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4
밥만 먹고 레벨업 885화
벤틀리가 마지막 순간에 사과한 것은, 더 추잡한 신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조롱과 다르게 실제로 겪은 식신은 대단했다.
“그대가 군신이다.”
파괴의 타이탄의 몸 곳곳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 균열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괴의 타이탄이 폭발합니다!]그 소리를 들으며 벤틀리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정체 모를 우악스러운 손이 투명 유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콰자아아악-
그 손이 자신의 멱살을 잡고 끌어냈다.
눈을 뜬 벤틀리는 블레스에 탑승한 민혁을 바라봤다.
그가 블레스를 조종하여, 자신을 꽉 끌어안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블레스의 품에 안겨 폭발을 피한 벤틀리는 의아했다.
‘왜?’
어째서 나를 살렸는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혁의 생각은 이러했다.
‘아직 이대로 죽어선 안 된다.’
그의 사과에 마음이 울려서인가?
민혁은 적의 사죄에 ‘이제라도 깨우쳤으니 죽기는 안타깝다’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벤틀리는 분명, 자신이 군신이라는 것을 인정한 신이다.
‘또 던전의 신은 신들의 땅에서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던전의 신의 파벌의 규모는 꽤 컸다.
때문에 던전의 신이 직접 나가 신들에게 이번 일에 대하여 설명한다면 신들의 믿음은 더욱더 굳건해질 것이다.
‘어차피 놈은 끝났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형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민혁은 흘끗, 품에 안긴 벤틀리를 바라봤다.
‘왜 이렇게 쳐다봐?’
품에 안긴 벤틀리의 눈빛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했다.
그를 내려놓은 민혁은 짧게 말했다.
“넌 아직 죽어선 안 된다.”
“……!”
그 말을 끝으로 민혁이 돌아섰다.
벤틀리는 그 모습을 보며 감격했다.
‘어찌 이리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지닌 신이 있단 말인가?’
민혁의 생각을 모르는 벤틀리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잘못을 깨우친 나를 용서하는가!?’
자신은 앞장서 식신을 모함하였다. 또 식신이 두 번째 관문을 생각보다 쉬이 통과할 것 같자 마음대로 난입하여 그를 위협하였다.
그런 그를, 식신이 구해줬다.
“…….”
벤틀리가 블레스를 타고 묵묵히 걸어가는 민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벤틀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그때, 묵묵히 걸어가는 민혁이 블레스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빠져나오는 순간, 곧바로 블레스가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버린 신의 병기!
그리고 그 옆에선 넓은 등과 큰 키를 가진 남자!
왜인지 벤틀리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때. 민혁이 쪼그려 앉아 빠르게 블레스의 부품들을 줍줍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그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 * *
[벤틀리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벤틀리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벤틀리와의…….]“……?”
쪼그려 앉아 부서진 블레스의 잔재들을 줍던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구해주고, 혐오하는(?) 눈빛으로 그를 한번 봐주었을 뿐인데, 갑자기 친밀도는 왜 오르는가?
물론 민혁이야 상관없다.
‘벤틀리가 내 뜻대로 밖에 나가 나를 찬양하는 말들을 해주겠군.’
그러면서도 민혁은 블레스의 잔재들을 줍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신의 단단한 나사를 획득합니다.] [블레스의 단단한 철갑 543㎏을 획득합니다.] [블레스의 심장을 획득합니다.] [블레스의…….] [블레스의…….]비록 블레스는 망가졌지만 블레스의 부속품들은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만약 나 또한 이 재료를 이용해 타이탄을 만들 수 있다면.’
천외제국의 전력증가에 엄청난 도움이 되어줄 터였다.
민혁은 그것들을 빠르게 줍줍하면서 폭발을 일으키던 타이탄들이 멈춘 것을 보았다.
아직 살아남은 신민들이 상당했다.
그만큼 검은 드워프들과 타이탄들의 숫자도 꽤 많았다.
‘저것들을 어떻게 막지.’
작은 한숨을 쉴 때였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작동하던 모든 타이탄들이 일제히 멈췄다.
[던전의 신 벤틀리가 타이탄들의 작동을 멈춥니다!]“도망쳐라!”
“으갸갸갸갸갹!”
타이탄들이 갑자기 가동을 멈추자 검은 드워프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민혁은 이 두 번째 관문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살아남은 신민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민혁은 그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품는 아주 평범한 영웅들이었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물론 이것은 가상현실게임이다. 그러나 현실의 영웅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해준다.
그때, 절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베이론이 다가왔다.
“우리가 신들의 영웅이라.”
베이론은 행복했다. 우리의 희생이, 그들에게 닿았기에.
“그대는 우리의 영웅일걸세.”
신민들이 민혁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어쩌면, 베이론의 말처럼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영웅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두가 살면서 작은 영웅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곧바로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연계 퀘스트: 식신의 업적을 진행 중이십니다!]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두 번째 관문에서 던전의 신 벤틀 리가 규율을 깨고 난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신 위의 신 칭호가…….] [보상으로…….] [세 번째 관문을 통과…….] [신 위의 신 칭호가…….] [네번째 관문을 통과…….]민혁은 돌발 퀘스트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벤틀리를 막아내고 두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시 모든 관문을 스킵할 수 있다.
스킵되어 들리는 알림들 틈에 있는 다른 알림이 민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업적률 67%를 달성합니다!] [업적률 71%를 달성합니다!] [업적률 73%를 달성합니다!] [업적률…….] [최종적으로 업적률 93%를 달성하셨습니다.] [60% 이상의 업적률을 달성함에 따라 언제든 ‘식신의 업적’ 퀘스트를 종료하실 수 있습니다!]민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종료한다.”
또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궁금했다.
민혁은 식신의 업적 퀘스트를 진행하기 전에, 식신이 자신의 신전 안에서 신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요리하는 영상을 보았었다.
또한, 식신의 업적 퀘스트가 종료될 때에 신들은 식신을 무시하고 손가락질하였던 죗값을 받게 되리라.
민혁이 긴장하고 있을 때, 신들의 땅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만찬에 들어서고 ‘먹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며 손가락질받았다.] [나는 ‘고작 그런 신이냐’며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얼굴이 처박혔다.]음성은 민혁이 처음 이 퀘스트를 받기 전에 들었던 것들이었다.
민혁은 그의 목소리를 묵묵히 들었다.
* * *
식신이 신의 병기 블레스를 운용하는 업적을 달성하였다는 것에 경악했던 신들.
그 신들은 얼마 후 들려오는 또 다른 알림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신들조차 놀랄 만한 업적을 쌓은 신이 등장했습니다!]그가 또다시 놀라운 업적을 쌓았다.
[그는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규율을 어긴 벤틀리와 싸우면서도 두 번째 관문을 경이적인 성과로 클리어하였습니다!]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던전의 신 벤틀리가 규율을 어기고 난입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문을 깼다는 것인가?”
“도대체…….”
“감히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신이란 말인가?”
신들은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의 신 벤틀리가 난입했다면 실질적으로 그는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신 한 명을 추가로 상대한 것과 같은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곧.
[신들조차 놀랄 만한 업적을 쌓은 신이 등장했습니다!]“……?”
“……?”
그들은 말문을 잃었다.
설마하는데, 알림이 들려온다.
[그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신들의 땅에서 절대 깰 수 없는 던전으로 불리던 아르갈리소 던전의 모든 관문을 경이적인 성과로 클리어하였습니다!]이젠 아무도 없었다.
식신을 부정하는 멍청한 짓을 하는 신은 말이다.
그런데, 그때. 끝나지 않고 그들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만찬에 들어서고 ‘먹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며 손가락질받았다.] [나는 ‘고작 그런 신이냐’며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얼굴이 처박혔다.]그 목소리의 주인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음유시인의 신이었다.
“리베르…….”
식신의 마지막을 본 유일한 신이다.
리베르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그때의 일로 그가 얼마나 힘들어하였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을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신들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전대 신들의 잘못이 분명하였으나, 자신들도 다를 바 없다 여겼다.
당장, 식신이 군신에 오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부정부터 하며 그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했으니까.
그리고 음유시인의 신은 분명히 신전에서 리베르에게 질문했던 바가 있다.
‘무엇을 만드는 겁니까.’
그리고 음성이 대신 그를 답해주었다.
[나는 끝끝내 만들고야 말았다.]그것은 독이 담긴 요리도, 전염병을 옮기는 요리도, 신력을 빼앗는 요리도 아니다.
[모두가 먹고 행복해할 수 있는 요리.]“…….”
“…….”
이미 음유시인의 신께 그 답변을 들었던 신들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그의 음성을 통해 전해 듣는다.
[먹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알릴 수 있는 요리.] [그저 먹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해주는 요리.] [나는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신들께 바랄 뿐이다.]모든 신들은 리베르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누군가는 ‘아…….’ 하며 탄식했다.
너무도 넓은 아량을 가진 신이었다.
삐뚤어지고 못난 심성을 가진 자신들 같은 신들이 감히 닿을 수 없는 고귀한 자.
괜히 전대 신들의 잘못이 자신들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졌다.
[먹고, 인정하기를.]바로 그 순간 모든 신들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세상에 새로운 절대신의 비기가 탄생했습니다!] [절대신의 비기. 즐거움의 요리가 발동됩니다!] [당신이 원하는, 당신이 먹고 싶은 요리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 요리가, 당신의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
“……!”
경악스러운 힘이다.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능력은 세상에 없었으니까.
신들이 제각기 먹고 싶은 요리들을 떠올렸다.
“나는 샌드위치가 먹고 싶군. 과거 사랑했던 인간 여인이 해줬던 뜻깊은 요리이지.”
“난 스테이크, 예전에 요리의 신께서 해주신 스테이크를 잊을 수 없지.”
“나는 처음 신이 되었을 때 먹었던…….”
모두가 제각기 먹고 싶은 것, 혹은 기억 속의 요리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그들 앞에 그 요리가 놓인다.
그리고 음유시인의 신. 그는 스파게티를 선택했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 입안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풍부한 맛이 번져나간다.
“……맛있군.”
세상에서 먹어본 적 없는 가장 맛있는 스파게티다.
놀랍게도 리베르가 남긴 요리가 그들의 미각을 빼앗고 있었다.
“먹는 것은 이리도 즐거운 일이지.”
“생각해 보면 나는 하루 중에서 밥 먹는 때만 기다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리베르의 음성이 잔잔하게 그들에게 번져나갔다.
[그저,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한다.]그것이 비난받았던 식신의 염원이었다.
신들이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그 즐거운 미소 한편에는, 식신에 대한 존경과 미안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 시각.
식신이 남겼던 요리가, 그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요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혁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연계 퀘스트: 식신의 업적 완료.] [놀라울 만큼 높은 업적률로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초대 식신 리베르가 보상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