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11
밥만 먹고 레벨업 712화
세계 10인의 요리사이자 아테네 루베르트 길드의 마스터 블랙은 유년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가난했고 하루 세끼 맛있는 하루만 보낼 수 있다면 행복했던 블랙은 요리사를 꿈꾸었다.
그리고 ‘가난하든 부유하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겠다는 어린 꿈을 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요리사의 삶이 오로지 맛있는 요리만 할 수는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민혁은 자신과 달랐다.
‘순수하게 백성을 위해 요리한다.’
블랙은 민혁이 쓰러지기까지(?) 하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들을 위한 요리사가 되겠다던 나는 권력만 좇고 있었구나.’
그랬기에 다시 한번 되새겼다.
내가 어째서 요리사가 되었었는지를, 그리고 민혁과 천외국에 충성을 다하기로 드디어 결정했다.
이는 많은 루베르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민혁을 보고 큰 영감을 얻은바.
“우린 어떤 걸 하면 되는가?”
지금 일손이 크게 모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
블랙은 비장했다.
그리고 10분 후.
북-북-북-북-
“……?”
블랙은 동치미에 들어갈 무의 껍질을 쭈그리고 앉아 까고 있었다.
“아…… 블랙님, 여기 껍질 덜 까졌잖아요.”
“아, 어…… 응…….”
블랙.
그는 세계 10인의 요리사 중 한 명이다.
* * *
5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 동안 민혁은 정말 최소한의 잠만을 자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과장되게 일부러 피곤한 척도 하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전부 ‘거짓.’은 아니었다.
‘아무리 신의 의지 스킬이 사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정신적 피로가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리라.
실제로 계속해서 민혁은 자고 싶었고 쉬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올랐다.
또.
‘맛있는 게 먹고 싶다.’
그러한 욕구도 쉴 새 없이 샘솟았다.
그리고 민혁을 더 괴롭히는 것은 바로 압박감이었다.
일주일.
그 짧은 시간 안에 온 백성을 먹이겠다는 다짐을 한 민혁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요리된 양을 본다면 그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이제 고작 약 44%에 가까운 요리를 해낸 민혁이었다.
그리고 이미 민혁은 이러한 알림을 들었었다.
[직업 전용 퀘스트: 더 많은, 더 맛있는 요리를 진행 중이십니다.] [꽤 훌륭한 성과로 퀘스트를 진행 중이십니다.] [꽤 뛰어난 보상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사람이라면 무릇 이러한 상황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을 원하게 마련일 것이다.
그 때문에 이도 사실 아쉬운 게 사실이다.
‘1주일 동안 개수를 채우지 못한다면 며칠 요리를 더해 채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보상이 더 좋아지지는 않게 된다는 거였다.
현재의 속도로 본다면 온 백성을 위한 요리는 무조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를 지켜보는 커뮤니티 유저들도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정말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노력했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온 백성을 먹일 요리를 1주일 안에 만들겠다는 말은 너무 터무니없긴 했죠.] [그래도 응원한다!! 갓식신!!!!]그리고 백성들 또한 민혁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혹여나 우리의 왕이 자신을 자책하진 않을까.
‘이미 전하는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전하의 백성임에 감사합니다.’
이미 자신들은 그를 누구보다 아끼고 있으나 그가 실망하진 않을까 한다.
그런 그들을 민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삐이이이이이이-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영겁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으며, 민혁의 열정을 대변하듯 그 뜨거운 화염을 분출해 내고 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닭갈비를 뒤집는 민혁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온 백성의 관심을 받는다는 긴장감과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되었기 때문일까.
삐이이이이-
귀에 이명이 들려오며 순간적으로 눈앞이 핑 돌기 시작했다.
땅과 민혁의 시야가 가까워지며 마침내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쿠우우웅-
“전하!!!”
창신 밴은 이번은 그의 자작극이 아님을 알고 서둘러 달려갔다.
슬로우모션처럼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가며 자신의 숨소리가 영화관 사운드처럼 커다랗게 들려온다.
‘하아하아.’
달려오는 자들이 느릿하게 민혁에게 다다라간다.
‘요리는 멈춰선 안 돼.’
백성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있다.
만약 민혁이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다 한들 포기해 버리는 성격이었다면 폭식 결여증을 호전해 내는 기적적인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포기하면 쉽다는 말?
아니, 포기하면 결국에 나아갈 수 없는 것.
덥썩-
민혁이 힘겹게 떨어뜨린 삽자루를 쥐었다.
“……괜찮다.”
창신 밴이 민혁의 의지를 엿봤다. 팔을 들어 그들을 막으며 함께 물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민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육체의 피로함은 신의 의지 스킬에 의해 사라졌으나 누적된 피로에 의해 몸이 잘 말을 듣지 않는 것.
힘겹게 일어서려 하나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꽃잎 하나가 살랑살랑 떨어져 내린다.
후우우웅-
바람을 타고 날아온 꽃잎이 쓰러져 있는 민혁의 몸에 떨어지더니, 스르르 빛이 되어 스며든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누적된 피로가 일부 회복됩니다.] [신의 특별한 힘이 요리를 만들어낼 시 x2배의 요리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신의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천 자루의 검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끝이 아니었다. 요리의 신의 꽃잎은 분홍색이었다. 차례대로 여러 색을 가진 꽃잎들이 민혁에게로 떨어져 내린다.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가진 신이 당신을…….]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가진 신이…….] [누적된 피로가 일부…….] [신의 특별한 힘이 요리를 만드는 속도를 30% 상승시킵니다.] [신의 응원을…….] [천 자루의 검의 숙련도가…….] [마법의 정점에 선 신이…….] [누적된 피로가…….]떨어지는 꽃잎이 지친 민혁을 달래준다.
그리고 여러 특별한 효과를 주며 포기하지 않는 민혁에게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리고 알림 중에는 놀랄 만한 것도 있었다.
[군대통솔에 뛰어난 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누적된…….] [신의 특별한 힘이 당신의 모든 스텟 20%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킵니다.] [천 자루의 검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이는 절대신 중 한 명인 군신이 분명하다.
네르바 세피로스에게 힘을 내린 인물.
그런 그가 민혁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꽈아악-
삽을 쥔 민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몸을 일으킨 그가 삽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개운하다.’
신의 의지스킬이 발동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그리고 이제 ‘조금은 가능해졌다’.
여러 신들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요리가 몇 배는 더 나올 수 있게 되었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게 되었다.
치이이이익-
뜨거운 영겁의 불꽃 앞. 민혁이 물러나지 않고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먼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가 입은 옷의 얕은 검은색 천옷의 왼팔 부분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그가 걸음을 돌려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훈련장에서 넬로를 비롯한 천외국의 암살자들이 훈련에 매진 중이다.
그리고 넬로는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루오님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걸까?’
루오는 기계적이었으며 자신들에게 그 어떠한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알기로 그는 민혁과 복종의 계약을 맺었다 알려진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단지, 넬로는 스승과 제자로서 그와의 유대감을 나누고 싶을 뿐이었다.
“아직도 서툴기 그지없구나.”
그때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루오가 처음으로 넬로를 꾸짖으며 그의 팔을 잡고 자세를 잡아줬다.
“네……?”
이제까지 루오는 그들이 어떤 바보 같은 자세를 잡아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바른 자세를 잡아주었다.
“오늘 밤부턴 너희들 한 명 한 명에게 돌아가며 특훈을 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곧 암살의 신의 암살술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마.”
“저, 정말입니까?”
넬로.
그가 크게 기뻐했다. 루오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넬로는 느끼고 있었다.
루오가 자신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음을.
* * *
민혁이 요리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가 되던 날이다.
천외국에 많은 유저들이 넘쳐났다.
모두 요리하는 민혁을 보기 위해 온 자들이었다.
“와…… 어떻게 사람이…….”
“근데 너무 멋있는 거 아니냐?”
“요리하는 게 저렇게 멋질 줄이야.”
“꺄아악, 오빠, 절 가져요!!!?”
“여보. 당신 나이가 내일모레면 마흔다섯이야…….”
“닥쳐.”
“여, 여보 멱살은 왜…….”
사람들은 민혁을 동물원의 사자처럼 보는 게 아니었다.
그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해냈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천외국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오죽하면 각 대륙에서 민혁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천외국은 이번 요리가 끝나면 더 많은 이주민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저들과 백성들의 간절한 마음처럼, 무모하지만 대단한 식신 민혁 유저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사히 끝나기를 저 또한 간절히 바라게 되는군요.] [저는 다른 부분도 기대됩니다.] [어떤 부분이죠?] [아테네에는 여러 가지 업적을 세우면 칭호나 혹은 스텟 등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요리를 만들거나 혹은 단시간 많은 아티팩트 제작과 연관된 칭호도 무수히 많이 존재할 겁니다. 아마도 식신 민혁은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도 기대되네요. 그가 어떠한 칭호와 보상을 받게 될지 말입니다.]그들 사이에서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하는 민혁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막국수와 동치미는 인분 수만큼 요리가 끝났다.’
루베르트 길드의 인원 대다수가 합류함으로써 몇 시간 전 동치미와 막국수는 끝났다.
문제는 민혁이 만들어낸 인분 수가 50만 인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일주일 동안 이 정도라면 말도 안 되는 요리량이다.
여러 가지 버프효과와 신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온 백성을 위한 요리라는 도전이 실패했음이 사실이라는 것.
민혁은 오늘 아침 이러한 알림을 들었다.
[그 어떤 전대 식신들보다 놀라운 업적으로 더 맛있는, 더 많은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당신이 획득하게 될 보상은 가장 뛰어나고 놀라울 것입니다.]퀘스트 내용은 더 많은 요리를 만들라는 것이지, 온 백성을 위한 요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민혁이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백성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며칠이 걸려도 해줘야지.’
퀘스트가 끝나도 그는 계속해서 요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퀘스트의 끝이 다다라 온다.
그 와중에도 민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삽을 움직이고 있었다.
끝이 다다랄 때, 그의 팔은 왠지 모르게 더 다급해지고 있었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며 핏줄이 도드라진다.
숨은 더 거칠게 차오른다.
치이이이이익-
마지막 한 번을 뒤집고 닭갈비를 또 한 번 완성해 냈다.
그와 함께, 퀘스트가 종료되었다.
그렇지만 민혁은 또다시 솥을 씻고 곧바로 요리를 준비하려 했다.
그때.
[식신이자 요리의 신이었던 라베르가 당신의 요리에 힘을 실어줍니다!] [513,156인분의 닭갈비가 왕국 백성과 병사, 포함된 유저 숫자만큼 만들어집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 더 맛있는, 많은 요리 완료.] [직업 전용 퀘스트를 놀라운 업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 [……!] [……!] [……!]끊임없는 알림이 들려온다. 아마도 보상획득 알림일 것이다.
그렇지만 누적된 피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자의 도움으로 백성들을 위한 요리를 끝낸 민혁이 쓰러졌다.
그의 귀에는 어떠한 알림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백성들과 시청자들, 해설자들이 이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에 이른다.
그때.
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왔던 기자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위. 민혁을 지켜보던 신들이 이를 찬사하듯, 수백만 개의 꽃잎들이 눈꽃처럼 내리며 천외국 전체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아름답군.”
“꽃잎의 눈이라…….”
천외국 훈련장.
루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백만 개의 꽃잎을 보며 보이지 않는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리고 잠든 민혁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신과 기사. 루오가 당신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그의 영원한 충성심을 얻어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