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edigger of the Falle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여기저기 부서진 성문의 안으로 기사단이 밀려들었다.
성문에 있을 병사들과 기사들을 밀어내는 역할을 맡은 금사자 기사단과 백마 기사단.
그들은 힘겹게 적을 제압하며 길을 뚫었다. 그 통로를 따라 후진입한 상급 기사들이 돌입한다.
저 멀리 흑마법사와 대치 중인 세 명의 기사.
그중 칼리 아르젠의 시선은 렌 아르젠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앞길을 막는 검은 손을 모조리 베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렌과 그의 위쪽에서 위태롭게 갈라지는 왕성의 벽면.
그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찾아 시선을 돌리자, 창문 너머 로브를 뒤집어쓴 여인이 웃음을 흘리며 마력을 쏘아 보내고 있다.
‘저 망할 년이, 야비하게!’
칼리 아르젠이 발에 기를 응축하고는 땅을 부수며 튀어 올랐다.
양 허리춤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두 개의 단검에 푸른 기가 일렁이고.
아르젠 검술
– 제9 절기
– 압화(押化)
교차 된 두 개의 단검이 스파크를 만들어내며 앞으로 ‘X’자의 검기를 쏘아 보낸다.
극도로 응축한 기의 덩어리가 때마침 무너져 내리는 벽면의 돌덩이를 부수고 그 너머의 창문으로 날아갔다.
후두두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을 바라보던 흑마법사가 표정을 굳히고 지팡이로 땅바닥을 쿵 찍는다.
화아아악!
안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가 장막이 되어 창문의 뒤쪽을 가로막고.
와장창 깨진 유리 파편들이 검기와 함께 장막에 부딪혀 미끄러지며 땅으로 흘러내린다.
“하!”
칼리가 기분 나쁜 얼굴로 광대를 씰룩였다. 흑마법사가 비웃음을 흘리고는 건물의 안쪽으로 뒤돌아 사라지려 했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
병사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던 칼리의 단도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빠르면서도 묵직한 단검의 섬광이 전장을 난자했다.
병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그와 별개로 칼리는 어느 한 명의 목숨도 앗아가지 않았다.
급소를 때려 기절시키거나 발이나 팔의 힘줄을 파열시켜 병사들을 무력화했다.
흑마법이 풀린 후로 꽤 고통스러울 테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저쪽은 칼리가 가는군.’
렌의 감각은 북부에 다녀오기 전과 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감각 스텟이 늘어나서 그렇다기에는 너무도 예리하게 날이 섰다.
괴수들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생존하곤 한다. 놈들의 투기엔 그러한 감각이 담겨있다.
매일 같이 괴수들의 투기를 맞받고 그들을 죽이는 투기를 익힌 후로 렌은 전투에서 투기를 이용하는 법을 깨달았다.
‘투기를 내 생존을 위해 쓴다면…….’
어두운 투기가 렌의 몸을 휘감고, 그 순간 찌릿한 감각과 함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마력의 움직임을 느낀다.
[감각이 0.3 증가합니다.]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무시한 채 마력에 집중한다.
파각!
마력의 방향을 읽고 뒤로 점프하자마자 튀어나온 기다란 두 개의 검은 손.
열 개의 손가락은 곧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렌의 심장을 향해 달려든다.
‘이 정도쯤은…!’
물결을 가르듯 부드럽게 휘어진 초혼이 손가락 열 개를 우수수 베어내고 지나간다.
후두두둑 떨어진 손가락이 검은 손과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 흑마법의 본체가 어딨을까. 조금 전 흘러든 마력을 따라 감각을 확장하니 그 위치가 어딘지 가늠이 된다.
‘지하에 있었나?’
이러니 아무리 술사를 찾아도 보이지 않았지.
그나저나 보이지도 않는 천장 너머로 흑마법을 발현시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쉬이 시도조차 하기 힘든 방식.
어쩌면 흑마법이라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지하입니다! 이 아래 술사가 숨어 있습니다.”
“뭐?”
“그게 가능합니까?”
클레타와 코헨도 놀란 얼굴이다.
“세 분은 먼저 가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제 막 합류한 레이튼이 자신의 검을 역수로 쥐고 땅을 찌른다.
“한파검.”
그의 몸에서 차가운 한기가 몰아쳤다. 코헨이 평소에 뿜어내는 서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다.
쩌적- 쩍-.
바닥에 꽂힌 검을 중심으로 새하얀 서리가 표면을 덮더니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군.’
곧 저 얼어버린 지면이 레이튼의 검격에 무너질 것이다. 괜히 여기 있으면 휘말리겠지.
렌은 코헨과 클레타를 보았다. 세 사람은 이미 같은 생각인 듯 시선으로 생각을 주고받았다.
“잠깐, 나도 같이 가.”
그때, 레이튼의 뒤에서 기사 하나를 날려 보낸 스칼렛 아르젠이 합류했다.
“누님은 저들을 도와서-.”
“아니, 나도 갈래.”
눈동자에 스멀스멀 광기가 들어차고 있다.
이건 못 말린다.
“알겠습니다.”
“이곳은 저들한테 맡겨도 충분해 보이는군.”
“가지.”
나머지 둘의 동의가 떨어지자 네 사람은 빠르게 내성에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렌은 앞으로의 경로를 미리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흑마법사 둘과 흑기사 하나가 대기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의.’
흑성에서도 이번 일에 제법 큰 전력을 쏟아부었다는 방증.
고작 입구에서 저 정도라면 내부에는 얼마나 더 강한 적이 기다리고 있을까.
‘악마의 소환이 목적이고 그것이 왕성의 내부라면 목적지는 단 하나다.’
왕가의 무덤.
전생에서 묘지기라는 이유로 루이즈에게 무덤의 위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무덤을 숨긴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무덤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렌을 그곳으로 불렀다.
‘물론, 나를 믿을 만하다 여겨서 그랬겠지만.’
흑성은 묘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영력을 뽑아내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만약 악마 소환에 영력이 필요하다면, 왕성에서 악마를 소환할 만한 곳은 왕가의 무덤밖에 없다.
‘국왕을 죽이지 않은 이유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군.’
분명 레브는 흑성의 개입 이후로 국왕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살리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그 목적까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시스템에서도 국왕을 구하라 했으니, 죽지는 않았겠지.’
문제는 렌이 왕가의 무덤 위치를 안다는 것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
‘대충 가면서 이유라도…….’
그때, 1층의 로비를 지나 원형의 계단 위쪽에서 음습한 기척 하나가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왔다.
“위에서 적이 옵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렌이었다. 그의 말에 나머지 셋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타다다다닥!
계단과 난간, 벽을 번갈아 가며 튕기듯 다가오는 검은 섬광이 순식간에 그들에게로 쇄도한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 방향을 틀 때마다 가속하는 섬광이 가장 뒤쪽에 있던 스칼렛의 뒤로 내려앉았다.
“칫!”
자신이 이 넷 중 가장 만만하게 보였음을 인지한 스칼렛이 표정을 구기고 검을 쳐냈다.
카아앙!!
마기를 일렁이는 검사가 입가를 쭉 늘이며 씨익 웃는다.
“다시 보는군. 죽고 싶어서 돌아온 건가?”
“너……!”
스칼렛이 눈을 부릅뜨고 나지막이 분노를 토해낸다.
지원군이 오기 전 앞서 1차 습격 때 스칼렛이 싸웠던 기사였다.
그때 제대로 승부를 내지 못해 열받아 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난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 죽여줄게.”
스칼렛의 은빛 머릿결이 출렁였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가 거세게 진동했다.
‘광인이 제대로 발동하는군. 저 검사한테 한 번 졌었나?’
렌은 상태창으로 검사의 능력과 스칼렛의 능력치를 확인하고는 가늘게 웃었다.
“여기는 스칼렛에게 맡기고 저희는 먼저-.”
우웅!!
렌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몇 계단 위에 모여드는 검은 구체.
사이하게 일렁이는 검은 연기에서 위험함이 물씬 풍긴다.
“피해라!”
클레타가 입을 엶과 동시에 세 사람이 계단의 난간을 타고 뛰어내렸다.
위에서 훅 떨어진 검은 구체는 계단을 박살 내는 것도 모자라 물처럼 퍼지며 벽, 바닥 할 것 없이 사방에 달라붙어 시꺼먼 잔흔을 남긴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검은 액체들이 꿈틀대자 그것에 닿은 바닥과 벽, 계단이 퍼석하게 말라비틀어졌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건가?”
“미쳤군.”
세 사람이 질린 얼굴을 했다. 스칼렛과 흑기사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이 부서졌군. 다른 곳으로 돌아 올라갈까?”
“그전에 저 흑마법사를 막아야겠습니다만.”
이곳 말고도 위층으로 올라갈 방법은 있다. 다만 저 흑마법사가 순순히 가게 내버려 둘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겠지.
“내가 막지. 조카 녀석이 걱정되기도 하고 말이야.”
클레타가 서슬 퍼런 눈동자로 흑마법사를 본다. 그의 푸른 기가 검신을 타고 느릿하게 흐른다.
‘스칼렛 녀석, 월격을 거의 구현했다지?’
그의 시선이 슬쩍 스칼렛에게로 옮겨졌다. 그녀가 어떻게 월격을 재현해낼지 궁금한 눈초리였다.
“알겠습니다. 이곳을 부탁드립니다.”
“그래. 레브의 모가지를 베고 오거라.”
“예.”
클레타가 땅을 박차고 뛰었다. 그와 동시에 렌과 코헨도 몸을 틀어 복도로 내달린다.
“클레타 아르젠. 가주 경쟁에서 패배하고 브릴런트에 처박혀 허송세월이나 보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제법 눈빛이 매섭구나.”
검은 로브의 안쪽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인다. 그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마력의 바람에 후드가 벗겨지자, 얼굴의 반쪽이 녹아내린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너는……. 하,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음지에 숨어들어 있었군. 그 소심한 성격은 여전하구나. 마르드루크.”
한때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교수직을 역임하던 마르드루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빼앗기고 잠적했었다.
클레타와도 몇 번 교분이 있었던 인물이다. 마르드루크의 얼굴을 녹아내리게 만든 그 현장에도 클레타가 있었다.
“아직도 남 탓을 하고 있는 건가? 네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도 사고였고 연구 성과가 빼앗겼단 사실도 증명이 되지 않았지.”
“자세한 내막도 모르면서 어쭙잖게 아는 척 마라. 네놈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지 않나.”
비수처럼 꽂히는 그의 말에 클레타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거다. 난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사실 마르드루크의 말처럼 브릴런트에 박혀 지내며 의욕을 잃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렌을 만나고 그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조금씩 되살아났다. 어둡고 답답했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그걸 알기에 클레타는 마르드루크가 이해됐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원래라면 그저 타락해버린 마르드루크에 대한 연민의 감정 따위 일절 없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때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는 법이지.’
그가 검을 고쳐 쥐었다. 렌을 만나고 소홀했던 검술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에는 제법 예리하게 감각을 갈고 닦은 상태.
‘마르드루크가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를 이길 순 없을 거다.’
클레타의 검에 푸른 기가 일렁이다 앞으로 쏟아진다. 동시에 마르드루크의 마력 덩어리가 날아가 허공에서 폭발했다.
“지금이라도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라. 마르드루크.”
“시끄럽다!”
성 전체를 울리는 두 사람의 치열한 접전이 시작됐다.
* * *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알현실로 갈 생각입니다.”
“예? 알현실은 왜……?”
코헨의 물음에 딱히 이렇다 할 명확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저 감이라는 말로 넘어갔지만, 일이 다 끝나면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말해줘야겠지.
“다 왔군요.”
저 멀리 복도 끝에 보이는 거대한 문.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알현실의 문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허, 정말로 누가 있습니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끈적이는 살기. 아마 저 안에서 기다리는 놈도 우리가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기를 대놓고 뿌리는 것이 분명하다.
끼이이익-
대문을 열어젖히자, 붉은 카펫이 쭉 이어져 있고 그 끝에 커다란 왕좌가 자리해 있다.
“여긴 무슨 일이지?”
흑성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기사가 왕좌의 팔걸이에 팔을 올려 턱을 괸 채 여유롭게 물어온다.
“감히 어디에 앉아 있는 거냐.”
코헨이 분노하며 냉기를 흘렸다.
“두 놈이라……, 조금 귀찮아지겠군.”
그가 왕좌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검을 쥐어 들며 일어선다.
제법 웅혼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투구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상태창을 확인할 수가 없는 게 아쉬웠다.
‘느껴지는 기세는 절대 마스터급은 아니다.’
상급 기사 수준이라면 코헨 경에게 충분히 맡길 수 있다.
“시간이 없으니, 제가 맡겠습니다.”
마침 코헨이 그리 말하며 앞으로 나선다.
“부탁드립니다.”
거의 다 왔다. 흑기사가 여유롭게 앞으로 걸어 나온다.
“어딜 가려고.”
흑기사가 땅을 박차고 달려든다. 그의 검신 위로 흐르는 시꺼먼 마기.
그가 검을 가로로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마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허공에 흩뿌려짐을 인지한 코헨이 기를 잔뜩 끌어올린다.
화아아아악―!
안개처럼 퍼지던 마기가 급격히 팽창하더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자그마한 구체들이 칼날로 변해 사방을 난자한다.
콰가가가가가각!!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코헨이 그에 맞춰 냉기를 흩뿌리고 얼음의 조각들을 만들어내 칼날을 모조리 막아냈다.
“허, 코헨 트레비스의 역량이 소문 이상이었나.”
흑기사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그리곤 그가 미간을 좁히고 다급히 고개를 돌린다.
“설마……!”
그의 정신이 완전히 코헨에게 쏠린 사이, 렌은 귀술, 그림자 걸음으로 뒤로 돌아갔다.
렌이 몰래 움직여 발걸음을 멈춘 곳은 왕좌가 놓인 뒤편. 국왕이 기대어 앉는 등받이의 가장 위에 박힌 용 형상의 장식 앞에 선다.
왕을 상징하는 용의 머리 부분을 움켜쥔 렌이 망설임 없이 용의 목을 꺾어버린다.
“이런……!”
흑기사의 낭패 어린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딸깍.
부서지기는커녕 부드럽게 꺾였다가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용 장식과.
쿠구구구구,
순차적으로 열리는 왕좌 뒤쪽의 벽면. 그 너머의 짧은 복도와 아래로 향하는 계단.
렌은 코헨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그곳으로 들어갔다.
이후 고작 5초가 지나지 않아 벽면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흑기사가 의문 어린 질문을 던져보지만.
“나도 궁금하군.”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큭, 근데……, 들어가면 뭐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나?”
흑기사는 여유로운 태도로 그리 말했다. 렌을 순순히 보내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안에도 누가 있나 보군.”
“그래, 위대하신 분의 힘을 받은 녀석이지.”
그 말에 코헨이 피식 웃는다.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냐고 했는가? 크흐, 달라지지. 그가 움직여서 달라지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흑기사가 자신만만한 코헨의 태도에 불안한 듯 눈가를 찡그렸다.
한편, 렌은 지하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 나타난 길쭉한 복도를 내달렸다.
‘여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네.’
그런 나지막한 감상을 끝냄과 동시에 드러나는 거대한 지하 공동.
여러 왕의 무덤이 깔린 그곳에 레브와 흑마법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퀘스트.
‘허, 그러고 보니 여기에 로완 헤르티아가 있었지…….’
퀘스트를 본 렌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