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60)
EP.604 이소라 교관님 무서워요 # 7
“하아… 내가 생각해도 중증이로군.”
진정을 한 교관님이 머리를 짚으면서 숨을 내쉬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
“아니 뭐. 괜찮습니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교관님. 상상 이상으로 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확실히 심하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잘 안 먹히더군. 아니. 정확히는 이게 괜찮아진 상태다.”
“이게 괜찮진 거라구요?”
완전히 떨면서 신음까지 할 정도였는데?
그렇다면 옛날엔 대체 어땠다는 걸까.
“지금은 내 평정심이 깨어졌을 때나 이런다. 보통 이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엔 좀 강하게 흔들려서 심하게 온 것 같군.”
내가 류나랑 빌런 암살 같은 터무니 없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던 탓에 평정심이 깨어진 것이다.
교관님은 우리를 아주 아끼신다. 요원도 아닌 녀석이 특수작전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옛날 일이 떠올라 이렇게 되고 말았다.
“그…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정말이지… 이게 다 김근철이 네 탓이다. 이 건방진 녀석이 감히 그딴 위험한 짓을 하다니. 잘하는 짓이다.”
“아이고, 그게요.”
이렇게 혼내는 걸 보니 나름 평소 모습을 찾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좀 요양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금도 멀쩡해 보였는데 갑자기 그랬으니까.
“아무튼. 김근철이. 누구에게나 나약한 면은 있다… 교관으로선 그걸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정작 내가 이런 상태니 뭐라고 말은 못 하겠군.”
“제자 좋다는 게 뭡니까. 저는 나약한 면을 이겨내 보겠습니다.”
“진짜 뭐라고 반응하기 어렵게 말하는군… 그래도 훌륭한 제자인 건 맞다.”
훌륭한 제자!
그리 말한 교관님이 날 보면서 웃었다.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줄이야. 바로 와서 진정을 시켜주다니. 솔직히 감탄했다. 역시 김근철이에겐 어른스러운 면이 있군.”
“흐흐흐,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상당히 겸손한 편이다.
겸양을 미덕으로 삼고, 누구에게 뻗대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김근철이를 차세대 리더라고 평가한 것이다.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재. 그게 바로 나다. 겸양을 미덕으로 삼고 원체 겸손한 성품을 지닌 내가 그렇게 판단할 정도라면 진짜 말 다한 거다.
나는 그만큼 스스로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게 뻗대는 걸 빼면 말이지.”
“아.”
“그럼 아침이나 먹지. 만들어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아, 네.”
그러고 보니 배고프다.
교관님이 소파에서 일어나셨고, 거실 문 쪽으로 가다가 멈칫했다.
“그런데 김근철이.”
“네?”
“너… 손버릇이 좀 많이 나쁜 편인 것 같더군.”
“예? 그게 무슨?”
손버릇이 나쁘다니 무슨 소리지?
“뭐, 자면서 뒤척이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경 쓰고 있다면 잊어라.”
“아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ㅡ터억.
그 말을 남긴 교관님이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손버릇이 나쁘고 자면서 뒤척여? 아! 설마 어제 교관님이랑 같이 자다가 내가 뭔가를 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나는 자느라 그런 기억이 없는데!
설마 내가 교관님에게 이상한 짓을 한 것은 아니겠지!
이거 때문에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괴로워졌지만, 요리를 마치고 돌아온 교관님은 그것에 대해 따로 말을 하지 않았다.
미친듯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물어봤는데 그냥 샌드위치나 먹으라고 할 뿐이었다.
근데 그런 말을 들었는데 샌드위치가 넘어가겠냐고.
“김근철이.”
“아, 네.”
“자꾸 가슴 쪽을 쳐다보지 마라. 그, 조금 그러니까. 내게도 수치심은 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맹세컨대 방금은 샌드위치를 잡고 사색했을 뿐 교관님의 가슴 쪽을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멍하니 있던 거지 가슴을 보고 있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그래… 음, 알았다.”
이게 또 자꾸만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지네.
아무튼.
밥도 먹었으니 간단히 수련이라도 좀 해보자. 들어보니 교관님네 집에는 수련실이 있다는 모양이다. 진짜 집이 얼마나 크면 그런 게 있지? 한번 이용해보고 싶다.
“교관님. 거기 그.”
“잠깐.”
교관님이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아, 그래… 드디어 왔단 말이지. 들어와라.”
설마?
“류아라씨가 온 겁니까?”
“생각보다 일찍 왔군. 앉아라.”
뭔가 교관님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한다. 약간 그라데이션 분노. 류나에 대한 걸 생각하자마자 분노가 조금씩 치밀어오르는 듯한 그런 모습.
“일단 폭력은 좀 내려놓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조용히 해라.”
그리 말한 교관님이 잠깐 거실 밖으로 나갔고.
“근철이 안녕.”
류나를 대동하고 돌아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누님.”
“으응,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네.”
살작 꺼림직한 모습.
역시 류나라고 해도 교관님의 분노를 받아내는 건 어려운 일인 것이다.
“조용히 하고 앉아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선배님.”
“한 번만 더 쓸데없이 주둥이를 놀린다면…”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가벼운 언행으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한 것 같지만 지금의 교관님에게 그런 게 통할 리가 없다.
그걸 보면서 나는.
“…”
류나와 한번 눈빛을 나눴다.
과연 류나가 핑계거리를 잘 준비했을까? 아무리 교관님이라고 해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속행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교관님쯤 되는 사람을 속인다는 건 아주 어렵다. 실제로 이렇게 잡히기도 했고. 우리에 대한 일이 교관님의 귀에 들어가는 일까지 생겼다.
말하자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보안이 깨졌다고 봐도 좋은 일이다. 류나가 엄청난 말빨을 통해 교관님을 구워삶는 게 아니라면 뭐가 됐든 들키고 말 터.
이것은 여기 잡혀 온 뒤로 계속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 당연히 류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고 내 사고를 꿰뚫어 볼 것이다.
교관님을 속이는 건 어렵고, 이미 보안마저 깨진 상태.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교관님께 도와달라고 직접 말을 하는 거다. 이번 일로 교관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강하지만, 동시에 나약한 내면을 숨기고 있는 그런 분이시다.
불우한 미래가 온다면 교관님이 더 괴로워지겠지.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힘을 보태달라고 하면 돼.
이소라 교관님이라면 반드시 우리의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ㅡ톡톡.
그리 생각하면서 눈빛을 나누고 나니 류나가 자기 가방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무슨 의미지? 근데 뭔가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다.
“자… 그럼. 류아라. 감히 생도를 데리고 빌런 암살 활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 좀 들어보도록 할까.”
“…”
“사실 무슨 말을 해도 내 분노를 가라앉힐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말해라. 이유는 알아야겠으니까.”
맞은 편에 팔짱을 끼고 앉은 교관님이 무겁게 말했다. 그 시선을 받아내고 있으니, 류나가 손으로 내 허벅지를 더듬었다.
“…”
장난치는 건 아닐 테고.
간지럽지만 참았다.
보니까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는 것 같았다.
[사실대로] [말할까?]역시.
류나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류나의 허벅지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아니, 누님 허벅지에 이러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네]근데 간지럼도 안 타나.
“으음, 선배님이 이 일에 대해 크게 노하셨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고. 전부 예상한 일이니까.”
“호오? 알고도 했단 말이지?”
“네. 전부 알고 했죠.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대체 어떤 이유길래 요원이 생도를 데리고 특수작전을 하나? 류아라. 너는 군인이 민간인 고등학생과 함께 실전을 뛰는 걸 본 적이 있나?”
교관님의 어조가 격해진다.
“근철이는 이미 믿음직한 영웅이에요. 제가 인정한.”
“네 인정 따위가 무슨 상관이지!”
ㅡ콰앙!
“어억!”
교관님이 상을 내리친 순간 상이 말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설령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한들 네 행동은 미친 짓이다! 그런데 반성은 커녕 당당하게 굴다니…!”
“교, 교관님! 진정하십시오!”
“닥쳐라!”
“근철아. 누나 가방에서 노트북 좀 꺼내줄래?”
“아, 네!”
역시 누님이다!
내 생각을 전부 읽고 교관님을 설득할 자료를 챙겨온 거구나. 좋다. 나도 완전히 결심이 섰다.
교관님도 동료로 만들자.
ㅡ파앗.
바로 누님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사실 누나도 많이 고민했어. 근데 역시 이것 말곤 방법이 없네. 들킨 것도 상정외였고. 근철이가 이렇게 잡힌 것도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예… 죄송합니다.”
“아니야. 근철이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언젠간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해. 선배님만큼 믿을 수 있는 영웅이 또 없잖니?”
“맞는 말입니다. 교관님이라면 반드시 도와줄 테죠.”
반드시 그리될 것이다.
“뭘 그렇게 수군대지?”
교관님이 아주 무섭게 말했다.
마음은 이미 정했다.
바로 노트북을 펼쳤다.
“교관님. 이 노트북 좀 봐주시겠습니까. 아, 설득은 누님이 해주십시오.”
“응. 그렇게 할게.”
“설득? 이게 설득이 될 일은 아닐 텐데. 무슨 생각이지?”
“선배님. 이걸 보시면 생각이 좀 바뀔지도 몰라요.”
그 말에 교관님이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다.
“원래라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지요. 저도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요원인 제가 본분을 망각하고 지켜야 할 미성년자 생도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그런 특수작전을 함께 해야 할 이유라는 게 존재하기도 하는 법이죠.”
“그게 무슨 헛소리-”
“선배님도 요원이었으니 알 텐데요. 세상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
침묵.
“그래. 좋다. 뭘 보여줄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널 두들겨 패는 건 그다음에 해도 되겠지.”
“교관님!”
“착각하지 마라, 김근철이. 내가 뭘 본다고 해서 설득이 될 일은 없으니까. 단지 너희들을 패기 전에…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봐주는 것뿐이다.”
아니 근데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 당하더라.
그래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교관님. 이건 교관님의 그런 생각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그런 패러다임 전환적으로 아주 충격적인 정보입니다. 정말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까불지 마라. 진짜 죽고 싶나? 김근철이.”
“알겠습니다! 누님! 설명 좀 해주세요!”
“후후후, 알겠어. 누나한테 맡겨줘. 자, 그럼… 선배님.”
“…”
“통령군주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대한 걸 이야기해볼까요.”
“뭐…?”
즉시 좋은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