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3
“장군. 되겠나?”
“문제없습니다.”
“좋아. 알아서 차출하게.”
“예.”
사단장이 통대(연대장)들의 얼굴을 흝는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꼴들이 가관이다.
그러나 나는 누가 쓰촨성에 가게 될 지 이미 알고있다.
그러게 평소에 사단장한테 좀 잘하지 그랬어.
눈 밖에 난 2개 연대가 당첨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나는 성곽의 으슥한 공터로 향했다.
이미 십수 명의 사내들이 모여있었다.
“한신 총대장께서 오셨다.”
사내들이 일어나 모두 내게 허리를 숙였다.
썩 반갑지는 않았다.
억지로 앉힌 총대장 자리였기에.
“동맹회 상부에서 10월 9일을 거사일로 지정했습니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이 빠져나갔으니 봉기에는 최적기인 셈입니다. 우리가 들고일어나면 우창의 병사들이 바로 호응할 겁니다.”
“한커우(漢口)의 비밀 거점에서 제조한 폭탄도 조만간 들어옵니다.”
사내들이 한마디씩 떠들었으나 나는 심드렁했다.
이들은 동맹회가 우창에 설치한 하부조직 문학사(文學社)의 간부들.
하지만 말이 간부지 군사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는 애송이들이다.
나이대도 내 또래의 어린 친구들이니 봉기가 시작되었을 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제8진에 잠입한 병사는 얼마나 됩니까?”
“100여명 가량입니다.”
“명단을 주세요.”
이미 상당한 숫자가 후베이군에 입대해있다.
그들은 병사들 사이에서 함께 생활하며 다른 병사들을 선동하고 때가 되면 무기를 들고 봉기하는 임무를 맡았다.
책만 읽은 샌님들보다는 훨씬 귀중한 인재들이다.
“이들에게 제 신분을 노출하지는 않았겠지요.”
“예. 분부대로. 다만 군의 높은 위치에 아군이 있다는 정도는 말했습니다만.”
“그런 얘기도 삼가세요.”
이번 우창 봉기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나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상황이 꼬여버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비밀 유지입니다. 계획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잘해야 돼요.”
“예. 총대장님. 그럼 거사 당일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우창의 중심부에 있으니 가능하다면 적의 수괴부터 제압해야지요.”
“좋아! 목표는 후광 총독 루이청과 제8진 통제 장뱌오의 목이다!”
문학사의 젊은이들이 소리높여 포효했다.
“아니, 아니. 비밀 유지가 중요하다니까 다들 뭐 하세요.”
“어차피 여기는 외진 곳이라 아무도 안 옵니다.”
“그깟 어설픈 정신상태로 되겠습니까? 명심하세요. 우리는 지금 반란을 일으키려는 겁니다. 걸리면 목이 뎅강이라고요.”
아무래도 불안하다.
돕겠다고 나서기는 하는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 같다.
“명심하세요. 여러분, 뭐 보여줄 거 없으니까 뭐 하려 하지마요. 제가 명령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으세요.”
“예!”
쓸데없이 우렁찬 대답.
우리 비밀 혁명 조직 맞지?
***
아니었다.
예상 적중!
고작 며칠 만에 사고가 났다.
쾅!
제8진 통제 장뱌오가 지휘관들을 모아놓고 책상을 쳤다.
“군기가 어떻길래 대놓고 병영에서 총기가 발사돼? 야, 너 뭐 했어. 네 담당이잖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또 거리에서 도는 소문은 뭐야? 중추절에 무장봉기가 일어나 만족을 살육할 거라고? 대체 어디서 나온 괴소문이야?”
“검문에서 의심스러운 자를 체포하였으니 조사중입니다.”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흉흉해. 아무래도 뭔가 잘못됐어.”
포병영 제8표 제3영에서 술자리를 가지다 말다툼이 있었고, 공포탄을 발사하는 등의 소란이 일었다.
소란의 당사자들은 동맹회의 병사들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도망쳤으나 자칫 잡혔더라면 거사 시작도 전에 숨어든 병사들이 일망타진 당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검문에서 붙잡혔다는 놈인데.
에이 설마 문학사의 간부는 아니겠지.
내가 거사 전까지는 그렇게 주의하라고 일렀는데.
장뱌오가 지휘관들을 갈구는데 심문을 맡았던 자가 급히 들어왔다.
귓속말을 들은 장뱌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혀, 혁명? 문학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오. 들켰네.
“계, 계엄이다! 당장 병사들의 외출을 금하고 무기를 회수해라! 특히 실탄은 철저히 간수해라!”
“예!”
“베이징에 원군을 요청해라. 위험하다. 위험해. 우창의 방비가 허술해진 틈을 노리다니.”
그날 저녁.
비상이 걸렸다.
총독 루이청까지 관저에서 뛰쳐나왔다.
“주동자를 색출하고 엄중 처벌한다!”
우창의 성문이 굳게 닫혔다.
장뱌오의 지시를 받은 병사들이 동맹회의 비밀 거점을 타격하러 출동하였다.
계엄령이 떨어졌다.
무장 해제되어가는 병사들을 보며 나는 더 미룰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늘이다. 오늘 해야 한다.
***
제18영 전체가 오랜만에 모였다.
나는 괜히 뒷짐을 지고 걸으며 분위기를 잡았다.
“제8진에 비상이 걸렸다.”
“···.”
“상부에서 무기와 실탄을 반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유는 알겠지?”
“대장! 설마 저희를 의심하는 겁니까!”
병사 샤즈광이 소리쳤다.
“의심하다니. 뭘 의심한다는 건가.”
“저희가 술 먹고 베이징의 윗대가리들을 자주 욕하긴 했습니다만,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건 대장도 알지 않습니까! 그저 술 취한 넋두리였을 뿐입니다!”
아니. 제발 진심이었으면 좋겠는데.
“샤즈광. 그게 정말이냐? 넌 조정의 대신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차례로 똥침을 먹이고 싶다고 했었잖나. 내가 분명히 기억한다.”
“그, 그 똥침은···! 믿어주십시오! 저희는 혁명이니 뭐니 그딴 거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정말로 그런가? 여기 모인 500명 중에 혁명파의 잔당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모두 청에 충성하는 군인입니다!”
지난 몇 달간 군기를 너무 잡았나.
이봐, 샤즈광. 조금은 헐렁해지라고.
나는 방향을 돌려 걷다 한 사람 앞에서 멈추어 섰다.
“리페이양. 집사람은 잘 있나?”
“예! 챙겨주신 덕분입니다.”
“그래. 너도 샤즈광과 같은 생각인가?”
“예? 어떤 생각을 말씀하시는지···.”
“청조의 충성스러운 군인이냐는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리페이양이 자신감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들은 얘기와는 다르군.”
“···?”
“첩보가 하나 들어왔단 말이지.”
“···!”
“다시 묻겠다. 리페이양. 너는 청조의 군인인가?”
병사 리페이양이 온몸을 덜덜 떨다 무릎을 꿇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집사람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에 불과합니다. 모든 건 저 혼자 계획하고 실행한 겁니다···.”
“그 말은 혁명파의 일원인 걸 시인하는 건가?”
“예···. 죽여주십시오···.”
리페이양은 모든 걸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나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자의 처분을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병장에 적막이 흘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내가 군법에 따라 이자를 참수하길 원하는가? 청의 연좌제는 몇 년 전 폐지되었으나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지. 내가 이자의 마누라에게까지 죄를 묻길 원하는가?”
영원할 것 같던 고요를 샤즈광이 깨뜨렸다.
“···눈 감아 주십시오.”
“뭐라 했나? 샤즈광.”
“리페이양은 천성이 멍청한 놈인데 혁명이라니, 뭔가 잘못됐습니다. 분명 뭣도 모르고 쌀을 준다니까 호응한 걸 겁니다. 녀석은 미련하기는 해도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모범군인이었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를만한 친구가 아닙니다.”
샤즈광이 포문을 열자 이구동성으로 병사들이 외쳐댔다.
“리페이양은 전에 만두를 그냥 준 적이 있습니다! 착한 녀석입니다!”
“살려주십시오! 리페이양을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벌을 대신 받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제지했다.
“리페이양은 반역을 꾀했다. 그런 죄를 눈감아 달라는 건 내게도 반역을 꾀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병사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제18영 전체에 이른다. 알겠다고.”
“?”
“리페이양의 죄를 눈감아주겠다. 나는 오늘부터 반역자다.”
“??”
“너희들도 다 반역자다.”
“???”
“우리는 모두 반역자다. 그런고로 지금부터는. 혁명이다.”
움직임도 없이 입을 헤 벌린 병사들을 보며 나는 우렁차게 외쳤다.
“청조는 쇠락하여 이 나라를 이끌어갈 역량을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위정자라는 자들은 오로지 백성을 억압하고 수탈할 생각에만 골몰하고, 기근과 홍수보다 가혹한 정치가 더 무섭다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천하가 도탄에 빠져 신음한지 오래이니 손에 무기를 든 군인으로서 무엇이 최선의 길인가?”
병사들이 사이에서 은은한 기파가 느껴졌다.
하나둘씩 울컥하여 무기를 잡는 것이 보였다.
“무엇이 과연 정의롭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저 베이징의 유력자들에 굽실거리며 어떻게든 곳간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는 것이 정의인가? 쌀을 살 돈으로 아편을 사 세상사 시름에서 도피하여 개인의 허무한 쾌락이나 좇는 것이 정의인가? 세상을 바꿀 용기를 품고 혁명의 불길을 가슴에 담은 사내를 군법에 따라 참수하는 것이 정의인가?”
“아닙니다!”
병사들이 아우성댔다.
“청조를 무너뜨릴 병사는 들고 일어서라! 우창에서 혁명의 봉화를 피울 사람은 나를 따르라!”
“우와와아아아!!!”
“어이어이 우리 대장 믿고 있었다고!”
“저는 입대했을 때부터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관대님!”
고막이 멍멍할 정도로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앞줄에서 샤즈광이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우헤헤! 똥침이다! 혁명이다! 똥침이다!”
바야흐로 똥침, 아니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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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봉화2
우창성 북쪽의 무기고.
방비는 놀랄 만큼 허술했다.
물론 수비할 적 병력이 없는 내륙에 방비를 엄중히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이 땅에서 솟아난다면?
“뭐, 뭐냐!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더 다가오면 적으로 규정한다!”
“이봐. 얼른 무기고 문이나 열어. 봉급도 주지 않는 상부를 위해 네 목숨을 바쳐야 할 이유는 없잖아. 안 그래?”
“···그건 그래.”
“우리에 합류해라.”
무기고 문이 활짝 열렸다.
독일제 마우저, 일본제 무라타, 한양식 등 소총 수만정이 쌓여있었다.
거기에 맥심 기관총, 산포와 야포까지.
이제 화력은 문제없다.
중요한 건 선동이다.
우창성 바깥의 병력은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니 아군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휘체계를 붕괴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 밤 전투에서 지휘관은 나 하나로 족하다.
“바로 제21혼성협(여단)을 습격한다. 단 살상은 장교들로 족하다. 병들과는 교전을 피하고 아군으로 포섭해라!”
“예!”
일개 대대에 불과한 병력으로 여단을 공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그것이 밤중 불시에 일어난 반란이라면.
또한 목적이 여단의 섬멸이 아닌 소란과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이렇게 된다.
“우와아! 혁명이다!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이라고? 우리 통대는 어디 갔지?”
“너희들 지휘관은 반란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도망쳤다! 너희들도 이쪽에 가담해라!”
“···그럴까? 에라 모르겠다. 살기도 좆같은데, 혁명이다!”
이것은 마치 피리 부는 부대가 아닌가.
교전을 거듭할수록 병력이 점점 불어난다.
지휘관들이 도망쳤다는 말은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
하지만 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21혼성협의 사령부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조직적인 반격과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통령을 찾아라!”
“없는데요? 이미 내뺀 모양입니다.”
여단장까지 바로 토꼈다고?
아무런 저항없이 사령부에 무혈입성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똥 싸러 간 거 아냐?
“혹시 모르니 샅샅이 살펴라.”
“대장님! 찾았습니다! 통령입니다!”
“어디냐!”
변소였다.
정말 똥 싸고 있던 건 아니고···.
변소에 숨은 모양이었다.
제21혼성협의 통령, 리위안훙(黎元洪)이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왔다.
살이 뒤룩뒤룩찐 몸에 변발이 돼지 꼬리처럼 덜렁거렸다.
잔뜩 겁을 먹은 눈이 애처로웠다.
“뭘 하는 거냐! 장군이시다! 함부로 대하지 마라!”
“예.”
내가 통령을 거칠게 다루던 병사를 나무라자 리위안훙의 눈이 동그래졌다.
“장군님. 욕보셨습니다. 병사들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너, 너는···. 새로 부임한 관대가 아니더냐?”
“맞습니다. 한신입니다.”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이냐···? 반란이라니. 혁명이라니!”
내 얼굴을 알아본 리위안훙이 매달렸다.
나는 덜덜 떨고 있는 두툼한 살덩어리를 위로했다.
“장군님. 실제상황입니다. 우창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오랜 학정을 감내하던 병사들이 들고일어나 이미 무기고를 습격하고 완전무장했지요. 우창성은 함락당하기 직전입니다.”
“그, 그럴 수가!”
“일어난 사실입니다.”
“잠깐만. 그렇다면 너는 왜 반란군과 함께 있는 거냐···?”
나는 짐짓 너털웃음을 지었다.
“왜겠습니까.”
“네가. 네가! 반란군의 수괴인 거로구나!”
“반란군에 가담한 것은 맞지만, 아니요. 틀렸습니다. 저는 수괴가 아닙니다.”
“그럼 누가? 어떤 개자식이?”
뿔이 난 리위안훙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나는 주변의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통령의 명을 전하겠다. 지금부터 제21혼성협은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북쪽의 무기고에서 무장을 완비하여 우창성 내부로의 진입을 준비하라. 특히 남쪽의 포병표와 연락하여 총독부를 포격할 수 있게끔 대비하여야 한다.”
“예!”
“좋다. 나가봐라.”
병사들이 우르르 떠나고 리위안훙과 나만 남았다.
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게 물었다.
“통령의 명이라니? 나는 그런 명을 내린 적 없네만.”
“조금 있으면 명을 내리게 될 거니 상관없습니다. 순서가 약간 다를 뿐 결과는 같으니까요.”
“자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촉망받던 신임 장교가 어떻게 청조의 은혜를 저버리고 반란군에 가담하는 것인가!”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리위안훙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아랑곳 않고 말했다.
“장군님. 제게 반란의 수괴인지 물어보셨지요.”
“그랬네.”
“수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삼족을 멸할 개새끼 같으니라고! 누군가! 빨리 말하게!”
“리위안훙.”
리위안훙이 얼빠진 표정이 되어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리위안훙? 그건 내 이름인데?”
“예. 맞습니다.”
“내가 반란의 수괴라고?”
“예.”
“도대체 무슨 허튼소리인가!”
혁명군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얼굴마담이 필요하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적당한 커리어에 혁명군 안에서도 전혀 견제가 되지 않는 무능력함.
그 두가지를 모두 갖춘 인재가 바로 리위안훙이다.
이런 사람. 찾기 쉽지 않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도 꿈이 있으실 거로 압니다.”
“헛소리 말고 내가 반란의 수괴라는 그 얘기나 설명해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엄밀히 말하면 반란의 수괴가 아닙니다.”
“그럼 뭔데?”
“후베이성 군정부의 도독.”
리위안훙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독? 내가?”
“예. 그리고 장차 더 높은 자리까지도 바라보실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자리라니?”
“혁명군은 후베이성의 총독부를 무너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목표는 베이징의 자금성이지요. 청조는 영락하고 공화정부가 탄생할 겁니다.”
“그, 그런 일이···. 청조가 영락한다고···.”
나는 리위안훙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보다는 서른살 가까이 어렸으나 마치 어린아이에게 충고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번 혁명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 혁명의 봉화를 피워 올린 도시가 우창이라는건 만인이 인정하겠지요. 그런 우창봉기의 최일선에 선 공로자가 바로 장군님입니다.”
“나, 나는 한 게 없는데···?”
“아니요. 좀 전에 제21혼성협에 훌륭하게 명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사령부 밖에서는 부대 전체가 전투 태세에 돌입하여 포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위안훙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날 후베이성 군정부 도독에 추대하겠다고 했지.”
“예.”
“또한 그보다 더 높은 자리도 가능하다 하였는데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거냐?”
“청나라가 멸망하고 황제는 폐위되거나 혹은 기껏해야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겁니다.”
“그, 그렇겠지.”
“황제를 제외한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혀드리겠습니다.”
거칠게 숨을 들이쉬는 리위안훙.
“그렇다면···?”
“공화정부의 대총통.”
“···!”
이제 내 나이 스물하나.
나 혼자 다 해 먹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특히 조선의 핏줄은 앞으로 생겨날 정적들이 날 공격하기 딱 좋은 소재거리이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뜻을 관철할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
리위안훙은 아주 훌륭한 재목이다.
평소엔 청조에 충성하지만 그렇다고 그 충성심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야심을 품고 또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소시민.
자기 능력을 과신하지 않으며 남에게 의지하기 좋아하는 빈대.
그게 리위안훙이다.
“장군님. 생각해보십시오. 불과 몇시간 전까지 저는 보병영의 관대에 불과했고 장군님은 통령이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겠습니까? 그저 평범한 청의 관료로 생을 마감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기회가 왔습니다. 움켜쥘지는 장군님의 선택입니다.”
선택이라고 했지만.
이걸 누가 마다해.
“조, 좋아! 좋네! 혁명일세. 혁명이야!”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직책은···.”
“참모장이면 족합니다.”
“좋아! 자네를 후베이성 혁명군의 총참모장으로 임명하네!”
리위안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나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밖에 병사들이 도열해있어···. 이제부터 뭘 하면 되지?”
“걱정 마십시오.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자, 자네만 믿겠네!”
확실히 훌륭한 재목.
이것이 대총통의 자질이다.
***
“쏴라!”
콰쾅!
후베이성 총독부와 제8진 사령부를 포위하고 포격을 계속하였다.
일본육사에서의 워게임 이후 처음 겪는 실전.
하지만 오히려 워게임 때보다 더 쉬운 싸움이었다.
적을 몰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겁에 질리게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었다.
사령부로 진입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포탄만 뻥뻥 쐈다.
소총을 허공에 갈기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제8진 사령부에서 전언이 왔습니다!”
“뭐라 왔나.”
“즉시 원대로 복귀하면 죄를 묻지 않겠답니다.”
“그럴 일은 없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고 전해라. 총독부는 함락당했으며 후광 총독 루이청도 도망쳤다고 말이다.”
“예!”
조금 있다가 이번에는 총독부에서 전언이 왔다.
대충 비슷한 얘기였다.
원대로 돌아가면 죄를 덮어주겠노라는.
“총독부에 전해라. 제8진 통제 장뱌오는 군대를 버리고 달아났으니 총독은 아까운 목숨 버리지 말고 투항하라고.”
“예!”
쉽다. 쉬워.
전화기만 없어도 이렇게 요리해 먹기가 간편하니.
제 21혼성협을 포함한 혁명군의 규모는 5,000여명.
장뱌오가 군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선다면 여전히 못 이길 싸움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8진의 지휘계통은 산산분해되었고 루이청과 장뱌오는 투항과 도주를 두고 갈등하고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다른 쪽이 무너졌다고 하면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과연 밤 12시가 지나기 전에 총독부의 문이 열렸다.
화약 냄새가 가득한 관저에 여기저기 수비병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루이청은 없었다.
“여기 땅굴이 있습니다!”
총독부의 담벼락 밑에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땅굴이 파여 있었다.
“소문을 퍼뜨려라. 후광 총독 루이청은 총독부를 버리고 개처럼 담벼락 밑을 기어서 도망쳤다고.”
“예!”
“장뱌오 쪽은 어떤가?”
“간간이 항전하던 수비병들이 조용하니 곧 뚫릴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우창성 전체를 장악한 혁명군은 떠나갈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성문에 철혈 18성기(鐵血十八星旗)가 내걸렸다.
청나라의 압제에 반대하는 18개 성을 상징하는 기였다.
건물에 숨어있다 달려 나온 리위안훙이 감격한 듯 속삭였다.
“자네 말대로 하니 대승리를 거뒀군.”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달아나기 전, 장뱌오가 베이징에 원군을 요청하였으니 청조에서도 곧 대처할 것입니다. 그전에 최대한 이득을 보아야 합니다.”
“무슨 이득?”
“가까운 한양에는 병공창이 있으며 한커우에는 양쯔강과 맞닿은 항구가 있으니, 빠르게 두 도시를 점령하고 태세를 갖추면 청조에서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좋아, 좋아! 진행하게!”
다음날.
군대를 정비하여 한양으로 진격한 나는 포탄 대신 환영 세례를 받았다.
이미 성문에 혁명군의 기가 걸려있었다.
“발 없는 말은 천 리를 간다더니. 우리는 손쓸 필요도 없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리위안훙과 나는 곧바로 병공창을 시찰하였다.
한양병공창은 전국 최대규모의 군수공장. 든든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바로 다음 날, 한커우로 진격을 계획하였으나.
이번에는 도착하기도 전에 전령이 달려왔다.
“한커우에서 혁명이 일어나 도시를 함락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