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91
밥만 먹고 레벨업 692화
교황 크로나드는 신들과 싸우기 위해 어째서 신화 속의 신전인 에반게르를 만들려고 하였는가?
잘 생각해 본다면 이상한 일이다.
신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강한 무기’를 제작하거나 혹은 ‘강한 스킬’을 만드는 것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황 크로나드와 그와 함께했던 다른 교황, 성기사, 성녀, 사제들은 모두 에반게르를 만드는 것에 동참했다.
그 간단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에반게르를 얻게 될 자는 에반게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힘들을 거머쥐게 된다.
또한 신화 속의 신전 에반게르의 방어력은 어지간한 자들이 부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외에 신화 속의 신전이라는 말이 어울리게도 많은 특혜들을 에반게르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교황 크로나드와 신화 속의 신전 에반게르를 깨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였던 자들이 원하던 것들은 그게 아니었다.
‘에반게르의 주인이 인정한 기사.’
신화 속에 내려져 오던 이야기에 따르면 에반게르의 주인은, 에반게르가 완전해졌을 때 10명에게 에반게르의 기사 자격을 임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에반게르의 기사로 임명된 자는 일정 시간 동안 말도 안 되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인간 중에선 그 당시 신들을 벨 수 있는 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교황 크로나드는 신조차 벨 수 있는 힘을 거머쥘 자들을 만들기 위해 신전 에반게르 설립에 최선을 다했던 것.
그리고 지금.
[에반게르의 주인이 인정한 첫 번째 기사가 되리라.] [당신의 모든 스텟과 스킬이 변화합니다!]지니의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물들며, 그녀의 눈동자 색도 하얗게 물들었다.
새하얀 피부를 가진 지니는 백발의 머리카락과 하얀색 눈동자 역시 어울렸다.
그녀에게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HP와 MP가 50% 증가합니다!] [모든 스텟 39%가 상승합니다!] [채찍의 절삭력이 60% 증가합니다!] [채찍의 스킬 데미지가 50% 증가합니다!] [당신은 에반게르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악한 자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40%씩 증가합니다.] [버프 유지 기간은 하루입니다.]교황 크로나드는 에반게르의 완성에 다가갈 때, 다소 아쉬웠다.
자신의 생각만큼 엄청난 상승효과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크로나드는 생각했었다.
‘신전 에반게르는 악한 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신전.’
에반게르의 버프 효과를 보면, 악한 자들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40%씩 증가한다.
그 상태에서 다양한 버프 효과를 받는다.
악한 자에게 있어서 에반게르는 지옥의 신전과 같은 것이었다.
“키햐아아아악!”
“키헤에에에에엑!”
에반게르의 바깥이 소란스럽다. 지옥군단과 마물들이 갑작스레 등장한 에반게르를 경계하기 위해 포위한 것이다.
지니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니의 주변으로 밝은 빛의 오오라가 번져 나가고 있었다.
에반게르의 두 번째 기사를 향해 민혁이 다가갔다.
그는 바로 ‘창신 밴’이었다.
* * *
렉스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에반게르……? 도대체 에반게르가 뭐야?’
물론 세상에 울려 퍼진 알림을 통해서 에반게르가 어떠한 곳인지에 대해선 들은 바 있다.
그렇지만 어떠한 힘을 내는 곳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활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모습에선 민혁이 여러 가신들을 기사로 임명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건 있었다. 지금 저 에반게르라는 신전이 온전한 힘을 부리기 전에 부숴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신화 속의 신전 에반게르에서 식신 민혁은 가신들과 길드원을 기사로 임명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가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을 기사로 임명하는지는 알 수 없군요. 그나마 문 안으로는 마물들과 지옥군단이 출입할 수 없는 듯 보입니다.] [화려한 퍼포먼스라면 성공했습니다. 방금 전 에반게르의 등장 모습은 저조차도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멋졌으니까요.]해설자들과 시청자들은 에반게르를 둘러싸기 시작하는 마물들과 지옥군단을 보며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신전 에반게르의 열린 문에서 지니가 걸어 나왔다.
그녀가 걸어 나온 순간 엄청난 공격세례가 그녀에게 퍼부어진다.
해설자들과 시청자들은 보았다.
500레벨이 넘는 지옥전사들은 천외국 간부진급들도 몇 마리 이상 사냥이 힘들어 보였었다.
그런 그녀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백발의 기다랗게 기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그녀의 채찍이 펼쳐진다.
‘멍청한……! 적들이 저리 많은데 혼자 나오다니!’
렉스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찢어졌다.
지니는 천외국의 주축 중 한 명이었다.
그녀를 잡는다면 사기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지옥전사들이 그녀를 잡기 위해 단숨에 달려들었다.
그런데, 아름답게 선을 그리는 채찍이, 한 마리의 지옥전사를 후려친 순간.
화르르르르르르륵-
거대한 백화가 터져 나오며 지옥전사를 단 한숨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
“……!”
[……!] [……!]그대로 지니는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자유자재로 길어졌다 작아졌다 하는 채찍이 초당 수십의 적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했다.
또 때로는.
[채찍폭발.] [23% 확률에 따라 채찍이 2,600%의 추가 데미지로 폭발하며 반경 15m를 집어삼킵니다.]쿠화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백화의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을 휩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고작, 1분.
그 1분 동안 지니가 사냥한 적들의 숫자가 약 300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미친……!’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뒤를 이어 창신 밴이 등장했다.
창신 밴은 혼자서 많은 적들을 막아내고, 강한 자들을 찾아가 죽였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체력을 소모했고 심지어, ‘신을 꿰뚫는 창’의 지속시간이 끝나 초반보다 훨씬 약해졌다.
그러나.
“절대극창.”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백발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창신 밴. 쏟아지는 창의 비가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하나둘, 에반게르의 기사로 임명된 자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발도.”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카르의 검에서 뽑혀나간 힘이, 반경 50m를 집어삼키며 지옥군단과 마물들을 쓸어버린다.
그의 검 앞에, 레벨 550을 넘는 지옥의 존재도 단 한 번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곧바로, 소악마 엘피스가. 그다음으로 뱀의 신 엘리자베스가.
하나둘 걸어 나올 때마다 전장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었다.
개미는 아무리 많아도 코끼리는 이기지 못한다.
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해설자들과 시청자들은 그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미쳤습니다…….] [카메라가 천외국 상공에서 비추는 모습을 보면 새까맣게 득시글거리는 지옥군단과 마물들 틈에서 오로지 그들만이 환한 빛을 터뜨리는 등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발생되는 ‘백화’ 이펙트가 계속해서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주고 있습니다.]모든 열명의 기사들이 임명되고, 신전 에반게르가 흐릿하게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안에 있는 민혁은 지니에게 서둘러 귓속말했다.
[민혁: 지니, 금방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 줘.]민혁은 사실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신전 에반게르의 힘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추측하기로, 렉스는 더 강한 자들을 여럿 불러들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전 에반게르가 백화에 휩싸여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렉스는, 끊임없는 알림을 듣고 있었다.
[죽음의 신은 지옥군단과 마물 절반을 잃은 당신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전쟁에서 패배할 시, 당신의 모든 스텟 –50이 하락할 것입니다.] [스토리의 신은 죽음의 신에게 커다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전쟁에서 패배할 시, 당신은 스토리의 신의 자격을 박탈당할지도 모릅니다!]“…….”
렉스는 들려오는 알림을 들으며 얼굴을 구겼다. 그렇지만 곧 그의 입가가 찢어졌다.
‘천외국은 매번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래, 그들이 이겨낸 고난과 역경.
딱 여기까지였다.
렉스는 자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으로 무수히 떠올라 있는 알림창들 때문이었다.
[현재 기여도 3,313,624.] [타락의 신: 기여도 700,000. 소환 가능.] [뱀의 신: 기여도 600,000. 소환 가능.] [초대 창신 에레스: 기여도 300,000. 소환 가능.] [초대 마법의 신 벨로으: 기여도 300,000. 소환 가능.] [초대 검신 아브카: 기여도 300,000. 소환 가능.]죽은 자이고 렉스의 기여도만 있다면 그는 신화적인 존재들을 불러들이는 게 가능하다.
때문에 그는 마지막 한 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꺼번에 전부 소환하여, 몰살시켜주겠다.’
또한 그로 인한 스포라이트는 엄청날 것이었다.
렉스의 입가가 짙게 찢어졌다.
그 시각.
교황의 벽에 돌아온 민혁은 렉스의 생각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기여도가 쌓여 뱀의 신이나, 타락의 신 소환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일부러 한꺼번에 소환하여 몰살시킬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옳은 생각이었다.
한 존재씩 소환되었을 때에는 각개격파의 위험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혁에게 역시 준비된 강력한 아군이 존재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네. 과거의 약속처럼 자네를 위해 우리의 힘을 1회 빌려주지.”
교황 크로나드.
레벨 900대이지만 오블렌 소환에 의해 750레벨대까지 그 힘이 하향되었다.
그렇지만 그 뒤로 새하얀 날개를 가진 페가수스의 등 뒤에 타고 있는 군대가 기다리고 있다.
최고위 성기사, 교황, 성녀, 사제들로 이루어진 군대였다.
아군이 되었을 때, 민혁은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겁나 멋있잖아…….’
새하얀 사제복을 입거나, 빛바랜 풀 플레이트 아머를 두른 자들이, 날개를 펼친 전설의 몬스터 페가수스의 등 뒤에 올라 있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그때.
[……야, 나는 빼고 가냐?]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 순간.
쿠르르르르르르르르-
하늘이 어둡게 물들기 시작했다. 핏빛으로 가득해진 하늘.
크로나드와 성기사, 사제들이 깜짝 놀랐다.
하늘 위로 악신의 책 한 권이 생성되어 검게 빛난다.
악신의 여덟 권의 책 중 한 권.
바로 ‘악신의 군대’였다.
그 안에서 검은 갑옷을 두른 자들이 ‘악신의 괴마’라는 이름의 검고 흉악하게 생긴 말 위에 올라 등장한다.
[악신의 기사. Lv 631.] [악신의 괴마. Lv 540.]쉴 새 없이 걸어 나오는 그들을 보며 민혁은 감탄을 하기에 이르렀다.
‘깨어난 오블렌은 딱 하루. 진정한 악신의 힘을 발휘한다.’
그게 알림으로 들었었던 설명이었다.
그 숫자가, 얼추 성기사나 사제들의 숫자와 비슷하다.
민혁의 좌로 교황 크로나드와 성스러운 힘을 가진 절대자들이 있다.
그리고 민혁의 우로, 악신의 군대가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민혁의 품속에 있는 알쏭달쏭 조미료통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뚜벅뚜벅뚜벅-
민혁의 가슴이 떨려온다.
나의 친구, 오블렌.
나를 위해 영원히 잠들기를 선택했던 오블렌.
그를 깨우기 위해 노력했던 바로 나.
그리고 본모습은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그였다.
그가 천천히 그 공간을 걸어 나온다.
[악신 오블렌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악신 오블렌. 그는 당신을 누구보다 믿고 있습니다.] [악신 오블렌. 그는 당신을 누구보다 아끼고 있습니다.] [악신 오블렌. 그는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악신 오블렌. 그는 당신을 위해 살아가려 합니다.]민혁의 기억 속 오블렌은 슬픈 청년이었다.
매일 외로운 고독 속에서 혼자 책을 보며 웃고, 울고. 그러다 크로나드라는 자를 만나 배신당했다.
그는 어둠 속에 살아가던 인물이었다.
그런 악신 오블렌.
그가 슬픈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본다.
[악신 오블렌. 그는 수십억 명을 학살한 자입니다!] [악신 오블렌. 그와 함께라면 당신은 많은 신들의 질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악신 오블렌. 그와 함께라면 당신은 앞으로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오블렌.
그의 표정은 웃고 있기도, 슬퍼하고 있기도 하다.
그 슬픈 미소의 오블렌이 묻는다.
“……이런 내가 네 곁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오블렌은 수십억 명을 학살한 악마로 서술된 자였다.
그에 민혁은 하얀 이를 드러내 웃었다.
“항상 내 곁에 있어라, 오블렌.”
그제서야, 오블렌.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웃어 보인다.
민혁이 영상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아름답고 멋진 미소였다.
크로나드는 그 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새로운 세상의 신과 과거의 악신이,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