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07)
“다들 고생했다. 살아 돌아와서 무엇보다 기쁘군.”
“아, 예…”
“오우…”
사실 죽을뻔했으니까.
“너희들이 겪은 일은 지금 국가에서도 중대하게 다루고 있는 일이다. 오늘도 이미 몇 건이나 일어난 상태고, 오늘 오후쯤 되면 예비군들이 소집되겠지.”
“세상에.”
“통행주의보도 떨어질 거다. 영웅은 상관없지만, 각자 아는 사람들에게 되도록이면 저녁 이후에 나오지 말라고 전해라.”
확실히 사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가면 제대로 말해주길 바란다. 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정보를 모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교관님.”
“김근철이가 그런 건 확실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레오나가 그리 말하니, 교관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까지… 귀환자는 너희뿐이다.”
“잇즈 어 테러블…!”
“허억…!”
그 말에 브라이언과 켄이 숨을 삼켰다.
“그, 그만큼 큰일이라고?”
“어. 문민 이 자식아. 제일 겁먹어놓고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냐?”
“아, 아니 그래도… 그럼 어제오늘 해서 수십 명이 실종된 거 아냐? 분명 이계로 가서 죽…”
“그 말은 지금 하지 말자.”
그런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정보부로 향했다.
* * *
“예스. 거기서 안타조라들 무리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식물들 역시 기록된 것과 동일했습니다. 따라서 추론했습니다. 거기가 행성 조라라는 것을.”
“쿼퍼렐조라도 봤습니다. 저기. 김근철이라는 녀석이 처리했습니다.”
“광물도 챙겼어요.”
조사는 생각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맞은 편에 앉은 인상 좋은 조사관들이 우리들에게 친절하게 물어봐 줬고, 우린 그냥 뭐 간식이랑 음료수를 까 마시면서 제대로 설명해줬을 뿐이다.
“그럼 우리 김근철 후배님이 쿼퍼렐조라를 처치한 거야?”
“그렇죠.”
“정말 대단하네. 생도인데 C 랭크 괴수를 혼자서 잡다니.”
“흐흐흐, 그게 또 C 랭크 중에서도 약한 개체지 않습니까? 그냥 덩치만 큰 안타조라던데요.”
“그래도 대단한 거야. 역시 싹수가 있어. 그 함웅철 선배를… 작살냈다지?”
“예?”
그걸 알아?
“인재야, 인재. 함웅철 선배를 누가 건드린다고. 아주 그냥 박살이 났던데, 정말 고마워. 옛날에 얻어맞은 적이 있거든.”
“아, 예…”
이거 아무래도 특작부 요원들 사이에 내 소문이 퍼진 것 같은데.
“좋아. 그럼 조사는 끝났어. 이 정보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거야. 행성 조라로 빨려들어갔다니… 만일 특작부 소속의 영웅이 넘어가게 된다면 구조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 그래도 조사관님. 무조건 조라로 간다는 보장은 없으니, 그건 좀.”
“다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우리 일 잘하니까.”
잘하는 거 맞긴 하지?
“고생했어. 1층에 식당 있으니까 밥 먹고 가고.”
“예.”
“이소라 선배님한테 안부 전해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넷이서 나왔다.
“오우, 근철. 뭔가 거물이 된 것 같습니다?”
“하하하! 확실히! 역시 리더의 품격이 느껴지는 것 같군!”
“누가 리더여.”
“비명맨 넌 이제부터 우리의 리더다.”
“그렇게 된 거냐?”
나쁘지 않구만.
“김근철이? 조사 끝났죠?”
“어, 레오나. 교관님은?”
“잠깐 밑에서 얘기하는 중이에요. 내려가요. 다들 고생했어요.”
“어.”
바로 레오나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니, 마침 교관님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였다. 다 끝났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교관님. 오늘 조사는 좀 화기애애하던데요? 뭔가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라 릴렉스가 되는 듯했습니다.”
“적법한 조사니까.”
“사실 교관님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훗, 없진 않겠지. 그래도 오해를 바로잡아주자면… 함웅철 같은 부류의 요원만 그런 것이다. 대부분의 요원들은 착해빠졌어.”
“명심하겠습니다.”
이걸로 국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럼 교관님? 여기서 같이 밥 먹고 돌아가는 거죠?”
레오나가 말했다.
“그럴 생각이다. 그 전에 잠깐. 김근철이? 따라와라.”
“네? 어, 레오나. 나는 니랑 똑같은 걸로 시켜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네요.”
역시 마음이 잘 통한다니까.
바로 교관님을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테라스다. 바람 맞기 딱 좋은 곳이지.
“김근철이.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난간에 팔을 얹은 교관님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뭐 있는 거 아닌가?”
“예?”
이게 무슨?
“학기 초부터 시작해서 자꾸만 사건에 휘말리는군.”
“아니 그게요.”
“거리에서 괴수 게이트와 조우해서 간단한 교전을 치르는 경우라면… 제법 많은 편이다. 실제로 생도들이 한 달에도 몇 번씩 보고할 정도니까.”
그 정도 일은 일상이다.
“근데 김근철이는 조금 특이한 일에 많이 휘말리는 것 같단 말이지. 뭐, 그런 사람이 간혹가다 있긴 해. 특작부 요원들 중에도 그렇게 사고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 있었으니까.”
교관님은 여전히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근데 그 녀석은 단명했다.”
“…이런.”
“죽기 싫으면 언제나 준비를 철저히 해라. 그리고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김근철이 네게는 뭔가 그런 사건이 들러붙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ㅡ스윽.
나를 돌아본 교관님의 눈에는… 뭔지 모를 슬픔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그래. 옛날에 큰 사건이 있다고 했지.
“아이고, 걱정마세요. 교관님. 제가 누굽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몸 빼는 사람이라고요.”
“뭐, 그런 것 같군.”
그리 이야기를 마치고 밥을 먹으러 갔다.
* * *
“하아, 이거 왔다 갔다 시간 엄청 잡아먹었네요.”
모든 일이 끝난 뒤.
돌아온 나는 레오나랑 같이 거리를 걸었다. 이번 사태의 여파일까. 본디 사람으로 북적이던 거리가 조용했다.
어쩐지 이 조용한 느낌이 나를 불쾌하게 하는 듯했다. 무릇 이런 거리에는 사람이 많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근철이?”
“어. 레오나.”
“또 멍하니 있네요. 이번엔 천사 드립으로 넘어갈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딴 생각하고 있죠?”
ㅡ터억.
내 앞에 선 레오나가 허리에 손을 짚고는 따지듯이 말했다. 얼굴을 보니 표정이 참 풍부하다 싶다. 화내고 웃고 불만스러워하고. 아마 우리 중 감정표현이 가장 풍부한 건 레오나겠지.
“감히 제 앞에서 딴 생각을 하다니. 용서 못 한다구요. 자꾸 그러면 짬뽕 먹으러 갈 테니까 정신 차리세요.”
“레오나.”
“네?”
“먹으러 가자, 짬뽕.”
“아닛?! 뭐라구욧?!”
“매운 거 먹고 정신 좀 차려야겠어.”
“제일! 제일 매운 거 먹으러 가요! 여태까지 먹던 거랑 비교도 안 되는 거! 그거! 그거 먹어야겠어요!”
흥분한 레오나가 내 손을 잡고 날아가듯 땅을 박찼다.
“와.”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기분이다.
“…”
양발이 공중에 붕 뜬 채 끌려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떠오르는 기억을 정리해보자면 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이쪽 세계에서 태어난 나.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전전하다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김근철이다. 그곳은 결코 좋지 않았다. 사방이 시뻘건 공간. 건물은 무너지고, 괴수가 창궐한다. 우리는 수많은 괴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마치 멸망을 앞둔 것처럼.
게임 스토리에 나온 그것처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지구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가 군대 갔다 와서 이쪽 세계에 떨어진 나고.
마지막은 지금.
지구에서 살다가 이 세계에 온 뒤의 나다.
그 세 가지 기억에 대한 것을 고찰한 나는. 아주 무시무시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거! 이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매운 짬뽕이래요!”
“나 너무 무서워…!”
짬뽕을 먹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목놓아 울부짖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른 탓일까,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감정이 그대로 터져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해방감이다.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짬뽕집 뒤쪽에는 합법적인 비명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입술이 시뻘게진 채 눈물 흘리는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비명을 지르며 속에 쌓인 것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어!”
그렇게 눈물 콧물을 다 짜낸 뒤에야, 나는 레오나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제 기분은 좀 풀렸나요?”
팔짱을 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레오나가 날 보며 말했다.
“어. 확실하게 풀렸다. 속이 아주 그냥 뻥 뚫렸어.”
내 마음에 뚜러뻥을 박아 넣다니.
“후후후, 잘됐네요. 아, 이제 방학도 얼마 안 남았는데. 쌓인 것도 없고 하면 신학기부터 힘내야겠죠?”
“레오나. 그냥 힘내는 걸로 되겠어?”
“네?”
“아주 그냥 전력을 때려 박아야지. 그냥 힘을 내는 걸로는 모자라… 그보다 더한 게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어?”
“바로 그거죠!”
레오나가 힘차게 소리쳤다.
“솔직히 요즘 정세가 많이 불안정한데, 이럴 땐 힘을 키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힘만 있다면 헤쳐나갈 수 있다구요!”
“너무 좋은 말이야…!”
“카이너스 가문의 가훈이랍니다! 외워두세요!”
“종이 어딨어! 적어서 집 안에 걸어두게!”
“액자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레오나랑 한참동안 떠들다가.
“그럼 다음에 봐요!”
헤어졌다.
비행 리무진이 레오나를 데리러 온 것이다.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았는데 비행 리무진 같은 거 타고 가면 사감한테 걸리고 만다.
“아크 엔젤.”
하여간 천사라니까.
사람 기운 찾아준다고 짬뽕까지 먹여준다니.
“후우.”
나는 숨을 내쉬고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좋아.”
정신이 아주 맑다.
최근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온갖 상념과 불안감.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완전히 일소되었다.
그렇게 아주 상쾌해진 상황에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씨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