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61)
EP.605 이소라 교관님 무서워요 # 8
그렇게 류나가 교관님에게 자료를 보여주면서 조곤조곤하게 설명했다.
노트북 안에 들어있는 것은 전부 우리가 미래에서 수집해온 자료다. 교관님은 처음에 화를 내면서 개소리하지 말라고 우릴 위협했지만, 류나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 설명하면서.
“선배님. 근철이가 미래에 가서 직접 가져온 자료에요.”
그 이야기까지 했다.
“뭣…”
그에따라 교관님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누구? 류나와 보이드 프린세스까지 동료로 만든 사람이다. 그러니 교관님도 설득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자료와 내 경험에 대한 걸 전부 설명했다.
“미, 믿을 수 없다…”
그리 말한 것 치곤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고,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는 상태다.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라고 여겼다면 저런 반응도 하지 않았을 터.
“설득된 것 같네, 근철아.”
“그러게요.”
“그럼 선배님. 이 노트북. 직접 확인해주세요. 직접 확인하다 보면 더 확신이 생길 테니까.”
“…”
류나가 노트북을 넘겨줬고 교관님은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태도로 바로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혼자 자료를 확인했다.
“그건 그렇고. 자료를 잘 정리해두신 것 같습니다. 누님.”
“응. 목적별로 분류하고 시간순으로 정렬했어.”
“오오.”
“전부 몇 번이고 복습하면서 확인했으니까… 당연히 선배님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 말대로다.
교관님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교관님의 도움을 받는다면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누님.”
“응. 선배님쯤 되는 분이 합류한다면 정말로 막을 수 있겠지. 설령 통령군주가 뭔가 수를 쓴다고 해도 충분히 뭉칠 수 있어.”
“뭐니뭐니 해도 아이돌이니까요.”
“아이돌이라, 후훗. 지금 못 듣는 상태인 것 같아서 다행이네.”
“아.”
큰일 날 뻔했네.
교관님은 아직도 자료에 푹 빠져 있는 상태다.
“근철아. 누나는 통령군주가 우리에 대한 걸 알아채서 국가 전복 세력으로 지정하고 토벌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 무엇보다 경계 돼.”
“저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국가적 무력을 상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이북에 강림한 거대 파편조차도 파괴했다.
그것이 바로 국가의 무력.
상대하는 건 불가능해.
“응… 그래도 선배님이 있다면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시간을 끌고, 역전시킬 수 있을 거야.”
“예.”
그러니 여론이 중요한 거지.
“…”
교관님은 계속해서 자료를 살폈다.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지 이미 주변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자유롭게 교관님네 집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보다 근철아. 어제 하루 동안 잡혀 있었는데. 괜찮았니?”
“아, 네. 교관님이 잘 챙겨주셔서 문제없었어요. 세상에 글쎄 밥도 해주셨거든요. 요리를 아주 잘하시던데요.”
“선배님이 요리를…?”
그 말에 류나가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반응하며 놀란 티를 냈다.
“부럽네에… 상상하는 것도 힘든 모습인데. 요리를 대접받다니.”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
근데 옛날부터 생각했는데 류나는 교관님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잘 따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교관님은 그 반대인데 말이다.
“누님. 교관님을 많이 존경하고 좋아하시는 겁니까?”
“응. 맞아. 아주 존경하는 선배님이지. 좋아해.”
“흐흐흐, 역시 그렇군요. 하긴. 교관님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그래도 누나는 좀 특별해. 옛날부터 존경했거든.”
“오오, 그렇습니까?”
“사실 요원이 된 것도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서 그랬달까. 뭐, 그 정도야.”
“크으! 그런 거였다니!”
역시 우리 류나 보면 볼수록 참된 사람이다! 교관님을 존경해서 요원이 되었다니!
이런 누나를 의심하고 있던 김근철이라는 녀석이 개병신처럼 느껴진다.
“사실 누나 말고 모두가 그랬어. 다들 선배님을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은퇴할 때 아주 아쉬워했지… 하지만 어쩔 수 없네. 그런 사건이었으니.”
“차원함선…”
“으응?”
맞장구를 친 순간 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한테 들었니?”
“아.”
이거 교관님이 발작한 걸 말해줘야 하나?
“교관님한테 들었는데요.”
“그걸… 말해줬니?”
“사실 어제 일이 있었거든요. 원래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동료가 될 테니 이건 알아야 할 것 같네요.”
바로 류나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뭐 이상한 건 빼고 지정된 위치에서 자고 있었는데 교관님이 발작하는 소리를 들었고 구조하러 갔다는 내용.
그리고 아침에 교관님의 설명으로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끝까지 설명했다.
“그런… 역시 선배님은 그런 상태였던 거구나. 몰랐어. 그렇게 심했을 줄은.”
“사실 이것도 괜찮아진 상태라고 하던데요. 원래는 더 심했을 겁니다.”
“하아.”
걱정스러운 한숨.
“그래서 알고 있었던 거구나. 확실히 그런 모습을 들켰다면 알려줄 수밖에 없겠네.”
“근데 누님. 그거 아십니까. 교관님이 발작한 건 다 저희 때문입니다. 그, 자기 주변 사람이 죽는 것에 큰 공포를 느끼는 것 같았거든요.”
“이거 죄책감이 드는걸…”
드물게도 류나가 우울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 누나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역시 존경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면 자기도 고통스러운 법이겠지.
“어쩌지? 근철아?”
“네? 아닛!”
“어떡하면 좋아. 선배님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아니 갑자기 왜 이러세요!”
류나가 약간 징징대는 것처럼 말하면서 달라붙어 오더니 날 껴안기 시작했다!
“근철아. 어떻게 해야 할까. 선배님이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었다니. 누나 너무 슬퍼.”
“이것 좀 놓고 말하세욧…!”
갑자기 이러면 곤란하단 말이다!
게다가 지금 머릿속이 교관님이랑 같이 잔 걸로 가득한데 이런 자극이라니! 게다가 또 내게 있다는 나쁜 손버릇이란 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단 말이다!
“근철이 너무해. 누나도 위로가 필요한 것 같은데. 자꾸 밀어내고.”
“류씨한테 하세요, 좀!”
“천휘한테는 너무 많이 했어.”
“누나한테 시달리는 동생이라니!”
이제 타겟이 나인가!
“아무튼! 그보다 애들은 어떻습니까!”
갑자기 나랑 연락 두절이 되었으니 여간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아, 지금 다들 굉장히 놀란 상태야. 그래도 상대가 선배님이니 큰 걱정은 하지는 않고 있어.”
“그건 다행이네요.”
“응. 그리고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야. 아무래도 들킬 것 같고, 그렇게 된 김에 선배님을 설득해서 동료로 끌어들이자고 이야기를 했거든.”
“역시!”
역시 내 친구들이다. 당연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겠지
“그래도 늦었으니 나가게 되면 바로 연락하렴?”
“물론 그럴 생각입니다. 이야기도 해줘야 하니까요.”
그쯤 되니 류나가 날 풀어줬다.
진짜.
이런 걸 당하면 내 평정심이 깨진단 말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건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열로 내장이 익어버릴 듯하다.
아무튼.
나는 류나랑 같이 교관님네 냉장고나 선반을 뒤져보면서 간식거리를 찾아 먹었다. 그리 시간을 때우다가 교관님이 있는 곳으로 가니.
“…왔군.”
자료를 다 살핀 건지 고뇌에 찬 표정이 된 교관님이 자리에 앉은 채로 우릴 맞이해줬다.
“앉아라.”
아주 무거운 목소리.
“네.”
류나와 다시 앉았다. 교관님은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보고 있었고, 곧 류나가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할게요. 선배님. 저는 그 자료가 전부 진실임을 알고 있어요. 선배님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가져왔죠.”
“류아라 너… 김익수를 신봉하는 게 아니었나.”
교관님은 그렇게 생각하고 경계하고 있었던 건가.
저번에도 내게 말했었다. 익수파 요원은 탐탁지 않은 놈들이라고.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경계가 되는 놈들이라고 했다.
존경하는 선배님한테 그런 취급을 받으면 상처가 될 텐데.
“후후후, 저는 누굴 신봉하지 않아요. 선배님.”
하지만 류나는 그저 웃으면서 대답할 뿐이었다.
“저는 그의 자격이 의심되었을 뿐이에요.”
“…”
“그런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역시 자격이 있는 사람뿐이잖아요? 정상이 아니라면 당연히 바꿔야 하죠.”
“언제부터 그리 생각했지.”
“옛날부터요?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김익수가 부정한 존재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었고, 이제 그를 막지 않는다면.”
류나는 여전히도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자료에서 본 일이 그대로 일어날 테니까요.”
“…”
“선배님. 이럴 경우 당연히 국가를 위해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근철이를 끌어들인 게 아니에요. 근철이가 절 끌어들인 거죠. 이 사태의 중심에 있는 근철이가 미래를 위해 일어섰고, 저는 어른으로서 보호자가 되어주는 동시에 도와줬을 뿐이에요.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어른으로서. 동시에 요원으로서. 영웅으로서.”
“…”
류나가 말할 때마다 교관님이 고개를 살짝씩 숙였다.
“선배님은 그 자료를 믿나요?”
긴장되는 순간.
류나가 가장 핵심적인 걸 물었다.
과연 교관님은… 우리의 동료가 되어줄까.
“믿는다.”
“아…!”
가장 듣고 싶었던 대답이다!
“믿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자료라니… 게다가 김근철이 네가 그런 일을 해왔을 거라곤…”
“교관님! 알아주시는 겁니까!”
분노와 불편으로 차 있던 태도가 누그러진다. 지금 교관님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미안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부끄러워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군… 이런 상태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겁니다, 교관님. 그러니까 교관님. 제가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로 교관님의 옆으로 가서 그 손을 잡고 부탁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국가를 너머 세계 자체가 위험합니다! 김익수의 음모를 방치한다면 결국 모든 것이 멸망하는 미래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교관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김근철이…”
고개를 든 교관님이 나를 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교관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교관님이 과거의 일로 힘들어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기에 일어나셔야 합니다. 저희와 다른 모두를 지켜주세요.”
“아…!”
굳은 의지로 함께 이 난관을 돌파하는 거다.
“…”
교관님은 잠시 침묵했고.
“물론, 이다.”
내 손을 마주 잡아주면서 대답했다.
“이 한 몸을 바쳐서 돕도록 하마.”
“가, 감사합니다!”
“그래… 영웅이라면. 이럴 때 도망쳐선 안 되니까. 반드시 너희들을 지켜주겠다.”
잘 풀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