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55
밥만 먹고 레벨업 956화
네르바 세피로스가 있는 침실로 들어온 블라드 공작이 짧게 묵례한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네르바가 마신 역한 술 냄새가 침실에 가득했다.
또 바닥을 뒹구는 무수히 많은 술병들이 보였다.
하지만 블라드 공작은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네르바 세피로스에게 보고했다.
“폐하, 현재 우리 루브앙 제국이 2,000여 마리에 이르는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였고 천외제국은 고작 400마리 남짓을 사냥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보고에 술병을 들고 반쯤 풀린 눈으로 블라드를 보던 네르바가 웃었다.
“오호, 그것참 좋은 소식이구려, 짐이 드디어 군신의 진정한 후임이 되는 것이오? 으흐흐흐흐흐흐!”
네르바가 다시 술을 입가에 가져가며 미친 듯이 폭소했다.
“하나, 현재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천외제국이 헬레냐가 잠든 곳을 찾아내어 사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뭐 어떻소! 어차피 내가 군신이 될 텐데.”
“만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되옵니다. 신의 검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즉, 천외제국을 방해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암암, 그래야지. 블라드 공작께서 하시는 일이니 믿고 맡겨도 되겠지.”
막 블라드 공작이 고개를 숙이려던 차였다.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는 네르바가 말했다.
“한데, 천외제국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을 텐데, 그래도 되는 것이요?”
“…….”
블라드 공작은 술에 취한 네르바가 하는 말을 알아챘다.
엄청난 비난이 루브앙 제국으로 향할 것이고, 반대로 천외제국에 대한 찬사는 높아질 것이다.
지금 천외제국은 자신들만 좋은 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일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루브앙 제국이 그들을 방해한다면? 그러다 10개월 후에 정말 헬레냐가 완전한 강림을 이루어낸다면 그땐 루브앙 제국이 건재하다 해도 힘들어진다.
블라드 공작의 표정이 변했다.
“그 모든 것보다, 폐하께서 진정한 군신에 오르시는 것이 먼저이지요.”
블라드 공작은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고 탐했던 자리. 내가 주겠다, 그러니 나의 말을 따르라.
그에 의심 어린 표정을 짓던 네르바가 손뼉을 마주쳤다.
짝-!
“그렇지! 그렇지! 나는 군신만 되면 되는 것이지, 으흐흐흐흐!”
네르바의 웃음에 블라드 공작도 작은 웃음을 지었다.
“아아, 그 역사적인 순간을 내가 빠질 수야 있나.”
그 말을 들은 블라드 공작의 미간이 작게 꿈틀거렸다.
“나 또한 함께 가겠네.”
“폐하, 많이 취하셨습니다.”
“나 멀쩡하다네?”
그렇게 말하며 멀쩡한 척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 하지만 비틀거리는 네르바다.
“내 갑옷과 검을 가져오라 하게. 천외제국 황제 놈의 썩은 표정을 드디어 볼 수 있겠군.”
“……알겠습니다.”
블라드 공작이 다시 무표정하게 고개를 주억이며 밖으로 나섰다.
쿠우웅-
문이 닫히는 순간, 웃음을 띠며 입으로 술을 가져가던 네르바가 그 술을 바닥에 뱉어냈다.
차가운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는 네르바가 몸의 균형을 바로잡았다.
블라드 공작은 내색하진 않는 듯했으나 천외제국이 헬레냐의 조각을 막아내는 데 굉장히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군신이 되길 원하는 충신이어서?
아니, 그보다도.
10개월 후 헬레냐가 온전한 강림을 이루어낸다면 가장 강한 제국인 루브앙 제국이 타깃이 될 확률이 높았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네르바는 며칠 전부터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롤스드의 마지막 유언.
-환하게 웃으십시오.
그를 곱씹으며 괴로워하던 네르바였으나 결국 이겨냈다.
곧바로 하녀가 검과 갑옷을 가져왔다.
* * *
달려오는 헬레냐의 조각들을 보며 발동시킨 알렉산더의 무기폭발.
창, 검, 단검, 대검, 화살, 도끼, 철퇴 등 다양한 무기들이 그의 몸에서 뽑혀 나간다.
가장 선두의 머리통에 창이 꽂혔고 이어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후두두두둑-
연이어 수백 개의 무기들이 미친 듯이 폭발을 일으키며 헬레냐의 조각을 집어삼켰다.
알렉산더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폭발의 여파가 1/3에 이르는 조각들을 단숨에 사냥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헬레냐의 마법이 발동됩니다.] [헬레냐의 배리어가 조각들을 지킵니다!] [헬레냐의 조각들의 HP가 회복됩니다!]“……!”
조각들을 감싸는 붉은색 배리어가 그들을 지켜냈다.
알렉산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군.’
헬레냐의 마법이 조각들을 지켜주고 있다.
또 이것은 그 마법이 언제 천외제국의 이들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알렉산더는 허무하게 무기폭발 스킬을 잃은 셈이다.
심지어 로크, 칸, 아스갈 등이 입혔던 피해량을 단숨에 회복한 놈들이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은 끝나지 않았다.
[헬레냐의 가호가 조각들에게 깃듭니다!] [헬레냐의 조각의 레벨이 5% 상승합니다!] [헬레냐의 조각들의 모든 능력치 및 특성이 상향된 레벨에 맞춰집니다!] [헬레냐의 조각의 방어력이 30% 상승합니다!] [헬레냐의 수호가 발동됩니다!] [20% 확률로 조각들에게 발동되는 절대무적의 배리어가 그들을 지켜냅니다!]모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평균적 조각들의 레벨은 약 620 정도로 보면 된다.
여기에서 고작 5%가 상승한다 할지라도 레벨 약 650이 되는 것이다.
현재 유저 중엔 레벨 650을 넘긴 자가 없고, 심지어 NPC들도 매우 드물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과 해설자들이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가뜩이나 레벨이 높았던 조각들이었으며 방어력이 자그마치 30%나 상승했다.
심지어 천외제국의 병력은 고작해야 300명 남짓으로 추정된다.
자신들보다 열 배는 더 되는 그 병력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외제국은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황금 마법사 알리.
유저 중 가장 위대한 마법사의 스태프 끝에서 번져 나간 환한 빛이 하늘에서 재앙을 소환한다.
메테오.
수십 개의 메테오가 알리의 손을 따라 모여든다.
“마법압축.”
방패의 신 발렌티노. 그마저도 단숨에 HP를 0으로 만들어 버린 힘이다.
거대한 메테오 하나가 조각들 사이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어력이 3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각들이 적지 않은 피해량을 입은 듯 보였다.
그리고 민혁은 성벽 위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다.
[천외제국이 370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하였습니다!] [천외제국이 371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천외제국이 372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천외제국이 393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 [천외제국이 398마리의 헬레냐의 조각을…….]빠른 속도로 루브앙과의 격차를 좁혀 나간다. 천외제국 하이랭커들의 궁극기가 쏟아졌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륵-!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쉴 새 없이 일어나는 폭발이 자욱한 흙먼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최정상 랭커들의 합공에도 불구하고 방어력이 30% 상승한 놈들을 사냥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20%의 높은 확률로 발동되는 절대무적의 배리어가 놈들의 몸에 둘리며 피해량을 줄였다.
급기야 몇십 마리의 조각들이 앞길을 막은 천외제국 이들을 우회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 숫자가 월등히 많은 놈들이었다.
거기에.
[헬레냐가 자신의 조각들을 부르고 있습니다!]“크하아아아아아악!”
선두에 선 거대한 검은 털을 가진 늑대 모습의 조각이 거칠게 포효하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놈의 눈이 붉게 물든다.
[조각들의 민첩이 1.2배 증가합니다!]“……!”
“……!”
그 자리의 모두가 탄식을 흘렸다.
가뜩이나 대부분의 조각들은 그 속도가 빨랐다.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놈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가 헬레냐에게 닿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타타타탓, 타타탓-!
빛처럼 매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늑대 모습의 조각.
그 주변으로 끊임없이 요새의 문을 향해 우회하던 놈들이 빠르게 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혁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지켜봤다.
“크하아아아아악!”
괴성을 터뜨리는 늑대가 빛과 같은 속도로 문을 향해 뛰어오른다.
그때, 그보다 더 빠르게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단단한 철로 이루어진 그 존재는 ‘초월자의 병기’였다.
콰자아아아악-!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초월자의 병기가 늑대의 뒷목을 찍어 눌렀다.
기갑병기 조종사 이든과 초월자의 병기조합은 대단하다.
“깨갱!”
늑대의 뒷목을 잡아채 허공으로 던져 버린 병기의 거대한 대검이 놈을 두 동강 냈다.
곧바로 양옆에서 우회해서 오는 적들을 민혁이 무심하게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손을 내린 순간.
콰자아아아아아악-!
사마귀 모습의 조각이 공성무기용 창과 직격했다.
그리고 그 창의 힘에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콰자아아아악-
나무에 창과 함께 처박힌 조각이 비명을 토해냈다.
“끼에에에에에엑!”
거대한 창이 요새의 벽 위에서 쉴 새 없이 쏘아져 나가며 우회해서 치고 들어오는 조각들을 견제한다.
그리고 민혁은 전장을 살피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조각들이 죽은 곳.
그곳에 기존에 놈들이 가지고 있던 보석들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을 죽일수록 커져가는 그 보석들이 말이다.
그때.
[헬레냐가 자신의 조각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헬레냐가 자신의 조각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헬레냐가 자신의 조각들을…….]갑자기 끊임없이 반복되는 알림.
민혁이 헬레냐가 잠들어 있는 요새를 바라봤다.
그 알림과 동시에 모든 조각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키햐아아아아악!”
“키헤에에에에엑!”
“키리리리리리릭-!”
“크하아아아아악!”
놈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젠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천외제국 이들의 공격에도 놈들은 마치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모두 무시하고 달려온다.
2배. 딱 처음보다 2배가량 빨라진 듯 보였다.
어느덧 길드원들을 지나친 조각들이 선두의 조각을 시작으로 꼬리를 물고 해일처럼 요새를 향해 접근해온다.
“빌어먹을!”
“젠장!”
조각의 속도를 보았을 때 따라잡을 수 없다.
성문 앞을 가로막은 이든이 미친 듯이 돌진하는 놈들의 선두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악-!
서걱서걱서걱서걱-
대검으로 놈들을 베어내고 발로 걷어차도 보고 온몸으로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곧 놈들이 성문에 이른다.
성문은 겉보기에 그저 평범해 보이는 나무문에 지나지 않았다.
놈들의 크기와 속도, 힘을 보았을 때 단 5초면 뚫린다.
[끝입니다.] [헬레냐의 조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해설자들의 말에 세계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끝이다…….] [민혁이 지금 모든 궁극기를 퍼붓는다고 해도 최소 30%에 이르는 조각들이 헬레냐의 품에 안기게 될 겁니다. 아마 지금까지 민혁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놈들의 HP를 길드원들이 깎았을 때 자신의 장기인 광역기로 쓸어버리려고 했던 거겠죠.] [하지만 조각의 속도, 힘, 방어력이 너무 뛰어납니다. 저 문 절대 못 지켜요.] [진짜 이대로 끝?] [허무하네.] [하…….]그러나 민혁은 여전히 조각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만인이 ‘넌 왜 아무것도 안 해!’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민혁은 그저 자신의 차례가 아니기에 기다리고 있었을 뿐.
버프능력까지 받아 능력치가 상향된 조각들의 평균 레벨은 650을 웃돈다.
방어력 30%에 배리어 효과까지 하면, 그 방어력은 680레벨을 넘어서는 보스급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심지어 4천 마리를 넘는 숫자이며 이번 전투의 참가자는 고작 300여 명에 불과했다.
무척 불리한 숫자다.
그러나, 어떠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준비하고 있던 것.
사전의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을 그려보고 지형지물을 보며 작전을 짤 수 있다.
천외제국은 수백 가지의 수를 떠올렸다.
그 포지션에 맞게 천외제국 사람들은 움직인다.
해일처럼 쏟아지는 조각들이 성문을 향해 내달릴 때, 그 준비된 수백 가지 수 중 하나를 시작한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앗-!
성벽 위에서 누군가 번쩍 날아오른다.
그는 모든 탱커들의 우상이며, 유저 중 몇 안 되게 진정한 신의 자리에 오른 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이 되고 새로운 스킬들을 새롭게 개방한 발렌티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의 방패는 더욱 단단해져 신의 자리를 계승하기 전보다 1.5배 더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할 겁니다.] [그가 새로이 개방한 스킬은 현재까지 그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랬듯, ‘신등급’ 스킬. 그것도 방패의 신이 그 자리를 계승하고 얻었던 그 방패는 천하무적이 될 겁니다.]미친 듯이 밀려오는 조각들.
땅에 내려선 발렌티노가 양손으로 자신의 사각방패를 움켜쥔다.
그리고 내보인다.
진짜 방패의 신의 힘.
“방패전진!”
발렌티노가 가진 궁극기. 가장 위대했던 방패의 신의 스킬 벤티노의 벽과 융합된 힘이다.
그의 방패가 성벽과 같이 거대해진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륵-!
쿵! 쿵쿵쿵쿵쿵쿵, 쿠쿠쿠쿠쿵-!
조각들이 그의 벽과 같은 방패와 미친 듯이 충돌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발렌티노가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시청자들과 해설자들이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경악했다.
그가 기합성을 내지르며 많은 이들이 더 경악할 만한 모습을 보였다.
“으라아아아아아아!”
방패전진.
방패를 쥐고 힘껏 달리는 발렌티노의 힘에 벽에 붙은 조각들이 단숨에 70m까지 밀려 버렸다.
다혈질적인 성격에 친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유저.
그 오만함에 그의 안티도 세계에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그가 세계 최고의 탱커라는 사실이었으며, 그가 지금 유저들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것.
그는 지금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