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7
밥만 먹고 레벨업 1068화
한국호텔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 민혁은 아직도 존슨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돈이란, 때론 내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때론,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내가 돈을 쓰지 않는 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는 걸까?’
민혁은 아직 어렸다. 스물한 살.
세상 사람 모두에게 동경을 받을 소비습관을 가졌기에 그는 존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때문에 가장 큰 조력자인 아버지에게 존슨이 해준 조언을 전했다.
“황당하구나! 어찌 한 회사의 임원이란 자가 남의 씀씀이에 관여를 한단 거지!”
아버지가 길길이 날뛰었다.
그에 민혁이 말했다.
“그러면서 3일 동안 300억을 펑펑 쓰라고 주셨어요.”
“…….”
화를 내던 아버지 강민후가 갑자기 인자하게 웃으셨다.
“아주 훌륭한 조언이었구나, 아들아.”
“…….”
빠른 태세 전환!
물론 민후의 표정은 장난스러웠으며, 그는 존슨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곧 민후는 존슨의 의도를 이해했다.
강민후는 아주 오랜 시간 한 기업의 수장으로 살아왔다.
때문에 검소하기만 한 회장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민후는 집에선 몇만 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만든 슈트와 수억 원짜리 시계를 차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쓰이는 돈을 ‘품위유지비’라는 황당한 이름을 붙여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너무 검소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었다.’
오너, 혹은 황제인 민혁의 다양한 모습들이 그 밑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3일 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을 다 사보려무나.”
민후는 민혁이 직접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민혁이 3일 동안 돈을 펑펑 쓴다는 것에 큰 걱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아들이 돈 쓰는 맛에 빠질 녀석이 아니란 걸 안다.’
민혁은 이제껏 검소하게만 살아왔다. 그렇기에 3일 정도는 그렇게 써도 될 거라 강민후는 생각했다.
심지어.
‘공짜니까.’
민후가 인자하게 웃었다.
“아들, 갖고 싶은 건 없니?”
“……음.”
사실 질문한 민후도 아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았다.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가지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오, 그게 어떤 거냐, 아들아.”
강민후 회장은 뛸 듯이 기뻐했다.
평소 먹는 것 말고는 관심 없던 아들이 가지고 싶다는 게 있었으니까.
“햄벅터치라는 가게 아세요?”
“알다마다.”
요새 빠르게 체인점을 늘려가는 아주 맛좋은 햄버거집이다.
“저 거기 햄버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강민후는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햄버거 몇 개 사 먹고 싶다는 거였…….’
민혁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 인수해 볼까요?”
“…….”
생각보다 엄청난 클라스에 민후는 말문을 잃었다.
‘세상에, 햄버거가 맛있어서, 기업 인수를 생각하다니.’
“아들아, 그건 좀…….”
역시 내 아들다웠다.
* * *
민혁도 예전엔 판타지 소설을 꽤나 읽었다.
대부분 그러한 판타지 소설을 보면, 가난한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을 이용해 엄청난 플렉스를 한다.
건물, 외제차, 그리고 가질 수 있는 모든 것.
하지만 그러한 판타지 소설과 다르게 민혁은 애초부터 부자였고, 또 검소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그 습관을 배웠다.
하지만 아버지도, 공식 석상에선 품위유지를 하신다.
‘심지어 직원들에겐 돈을 아끼지 않으시지.’
아직도 민혁은 의아했다.
때론 버는 만큼 써야 한다. 그 의미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현재 민혁은 천외제국 사람들로부터 1주일 동안 제발, 푹 쉬어달라는 말을 들은 상황이다.
과로에 의한 실신을 하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다 문득 민혁은 SNS를 떠올리고 들어갔다.
거의 2년에 한두 번꼴로 들어오는 것 같다.
민혁은 한 5개월 전 로크의 말을 떠올렸다.
-형이 이번에 넘보르기니 샀다, 이 말이야! 그것도 세계에 50명한테만 파는 한정판!
민혁은 자랑하고 과시하는 걸 좋아하는 SNS에 로크의 그런 사진이 도배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쁜 건 아니지.’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로크는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보일 수도 있었고, 말 그대로 그가 스스로 땀 흘려 번 돈이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그의 SNS에는 그런 사진들 하나 없고 두 개의 게시물이 존재했다.
하나의 게시물은 운동을 하며 헤드셋을 낀 로크.
멋진 남자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그 밑에 이런 말을 써놨다.
[뜨겁다. 마치 이 나의 몸처럼.]“…….”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 그는 이번엔 글만 올라와 있는 게시글을 클릭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그의 눈에 선하다.
넘보르기니가 한국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매일 노래를 부르던 그를.
그런데 팔았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댓글창을 확인했다.
가장 많은 좋아요가 있는 댓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애초에 분수에 맞지 않았음 ㅋ, 느그 민혁이는 그 넘보르기니 살 돈 기부하는데, 너는 허세샷이나 올리고 또 느그 민혁이는 차도 없는데, 자동차 값하는 시계나 올리고.]“…….”
민혁은 어이가 없어졌다.
놀랍게도 게시글엔 그러한 댓글들이 상당한 수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 시작은 ‘너희 민혁이는’이다.
황당한 일이다.
민혁과 로크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왜 여기서 비교를 하는가?
민혁은 보았다.
그저 민혁이 천외제국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그 수장보다 못한 네가 그러냐는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이 가득한 걸.
시샘, 질투, 비꼬기.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로크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민혁이 다른 사람들 SNS에도 들어갔다. 그들 모두가 차나, 집과 같은 사진 한 장 있을 법한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인간은 전부 과시욕을 가지고 있다.
이건 기본적인 욕구다.
‘듣지 않아도 될 욕을 나 때문에 듣네.’
물론 민혁은 그렇다고 자신의 이런 씀씀이를 경멸하게 되거나 하진 않았다.
얼핏 알게 되었을 뿐이다.
‘쓸 땐 써야 한다는 거.’
민혁이 품에 손을 넣었다.
블랙카드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민혁은 못 쓴 게 아니다.
‘안 쓴 거지.’
그러고 보면 자신은 길드원들의 무척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하이랭커들은 자신에게 수백억 이상의 가치를 안겨준 자들이었다.
그저 고맙다는 것으로, 마음만 있으면 중요하다는 것 말고.
‘오늘은 플렉스의 민혁이가 되어보자.’
자신이 가진 것으로, 그들에게 보답하려 한다.
플렉스의 민혁.
그의 통장엔 약 7천억이 있었고, 아버지가 몰래 개설해 줄 통장엔 8천억이 있었으며, 그가 추후 가질 일화그룹의 시총은 600조에 이른다.
그리고 황제인 그가 가진 천외제국의 값어치는 100조 이상이다.
* * *
부의 상징.
오로지 재벌만이 살 수 있다고 알려지는 넘보르기니 매장.
신입사원 이현수는 넘보르기니 딜러이자 팀장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혼을 내는 그가 눈알을 부라렸다.
“아니, 딱 봐도 거지랑, 부자랑 구분이 안 돼? 대충 구경하러 온 손님놈들은 무시하고 치렁치렁 달고 온 사람들한테 집중하라고.”
“하, 하지만…… 그래도 손님이잖…….”
“손님? 돈도 없는데 뭔 손님?”
팀장 김대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돈도 없는 것들이 SNS에 한번 올려볼까, 한번 구경해 볼까, 하는 애들이 손님이냐? 거지새끼들이지.”
“…….”
이현수는 말문을 잃었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내가 일 년에만 여기서 넘보르기니 몇 대나 파는 줄 알아? 그런 애들 말고, 내가 진짜 넘보르기니 탈 만한 사람이지.”
그가 꽤 우수한 판매량을 가졌다는 거다.
이현수는 돈을 떠나 손님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다.
자신도 언젠간 저런 좋은 차를 타보겠다는 꿈을 가졌고, 구경 오는 자들도 결국 그런 꿈을 가졌다.
그 꿈을 김대현은 거지새끼들이라 말하고 있다.
회의감이 밀려왔다.
‘천외제국 분들한테 취직했다고 자랑했는데.’
아무나 취업할 수도 없는 이곳.
이곳에 들어온 걸, 천외제국 길드원분들에게 자랑한 이현수다.
자신도 이 좋은 차를 많이 팔아, 이런 차를 타고 말겠다는 꿈이 희미해져 간다.
“딱 봐도 없어 보이는 애들한텐 물도 주지 마. 아, 특히나!”
김대현이 눈알을 부라렸다.
“차에 손 못 대게 해! 알았어? 아니, 아예 보여주지도 마!”
“아, 넵!”
그리 말한 김대현이 딱 봐도 부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웃으며 달려갔다.
“아이고! 사모님, 오셨어요?”
그때, 옷매무새를 추스르던 이현수가 딸랑이는 소리를 들었다.
‘와, 크다. 모델?’
이현수는 대현에 의해 시계나 옷, 그 모든 브랜드를 다 외워버린 지경이다.
그런 것들로 사람을 판단해, 차를 팔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방금 전, 사내가 타고 왔던 택시가 막 출발했다.
사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김대현은 눈길도 주지 말라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도 못 잡는 손님에게 이현수가 조심스레 다가갔다.
‘나는, 내 식대로 할 거야!’
그것은 오기였다.
고개를 정중히 숙여 인사한 이현수는 사내가 그 흔한 브랜드 옷 하나 걸치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러나 꽤 깔끔한 청바지에 휜 티를 입었으며 챙모자와 마스크를 꼈다.
“어서 오세요!”
최대한 예의를 차린 이현수의 말에 사내가 맞추어 상체를 작게 숙였다.
“차 좀 볼까 하는데요?”
“네, 이리로 오시죠.”
이현수가 예의를 갖춰 차를 소개하려는데, 사내가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갈증이 너무 나는데, 마실 것 좀 있나요?”
“아…….”
이현수는 물도 주지 말라던 김대현의 말에 망설였으나 곧 물을 가져와 건넸다.
“냉장고에 넣어둬서 시원할 겁니다.”
“크, 물맛 좋네요.”
작게 감탄한 사내의 웃음이 들린다.
‘응? 목소리가 익숙한데?’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둘이랴?
차를 보여달라는 말에 이현수가 그를 차 앞으로 안내했다.
“와, 이쁘네요. 이런 차는 처음이라. 하하, 사실 지금도 차가 아예 없어서요.”
“하하, 괜찮아요. 저도 아직 차 없거든요. 다 그렇죠. 뭐!”
이현수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런 분이 나중에 성공해서 한 대 팔아주시면 좋은 것 아닐까? 자신도 그땐 성공해서 이런 차를 타고.
사내가 조심스레 차 문으로 손을 뻗었다.
“내부 좀 봐도 되나요?”
“네, 물론…….”
“야!”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대현이 달려왔다. 결국 사모님들이 계약을 하지 않자 화가 난 그가 그를 끌어당겨 속삭였다.
“내가 이런, 싸구려 옷 입은 애들한테 물도 주지 말고, 차 보여주지 말랬지?”
그는 위아래로 대놓고 사내를 훑어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사내가 당황한 듯 멈춰 있었다.
그러다 곧 김대현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손님. 이제 곧 점심시간이라 차를 보여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나가주시면 좋겠네요.”
대놓고 문전박대였다.
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에도 차 볼 수 있…….”
“하하, 죄송합니다.”
“…….”
사내는 잠시 김대현과 이현수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오늘 결제하려고 했는데도 안 되나요?”
“손님께서요?”
김대현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위아래로 쓰윽, 훑었다.
“하……!”
일부러 들릴 듯 말 듯 코웃음을 쳐주고 웃는 김대현이다.
“그래도 점심 지나고 오시죠.”
“기분 나쁘네요. 사람을 위아래로 훑고, 대놓고 코웃음 치시고.”
사내가 양 팔짱을 꼈다.
“이현수라는 사원분께선 안 그러신데. 제가 입고 있는 복장 때문에 그런가요?”
그가 자신의 티셔츠를 매만졌다. 그에 김대현은 상대도 하기 싫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살 돈도 없으신 분이 와서 이러는데 제가 짜증이 안 나겠습니까? 나가주…….”
“살게요.”
“……?”
그가 곧 품속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블랙카드.
애초에 블랙계열의 카드는 대부분 VVIP들에게 지급되는바.
심지어.
‘에이플?’
에이플의 이름이 써져 있다. 그 카드에 대한 정보가 김대현에겐 없었으나 순간 감이 왔다.
‘블랙카드는 대부분 한도가 없다……!’
그리고 사내가 말한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그가 손가락 하나로 차 한 대씩을 가리킬 때마다 이현수와 김대현의 눈이 커다래졌다.
상황을 인지한 지점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여기 매장에 있는 거 전부. 추가로 열 대 더.”
“……!”
“……!”
순간 김대현의 숨이 턱 하니 막힐 것 같았다.
한 번에 자그마치 스무 대 이상이다.
그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려던 때 이현수가 설명했다.
“하지만 손님. 저 차들 전부 합치면 160억인데, 리스나 할부가 많이 부담되실…….”
사내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현수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일시불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