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63
밥만 먹고 레벨업 864화
한 시대를 주름잡는 강자들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어떠한 시대에는 유독 강자들의 숫자가 많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결국에 제한된 숫자 안에서다.
그리고 다크엘프 잭은 한때 시대를 이끌어가던 강자 중의 강자였다.
그때 당시 그는 많은 이들과 겨뤄봤다.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초월자.
신들 중에서도 강한 힘을 가진 자.
전설 클래스이나 이미 신의 경지를 뛰어넘은 자.
한 종족의 왕.
인류를 위협하는 자들.
정말 많은 부류와 싸웠었고 그런 강자들에겐 공통점이 존재했다.
‘그들은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다.’
지존이라 불리는 자들이 왜 자신과 싸웠겠는가?
그때 당시 다크엘프 잭은 강했으나 평화를 좋아했다.
그럼에도 많은 자들과 충돌한 이유는 그들의 ‘소유욕’과 ‘지배욕’ 때문이었다.
지존들은 섞이지 않는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말이다.
자존심 높고 긍지 높은 그들은 다른 자들을 무릎 꿇릴지언정, 누군가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잭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있다.
하늘 위에서 펠러를 둘러싼 현시대의 지존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신하들이 외쳤다.
“폐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섞이지 말아야 할 자들이 함께 섞였다.
그것도 단 한 사내에 의해서다.
치이이이이이익-
HP가 10% 미만으로 한 번에 하락했던 민혁이 초코바를 먹음으로써 ‘흡수전환’ 스킬을 사용했다.
HP를 20% 회복시킨 민혁이 펠러를 차갑게 올려다보며 명했다.
“멸하라.”
그 순간, 체구가 거대한 사내가 움직였다.
‘아닐 것이다. 내가 세상에 너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잭은 부정했다. 저들은 강자가 맞긴 하나, 자신이 생각하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존들은 아닐 것이다.
진짜 지존은 ‘민혁’이란 사내일 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의 부정일 뿐이었다.
먼저 움직인 거대한 사내.
그의 이름은 브로드였다.
“용병극강검술 최종장.”
30m 높이의 펠로에 비하면 브로드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러나 그가 검을 내지른 순간, 수백여 개의 붉은 검기가 그 펠로의 몸 곳곳을 갈가리 찢어놨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아,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아악!”
펠로는 어둠의 대정령이다. 그 어떤 자들도 쉽사리 그에게 데미지를 입히지 못한다.
그런데 브로드의 수백여 개의 붉은 색 검기는 그런 펠로를 비명 지르게 만들었다.
잭이 고개를 저었다.
현실을 부정해 본다.
그때, 검은색 기다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노장이 앞으로 나섰다.
노인은 약한 존재였다.
설령 그가 한때 전설, 신이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사람이란 무릇 나이가 들수록 힘이 약해지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이 노인은 달랐다.
“창의 황소.”
한없이 쇠약해 보이는 노인 밴이 신등급 아티팩트 ‘신을 꿰뚫는 창’을 들었다.
이 창을 드는 순간, 창신 밴은 가장 위대한 신 중 한 명이 된다.
창의 황소가 발동된다. 그가 쏘아 보낸 창기가 거대한 황소가 된다.
또한.
[창의 황소.] [추가 데미지 6,800%의 창의 황소가 반경 100m까지 나아갑니다.] [창의 황소에 부딪힐 때마다 다양한 상태이상이 유발됩니다!] [신을 꿰뚫는 창을 착용하고 계십니다!] [신을 꿰뚫는 창을 쥔 자의 모든 스킬 데미지가 1.4배 상승합니다!] [창의 황소가 9,520%의 추가 데미지를 발휘합니다.]펠러의 바로 머리 위에서 발동시킨 창의 황소가, 신을 꿰뚫는 창의 패시브 스킬 발동에 의해 1.4배 더 뛰어난 데미지를 발동시킨다.
펠러를 관통한 창의 황소가 나아가 바로 밑쪽에 있던 다크엘프들을 쭈우우욱 밀며 소멸시켜버렸다.
“그아아아아아악, 그아아아악, 그, 그만. 아파. 아파. 아파!”
펠러의 비명이 잭을 조급하게 만든다.
펠러의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상처 입은 부위가 꾸물거리며 재생되려 한다.
그때.
[회복의 통제.] [시스템이 통제되어 펠러가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잭은 설마 하며 한 여인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아주 예쁜 소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으나 소녀의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피부와 조금은 치켜 올라간 눈매가 인상 깊다.
그리고 눈에 익숙했다.
‘엘리자베스?’
당연하게도 잭은 엘리자베스에 대해 알고 있다.
시스템을 관장하는 신.
절대신들의 작당에 의해 신들의 땅에서 지상으로 쫓겨나 봉인당한 비운의 여인이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상처 회복이 제한된 펠러에게 적들의 공격이 쉴 새 없이 꽂힌다.
“거인의 주먹.”
콰아아아아아아앙-!
권왕 칸의 주먹이 펠러의 복부를 후려침으로써 그의 허리가 밀려나게 만든다.
곧바로 그 뒤를 이어, 아레스가 발차기로 놈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콰자아아악-
“그어어어어억, 그어어어억!”
성벽 위의 왕들과 황제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비명에 말문을 잃고 지켜본다.
민혁의 그림자.
그리고 신의 검 루오의 단검이 노련하게 움직이며 1분이 지난 시간 동안 펠러의 몸 곳곳을 수백 회를 찔러댔다.
그리고 대악마 엘피스가 착용한 ‘악마 심판의 검’을 이용 ‘폭주’ 스킬을 전개.
쿠화아아아아아아악-
스킬 대악마 가르기를 전개했다.
10m 길이의 검은 마기가 일렁거리는 검이 펠러를 벤다.
[어둠의 대정령 펠러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어둠의 대정령 펠러가 대정령들의 궁극의 힘을 발동시킵니다!]대정령들의 궁극의 힘.
그 힘들이 오각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은 검은 블랙홀의 문양.
불은 타오르는 화염의 문양.
바람은 물방울의 문양.
땅은 바위의 문양.
번개는 번개의 문양.
그러나 잭은 당황했다.
대정령의 궁극의 힘들은 아군 적군을 막론한다.
잭은 평화를 사랑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변화는 탐욕스러운 인간에 있었다.
아까 전 불의 대정령의 힘을 빌렸던 것 역시 펠로의 의지였지 잭의 의지는 아니었다.
“펠로, 멈춰!”
잭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이미 각기 다른 다섯 개의 문양이 궁극의 힘을 펼쳐내고 있었다.
[거대한 어둠이 세상에 내려앉았다.]어둠의 궁극의 힘이, 검은 안개가 되어 주변에 쏟아졌다. 어둠의 궁극은 다양한 상태이상을 유발하다가 절명하게 만든다.
[거센 바람이 모든 적들을 날려 보냈다.]칼날과 같은 바람이 수백 미터 이상으로 번져 나갔다. 이 바람은 모든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뜨거운 화염이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쿠화아아아아아아악-
메테오와 같이 거대한 화염이 펠러를 집어삼킨 적들 사이로 떨어지고 있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화염. 그것은 핵폭탄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강렬한 번개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파지지지지지직-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천 개의 벼락이 지상의 아군 적군을 막론하고 떨어지려 한다.
그리고.
[땅의 힘이, 주변의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수천 개의 거대한 바위가 하늘 위에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모든 것을 무너뜨릴 듯 추락했다.
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펠러는 난폭한 대정령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만큼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던 친구이다.
그런 펠러는,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해선 안 될 선택을 했다.
“아…….”
무수히 많은 다크엘프들, 그들 중 상당수가 죽을 것이다.
다시 자신들의 땅을 되찾자며 함께 뜻을 모았던 이들.
물론 전투밖에 모르는 자들이 된 것은 사실이나 말이다.
그러나 빼앗겼던 것을 되찾고자 함이었을 뿐.
또한, 펠러는 저 자리에 있던 모든 지존들도 죽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자신들에게 유리해지나 아군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바로 그때.
“압축.”
황금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한 사내가 있었다.
마법의 신에게 선택받은 NPC들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
그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모든 천외제국 강자들이 한곳에 모여든다.
그리고.
“배리어.”
그 모두를 배리어 안에 감싸며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
“…….”
그 환상적인 컨트롤에 잭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순간, 배리어 안에 있던 한 사내가 그를 비집고 뛰쳐나갔다.
‘민혁 황제?’
물론 그는 자신들의 사람을 지키기 위함인 것을 알았다.
다크엘프들 사이에는 연합군이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것은 저 무더기로 펼쳐지는 대정령들의 궁극의 힘에 뛰어든 것.
그리고 그가 꺼내 든 것.
‘휘핑기? 볼?’
휘핑기와 볼이었다.
“……?”
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만 다크엘프를 혼자서 학살한 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볼과 휘핑기라니?
그가 볼 안에 휘핑기를 넣고 젓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그 반경 안에 들어온 공격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컥!?”
잭이 놀란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치지 않았다. 절대방어 스킬을 사용해 7초 무적 상태가 된 민혁이 펠로의 바로 밑에서 스킬을 발현했다.
“필살검.”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쏟아지는 수백 개의 낙뢰들이 무분별하게 떨어지는 대정령들의 궁극의 힘을 부숴 버리기 시작했다.
필살검들이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어낼 때, 민혁이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프라이팬을 꺼내었다.
“거대화.”
프라이팬의 크기가 마력을 머금고 엄청난 크기로 거대해진다.
민혁이 여전히 떨어지는 백 개 이상의 번개들과 거대한 바위들, 화염들을 온 힘을 다해 올려쳤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악-!
상당수의 힘들이 프라이팬에 의해 막혔다.
프라이팬을 든 순간 민혁의 마법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반절 이상의 마법능력들은 튕겨 나가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이미 다크엘프와 연합군에게 남은 잔재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샤라라라라라라라락-!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펠로가 소환한 바람의 대정령의 궁극의 힘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 바람이 바위와 불덩이, 번개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허공에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민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시선을 틀었을 때.
약 1천만에 이르는 엘프들을 규합하여 당도한 엘프의 왕 아르곤이 있었다.
엘프의 왕 아르곤의 옆으로 여인의 모습을 한 바람의 정령왕이 함께였다.
아르곤은 정령왕을 소환한 것만으로도 매우 숨이 거친 표정이었다.
곧바로 그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람의 정령왕이 흩어져 사라졌다.
천만에 이르는 엘프들이 일제히 잭과 다크엘프들을 겨누고 있다.
잭 또한 엘프들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르곤이 물었다.
“엘프의 아버지시여, 어떻게 세상에 나오신 겁니까.”
“…….”
잭이 입을 다물었다.
민혁은 한시름 놓았다.
엘프들이 다크엘프들을 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혁도 궁금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상했어.’
본래 에피소드가 발발하기 전, ‘전조’가 있다.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든가, 혹은 예고편이 나온다든가, 또는 아테네에서 미리 공지를 준다든가 하는 그런 대규모 에피소드를 알리는 것들.
그래야 아테네도 많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 신규 유입자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에피소드는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 다크엘프의 왕이자 아버지 잭이 깨어났고 다크엘프의 침략이 시작됐다.
‘혹시……?’
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의 여섯 괴물은 더 이상 아테네에서 엄청난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만약, 하이랭커들이 모두 다크엘프들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면 민혁이 없었어도 충분히 제압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인재’이나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존재들이니까.
즉, 신의 여섯 괴물 에피소드 자체는 이제 크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나오는 족족 민혁과 천외제국이 사냥해 버린다.
특히나 잭은 신의 여섯 괴물 중 하위에 속하던 자다.
‘설마, 잭은 눈속임이고 진짜 에피소드는…….’
민혁이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잭이 답했다.
“나와 다크엘프들을 세상에 이끌어내 준 것은.”
민혁과 엘프의 왕 아르곤, 모든 왕과 황제들이 주목했다.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일세.”
“……!”
“……!”
“……!”
“……!”
그 순간 모든 왕과 황제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경악스런 월드 메시지가 온 세계에 울려 퍼졌다.
[에피소드. 다크엘프의 왕과 다크엘프 군단의 왕국, 제국 침공이 변경됩니다!] [8기둥 중 하나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민혁의 예상이 현실이 되었다.
신의 여섯 괴물 에피소드는 눈속임이었다.
최초의 8기둥 에피소드. 그것이 진짜였다.
* * *
검신 발렌은 최근에 또 다른 검신의 후예를 찾았다.
‘민혁아.’
오블렌이 그랬던 것처럼 검신 발렌도 8기둥들이 민혁을 위협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직 환생의 강을 건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후예가 엘레이길 바랐으나 그녀는 제국을 지키기를 택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지켜봤던 또 다른 후예.
그를 바라보며 발렌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자가, 너를 지켜주는 검이 될 것이다.’
반투명한 영혼 상태로 그를 바라보는 발렌.
그가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며 웃고 있는 자.
“나는 코니르! 모두 라면 먹고 가라!”
새로운 검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