이 야구를 보러 온 모양인데 윌리엄스는 남은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다.
어제 알게 된 사실이라 알려줘야 할지에 대해선 고민이 많았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부상 위험 때문에 게임에 나서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츠 선수가 성향상 다칠까 봐 게임에 나가는 것을 망설이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스마이더 감독이랑 친하다니 도움을 주고 싶은데 방법이 애매하다.
윌리엄스 선수가 당하는 부상은 발목 부상이다.
상대 수비수와 엉키면서 발목이 꺾이게 되는데 심한 부상은 아니라서 2주면 돌아올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라 주전 쿼터백의 부상은 팀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지랄이다.
“풋볼에 대해서 좀 알아요?”
“친구가 쿼터백이라 즐겨 보는 편입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발목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보호구가 있을까요?”
“보통은 테이핑해서 보호하기는 하지만… 글쎄요. 그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전해주세요. 윌리엄스 선수 발목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보호구라도 철저히 하고 경기에 임하라고.”
“네?”
“그렇게만 전해주세요. 선택은 선수 몫이니까.”
“전하긴 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내가 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더 강력하게 어필하겠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LA에서 일은 고블린 스튜디오에서 중요한 결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는 제인과 에드워드 권의 결정으로 투자가 되겠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일은 주기적으로 나와 의논하기로 했다.
“저 한국에 가봐도 될까요?”
“그럼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일이 너무 많기는 하지만 노력해 볼게요.”
“아니면 내가 미국에 올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보세요.”
“이를 테면요?”
“기업 인수 합병이든 인재 영입이든 뭐든 좋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기업 투자 목록을 정리해서 보낼테니 그대로 투자해주세요.”
“그럴게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인이 사용하던 전용기를 이용했다.
김포 공항에 도착하니 동재가 마중을 나와 있었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분 나쁜 인간을 만났다.
“야! 너 무혁이 맞지?”
아진엔터 대표이자 아진그룹 둘째 이수영이었다.
아마도 제주도를 다녀오는 거 같은데 일 때문인 거 같았다.
“…….”
“나 몰라?”
“알죠. 갑작스러워서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돈 좀 벌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좋은 옷에 경호원까지… 이야~ 누가 보면 번듯한 집안사람인 줄 알겠네. 더러운 피를 가진 주제에.”
“사람은 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인성으로 평가되는 겁니다. 당신 기준엔 돈이 우선이겠지만요.”
“당신?”
“제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에게 제가 뭐라고 할까요?”
“건방진 새끼! 돈 좀 벌었다고 뵈는 게 없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 꼴이라 기분이 메롱인 가운데 나를 보고 걸어오는 동재를 발견했다.
이런 자리는 빨리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공공장소라 뭘 어쩌기도 그렇고, 내가 이수영을 다시 본다면 아진엔터를 망가트린 다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은 그만하죠. 다음에도 얼마든지 기회는 많을 테니까.”
“이런 시건방진 새끼!”
“어차피 남남인데 예의를 좀 차리시죠. 안 그렇습니까? 이수영 씨?”
“아쭈?”
“당신이 믿는 돈은 이미 내가 더 많다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고작 아진 엔터 정도로 어깨에 힘주고 다니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꼴에 돈 좀 생겼다고 우쭐대는 꼬라지라니…….”
“그러니까요. 딱 당신에게 어울리는 말이네요. 꼴에 재벌 흉내 낸다고 치렁치렁한 꼬락서니라니…….”
내가 져줄 이유가 없다.
나도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이수영이 도발해주면 더 좋다.
증거를 잡아서 감빵에 넣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애초에 내 분노의 대상은 이수영이 아니라 이동진과 방숙자였다.
물론 그들의 자식들 또한 복수의 범주에 있기는 했다.
단,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참아줄 용의가 있었으나 그들은 절대 나를 참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 또한 각오는 돼 있었다.
“무혁아! 그만하고 가자. 사람들 몰린다.”
“그래. 알았어.”
“너 이리 안 와?”
“피차 할 말도 없는데 공공장소에서 굳이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수영에겐 수행비서만 있고,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자기 사생활 노출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경호원과 다니지 않았다.
“야!”
내 경호원 때문에 다가오지도 못하다 보니 소리만 고래고래 질러댔다.
“아이구야~ 정말 가관이다. 저 여자, 이수영 맞지?”
“맞아.”
“왜 저 지랄이라니?”
“내가 부자가 됐다니까 아니꼬운 거지.”
“이동진 회장이 너 찾아왔다 간 거 알까?”
“알 거야. 그러니까 저렇게 날카로워져 있는 거겠지.”
“설마! 재산이라도 나눠 달라고 할까 봐서?”
“아마도!”
“하여간 욕심은 더럽게 많아.”
“욕심은 누구나 많아. 그것 가지고 그럴 필요 없어. 내 입장에서는 지랄 떨어주면 고마운 거니까.”
“하긴.”
나야 먼저 싸움을 걸어주면 고마울 뿐이다.
전에는 인내심이 유일한 무기였지만 이젠 인내심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내 무기가 되었으니까.
“셔플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법정 싸움으로 갈 거 같다. 주희에게 변호사 지원해 주기로 했으니까 조만간 고소 고발 들어갈 거다.”
“다른 멤버들은?”
“소송은 여자 멤버들만 하겠단다. 그래도 비밀은 지켜주기로 했으니까 걱정할 건 없어.”
“금방 알려질 일이니까 알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조심할 때까지는 조심해야지.”
“그러든가.”
“그나저나 이번 일정은 어땠냐?”
“일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좋았다. 공항에서 저 인간 만나기 전까진.”
“응? 지금 뭐라고 했어.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