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04)
〈 105화 〉 괴수 동물원 # 9
* * *
더는 못 참아!
“빨갱이! 문민 이 새끼 빨갱이야! 남산 아저씨들 이리 오세요!”
바로 양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서 소리쳤다!
“뭐라고! 야! 김근철!”
당황한 문민이 소리쳤지만.
“낄낄낄.”
“야!”
문민을 엿먹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보냐? 즐겁게 웃어주자 문민이 땅을 박차려 했지만.
“으아아아아아!”
“노우우우! 히 이즈 레드맨! 베리베리 테러블 합니다!”
“놀랍기 짝이 없군! 괴인을 옹호하다니!”
급우들이 문민을 덮치는 것이 먼저였다. 브라이언과 켄이 날렵하게 문민을 붙잡은 것이다.
“야! 야! 이거 놔!”
그렇게 급우들에게 붙들린 문민이 즉석에서 헹가래를 당하게 되었다. 빨갱이가 뭔가? 부모도 형제도 없다고 난 들었다.
“아악!”
“진짜 지랄들을 해요, 진짜.”
그리 놀고 있으니 엎드려 있던 유리가 일어났다. 졸려 죽겠다는 듯이 눈을 비비면서 하품까지 하고 있는 중인데, 아무래도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지.
“어이고. 우리 유리씨 일어났어?”
“아… 진짜 존나 피곤해. 어제 너무 열심히 싸웠어.”
“좋은 말로 할 때 더 자.”
“그러려고.”
ㅡ화아악!
문민은 여전히도 무력화가 된 채 헹가래를 당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자리로 가 앉았다.
“근철아. 문민이랑 화해한 거 아니었어?”
“화해를 했으니까 그런 거지.”
서먹한 사이면 이런 장난 못 친다.
뭐, 그래도 문민의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동료를 구하러 왔다가 몰살당했다. 딱 그것만 놓고 보면 안타깝긴 하니까.
근데 괴인들은 명백한 적이 아닌가.
빨갱이라고 놀린 거야 장난이라고 쳐도 괴인들의 목적은 인류의 몰살과 지구 침략이다. 그런 놈들을 좋게 봐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영웅이 아니라 철학가가 되어야겠지.
“근데 시후야. 공산주의 할 거야, 안 할 거야?”
“근철아. 또 뭔 소릴 하고 있어?”
장난스레 묻자 시후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애초에 공산주의가 뭔지 알기나 해?”
“아니 그게.”
“근철이 또 모르면서 한 이야기지!”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시후 임마 이거 말을 돌리다니! 이 새끼 수상한걸? 대답을 안 해?”
“하아, 근철아.”
팔짱을 낀 시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심도 없어. 그리고 애초에 초인이 공산주의를 왜 지지해?”
“그런 건가?”
“민주주의도 지지 안 하는데 하물며 공산주의를 지지할 리가 없잖아. 애초에 민주주의는 정치체제고 공산주의는 경제체제야. 그 차이 알고 있어?”
“다, 당연히 알고 있지.”
“근철이 수상해. 지금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 같아.”
허리를 숙인 시후가 아주 수상한 걸 보는 듯한 눈을 한 채 내게 얼굴을 들이댔다…!
“이건 넘어가자!”
아무튼.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사장된 세계였다.
사실 유럽도 아시아도 민주주의의 민자도 찾아볼 수 없는 땅이 되었으니까. 미국이야 뭐 명목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지만, 그쪽 정치체제가 또 골때린단 말이지.
각 주를 대표하는 슈퍼히어로끼리 선거에 나가서 투표를 하는 형식으로 굴러간다고 들었다. 초인이 아니라면 정계에 발을 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강력한 초인들이 무능력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 자체는 거의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봉건시대. 왕정시대. 뭐 그런 것을 넘어서 현대 민주사회가 찾아왔었지만, 디멘션 워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금 새로운 정치체제가 정착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도 현대사회에서는 민주주의 같은 것보다 초인 군주제가 더 효율적이라고는 생각해.”
“그렇단 말이지.”
시후같은 평범한 학생도 이렇게 생각할 정도다.
사실 디멘션 워도 우리 세대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엎어지고 초인군주정이 도래한 것도 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그런 곳에서 나고 자랐으니 당연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ㅡ띠리링.
잠시 고향과 이쪽 세계의 차이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으니 수업 시간 종이 울렸다. 그럼 공부나 더 하도록 하자. 널리지 이즈 파워. 프랑스는 베이컨.
브라이언식 영어.
* * *
점심시간.
굶주린 학생들이 뷔페로 향한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나랑 시후. 레오나. 유리. 이렇게 넷이서 다니는 일이 많다.
아무튼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으려고 섰는데.
ㅡ척.
레오나가 내 옆에 딱 붙어서는.
“채소.”
강렬한 눈빛을 보내오면서 내게 채소를 먹길 강요했다…!
“아니, 레오나! 뭐 맨날 채소만 먹으래!”
“지금 튀김이랑 면만 담고 있잖아욧! 혼나기 전에 빨리 채소 안 담아요!”
“큰일 났다, 진짜!”
레오나는 진짜 무슨 내 엄마가 된 것처럼 내 식단을 관리하려고 했다! 이거는 진짜 채소를 곁들어 먹는 수준이 아니라 퍼먹는 수준이라서 힘들단 말이다!
근데 애초에 채소를 먹는 게 맞고, 레오나의 말에는 틀린 점이 하나도 없어서 따를 수밖에 없다.
ㅡ스윽.
그래서 스윽 채소를 담으니.
“후후후.”
그제서야 미소를 지은 레오나가 감시를 멈추고 자기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진짜 사람 챙겨주는 거 너무 좋아한다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 그 모성애? 그런 게 좀 넘치는 것 같다.
사실 그런 사람이니까 주말마다 고아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는 것이겠지. 말 그대로 성모와 같은 마음가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성모였던 것.
“이 정도면 됐지. 레오나.”
“네. 그 정도면 비타민은 충분하겠네요. 김근철이? 늘 말하지만 영웅에겐 식단도 중요해요. 맨날 편식하면서 기름진 것만 먹으면 파워가 떨어진다구요.”
“알긴 아는데… 아니. 레오나! 너 채소 너무 조금 담았잖아! 나랑 무슨 두 배 차이야!”
“김근철이랑 제 몸무게 차이를 생각해 보세요! 채소도 체급에 맞춰서 먹어야지, 뭐 제가 한 트럭으로 먹겠나요!”
“아.”
그건 그러네.
아무튼 음식을 다 담고 자리에 앉으니 레오나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리고 맞은 편에 시후와 유리가 앉는다.
“김근철이. 또 집어와 놓고 남기면 안 돼요. 아시죠?”
“내가 무슨 어린애냐고.”
“그럼 어린애죠.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는데.”
“어제는 뒤를 맡기고 잘 싸웠잖아.”
“그거랑 달라요. 점수만 보면 애 같아서 참을 수가 없다구요…!”
“내 학력 때문에 난 어린애가 되었다!”
참을 수가 없어!
“아무튼 식사하세요.”
“넹.”
그럼 밥이나 먹자.
“진짜 엄마네, 엄마.”
“엄마라뇨!”
유리가 킬킬거리면서 말하자 레오나가 크게 대답했다.
“뭘 아닌 척을 해? 아무리 봐도 엄마 맞구만.”
“솔직히 그런 것 같아.”
시후까지 고개를 끄덕이니, 잠시 멈칫한 레오나가 내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친다.
“그냥 김근철이가 못미더워서 그래요! 다들 아시잖아요!”
“아니… 레오나. 대체 내가 얼마나 못미더운 거냐고.”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식사 마치면 교실로 가서 어제 일에 대한 보고서나 좀 쓰도록 하죠! 기억이 다 남아 있을 때 써야 좋을 거예요!”
그게 있었지.
“응. 찬성.”
“그래야지. 이거 제출하면 뭐 이득 있다매?”
시후랑 유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성한다.
“그럼요. 다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구요. 특히 김근철이가 제일 열심히 해야 하죠.”
“알겠습니다. 제대로 할게요.”
“빨리 식사나 하세요. 또 먹을 때 그냥 막 넘기지 말고 꼭꼭 씹어먹고.”
진짜 엄마냐고!
그렇게 나는 레오나에게 잔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었다.
* * *
그리 식사를 마친 뒤에는 교실로 와서 책상을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작성하는 내내, 내 옆에 앉은 레오나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훈수를 두면서 날 고통스럽게 했다.
“아이고, 레오나. 나 귀에 딱지 앉겠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잖아요. 잔말 말고 쓰세요. 그거 딱. 글 쓰는 것도, 네? 서두부터 시작해서 쓰고자 하는 걸 명확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고 몇 번을 말해요?”
“나 좀 살려줘!”
아주 그냥 극성 엄마다!
뭐 그래도 잔소리하고는 있지만, 레오나는 계속해서 내가 보고서 쓰는 걸 도와줬다. 도와주면서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내가 반항할 껀덕지가 없구나. 얌전히 도움을 받도록 하자.
“확실히 이상한 사태긴 했지요. 앤틸러리가 그런 게이트를 사용하다니. 우유리. 그렇지 않나요?”
“어. 확실히 이상하긴 해. 근데 뭔가 요즘 그런 사건 많지 않았냐?”
“전조 없는 게이트… 어쩌면 이것도 그거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 최근 이상 사태가 너무 많이 일어나서 심란하네요.”
두 여자가 진지하게 토론한다.
“뭐 괴인이나 빌런들이 신기술을 시험하고 있다던가?”
그리 말하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동안 우리 인류를 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으니, 게이트를 조종하는 기술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는 노릇이죠.”
“캬. 위험하겠구만.”
근데 나는 알고 있다.
대충 그리될 거라는 것을.
“시후야. 만약 진짜로 어떤 괴인이나 빌런이 막 테러 같은 거 하려고 이상 게이트 기술 같은 걸 막 뿌리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잠시 생각한 시후가 대답했다.
“아마 국가 시스템이 바뀌지 않을까? 지금 우리들이 게이트 사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건 전부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 전조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야. 그 틈을 타서 병력을 보낼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전조 없이 나타나는 만큼 바뀌어야 한다는 건가.
“그런데 저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앤틸러리들이 게이트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못 느꼈어. 그건 레오나랑 유리도 그렇지?”
“네. 저도 못 느꼈네요.”
“맞아, 나도 못 느꼈어. 확실히 심각하긴 해.”
진짜 심각한 일이긴 한가 보다.
ㅡ슥슥슥.
그렇게 친구들과 토의를 하면서 보고서 작성을 마쳤다.
“됐다. 다 주세요.”
그리 말한 레오나가 보고서를 걷어갔다. 착착착. 바로 레오나의 손 위에 보고서가 쌓인다.
“제가 반장으로서 한꺼번에 제출하고 올게요.”
“이야! 레오나! 최고다!”
“김근철이는 따라오세요!”
“아닛!”
ㅡ꽈악!
바로 레오나가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힘 자체가 압도적이라서 나는 끌려갈 수밖에 없었어!
“아, 근철아…”
그리 교실 문밖으로 나가고 있으니 시후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손을 내밀었지만, 레오나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어! 시후야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이따 얘기하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