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70)
EP.513 멘탈 케어 # 11
가까이 다가가니 유리가 내게 헤드락을 시전했다.
“애들이랑 이상한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있어, 이 자식아.”
“크악. 아니 뭐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고 그래.”
애들도 어제 테러 사태에 한 손 보탰다길래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게다가 방금은 핫산이 앵락을 돌려받는지 마는지 하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래도 좀 소프트한 헤드락이라 답답하진 않다.
“지랄 말고 가만히 좀 있어라.”
“아이고.”
바로 그때.
ㅡ드륵.
문이 열리면서 시후가 들어왔다.
“아.”
들어온 시후가 우리랑 눈을 마주친다. 순간 느껴진 미묘한 공기. 하지만 시후가 또 도망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 좋은 아침.”
“어어, 그래.”
유리랑 시후가 살짝 어색하게 인사했을 뿐이다.
“왔냐? 어제 별일 없었음?”
날 놔주면서 말하는 유리.
“딱히…? 으, 으흠. 그냥 들어가서 쉬었으니까.”
“그러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랑 시후 사이에 조금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아무튼… 어제는, 어? 너무 소리쳐서 미안하다.”
“그, 그럴 수도 있지…”
뭐야. 웬일로 유리가 바로 사과를 하네. 시후도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시후야. 어제 일은 유리랑 잘 풀자. 사과도 했잖아.”
“으으, 알았어. 그래야지. 그럼 유리야. 이따가 얘기해.”
“그래.”
시후가 자리로 돌아갔다.
“어떻게 바로 사과했네?”
“뭐어. 사실 그렇게 큰소리칠 것도 아니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었지.”
그것도 그런가. 소리친 것 치고는 유리도 나한테 그랬으니까 말이지. 아무튼 나도 자리로 돌아가니 류씨가 왔다.
“여어, 류씨.”
“…탈레반 녀석.”
“음?”
날 흘겨보며 자리에 앉은 류씨가.
“어젠 네놈답지 않게 수고를 했더군.”
갑자기 그런 소리를!
“뭐라고?!”
류씨 이 녀석이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한 거냐?!
“지금 수고 많았다고 했냐!”
“알아들었으면 좀 닥치란 말이다!”
자리에 앉은 류씨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소리쳤다.
“이야! 이거 류씨한테 칭찬을 다 받아보네!”
진짜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그나저나. 너도 어제 거기 있었나 보지?”
“일을 거들고 수습하는데 참여했다. 과정에서 네놈을 목격했지. 탈레반 치곤 열심히 했으니 정당한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봤으면 인사 좀 하라고.”
“내가 왜 네놈 따위에게!”
보아하니 류씨도 거기 있었던 모양이지. 애초에 생활권도 겹칠 테고. 류성그룹의 자식인 만큼 일이 터지자마자 개입했을 것이다.
“근데 사건 현장이 존나 넓긴 넓었나 보네. 보니까 애들 많이 참여했더라. 게다가 나는 류씨 너 보지도 못했다고.”
“아주 넓었지… 빌어먹을. 그딴 일이나 일으키다니. 하여간 인터넷이 문제다.”
인터넷이라.
“김근철이. 어제 잘 들어갔나요?”
“오. 레오나. 나야 잘 들어갔지. 너는?”
“저도 어떻게 잘 이야기하고 돌아갔네요. 아아, 그래서 좀 피곤해요. 요즘 잠이 모자라달까.”
“점심시간에 좀 자라. 흐흐흐.”
“그럴까요?”
밥 빨리 먹고 가서 자면 된다.
이게 바로 노가다 스타일인데, 레오나가 또 노가다랑 어울리는 인물인 만큼 아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ㅡ드륵.
곧 교관님이 들어오셨다.
“다들 착석. 국가 비상사태다.”
“착석하자!”
애들이 잽싸게 착석했고, 교관님이 양손으로 교탁을 짚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우릴 둘러보고는 말했다.
“어제 일어난 미친 테러 사건을 알고 있을 거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십 명이 넘는 테러범들이 동시에 발호.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면서 사회를 혼란케했지.”
직접 참가한 만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미 티비 뉴스도 인터넷도 관련 기사와 정보로 터져나가고 있을 정도다. 한 명의 난사범이 개인적으로 무차별 테러를 감행한 사건 자체는 한 번씩 보인다. 근데 이런 사건은 완전히 사상 최초니까.
“정말이지… 미쳐버릴 지경이다. 교관 일을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이 사태의 주범을 잡으러 가고 싶어질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었지.”
ㅡ사아아.
그리 말한 교관님에게서 살기가 뿜어졌다.
“교, 교관님… 진정하십시오.”
“알겠다. 미안하게 됐군.”
“크으, 아무튼. 그 주범이 특정된 겁니까?”
“후우… 글쎄.”
교관님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주범 자체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화된 조직에 소속된 채로 움직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 것이다.”
“점조직 형태요?”
“그래. 인터넷상에서 비밀스러운 메신저를 통해 교류하고 사건 결행일 같은 걸 정했다는군.”
ㅡ술렁술렁.
인터넷이란 말에 애들이 술렁댄다.
“뭐라고 하지? 딥웹? 다크사이트? 잘은 몰라도 그런 음지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했다는군. 우회 프로그램까지 사용했다는데… 대체 뭐지? 그것들은?”
어.
“김근철이. 딥웹이란 것에 대해서 좀 아나?”
“진짜 하나도 몰라요. 그 약간 수상하고 비밀스러운 사이트 아닙니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애석하게도 교관인 나도 그 정도밖에 모른다.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해선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단체 교육을 할 예정이다.”
교관님이 인터넷에 많이 약하시구나.
“핵심은 이거다. 어떤 사악한 녀석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모으고, 교모하게 선동하여 테러 사건을 일으키게 했다. 정말 엄청난 선동력이지… 이 사건의 주범은 빌런조직인 것이 명확해 보인다. 빌런 중 일부가 점 조직을 만들어서 선동을 한 것이지.”
역시 그런 결론인가.
“그래도 정말 놀랍습니다. 뭐 사이비교주마냥 빌런이 직접 나서서 선동을 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 메신저만을 이용해 수십 명의 인간들을 테러범으로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 파악된 정보는 그렇다.”
가상공간에서 이상한 정보로 사람을 세뇌하는 건 쉽다.
근데 그걸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역시 이 빌런 씹새끼들 보통내기가 아니야.
게다가 그 빨간머리 여빌런… 그 새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거기에 와 있었던 거냐? 인터넷만으로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었다면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걔한테 뭐가 있는 건가?
“이번 사태에 참전한 녀석들이 많다고 들었다. 정말 아주 잘했다. 전부 보고하도록 하고. 민간인 구조가 아니라 실제로 교전을 한 녀석들은 뒤지게 맞아야 하니 방과 후에 찾아오도록.”
“예?”
방금 뭐라고?
“그리고 정부에서 고강도 인터넷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점 유의해라.”
“인터넷 규제라.”
그게 가능할까?
현실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가상공간을 통제하는 건 몹시 어려울 텐데. 게다가 통제를 한다고 해도 그건 국내 인터넷 한정 아닌가?
딥웹이니 뭐니 그런 걸 규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아… 돌아버리겠군.”
교관님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괴수 잡는 것만으로도 바쁜 초인들이 인터넷이나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것도 그렇지.
“안 하던 걸 하는 거라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군… 뭐가 됐든 괴수를 잡아야 할 초인들이 인터넷 따위에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니 통탄스러울 뿐이다.”
“그만큼 안보 위기 상황이라는 거겠지요. 교관님.”
“그래.”
뭐가 됐든 새로이 급부상한 빌런 집단인 새승천회.
이 새끼들은 지금 칼레이도 아스타테만큼이나 위험한 놈들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마약을 살포하고 테러 지령을 내리다니. 말 그대로 한국이라는 국가의 붕괴를 위해 힘쓰고 있다.
대체 왜 한국을 노리는 걸까… 한국에 있는 거라곤 뭐 김익수 이런 애들 말곤 없는데.
“음?”
설마 이 빌런놈들도 김익수와 뭔가 연관이 있는 걸까? 잠깐. 따지고 보면 보프도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새로이 급부상한 이 빌런집단이 한국을 노리는 이유.
…어쩌면.
김익수나 보프나 빌런들이나.
노리는 것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익수랑 보프는 칼레이도 아스타테에 대한 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빌런 놈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건 가능성이 높다.
“그럼 오늘은 이런 테러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행동 요령과 대처 방법을 등에 대한 합반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교관님!”
방학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
*
*
“그러니까 빌런과 싸웠다는 이야기인가요?!”
레오나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입을 떡 벌렸다.
“어.”
“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해욧!”
“나는 너희들 다 모이면 그때 말하려고 했지! 근데 그게 타이밍이 안 맞아서…”
“그럴 수가!”
일종의 타이밍이 안 맞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야 임마! 그런 건 우리 보자마자 말했어야지!”
“그러니까앗!”
레오나에 이어 유리랑 시후도 발작하면서 날 잡고 흔들어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말할 걸 그랬나.
“크으… 그래도 이시후는 어제 옷 찢어져서 바로 돌아갔다고 했죠?”
“응? 뭐라구?”
“그래서 다 모일 수가 없었네요. 저도 바빴고요. 같이 있을 때 말하려고 한 김근철이 생각이 이해가 되긴 해요.”
순간 유리가 시후한테 눈치를 보냈다.
“…”
레오나는 둘과 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다. 이게 들키면 좀 큰일 나지 않을까?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자.
“그, 그러네에. 그래도 이렇게 모였으니까. 지금이라도 이야기하면 되겠지.”
“뭐… 그것도 그러네. 하여간. 빌런이라는 게 씨발. 원랜 보이기만 해도 난리가 나는 놈들인데 요즘 왜 이렇게 많아? 누가 보면 뭐 어디서 만들어지는 줄 알겠어.”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빌런 새끼들. 멸망기 때는 온갖 인간들을 잡아다가… 아니, 또 이상한 기억이.
하지만 쓸만한 기억이다.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 아니냐? 그레고르 잠자씨 건도 그렇고. 갱단 두목 건도 그렇고. 인간을 괴수화하는 작업 자체가 빌런화 기술의 산물일지도 모르잖아.”
그때 당시 그리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걸 그대로 말하니 애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그렇다면 정말 위험하네요. 빌런화 기술에 텔레포트 능력까지? 아무리 대비했다고 해도 그건 대응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흐음… 근철아. 일단 뭐가 됐든 빌런이 개입한 건 국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 그래야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 류나한테 연락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류나한테 알릴까? 분명 그 여자 빌런. 새승천회라고 말했거든.”
“갱단 보스가 말한 그거 말이죠.”
“아, 근데 그 빌런년 그거 니가 격퇴했다고 하지 않았냐? 어떻게 격퇴했는데?”
유리가 흥미로워하면서 그 부분을 물었다.
“아니 뭐. 싸우다 보니까 좀 격해졌지. 그래서 김근참 썼는데 양팔이 날아가더라고. 그랬더니 게이트 열어서 도망치더라.”
“뭐, 뭐어? 양팔을 날려? 이 화끈한 새끼…!”
화끈하긴 했지.
“팔을 잃은 상태로 그렇게 순식간에 도망치다니. 여간 내기가 아닌 것 같네요. 말마따나 표적이 된 거겠죠. 그렇다면 그 빌런은 김근철이를 노리기 위해 온 거였을까요?”
“암살…! 설마 근철이를 암살하기 위해?”
“엇.”
진짜 진짜로 날 암살하려고 그런 건가?
생각해보니 그 여자 처음에 민간인인 척 위장하고 있었다. 어디 자리를 잘 보고 영웅을 피하거나 하면서 내게 발견되기 위해 노력한 거였다면… 그 기습도 이해가 간다.
“진짜 그런 거였나?! 씨발! 일단 류나한테 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