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02
열일하는 과금 기사 201화
“마검왕.”
히페리온을 한 자루 더 뽑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소켓을 전투용으로 채운 예비용 검을 만들고 말 것이다.
쩍!
마검왕 발밑의 지반이 내려앉는다. 녀석은 내 검을 떨치고 벗어나려 했지만 이런 식으로 힘 싸움에 들어갔는데 힘이 약한 쪽이 그냥 물러나는 건 죽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적어도 내 자세를 무너트려야 한다.’
당연하지만, 녀석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촤악-!
순간 녀석이 들고 있는 검에서 새까만 기운이 폭발한다. 그것은 이내 칠흑의 거인이 되어 내 몸을 후려치려 들었다.
“히페리온.”
[하…… 진짜로 내가 또 있네.]히페리온에서 폭발한 칠흑의 기운이 역시 거인의 형상으로 변해 날 공격하던 또 다른 자신을 막아선다.
[그럼 치워야지.]쾅!
덕분에 나는 방해받지 않고 힘 싸움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뿌득!
마검왕의 어깨에서 위험한 소리가 난다.
여유롭던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고 굵은 핏줄이 툭툭 튀어 오른다.
‘그래도 제법 버티네.’
마검왕의 육체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하기야 절대 고수쯤 되면 외공(外功) 역시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기 마련이고, 강기가 육신을 휘감으면 어린아이의 근력으로도 복합 장갑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수 있게 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부족해.’
그러나 아무리 강해 봐야, 맨손으로 차원을 찢는 근력을 이겨 낼 수준은 아니다.
끼이익!
히페리온을 잡고 있던 양손 중 왼손을 떼어 내자 압도적인 힘으로 마검왕을 짓누르던 히페리온이 흔들린다.
그러나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는 녀석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네, 놈……!”
“우선 한 방.”
쩍!
왼 주먹이 마검왕의 얼굴을 후려친다. 머리통을 터트릴 생각이었는데 방패처럼 늘어선 강기가 그것을 막았다.
훌륭한 방어였지만, 문제는 녀석과 나의 구도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끼이익!
다시 왼팔이 당겨진다. 근육이 수축하고 힘줄이 철근이 휘는 소리를 낸다. 온몸을 휘도는 강기는 육체를 강화함과 동시에 주먹 앞에 집중되었다.
“또 한방.”
쩍!
또다시 강기의 방패가 막아 낸다. 그러나 완전히 막아 내었던 좀 전과는 달리 마검왕의 머리가 확 기울었다.
[상황 파악을 완료했다. 막내! 루테 행성에 등장한 초월급 몬스터는 셋. 그중 하나는 양자 폭탄으로 소멸되었고, 또 하나는 수호성좌 파워포스가 상대 중이야.]미리 연결해 둔 텔레파시 채널을 통해 톰 홀리데이의 목소리가 머리를 전달된다. 나 역시 텔레파시를 날린다.
[나머지는요?] [잡몹도 수만 마리 이상 남아서 군대와 전투 중이야. 그곳으로는 가츠 씨가 갔고 결계 설치가 완료되어 가니 걱정할 것 없다. 넌 그 녀석만 상대하면 돼.] [확인했습니다.]염파를 끊고 왼손을 다시 든다.
쩍!
마검왕의 코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붉게 충혈된 눈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품었다. 그리고 다시 녀석의 머리를 치려는 순간.
천마신공(天魔神功).
멸천(滅天).
촤악!
내 목에 선이 생긴다 싶더니 그대로 피가 뿜어진다.
천마신공의 구명절초.
승리와 패배를 뒤엎는 필사의 검격이 강기와 극의지체의 방어를 뚫어 버린 것!
팟!
내 자세가 무너지는 순간 마검왕이 절륜한 신법을 발휘해 하늘로 솟구친다.
“건방진 애송이 놈! 강대한 육신 하나 믿고 방자하게…….”
턱.
그러나 솟구치던 몸이 멈춘다. 내 왼손이 녀석의 발목을 잡아챘기 때문이다.
마검왕은 허공답보(虛空踏步)의 묘리로 허공을 딛고 검강으로 내 손을 잘라 내려 들었지만, 원래도 강인한 육신이 강기까지 두른 이상 그깟 대충 휘두른 검강으로는 어림도 없다.
치이익……!
만약, 내가 당한 상처가 치명상이었다면 나는 로그인했을 것이다. 아르데니아로 넘어가 치유를 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돌아왔겠지.
그러나 지금.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목의 상처는 벌써 나아 가고 있다.
검강에 실린 저주에 가까운 염(念)으로도 그 재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대충 알겠다. 네 수준.”
즉.
녀석을 상대로는 로그인조차 필요 없다.
“시시해.”
그대로 녀석의 발목을 잡아 패대기친다.
콰과광!
무지막지한 충격에 대지가 파도가 치듯 출렁인다. 강기로 온몸을 휘감은 마검왕조차 타격을 완전히 흘리지 못하고 피를 토한다.
“…….”
솔직히 말하면, 녀석을 잡은 손을 놓고 싶다.
녀석을 충분히 쉬게 하고 만전의 상태에서 다시 붙어 보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지금의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흥.”
그러나 코웃음 한 번으로 잡념을 떨친다.
나는 여기에 일을 하러 왔다.
대기만성(大器晩成)
광섬(光閃)
쩍.
어느새 히페리온이 마검왕의 머리를 쪼개고 들어가 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그 과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정도의 빠르기.
그리고 그 직후.
뻐- 엉!
무지막지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으아악! 나 살려!”
“깨깽! 깽!”
“무에오오옹!”
사방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엉망으로 바닥을 구르고 저 멀리 튕겨 나간다.
그나마 마검왕의 호신강기가 물리력을 어느 정도 중화했으니 이 정도지 내가 이 검격을 허공에 휘둘렀으면 그들 모두가 죽고 말았을 것이다.
“끝…… 그리고…… 카심.”
단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허공을 가르며 카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용도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촤라랑!
10개 정도의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순간.
웅!
초월병기 제로섬이 빛난다.
[저장된 드랍 조정량이 감소합니다.] [전설 311 → 301] [신화 1 → 0]‘확정 히페리온!’
팟!
아이템들이 등장과 동시에 사라진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확인하는 대신 카심의 등에 올라탔다. 카심의 소환 목적은 아이템 회수지만 그걸 너무 티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쾅!
언제나 그랬듯 거친 이륙.
나는 카심의 등에서 텔레파시 라인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초월자 하나 처리. 또 다른 녀석을 처리하겠습니다.] [……와. 뭐가 이렇게 빨라?] [버프를 걸 틈도 없구먼. 게다가 상처가 너무 빨리 나아서 힐링도 필요 없고…….]한석두와 신지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키에에엑?”
“핏핏빛빛 깃깃발발!”
“환희에 몸부림치는도다! 그분을 경배하며 영원한 찬양을 이어 나가는도다!”
도시 밖에서는 해일과도 같은 몬스터 웨이브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루테 행성의 군인과 경찰들은 그것을 잘 막아 내고 있다.
“계속 쏴라!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포격 개시!”
쿠콰쾅!
쿠궁!
몰려오는 몬스터들은 쏟아지는 포격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생각보다 잘 막아 내고 있는데?’
몬스터 사태의 몬스터들의 레벨 분포는 계단식이 아니다.
‘8에서 10레벨. 그리고 그다음이 20레벨의 초월급 몬스터다.’
즉, 중간이 없다. 리벤지식으로 말하자면 회귀나 영웅급 몬스터 이후 바로 신화급으로 넘어가 전설급이 없는 셈.
필드에 전설급만 가득한 아르데니아와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몬스터의 종류도 많지 않아. 대부분 겹치는 수준…….’
심지어 34지구의 경우에는 잡몹들이 안 나오고 초월급 몬스터만 우르르 쏟아진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무성의의 극치.
‘마치 초월급,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다 떨어지는 찌꺼기에 불과한 느낌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훅.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을 날고 있는 내 옆으로 거대한 머리통이 스쳐 지나간다.
“허?”
[하하하!]경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무지막지한 덩치의 거인이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 사이로 몸을 날린다.
쿠콰쾅!
“거대화?”
[잡몹들은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가츠 녀석이 그쪽 전문이거든.]놀랍게도 그것은 가츠의 기가스, 카렐린이었다. 커 봐야 수십 미터에 불과하던 그의 기가스가 수백 미터까지 커진 것!
기가스가 아이언 하트의 출력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하면 영력의 전달이 힘들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비정상적인 크기다.
일견하기로 랜드웜보다도 커 보이는 그의 기가스가 대지를 짓밟고 쓸어내자 몬스터들이 개미 떼처럼 쓸려 나간다.
그뿐이 아니다.
퍼버벙!
어떻게든 화망을 뚫고 선을 넘어온 몬스터들의 머리가 마치 스스로 폭발하듯 터져 나간다.
접근한 적의 모습에 비명을 내질렀던 동물들이 어리둥절해 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의 저력.
그와 더불어.
“아파…… 아파…… 어?”
“상처가…….”
쓰러져 신음하던 부상자들이 하나둘 눈을 뜬다.
땅속 깊이 숨어든 신지연의 나이팅게일이 반경 십수 킬로미터를 범위에 두고 마치 저격수처럼 치료 마법을 날려 대고 있다.
[막내가 마검왕을 금방 처리한 덕에 여유가 많이 생겼어. 결계도 완성되었으니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남은 초월자를 부탁해.]나는 놀라움에 휘파람을 불었다.
[확실히…… 믿을 만한 동료가 있으니 좋군요.] [막내가 건방지기는. 솔직히 초월자를 이렇게 순삭할지 몰라서 준비하던 주문을 날렸어. 아니 이제 막 초월자에 올랐을 텐데 이렇게 센 게 말이 돼?] [트리플이래잖아. 트리플!] [와. 말도 안 된다 진짜. 이 정도면 청장님하고 맞먹는 거 아니냐?] [너 신족(神族) 맞지? 그렇지?] [게임 마스터님의 숨겨진 아들이라던데. 진짜냐?]시끌시끌해지는 통신 채널에 피식 웃는다.
[일부터 끝내죠.] [그래. 위치는 북서쪽으로 35.45킬로미터. 수호성좌 파워포스는 초월자급 전투력을 자랑하는 성급 기가스지만 시민들을 지키느라 많이 힘든 모양이야. 서둘러.] [확인.]통신을 종료한 뒤 하늘을 날고 있는 카심의 등에서 북서쪽을 바라본다.
[22레벨]예언의 눈. 딥 아이
“저번의 그 녀석이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녀석이 나를 [보았다.]
쿵!
순간 나는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카심의 등 뒤가 아닌 시체로 가득한 평원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오, 정신 공격.”
이런 걸 당해 보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기까지 하다. 정신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체력 수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그러나 절대 고수이자 아트만이기도 한 나는 그렇게까지 취약하지 않고.
“풀자.”
무엇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쿵. 쿵. 쿵. 쿵. 쿵!
두 눈을 감고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 소리에 집중한다.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진다.
쿵.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멎어 버리는 순간. 차원 송곳 심장(Dimensional awl heart)의 작동이 잠시 멈추고.
슈우욱!
어느새 나는 현실로 돌아와 있다.
“아…… 이 느낌 오랜만이네.”
무식한 귀신이 부적을 몰라보는 법이라, 초월자급 정신 간섭 역시 너무나 간단히 떨어져 나간다.
‘물론 여러 경험상 중급 이상의 초월자에게는 이마저도 안 통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 나는 잠시 멈췄던 심장을 뛰게 만든 후 인벤토리를 열었다.
딥 아이의 잡다한 공격 따위보다 더 중요한 걸 확인할 시간이다.
팟!
떠오른 인벤토리 창에서 번쩍이는 금빛을 무시한다. 전설, 물론 좋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확정 히페리온!”
그렇게 말하며 신화 아이템을 확인한다.
[혹한의 부름(20레벨)]마나 계수 2.0
[만년빙(萬年氷)(에픽)] [영혼동결(靈魂凍結)(에픽)]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어?”
그러나 거기에 히페리온은 없다.
마검왕과는 상관도 없어 보이는, 너무나 잡다해 보이는 팔찌가 거기에 있었다.