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1
밥만 먹고 레벨업 61화
쟌은 황제에게서 아까 전 민혁의 냄새를 맡았다.
거기에 더해져 인근의 신하들은 이 비슷한 상황이 몇 번 있었던 듯한 표정이었다.
“돌아가자.”
엘레가 몸을 돌렸다.
그가 사라졌다고 하니, 더 이상 대회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다시 안쪽으로 걸어가는 엘레.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거…….’
그 말에 엘레는 피식하고 웃음 지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엘레는 그 마음을 끔찍하게도 이해했다.
돈도 가졌다.
뛰어난 검술도 가졌다.
이필립스 제국도 가졌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매일매일 가지고 또 가져도 부족한 게 존재한다.
바로 ‘맛있는 음식’이다.
한때 엘레에게는 유일한 인생의 낙이었고 안식처가 되었다.
그 때문에 다소 무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엘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적, 자신도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순수한 건가……?’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았다.
우뚝 걸음을 멈춘 그녀.
그녀는 그가 있었을 자리를 돌아봤다.
‘랜. 당신은 어째서 그에게 엘레의 식칼을 주셨나요?’
그가 인정한 사내.
엘레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른 시일 내로 그는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 * *
황제의 도시 프라셀.
그곳에서 레빗은 냉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현실에서도 냉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가 가게를 연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맛있는 냉면!’
냉면은 여름에 먹으면 더위를 가시게 해준다.
그리고 겨울에 먹으면 또 그것대로의 별미이다.
시원한 물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고 적당히 배합한 후에 살얼음이 동동 뜬 그것의 국물을 수저로 한 번 퍼서 먹어주면 입안 가득 시원한 냉면의 맛이 한가득 퍼진다.
또 비빔냉면은 어떠하던가, 붉은 다진 양념, 그리고 가득 올라가 있는 배와 오이, 고기 고명 하나와 삶은 계란 반쪽.
여기에 냉면 육수를 조금 부어주고 계란 노른자를 꺼내서 으깬 후에 붉은 양념과 만나게 한 후 면 전체를 비벼준다.
거기에 돼지 양념갈비나 소 양념갈비를 얹어서 함께 먹으면?
매콤달콤하면서도 쫄깃쫄깃 시원한 비빔냉면의 맛에 한 번 웃음 나오고 달콤하면서도 뜨뜻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의 맛에 두 번 웃음이 난다는 거다.
그런 냉면 상점은 지금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뭐야, 어디 갔어?”
파리가 날리는 냉면 상점의 한편에 앉아서 대회를 보고 있던 레빗은 고개를 갸웃했다.
압도적인 실력, 뛰어난 피지컬, 거기에 잘 먹는 캐릭터를 가진 이번 대회 우승자가 갑자기 뿅 하고 사라진 것이다.
때문에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대회를 보고 있던 레빗도 의아할 수밖에.
누구라도 이번에 루시아를 제치고 떠오른 강자에게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하, 대회 돌아가는 꼴 보소. 쯧!’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몸을 일으킨 레빗.
그는 ‘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입 밖으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어어어어!?”
“안녕하세요! 냉면 좀 포장하려고요!”
“……혹시 대회 우승자.”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그는 설렘에 겨운 표정으로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물냉면 100그릇하고 비빔냉면 100그릇 포장할 건데, 되나요?”
“……에?”
레빗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합쳐서 200그릇이었다.
그 많은 걸 어디에 쓰려고?
“대, 대회 우승 기념으로 사람들한테 나눠줄 건가요?”
“아뇨. 제가 다 먹을 건데요!”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웃는 민혁.
그리고 덧붙였다.
“듣기론 여기 냉면이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던데, 주인분도 잘 생기시고.”
“하핫! 그렇긴 하죠. 포장도 물론 됩니다!”
레빗은 그의 말솜씨에 웃었다.
우승자가 자신의 가게를 찾아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가 자신의 가게에서 냉면을 사 간다는 게 기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요리를 맛볼 생각에 기대하는 이를 보고 싫어할 이는 아무도 없다.
레빗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저희 가게 냉면은 함흥냉면으로 면을 가늘게 해서 사용합니다. 또 가게 안에 면을 뽑는 기계가 있죠.”
“오오오오, 사서 쓰는 게 아니군요!”
“그럼요, 사서 쓰는 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이렇게 직접 만들기 때문에 면은 더 쫄깃합니다.”
“아저씨.”
“네?”
그 부름에 레빗은 고개를 갸웃하며 홀 쪽을 빼꼼 바라봤다.
“저 너무너무 설레요!”
설렌다.
그 말을 듣고 레빗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청년이다.
설렌다는 의미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뜻한다.
또한, 냉면이 맛있어서 가게를 운영하는 레빗은 더욱더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설레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그 때문에 레빗은 최선을 다해서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이나 배, 같은 건 얼마나 올려드려요?”
“오이는 평범하게, 배는 최대한 많이요!”
달콤하고 아삭아삭한 배는 냉면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녀석이다.
“먹을 줄 아시는군요.”
그가 대회 우승자라는 사실도 잊은 레빗.
그는 단 한 사람인 그를 위해 냉면을 열심히 요리했다.
“참, 요리 완성될 때마다 제 인벤토리에 좀 넣을게요.”
“아, 네.”
그렇게 한다고 200인분의 냉면이 안 불진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레빗은 포장 용기에 담긴 냉면을 내놨다.
그때마다 민혁은 식품 보관 인벤토리에 담았다.
그렇게 레빗은 총 220그릇의 냉면을 주었다.
“20그릇이 더 많은데요?”
“서비스입니다.”
“감사합니다, 번창하실 거예요!”
그 말에 레빗은 빙그레 웃었다.
계산을 끝마치고 문득 레빗은 궁금해졌다.
“근데 정말 냉면만 드시나요?”
“아뇨!”
민혁은 해맑게 웃으며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소 생갈비랑 같이 먹을 거예요!”
“캬!”
절로 레빗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소갈비와 함께 먹는 냉면은 언제든 맛있다.
하지만 곧 민혁의 얼굴이 다소 시무룩해졌다.
“근데 소 양념갈비는 먹기 힘들 것 같아요.”
“왜, 왜죠?”
그의 서글퍼진 표정에 레빗은 자신까지도 서글퍼지는 느낌을 받았다.
“숙성해서 오랫동안 재워 놓아야잖아요.”
소 양념갈비는 양념에 버무렸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소 생갈비도 맛있긴 하다.
하지만 냉면과 함께라면 소 양념갈비가 진리.
민혁은 한 1주 있다가 소 양념갈비를 먹고 오늘은 일단 소갈비로 아쉬운 입맛을 달래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레빗.
그는 시무룩해 하는 이 앞의 손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 게 있었다.
“인근에 돼지 양념갈비 집에 가면 켈로 씨가 바로 숙성을 시켜줄 겁니다!”
“에?”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켈로 씨는 숙성의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졌는데, 알기로 몇 주간 숙성시킬 것을 한 번에 시킬 수 있는 스킬을 가졌다고 들었거든요.”
“오오오, 그런 대단한 능력이 세상에 존재하나요!?”
민혁은 마치 ‘전설템’이 어딨는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흥분한 표정이었다.
이어 레빗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번 켈로 씨를 만나보세요.”
“넵!”
민혁은 예의 바르게 꾸벅 상체를 숙여 보이고 가게를 나섰다.
나선 그를 보며 레빗은 입맛을 다시었다.
“와…… 소 양념갈비랑 냉면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입안에 절로 침이 고였다.
그러다 그는 멈칫했다.
“대회에선 왜 사라지신 거야?”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 * *
민혁은 신이 나서 달렸다.
그는 레빗이 알려준 덕분에 켈로라는 자를 만났고 고기를 단 몇 분 만에 완벽하게 숙성시킬 수 있었다.
그의 스킬을 배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그것은 그가 가진 히든 클래스인 ‘숙성의 달인’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듣기로 그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매일 다양한 요리들을 숙성시켜서 히든 클래스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민혁은 켈로로부터 숯도 구매할 수 있었다.
그가 준 숯은 불을 한 번 붙이면 12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 마법의 숯이라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수우우우웅!
“지금 뭐가 지나간 거지?”
“그러게.”
황제의 도시 프라셀의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린 그에 의해 놀랐다.
민혁은 헤이스트에, 바르디 검술까지 사용하여 속도를 높여서 달리고 있었기 때문.
곧이어 그는 한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한적함.
민혁은 미노타우르스를 잡고 재료습득을 하자마자 소고기의 모든 부위, 뼈까지 통째로 습득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미노타우르스가 통째로 민혁의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과 같았다.
결정적으로 괴식의 식신에 따르면 일반 재료보다 더 맛있다고 쓰여 있지 않던가.
그는 기쁨에 겨워 입가가 씰룩였다.
먼저 숯에 토치를 이용해 불을 지핀 후에, 그 위로 구매해온 사각형의 뻥뻥 뚫린 불판을 깔았다.
그리고 주변으로 저번에 삼겹살을 먹을 때랑 비슷했던 재료, 상추, 깻잎, 명이나물, 얇게 썬 마늘, 쌈장과 같은 것이 있었다.
여기에 추가된 것은 연초록빛을 띠는 쌈무와 얇게 썬 양파와 소스, 그리고 물냉면과 비빔냉면이었다.
도마 앞에서 민혁은 요리를 시작했다.
그의 앞에는 육회용 소고기, 즉 우둔살이 있었다.
육회용 소고기는 보통 홍두깨살과 우둔살이 주로 사용된다.
그리고 민혁이 선택한 부위는 다름 아닌 우둔살이었다.
우둔살은 홍두깨살보다도 훨씬 더 씹을 때 부드러운 맛이 있는 녀석이다.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먼저 민혁은 우둔살을 칼을 앞으로 밀면서 얇게 썰었다.
쓰윽-
쓰윽-
얇게 썰려 나가는 우둔살은 척 보기에도 먹기 좋아 보였다.
붉다.
딱 이 말이 어울렸다.
붉은 우둔살 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톡 건드리면 꿈틀거리며 움직일 것만 같다.
그것들을 얇게 썰어 낸 후에 썰린 고기들을 키친타올을 이용해서 핏기를 쭉쭉 빼줬다.
[핏기를 뺀 우둔살은 양념이 잘 배어 들고 더 쫀득쫀득한 식감을 가지게 됩니다.]식신의 요리습득의 알림이 들려온다.
핏물을 쫙 빼낸 후엔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다진 마늘 두 숟가락을 먼저 담고 그다음 고소하고 감칠맛을 더해줄 참기름을 두 숟가락 넣어준다.
거기에 설탕 한 스푼, 올리고당 한 스푼, 통깨 반 스푼, 후추를 톡톡 뿌려준다.
여기에 매실액을 추가해 줘도 좋다.
그 상태에서 양념장을 섞어준 후 잘 썬 우둔살에 부은 후 조물조물 양념해서 둥글게 말아준다.
붉고 둥그런 육회는 새하얀 그릇 위에 옮겨 담아주고 그 옆으로 무순 여러 가닥을 깔아준다.
거기에 황금 알을 낳는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을 톡 깐다.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준다.
흰자는 민혁이 쭈르릅 마셨다.
음식을 버리는 건 나쁜 거라는 생각을 가진 그다운 행동이었다.
거기서 분리된 노른자를 육회의 중앙에 떡 하니 올린다.
그리고 배를 얇게 채 썰어 그 옆으로 쫘르륵 나열해 준다.
새하얀 접시 위에 담아진 육회.
그 위로 마치 하늘에 뜬 달처럼 둥그런 계란 노른자, 그 옆의 무순과 채 썬 배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맛있는 꽃이 나타난 것 같다.
꾸울꺽-
민혁의 목울대가 절로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 아직이다.
아직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지 않았다.
집게로 그릇 위에 있는 고기를 집는다.
양념이 잘 배어든 소 양념갈비는 뼈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말려있다.
그것을 집어 올리자 부드럽게 펼쳐지고 불판 위에 올리는 순간.
치이이이이익!
황홀한 소리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