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15
밥만 먹고 레벨업 216화
그는 애초부터 아벨에게 정보를 들어 알고 있었다.
베론의 퀘스트는 400레벨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느냐?
아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민혁은 이곳에 오자마자 알았다.
‘아, 베론 님은 육식을 못 하시겠군!’
이 근처엔 야생동물이 없다.
그리고 일단 그와 가까워져야 한다. 농사를 돕자. 그리고 친해졌을 때 유도하자.
사실 이 방법은 되면 좋을 뿐이었다.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성공한 것.
민혁의 입가가 짙게 찢어졌다.
‘흐흐흐흐!’
먹기 위해 뭐든 하는 민혁의 치밀한 계획이 성공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 * *
“응?”
여유롭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받치고 있던 김대식 부장이 상체를 일으켰다.
“뭐야?”
[베론이 민혁 유저에게 지름길을 안내합니다.]“……!”
김대식 부장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 이민화 씨!”
깜짝 놀란 김부장이 서둘러 이민화를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잠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들긴 이민화가 답변을 내놓았다.
“민혁 유저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인 ‘매력의 먹방’이 발동된 것 같습니다.”
“매력의 먹방? 그게 뭐지?”
“저희 사이에서 하는 말입니다. 민혁 유저는 먹으면서 남들을 배고프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높은 NPC들에게도 그 힘은 적용되지요. 그리고 민혁 유저는 그 사실을 알고 이제 이용하는 경지에 이른 겁니다.”
“그, 근데 이래도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습니다. NPC들의 자유도가 너무 높으니까요. 설정상은 그렇게 되어 있지만 그 자유도는 막기 힘이 듭니다. 문제는…….”
이민화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베아스 마을은 400레벨대의 유저들만이 입장 가능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
“입장 퀘스트도 전부 400레벨부터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있고요.”
김부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이민화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 300레벨대의 유저가 입장하니, 다른 유저들은 의아함을 품을 겁니다. 400레벨대의 유저들만 입장해 있으니까요. 그리고 항의하겠죠. 버그 아니냐고. 그런데 버그는 아니라는 거죠.”
“…….”
김대식 부장은 벙찐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았다.
스스로가 가진 ‘패시브 스킬 매력의 먹방’을 이용해 설정을 비트는 유저라니?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그리고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걸 그는 몰랐다.
* * *
민혁은 베론으로부터 안내받은 지름길을 통해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더 편하게 베아스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아스 마을에 발을 들이셨습니다.] [명성 100을 획득합니다.] [베아스 마을에는 1주일만 머물 수 있습니다.]베아스 마을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기에 주는 보상인 듯했다.
이처럼 간단하게 베아스 마을에 도착한 것.
이는 상당한 특혜였다.
다른 유저들은 베아스 마을 퀘스트를 받고 그 어려운 퀘스트를 하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베아스 마을을 훑어본 민혁은 듣던 대로 마을의 크기가 매우 협소하고 NPC나 유저가 아주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바로 베레스트산이 펼쳐져 있었다.
새하얀 눈이 내린 베레스트 산맥.
민혁은 아벨의 정보대로 움직였다.
베아스 마을에서 약초꾼 ‘루크’를 만나라고 했다.
루크의 위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약초꾼의 모습으로 늙은 노인이었다.
그가 말했다.
“천년설삼의 정보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원한다면 베레스트 산맥에 있는 포악한 에티의 발톱 서른 개를 가져오게, 요즘 놈들의 숫자가 많아져서 약초를 캐러 가는 게 힘들더군.”
흔하디흔한 퀘스트였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루크가 물었다.
“아, 자넨 직업이 뭔가?”
“요리사입니다.”
“요리사라…….”
그 말에 루크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천년설삼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말에도 민혁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천년설삼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서요.”
루크는 ‘요리사’가 어찌 그걸 가져올 수 있겠는가 하고 우려했다.
그런데 그가 사라지고 1시간 만에 돌아왔다.
“……!”
루크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포악한 에티의 발톱 서른 개를 가져오는 퀘스트를 민혁이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 빨리 수행했기 때문이다.
‘아, 생각해 보니 아니군. 로브를 둘렀던 마법사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지.’
둘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든 루크가 말했다.
“생각보다 자네 강하군.”
“헤헤, 감사합니다.”
“천년설삼은 사실 베레스트 산맥의 가장 높은 곳에 숨겨져 있지. 그 위치는 봉우리의 근처라는 것만 알고 있네. 하지만 명심하시게.”
루크가 임팩트를 주어 말했다.
“천년설삼은 약초꾼인 내가 자그마치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찾지 못한 전설속의 명약이라는 사실을 말일세.”
베레스트 산맥에 대해서 누구보다 꿰고 있을 약초꾼 루크!
그가 자그마치 30년이나 찾아 헤맸지만 찾아내지 못한 명약!
그러한 명약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루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때문에 사실 난 천년설삼이 허구에나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 30년이네. 자그마치 30년! 그 30년 동안 나는! 천년설삼의 잎사귀조차도 보지 못했단 말일세!”
그리고 억울했던 30년을 토해내듯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민혁은 재료추적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네, 내 말 듣고 있는가!? 천년설삼은 허구일 뿐이야. 괜한 사람이 시간을 빼앗기는 걸 보고 싶지 않구먼! 영원히 찾지 못할 거야! 절대로~ 영원히 말일세에에에! 나와 동고동락했던 약초꾼 바렌은 20년 동안 찾아 헤매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네!”
하지만 그 순간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으니.
[재료 탐색에 성공합니다.] [천년설삼은 마력양을 영구적으로 높여주는 희대의 명약입니다.] [식신의 요리 스킬 1레벨부터 요리 가능.] [추천하는 메뉴. 삼계탕.]그리고 민혁의 앞으로 화살표가 떠올랐다.
천년설삼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화살표였다. 그 화살표를 보며 억울한 30년의 세월에 대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치는 루크를 보며 가슴 한 구석이 짠해졌다.
민혁은 ‘하하하’ 하면서 문을 열고 나서려 했다.
그러던 중, 루크가 말했다.
“그리고 천년설삼은 아니지만 그에 비견하는 또 다른 재료는 알고 있네. 차라리 그걸 찾는 게 더 빠를 걸세!”
“……네?”
민혁은 걸음을 멈추고 루크를 돌아봤다.
“자네, 만년의 감자라고 들어봤나?”
“만년의 감자요?”
맛있는 것에 대한 정보였다.
민혁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만년의 감자. 이 만년의 감자의 탄생 일화는 어마어마하지. 우리 베아스 마을의 전설과 같아.”
민혁은 나가기 위해 잡았던 문고리를 놓고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만년의 감자는 이 베레스트 산맥의 지배자인 ‘고대의 군주’가 품고 있다고 하네.”
“고대의 군주요?”
고대의 군주.
그 다섯 글자에 민혁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 고대의 군주. 예로부터 내려온 전설일세. 고대의 군주는 한땐 아주 온화하고 지적인 통치자였다고 하네. 하지만 어느 날. 악마 베로스의 끔찍한 정신 세뇌에 걸려 갈수록 미쳐가 폭군이 되었지. 그때 고대의 군주를 섬기던 다섯 기사가 폭군이 되어버린 그를 막기 위해 싸웠다고 하네. 그들이 바로 ‘고대의 다섯 수호자’들이지. 그러한 고대의 다섯 수호자는 그를 궁지로 모는 데 성공했으나 차마 자신들의 왕인 아르간을 죽일 수는 없었다네. 그래서 자신들의 생명을 이용해 고대의 조각품 안에 그를 가두었고 그것을 다섯 개로 쪼개어 나눠 가졌다네. 그 다섯 조각을 가진 그들은 세계 곳곳으로 갔다네. 그리고 그곳에서 조각품과 함께 잠들었지. 그 조각조각에는 군주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이 함께 봉인되어 있다고 하네.”
“음식이 함께 봉인되다니. 왜 그런…….”
민혁은 다소 이해할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충성스러웠지.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군주를 처단했으니 괴로울 수밖에.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그들은 조각 안에 군주를 잠재우면서 그를 기리기 위해 음식 재료를 함께 넣었네. 그리고 그 음식 재료가 시간이 흘러 조각의 힘을 받고 썩지 않은 채, 천년설삼 같은 힘을 내는 재료가 되었지. 그리고 조각들은 매 주기가 될 때마다 군주의 힘의 1/5의 힘을 품고 깨어난다네. 아주아주 강하고 흉폭하지. 하지만 사냥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네. 그래서 주기마다 이방인들이 함께 모여서 사냥을 하곤 한다네.”
“아…… 그렇군요!”
민혁은 그제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들어본 적이 있다.
세계 유저들이 함께 모여 레이드하는 ‘고대의 군주.’
다만 그를 사냥해서 이제껏 음식 재료를 얻은 이는 들어보지 못했을 뿐.
아마 드랍률이 아주 극악인 듯했다.
“도전한다는 것은 말리지 않네. 하지만 추천은 하지 않네.”
민혁은 곧 이어 들려온 알림을 들었다.
[협력 퀘스트: 고대의 군주 사냥]등급: SS
제한: 루크와의 친밀도.
보상: 군주의 보물상자.
실패 시 패널티: 베아스 마을로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음.
설명: 세계인들이 함께 참여 가능한 고대의 군주 사냥 레이드 퀘스트다. 이제 곧 그 주기가 다가온다.
민혁은 일단은 수락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화살표 방향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론이 떠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절대 못 찾을걸세…….”
베론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30년의 허송세월을 보여주는 듯했다.
* * *
화살표를 따라가던 민혁.
그는 곧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가 고개를 갸웃한 이유는 하나였다.
갑자기 화살표가 베레스트 산맥 꼭대기의 다른 곳을 가리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야?’
그러면서도 민혁은 계속 베레스트 산맥을 올라갔다.
베레스트 산맥은 보통 빙속성 몬스터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눈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베레스트 산맥은 주는 것이 너무 짰기 때문이었다.
이 베레스트 산맥과 마을 자체는 어찌 보면 그저 ‘만남의 장’밖에 되지 않아 거의 버려지듯이 했다.
심지어 베아스 마을은 입장 기간이 1주일밖에 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올라가던 민혁은 또다시 멈칫했다.
‘화살표가 또 바뀌었다……?’
그제야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천년설삼의 위치는 계속해서 바뀐다……!’
그는 이제야 사람들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민혁에겐 무용지물!
재료추적은 바뀐 위치마저 안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어느덧,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의 끝에 도착했다.
그리고 무릎까지 솟아있는 눈 밑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민혁은 눈들을 힘껏 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밑에 이 추운 날씨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잎사귀를 볼 수 있었다.
민혁이 손을 뻗어 천년설삼을 조심스레 파냈다.
[천년설삼을 획득합니다.]“이것이 천년설삼!”
천년설삼. 자그마치 천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라온 산삼이다.
현실에서 100년이 된 산삼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한데, 천년은 오죽하겠는가?
민혁은 보자마자 힘이 불끈불끈 솟는 듯했다.
‘자, 이제 삼계탕을 끓여볼까? 흐흐!’
하지만 곧 민혁은 이 주변은 바람이 너무 불고 춥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 삼계탕 국물 한 번 쭈욱 들이켜 주면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리겠지만 이 정도라면 조리를 하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그러다 아차 했다.
아까 오기 전에 본 작은 동굴이 생각난 것이다.
그는 걸음을 옮겨 그 동굴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